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URNINGTALE


by Mallery-WiMSer Gu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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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차, 차라?"


여기저기가 다 해진채로 용케 형태를 유지하고 있는 하늘색 스웨터 차림의 한 아이가, 불안한 듯한 말투로 침묵을 깼다.


"괜찮을까?"


오랫동안 제대로 씻지못해 꾀죄죄한 얼굴에 사뭇 걱정스럽다는 표정을 짓고있는 아이였지만 정작 그 말을 듣는 당사자는 그다지 걱정되는 것처럼 보이진 않았다. 아니, 저 속에 '걱정'이라는 감정이 있긴 한건지조차도 알 수가 없을 정도로 너무 자신에 넘쳐보였다.


"푸핫, 프리스크, 설마 아직도 어른들이 뭐라고 그럴지 걱정하고 있는 건 아니지?"


상대의 걱정에 동감하기는커녕 오히려 킥킥 웃으면서 되묻는 '차라'의 모습에 '프리스크'라고 불린 아이는 할 말을 잃었다.

대신 고개를 푹 떨구고 "아...아니...그냥..."이라고 자신없이 입 속으로 무언가를 웅얼댈 뿐이였다. 

차라는 여전히 낄낄대면서 프리스크의 손을 잡아끌었다.


"그냥 와, 약속하는데 말야, 어른들 말에 딱딱 맞춰서 사는 것보단 이런 게 훨~씬 더 재밌을거야, 응?"


부드러우면서도 어딘가 거절할 수 없는 불가사의한 힘으로 잡아끄는 차라 앞에선 프리스크는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그저 혼자서 신이 난 차라가 이끄는 데로 질질 끌려가다시피 할 뿐. 그런데도 그다지 기분이 나쁘지 않고 오히려 약간 행복하다는듯한 느낌이 드는 것은 왜인지는 도무지 알 수가 없었다.


결계.

낯선 존재와의 전쟁에 패배한 인간을 에봇산 지하에 가둬두고 있다는 뚫을 수 없는 경계선. 

당연하지만 인간 어른들은 그 곳에 다가가기는커녕 그 근방을 지나가는 것조차 두려워할 정도였다. 그들의 자식과 후손들에게도 이 '결계'라는 곳에 대한 공포는 대대로 이어져왔고, 결계가 있는 곳에 다가가는 인간은 아무도 없었다.

예외가 있다면 그건 아마 비정상적으로 혈기가 넘치는 사람이나, 혹은 철딱서니가 아주 제대로 덜 든 꼬맹이들일 것이다. 그리고 지금 그 곳으로 열심히 달려가고 있는 두 아이는 불행히도 후자의 경우에 더 가까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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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라'와 '프리스크'.

두 아이는 부모가 없었다.

그나마 붙은 이름도 이들을 불쌍히 여겨 주워온 누군가가 자기 옆에 놓인 책들의 제목에서 아무렇게나 따왔다고 한다. 

그 '누군가'는 인간 중에서 유별나게도 마법실력은 수준급이였다고 전해지지만, 작명센스는 한없이 최악에 가까웠었나 보다.


뭐가 어떻게 되었든 간에 두 아이는 같은 집에서 자랐다.

둘을 모두 주워온 '누군가'라는 사람의 낡은 오두막집 지붕 아래서 몇 년을 같이 지냈다.

그 '누군가'가 어느날 갑자기 자신의 집에서 사라지기 전까지는 자기들을 주워온 사람이 친부모라고, 그리고 서로가 혈연관계라고 믿고 자랐다.


물론 부모라고 생각해왔던 사람이 사라지고 나서도 그다지 변한 건 없었다. 산 지하에 갇혀 사는 인간들은 두 아이가 처음에 세상 밖으로 나왔을 때부터 가난하고 위태롭게 살았다. 자기들의 보호자가 사라졌을 때도 잠시 혼란에 빠졌을 뿐이지, 그들은 곧 '늘 이랬지'라는 사실을 떠올리고 현실에 아주 순조롭게 적응해나갈 수 있었다.


그리고, 둘이 이 지하세계에 사는 그 누구보다도 더 끈끈하게 맺어진 관계를 지닌 아이들이라는 것도 전혀 변하지 않을 사실이였다.


...그래선지 지금 '결계'라고 크게 쓰여진 표지판을 향해 억지로 끌려가다시피하는 프리스크의 불안감이 훨씬 더 커지고 있는지도 모르겠지만. 그걸 아는건지 모르는건지, 차라는 자신만만한 표정으로 어딘가 심상치 않아 보이는 아우라를 내뿜고 있는 어둑어둑한 숲 속으로 성큼성큼 걸음을 옮긴다.


"자...다 왔어!"


2~30분 가량을 끌려온 덕에 탈진하기 일보직전인 프리스크의 손을 마침내 놓으며 차라가 뿌듯한 어조로 소리친다.

잠시 숨을 돌리던 프리스크의 시선은 숲 앞에 쭉 늘어서있던 표지판에 가서 멎었다. 동시에 프리스크의 몸은 그자리에 얼어붙어버렸다.

'결계' '출입금지' '돌아가시오' 라는 한 글자 한 글자가 전부 충분히 위압적인 데다가, 죄다 시뻘건 색으로 칠해져있어서 어딘가 모르게 으스스했다. 한 때는 잎이 울창히 달렸다가 이제는 완전히 바짝 말라죽어버린 나무들이 쭉 늘어서있는 표지판들 뒤의 광경도 충분히 공포스러웠다. 왠지 표지판을 넘어서 갔다간 돌이킬 수 없는 일을 겪게 되는 게 아닐까...? 라는 막연한 공포감이 가슴 속을 가득 채웠다.


"우와! 이 정도인줄은 정말 몰랐는데!"라고 연신 감탄사를 내뱉으며 숲을 휘휘 둘러보던 차라가 문득 동작을 멈췄다. 

별 이유는 없고, 냉장고 안에라도 갇힌듯이 완벽한 부동자세로 얼어붙어있는 프리스크의 상태를 뒤늦게 깨달았기 때문이였다.


"...헷, 프리스크."


차라는 한번 피식 웃더니, 무언가 재밌어서 참을 수가 없다는 듯한 오묘한 표정을 지은 채 프리스크의 옆에 웅크리고 앉았다.


"프-리스크-? 내 말 들리지?"


차라는 일부러 '프리스크'라는 이름에 대충 알고있는 리듬을 갖다붙이면서, 여전히 얼어붙어 있는 친구의 귀 옆에 손가락을 딱딱거렸다. 

그제서야 프리스크는 조금 정신을 차린 듯 했다. 온 몸의 핏기가 하늘로 증발한 것마냥 얼굴이 완전히 새하얗게 질려있는 점만 뺀다면 뭐, 평소의 말수 적은 프리스크랑 별로 다를 바가 없었다.


"음..."


차라는 슬쩍 프리스크가 방금까지 바라보고 있는 쪽을 흘겨보았다. 

쓸데없이 위압감만 주는 온갖 경고표지판들과 말라죽어 있는 나무들이 눈에 들어오자, 차라는 이제 뭘 좀 알겠다는듯이 씩 미소를 지으며 다시 한번 손가락을 프리스크의 눈앞에서 딱딱거렸다.


"좋아, 프리스크."


차라는 여전히 두려움을 떨쳐내지 못한듯한 친구의 어깨를 부드럽게 쓰다듬으며 천천히 말을 시작했다.


"우린 친구고...또 가족 맞지?"


프리스크는 잠시 의아한듯한 표정을 지었지만, 이내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옆에...푸핫, 이거 진짜 오글거리네...음, 음. 옆에 있지?"


무언가 좀 무게를 잡으려는듯한 투로 말하려다가 결국 중간에 웃음이 터져버리긴 했지만, 어떻게 되었든 차라는 다음 질문을 던지는 데까지 성공했다. 차라의 삑사리(?) 덕에 조금 긴장이 풀린건지 이번에는 프리스크가 조금 더 열심히 끄덕거리는 모습이 보였다.

차라는 씩 미소를 지으며-여전히 무게는 있는대로 다 잡은채로-말을 이었다.


"그럼 충분하잖아?...푸...푸훗...."


차라와 프리스크는 잠시 서로를 쳐다보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둘의 표정이 무언가를 꾹 참고 있는듯이 기묘하게 일그러지더니, 결국 둘은 터져나오는 웃음을 참지 못하고 함께 땅바닥에 나뒹굴고 말았다.


한참을 배가 터져라 웃어대면서 데굴데굴 굴러다닌 후에야, 차라는 여전히 웃음이 가시질 않는다는 듯한 표정으로 불쑥 일어섰다.


"좋아! 이젠 좀 즐겁지 않아?"


몇분동안을 쉬지도 않고 숨넘어갈듯이 웃어댄 덕에 간신히 숨을 돌리던 프리스크에게도 더이상의 망설임이라던가, 무서움은 보이지 않았다. 차라가 내민 손을 프리스크는 기꺼이 꼭 붙잡고, 힘차게 일어섰다.


"오케이, 이젠 가보자고, 파트너!"


차라는 방금까지의 웃음과는 확연히 다른 환한 미소를 지으며 그렇게 소리쳤다.

자신은 이젠 일방적으로 끌려가는 프리스크 대신, 진정한 신뢰감으로 인한 용기...

...그리고 의지로 가득찬, 차라가 항상 보고싶어하는 그 모습을 한 프리스크의 손을 잡고 있었다.

너무 용기가 넘쳐서 탈이라는 자신에게도 어딘가 무섭게 보였던 숲이였지만, 프리스크가 자신감을 회복한 덕인지 이젠 전혀 무서워보이지 않았다.


의기양양한 걸음걸이로 숲을 향해 나아가는 두 어린아이.

죽음의 기운만이 주변에서 흘러내리고 있는 거대한 숲 너머에서, 어딘가가 불안정하게 일렁거리고 있는 거대하고 넓은, 끝이 보이지 않는 구조물 하나가 신이 난 두 아이를 조용하게 내려다보고 있었다는 점만 제외하면...

정말 행복한 하루였을 것이다.


그래, 

그 점만 제외한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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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AU도전이였다.

ㄴㅁ위키라던가 그런 데 좀 올라가거나 언갤에서 AU언급되면 나도 좀 끼여보자...했는데 왠지 쓰고나니 허접한 것 같다 얘들아.

노오오력손의 AU였다, 이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