아아.
  왕의 길은 험난하구나.
  아아.
  그대가 보고 싶소, 토리.
  아아아.
  네가 보고 싶구나. 나의 아들아.
 *"뭘 그렇게 구시렁 대는 거야, 아스고어?"
  지금 나의 앞에는 끔찍한 괴물이 있소. 나는 그와 싸우고 싶지 않아. 하지만, 그는 내 모든 것을 앗아갔지.
  나의 아내, 토리도.
  나를 위해 싸우겠다며 항전하던 언다인도.
  두렵지만 괴물의 존속을 위해 자신 나름대로 죽은 괴물에게 의지를 불어넣는 방법을 모색하던 알피스도.
  그 모두가 끝장이 나버렸어. 아아, 아.
 *"이봐, 빌어먹을 산왕. 나는 너를 증오해. 네 아들놈이 죽은 것도 다 네 탓이지. 알아?"
 "아니야… 그럴 리가 없네. 자네가 뭔가 착각하고 있는 거야. 그래, 차라도 마시며 이야기를 하자고."
 *"차는 무슨 놈의 차. 내가 할 말은 없는데. 영혼이나 전부 내놔."
 "…자네는, 정말이지."
  예의를 모르는군. 말은 필요 없겠지. 품 안에서 창을 꺼내들어, 그가 취할 행동을 부숴버리기로 했다. 하지만 도저히 보이지가 않았다. 그의 마음 속에 있는 '자비'라고 하는 감정은.
  어차피 없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가 자비를 취하기엔 이미 멀리 돌아왔을 테니까.
 "분명 자네 입장에선 내가 정원이나 돌보는 한심한 왕으로 보이겠지. 맞아, 자네가 부하들과 친구들을 모두 죽일 때에 나는 아무런 움직임도 없었지. 나의 아내… 토리를 죽였을 때에도."
  비통함과 원통함에 나도 모르게 눈물이 흘러 내리기 시작했다. 저 자는 괴물이라고 하기에도 뭐한 존재. 그에게는 대화가 필요 없어 보였다.
 *"이봐, 늙다리 꼰대 산왕. 언제까지 나를 기다리게 할 셈이야?"
  그가 들고 있던 건 서슬퍼런 날이 멋들여지게 보일 정도의 식칼이었다. 아마 저것에 찔린다면 나는 살아남을 수 없겠지.
 "오래 기다리게 했군… 소년, 아니. 괴물이여. 에붓산 지하의 왕, 이 아스고어 드리무어가 친히 상대하리라!"
  창을 들어 그의 심장을 향해 겨냥했다. 토리와 함께 배웠던 마법을 상기시키며 녀석에게 전력을 쏟아 붓는다.
  순간 향긋한 버터스카치 파이 냄새에 나도 모르게 창을 놓고 싶었지만, 참았다.
  그녀가 해준 버터스카치 파이의 향을 잊을 수는 없어. 하지만, 그녀는 이미 죽었어.
  나는 언제까지 무능한 왕으로 살 건가? 아무 것도 지키지 못하고, 나는 자존심도 수치심도 왕으로서 해야 할 의무도 전부 내팽개치고… 나를 따르는 지하 세계의 모두에게는 거짓말을 해버렸어. 나라는 녀석은.
  모두를 구원해주겠다. 마지막, 일곱 번 째 인간이 온다면 그 영혼을 모아 지하의 모든 괴물들에게 빛을 보여주겠노라고.
  하지만 그런 건 어디까지나 겁쟁이인 '나'가 모두를 위안하기 위해 속인 말이었다.
  토리는 내게 말했다. 모두를 구원하고 풀어주려면 인간의 영혼을 하나만 가지고 있어도 된다고 했었지.
 "자, 묻지. 인간. 자네는 의지로 여기까지 왔고 모두를 죽이고 나의 세계를 파멸에 가깝게 만들었어."
 *"시끄러워, 꼰대. 듣고 싶지 않으니 당장 네 놈따윈 죽어버리고 모두의 영혼을 내놔!!"
  모두를 죽인 악당은 나를 향해 식칼을 들어, 내리쳤다.
  단 번의 기교없는 검격이었지만 나는 그런 하찮은 공격에도 심각한 격통을 느끼고 말았다.
 "으윽…."
 *"영혼을 내놓지 않았으니까 더 아픈 거야! 내놓는다면 말이지, 내가 더욱 더 아프지 않게 해줄 수 있어! 자아, 자아. 자아!! 어서 모두의 영혼을 이리 내!"
  악마같은 웃음소리였다. 저런 악마에게 이길 수 있을까. 그런 생각부터 하는 나는… 정말 한심했다.
  알피스와 함께 언다인이 싸우는 마지막 모습을 지켜 보았다. 하지만 그녀는 우리를 지키기 위해 자신의 목숨을 내걸고, 결국 그 끝에는 숭고하게 잿빛 먼지가 되어 버렸다.
  더는, 겁을 먹지 않겠어. 나도.
 "이봐, 프리스크. 아니… 차라. 알고 있나? 자네는 인간이지. 그리고 나는… 인간의 영혼을 가지고 있다네. 자네 친구들의 영혼을. 그리고 말일세. 그들은 자네의 행동을 모두 유심히 지켜 봤겠지. 그들이 내게 말을 하는군."
 *"닥쳐, 이 빌어먹을 덤디덤 꼰대야!!"
  그가 다시금 식칼을 내게 내리쳤지만 나는 당황하지 않고 내리치는 궤적의 칼을 손으로 막았다. 손 한 짝이 날아가는 감각이 느껴졌지만, 비명을 지르지 않고 다시 차분하게 말을 했다.
 "그들이 내게 힘을 빌려주겠다고 했네. 그래서 말인데, 아마… 자네에게 질 생각이 들지 않는군. 그렇게 유쾌한 이야기는 아니지만 말일세."
  의지가 용솟음치기 시작했다.
  인간들의 영혼이 내게 말했다. 그 때, 우리들을 어째서 죽였느냐고. 하지만 이해할 수 있다고 했다. 그리고 내게 속삭이고 있었다.
  저 악마를 쓰러뜨리지 않으면 모두가 위험하다고. 내게 힘을 빌려 주겠다고. 나는 그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더 이상 자네 마음대로 되진 않을 게야. 에붓산의 왕으로서 그대에게 말하지."
  더 이상의 희생은 막겠네… 라고.
 *"이, 이이… 소 같은 꼰대가!"
  그의 말은 틀림이 없다. 분명, 나는 소인 것이 틀림이 없으니까. 이번에도 선택해야만 했다.
  그를 쓰러뜨리느냐, 아니면 그의 소원을 들어주는 것인가. 둘 중 하나의 복잡한 번민에 사로 잡혔다. 그가 오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음에도 나는 여전히 고민했다. 그가 육안에 들어올 때 즈음까지 마음은 정리가 되지 않았었다.
  나는 유약한 사람이다. 달콤한 말로 모두를 회유하면서, 싸움을 벌이지 않아 만족하고 있었다. 희생을 시키지 않아 다행이라고. 하지만 지금은 어떻지?
  나는 여전했다. 허나, 이번은 달라. 토리를 죽음으로 몰아넣고, 언다인을 죽음으로 몰아 넣었고, 알피스마저 살해한… 그런 잔악무도한 괴물을 용서할 순 없단 말일세.
 "그러니 내게 힘을 빌려다오… 뒤틀린 괴물을 막기 위한 힘을!!"
 *"뭐, 뭐야?!"
  나의 말에 알아 들었는지 영혼들은 내게 힘을 불어 넣었다.
  강성해진 풍채. 위엄과 근엄이 가득한 모습. 그 누구에게 맞서도 지지 않겠다는 옥좌의 왕.
  그 이름은 산 왕[Mountain King] 아스고어 드리무어[Asgore Dreemurr].
 "차라, 아니… 이름 없는 괴물이여. 내 그대를 지금 단죄하리라! 그 동안 모든 괴물의 형제, 자매, 그리고 가족을 이유없이 살해한 죄를 묻겠소! 이것은 내가 가진 마음! 내가 지녀야 할 덕목! 내가 갖춰야 할 심성! 올바른 길을 위한 필수과정! 그야말로… 왕의 품격일세!"
  나는 창을 들어 나 자신을 찌르며 말했다.
  나의 감정을 없앤다. 그건 바로, '자비'라고 하는 이름의 감정.
 "아들도, 토리도, 언다인도, 알피스도, 그 모두를 죽인 건 차라… 자네일세. 그렇다면 지금까지 치뤘던 죄의 댓가를 받을 시간이지."
  나는 그에게 나지막하게 말했다.
 "더 이상은 자네에게 굴복하지 않겠네(Come Up Smil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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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의 시간 상 흐름은 샌즈 전 이후의 이야기.

언다인이 죽고, 알피스가 차라의 앞을 막아선 다음 샌즈가 막아서고 결국 샌즈도 실패함. 그래서 아스고어를 찾아갔는데 차라가 식칼 들고 아스고어 협박해도

결국 아스고어는 굴복하지 않고 인간들의 영혼에게 힘을 빌려 차라를 막겠다는 '의지'를 보이는 게 주요 내용. 그래서 마지막 내용을 보면 알겠지만 몰살루트전 아스고어 본인풍 재해석같은 느낌의 글이야.. 

Come Up Smiling 이라는 영문의 뜻은 [복싱 등 싸움에서] 지지 않고 맞서 싸움, 굴복하지 않음 이라는 예문이 있기에 그걸 보고 생각하면서 써본 글..인데..


미안해.. 똥글이지..

냅스타블룩처럼 조용히 사과를 하고 도망갈게.. 안녕.. 


아.. 여담인데..


덤디덤 좀 애껴줘라 진자.. 일단 산왕이란 별명 가진 놈이 뭐 그리 약해..

옆동네 블리자드에선 산왕이 아주 그냥 깡패새낀데.. 


추가 여담이지만 다음 편은 뭘로 쓸까 고민 중이야..

댓글로 말해주면 고려해서 써볼개.. 파피루스도 고려중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