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가 돌아와 철장의문을 열었다.

문은 묵직한소리를 내며 열렸고, 그가 손짓을 해왔다.
이곳엔 나와 그. 둘밖에없는 공간이기에 거부권같은건 없다.
그는 마법을 쓸수있었고, 내가 가지않는다면 마법을 부리리라..
처음 몇번은 그에게 반항을 해봣지만 돌아온것은 중력마법으로 억눌려 들어오는 약물이였다.

"..자네, 고통이 두렵다 했던가..? 없애줄수도있는데 말이지.. 아마."
"... 조건없이 그런게 굴러올리가없지.. 그게 세상의 이치고.. 그렇지?"

이곳에서 살면서 나는 자신에게 강인한척 하는 가면을 씌웠다.
그렇게라도 하지않는한 버텨낼 자신이 없었으니까..

"큰 부작용은 아닐세.. 자네라면 아마 응할꺼라 생각하지만..?"
"그건 모르는일이지.. 사람마다 가치는 다르거든."
"..기억에 조금 문제가 생길꺼라 예상하네. 뭐, 그곳을 벗어나려했던 자네에겐 딱맞는 조건아닌가?"

그의 말을 곱씹어 봤다.
여태 봐온것이 있었고, 기억해온 정보들이 있었다.
감정은 기억과 연관되는것이 당연할지도 몰랐다.
기억을 하지못하는 인간들은 어딘가 멍하거나, 자기제어를 할줄몰랐다.
오히려 그것으로인해 고통에대해 너무 반응이 없어져버렸지..
그래, 언젠가 봤던 뇌수술의 후유증으로 아무런 감정이 없어진 사례도 있었던가..?
그의 제안에 응하려 생각하자, 문득 떠오른것은 그리운 가족의 목소리였다.
설마 그 부작용으로 괴로운것만 잊어버린다면..?
그것은 지금보다도 더한 지옥이 기다릴 것이였다.

"..역시.. 그만둘래... 그건 조금.. 무섭거든.."

두팔을 그러쥐고 덜덜떨리기 시작한 몸은 쉽사리 수그러들지않았다.
가스터도 강요할 생각은 없었는지, 책상쪽으로 슬슬 걸어갔다.
그리고 책상위에 놓여진 철그릇에서 세개의 주사기중 하나를 들었다.

"그럼, 참아보는걸 권장하지.. 자네가 원한다면 언제든 해줄수 있네만..?"
"불안정하게 제거되는 기억은 오히려 불안요소가 있어서 말야..?"
"원한다면 모두 없애줄수도 있네만?"

가스터가 손을 내밀어왔다.
그것은 이번엔 영혼이 아닌 몸에 놓을 영양제라는 소리였다.
육체는 스스로 피를 생산해내지 못했기에, 이런식으로 보충할수밖에 없었다.
그에게 있어선 식사도 불필요했지만, 내게 있어서 몸을 움직이기위해서는 영양이 필요했다.
물론, 몸이 더 튼튼해지도록 만드는 약물도 있었다.
이번엔 둘중 어느쪽일까..?
그의 손위로 제 손목을 내놓았다.

"떨지마렴. 혈관파열되면 귀찮단다."
"...아픈것좀 줄여주던가요.."

그가 안심시킬만한 대사를 뱉지않았다.
그것은 각오가 필요한 주사라는 소리다.
몇번이나 실험이 오간끝에 그의 대화 패턴은 모두 파악했다.
물론 이것은 실험할때 그가 내보내는 작은 신호였다.
고개를 돌리고 다른손으로 팔을 꾸욱 붙잡았다.
손의 떨림이 멈추었고, 그와동시에 눈을 감고 숨을 멈추었다.
떨림이 완전히 멈추자, 그 차가운 바늘이 살을 뚫고 혈관안으로 액체를 흘린다.
이런 주사는 처음에는 그저 평범한 주사로 느껴진다.
바늘이 빠져나가고 천천히 찔렷던 부분부터 퍼져오는 열기는 이내 고통으로 뒤바뀐다.

"..아..으..ㅅ.."
"이젠 참을줄도 아는군. 꽤 대단해졌어.. 목을 막 가다듬었을때는 한참을 질러서 시끄러웟는데 말야.."

찔린 팔목을 그러쥐어 고통이 지나가기를 기다린다.
그동안에 머릿속의 정신은 아득하게 몽롱해지고, 제 자신이 숨을 쉬는건지 안쉬는건지조차 인지할수 없게됀다.
그가 무슨말을 하는지도 들리지 않지만, 언제나 그의 독백이리라.
숨을 가다듬으며 울렁이는 감각에 헛구역질을 하고나면 그의 구두가 보인다.
쓰러진건가..?

"...끝났나?"
"...으.. 하아..하.. 아직.. 몇개...?"
"평소처럼 영양제와.. 오늘은 영혼도."

그 대답에 흐리멍텅해진 눈동자로 의미없이 바닥에 시선을 내던졌다.
그리고 상체를 반쯤 일으키다만 상태로 입을 꾹 다물고 숨만을 골랐다.

"일어나게.. 끝이 아니라고 이야기 해줬잖나.. 귀찮게 내가 또 손을 대게 할셈인가?"
"... 알았어요, 알았어.. 스스로 일어날께요. 그마법 은근히 기분나쁘다구요.."
"그런가? 자네가 느끼기엔 어떤기분인데? 다른녀석들에겐 별로 안써봐서 모르겠군."

일어나서 팔을 쭉 내밀자, 그는 손을 받아 영양제롤 주입했다.
그리고 마지막 주사기를 들고 쳐다보았다.
대답을 기다리는듯했다.. 웬일로¿

"물의 수압으로 억눌린기분이라고 해야하나요..? 엄청 거칠다구요.. 숨이 막힐정도로."
"실험체가 죽지않을정도로는 힘조절은 한다만..? 아니, 애초에 자네는 죽을수있나?"
"..하하.. 저도 궁금하네요."

자살시도를 한적있었다.
그가 무심코 방안을 산책하게 만든 틈을 타서, 구석에 있던 날카로운 매스로 목을 찔러넣었다.
피로 방을 더럽힐 뿐 죽지 않았고, 생각보다 무딘 아픔에 이쪽이 더 놀랬다.

그의 주사바늘이 일정주기로 움직이는 영혼에 찔러넣어졌다.
영혼으로 전해지는 아픔은 칼로 목을 찌른것보다도 아팠다.
가슴이 뜨겁다 느끼면 이미 약물은 영혼안으로 모두 내뱉어진후였다.
..물론 아픔만 있는것은 아니다.

"그러고보니, 자네의 세계엔 괴물도, 영혼이 형태를 띄는 일도 없다했던가? ..마법도없고..?"
"...없.. 읏...!"

언제나 고통은 한템포 뒤에 찾아온다.
그는 아랑곳하지않고 이야기를 계속한다.

"그것참 불편한 세상이로군.. 아니, 지상의 인간들은 그쪽을 더 좋아할지도 모르겠군... 괴물이 없으니까."

영혼으로 덥쳐져오는 고통은 생각보다 힘겹다.
정신은 멀쩡하고, 온몸만이 식은땀을 흘려대며 고통을 호소한다.
온몸을 못으로 찌르는 기분이 들때도있고, 불구덩이에 던져지는 기분이 들때도있다.
혹은 한없이 추워지거나, 목이 졸리는 기분이 들때도있었다.
이번에는 온몸의 피부의 숨구멍에 바늘을 찌르는듯한 고통이 따라온다.
눈물과 고통과 신음을 삼키고도 남은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읏..하..큿.. 읏..."
"그러고보니 오늘 산책을 하다가 이런걸 주웠다네.. 뭐, 나름 배려해주는거지만.."

그가 툭하고 흘린것은 분홍빛의 낡아보이는 슈즈와, 너덜거리는 흰색의 원피스였다.
적어도 지금 입고있는 옷쪽이 더 새것같겠지만, 피로 얼룩이 져서 거무 튀튀해진지 오래였다.

"이런거라도 받으면 자네가 좀더 힘내지 않을까 싶어서 말야.. 원한다면 바깥의 꽃이라도 가져다줄수 있네만..?"

고통이 잦아들듯 여전히 온몸이 따끔 거리지만 참을만했다.
여태 실험으로 생겨난것은 고통에대한 면역성과, 피폐한 정신이였다.
그때문에 가끔 발작적으로 웃거나 했기에, 그도 놀란적이 몇번 있었다.
나는 자기자신을 돌아볼줄 아는 사람이였다.
그렇기에, 왜그런건지도 아주 쉽게 짐작할수있었고, 자신에대해서도 부정적이였지만 잘 알았다.
정신적인 문제란것을 자신도 잘 알았기에, 그것에대해 그에게 이야기했던게 저번 실험시간이였다.
실험은 생각보다도 주기적이거나 자주 일어나는건 아니였다.

손을뻗어 그 옷가지들을 그러쥐어 안아보았다.
의외로 꽃향기가 났다.

"어디서 가져온거에요..? 쓰레기장은 아닐테고.."
"그저 재료를 조금 구할때 눈에 띄여서 가져온것 뿐이다만..?"

그는 품안에서 노란꽃과, 가시덤불을 잘라낸것을 꺼내들었다.
그것을 책상위에 올려두고, 뭔가를 추출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뭔가를 시작하면 그는 내게 관심이 없었다.
그동안은 자유시간이였다.
이곳에서 할수있는거라고는 그가 하는것들을 지켜보거나, 알수없는 문장뿐인 문서를 읽는시늉을 하거나 뿐이였다.
그것마저 내질려버리면 그저 멍하니 그의 뒷모습을 쭈그려 앉아 지켜볼뿐이다.
이곳에는 자신에대한 배려는 거의 존재 하지 않았다.
구석에 있는 거울같은것을 발견하고, 그앞에서 너덜거리는 옷으로 갈아입었다.
예상외로 어깨부분은 스웨터 질감이라서 따뜻했다.
그러나 디자인은 어째서인지 여름에나 입을법한 옷이였다.
옷의 실용성은.. 글쎄, 인간의 기준에선 없는거나 마찬가지인 옷이였다.

'..이런거, 인간은 안입을텐데.. 괴물의 것인가?'

문득 입고나니 바닥에 새하얀 가루가 보였다.
몇번 털어내니 그 가루가 조금더 떨어지고 끝이였다.

'...유품.. 같은건가..? 누군가의..?'

..생각하길 그만두었다.
옷에서 떨어진 먼지를 치우고, 그의 뒷모습을 쳐다보기로 했다.
멍하니, 그렇게 흔들리는 새하얀 가운을 하염없이.. 다음실험이 시작될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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