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라는 간신히 눈을 떴다. 머리가 깨질듯이 아팠다. 아니, 이미 깨졌는지도 모른다. 눈앞이 온통 빨갛고 까맸다. 까만건 제 머리카락과 동굴 벽이었고 빨간건, 글쎄. 다만 그것이 자신의 머리에서 졸졸졸 새어 나오고 있음은 알았다. 그것이 다 빠져나와 버린다면, 죽을거라는 것도.

차라는 옆으로 누운 듯한 자세 그대로 피에 잠겨만 갔다. 온 몸에 성한곳이 없어 움직일 수가 없었다. 폐가 눌려 숨을 쉬기가 힘들자 바로 누우려는 시도를 해봤지만 손가락 하나 까딱하기 무섭게 고통이 온몸을 내달렸다.

어으아... 비명이 되지 못한 신음이 목구멍으로 가라앉았다. 생리적인 눈물이 줄줄 흘렀다. 하지만 그런 와중에도 아이의 표정은 공허하기 그지없었다. 서러움이나 하다 못해 공포나 무엇이든 있음직한데도, 차라는 손 쉽게 그 모든것을 놓았다. 이대로 죽어도 상관없다는 생각이었다.

차라는 살아갈 의지가 없었다.

차라에게 삶이란 고통의 연속이란 말로도 부족했다. 언제나 새롭게 닥쳐 오는 폭력은 그 쯤 되면 죽지 않은것이 신기한 정도였다. 그래서 차라는 살았다. 죽지 않았기에. 다만 조금 있으면, 그리 멀지 않은 미래에 눈을 영영 감아버리는 날이 오리라고는 생각했다.

그게 오늘이라고는 예상하지 못했지만 이미 모든 것을 빼앗기고 껍데기만 남아서는 아무래도 좋았다. 껍데기는 버려진다. 죽는다. 썩는다. 그리고 차라 또한 그렇게 될 것이었다. 눈이 반쯤 감겼다. 다시 뜨이지 않을거라 믿으며...

그 때, 툭, 하고. 치명상을 입고 죽어가는 차라에개는 툭이 아니라 쾅이었겠지만, 무언가 떨어졌다. 저가 떨어진 곳에서부터 하늘하늘 내려온 그것은 가볍게 눈앞에 안착했다. 차라는 가물가물한 눈을 떠 그것의 정체를 확인했다. 그건. 그것은.

하트 모양의 작은 로켓.

첫번째 친구에게 선물해줬던.

차라는 눈을 부릅 떠 위를 보았다. 빛이 쏟아지는 그곳에서 벌레처럼 분주한 실루엣들. 그것들은 차라를 비웃으며 물건들을 던져댔다. 먹을 것을 준 친절한 이에게 가져다 줬던 프라이팬, 같이 놀았던 아이에게 만들어준 리본, 맞고 있던걸 구해준 사람에게 주워다 줬던 카우보이 모자, 그런것들이 끝도 없이 떨어졌다. 이렇게 베푼것이 많았던가 차라 스스로가 놀라워 할 정도로.

그것들은 차라에게 떨어지며 상처를 냈다. 머리에 떨어진 프라이팬에 순간 눈앞이 아찔했다. 프라이팬에 맞아 찢어진 머릿가죽에서 피가 흘렀다. 차라는 낄낄대며 조롱하는 이들을, 그 친절과 고결함과 정의와 인내와, 그 모든 이들을 눈에 담았다. 그들 모두는 찬란한 빛의 아래에서 차라를 멸시하며 함박 웃음을 지었다.

이마에서 흐른 피가 치켜 뜬 눈에 들어가 고였다. 눈앞이 붉게 흐려지고 새빨갛게 충혈되었다. 심지어는 눈동자까지도. 울지 않았다. 눈물조차 나오지 않았다. 진득한 안개같은 것이 눈에서부터 퍼져나갔다. 빼앗긴줄 알았던 증오가 돌아와 의지에 불을 지폈다. 파랗게 질린 입술 양끝이 말려 올라갔다. 더 이상 갈 곳 없을때까지.

그 상태로 차라는 버텼다. 악착같이 생을 이었다. 멎지 않는 출혈처럼, 이것도 멈추지 않으니 자신이 그만둘 것이 뭐가 있겠는가 생각했다. 영원같은 시간이 지나 차츰 좁아진 시야의 끝에 새하얀 두 발이 들어왔다. 그제서야 차라는 눈을 감을 수 있었다.

그 눈에서 단 한방울, 핏방울이 데구르르 굴렀다.




초보 문학러가 글써옴
문학 어렵다 쒸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