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란한 빛. 상처투성이의 창문 너머로 비쳐오는 아득한 빛이 회랑을 비춰내려온다. 광원 때문인지, 궁정의 회랑은 평소보다 더더욱 장대한 경치를 이루었다.

구멍이 뻥뻥뚫려 무너질 것 같은 벽, 박살난 창문, 그을리고 파열된 바닥, 아예 녹아버린 듯 흐물흐물해진 기둥. 

전쟁터와 같은 그 모습은 기묘하게도 장엄함을 더한다.

마치 엔딩 크레딧이 나오듯이. 마지막의 여운을 그리듯이.

그 광경을 온몸으로 느끼듯, 해골 괴물은 반쯤 눈을 감고 벽에 몸을 맡겼다.

투둑, 이윽고 시뻘건 핏방울이 하나, 또 하나 떨어진다. 방울방울 흘러내리는 피는 도랑을 이루었고, 입에서 쏟아지는 선혈의 파도가 유속을 더한다.


"쿨럭, 역시, 이렇게..되는건가.."


박살난 벽, 그 중심에 처박힌 해골, 입에서부터 발끝까지 몸을 적시며 흘러내리는 피.

그리고 그를 보며 의미심장한 무표정을 유지하는 인간의 모습은 상황을 진부하게 묘사한다.

해골은, 패배했다.

전력을 다해 싸웠는데도. 

모든 괴물을 죽이고 LOVE를 끌어올릴대로 끌어올렸는데도. 그토록 사랑하던 동생을 찢어발겨 exp를 얻었음에도. 그 모든 노력에도 불구하고.

역시, 이렇게 되는건가, 해골은 진부하게 되뇌인다.

아무것도 바꾸지 못했다는 사실에, 뼈다귀 샌즈는 천천히 팔힘을 빼내었다. 몸을 지탱하던 팔이 무너지자 몸이 축 늘어진다.

이 가엾은 뼈다귀는 자신이, 모두가 끝까지 장난감이 되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지 못한다.


"헤..헤헤...헤헤헤헤헤헤!"


웃음소리. 공허함과 광기가 기묘한 조화를 이루는 괴기한 소리가 아이의 귀를 울린다.

해골은 이 상황을 부정했다. 허탈감과 죄악감이 휘감아 올라오는 것을 애써 부정했다.

의도가 어떻게 되었든, 자신이 모두를 살해하고 인간과 똑같은 업보를 저질렀다는 걸 받아들이지 못했다.

더 나아가 인간을 막지 못했다는 것을, 똑같은 길을 걸었음에도 인간이 아닌 자신이 쓰러진 것을 받아들이지 못했다.

구슬픈 미치광이의 울음소리가 회랑을 울린다. 종말을 노래하듯. 

웃음소리가 거세지고, 메마른 줄 알았던 눈물줄기가 흐르기 시작한다. 


"헤..그래..이제 어떻게 할 거야..인간? 이젠 나 이외엔 괴물도 없으니, 다시 리셋할건가?"


"..."


아이는 여전히 아무말도 하지 않은 채로 그를 응시한다. 

의지라곤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공허한 눈이 해골바가지를 훑는다.

마치, 심판자였던 예전의 자신처럼.


"헤헤헤헤! 뭐야, 그 눈초리는? 피해자 행세라도 하고 싶은거야? 정말이지 '골'울리는군!"


해골은 피어오르는 감정을 체감한다.

다른 이도 아닌 인간에게 심판받는 것을 받아들이지 못한 채 격분에 물들어간다.

희미한 보랏빛 안광이 피어오르며 색바랜 눈물에 빛을 더하고, 여전히 무표정한 아이를 응시한다.

하지만 그 뿐. 있는 힘을 다해 뼈다귀를 내던져보지만, 안타깝게도 모두 빗나가버린다.

주 무기였던 블래스터에 명령을 내려보지만, 블래스터는 커녕 오줌줄기같은 빛만이 바닥을 쓸어내릴 뿐이다.

그 어떤 것에 맞았어도 인간은 죽지 않았을 것이다. 죽기는 커녕 생채기도 나지 않았을 것이다그만큼 그의 힘은 거의 소진된 상태였다.

샌즈는 눈에 쥐어짜내던 힘마저 풀어버리고 늘어져선 인간을 바라본다.


"..헤..이젠 모르겠군, 쿨럭..내가 너 따위에게, 그런 시선을 받아야할 때가 오다니 말이야..큽.."


아이는 손에 쥐어든 나뭇가지를 붙든다. 그리곤 천천히, 눈 앞의 미쳐버린 괴물에게 다가간다.


"헤..헤헤..헤..내가 이런 짓을 한 건 알고 있을까, 그릴비는.."


아이가 눈 앞까지 찾아오자, 샌즈는 갑작스레 를 풀어놓기 시작한다.

자신이 죽여버린 음식점의 주인을 떠올리며. 왜 그런지는 샌즈 본인도 알 턱이 없었다.

처음으로 그릴비에 가서 감자튀김을 주문했던 일. 그때부터 매번 비워내는 케첩때문에 주변 괴물에게 핀잔을 받았던 일, 외상이 쌓여서 몇주간 아르바이트를 했던 일, 하루는 그릴비가 문을 닫아 어쩔 수 없이 파피루스의 스파게티로 끼니를 때웠던 일, 그리고는 파피루스의 이야기로, 그 다음은 토리엘의 이야기로, 그렇게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야기가 이어진다.

똑같지만 뭔가 달라진 듯한 무표정. 아이는 평범하게 그 이야기를 경청하더니, 한마디를 중얼거린다.


"..살아있구나.."


"헤..?"


중얼거리는 것을 알아챘는지, 뼈다귀는 이야기를 멈춘다.


"...헤...재미없는 친구들이야기나 꺼낸 것 같네. 미안해, 기분 나빴지?

넌 친구가 없으니까 말이야, 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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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찮아졌다

흐암.. 나갔다오면 해결되려나..

만사가 다 귀찮다

뭐에 한가지라도 집중하고 싶은데 이거 쓰는 한시간 반동안 내내 귀찮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