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은 흘러간다.

모두가 변해간다.

하지만 여긴 아니야..


어두워.

너무나 어두워.


내 그림자마저 보이지도 않는 어둠 속.

난 이곳에 있다. 


'괴물이 의지를 가질 수 있을까?'

우연히 책을 읽다 생긴, 이 사소한 호기심이 나를 이 어둠 속으로 몰아넣었다.

아니. 그런 호기심을 가진 내가 스스로 어둠 속으로 들어간 게 아닐까.


"가스터! 거기서 나와요! 당장!"


그것이 내가 살던 세계에서 들은 마지막 목소리였다.


괴물에게 의지를 가지게 하는 실험. 

작은 호기심은 점점 커져, 연구비를 빼돌려가면서까지 비밀리에 하게 된 일이다.

괴물의 몸으론 의지를 버텨낼 수 없다는 사실을 알기에, 그 누구에게도 피실험자가 되어 달라고 부탁할 수도 없었다. 

하지만 연구는 멈출 수 없었다.

그리고 연구 끝에 의지를 추출해 내는 데에 성공했고, 나 스스로가 피실험자가 됨으로써 연구를 계속해나갔다.

그렇게 추출해 낸 의지를 내 몸에 주입했고,


그리고 동시에 알 수 없는 현상이 벌어졌다.


내 눈앞에 순식간에 수십가지의 시간선의 세계가 보였다.

알 수 없는, 하지만 익숙한 모습의 괴물들이 내 눈에 비쳐졌다. 

그리고 점점 내 몸은 녹아내리기 시작했다.


"으아아악! 몸이, 몸이!"


격렬한 고통과 함께 몸이 녹아내렸고, 의식이 멀어지는 지 눈 앞이 점점 검은색으로 물들어갔다.

그렇게 검은색으로 물들어가는 시야 속, 실험실 문을 열고 들어온 내 아들 샌즈가 보였다.


"바, 박사님?"


"새, ????♋■⬧.."


이제 내 목소리마저 변해가는 건가..


"이게 무슨 일이에요?! 가스터! 거기서 나와요! 당장!"


녀석.. 끝까지 아빠라고 부르지 않는구나..


그리고 난 정신을 잃었고, 눈을 떴을 때는 모든 것이 보이지 않는 어둠 속이었다. 다만 오직 녹아내리다 만 내 모습만이 또렷이 보이는 신기한 곳이었다.


"✋⬧ ♋■⍓♌□♎⍓ ♒♏❒♏?"


그리고 내가 내뱉는 모든 말은 기괴한 목소리의 언어가 됐다.


무서웠다.

공포에 질려 이곳저곳을 뛰어다니기도, 노래를 불러보기도, 소리를 질러보기도 했다.

하지만 나의 기괴한 목소리와 끝없는 어둠만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모든 것을 포기하고 주저앉은 나는, 잠시 나의 모습을 확인했다. 과학자의 습관이랄까, 새로운 게 있으면 확인해봐야 직성이 풀리기 때문이었다. 

얼굴을 볼 수는 없지만, 반쯤 녹아버린 내 손발, 어째서인지 나의 팔은 없어져버렸다. 손에 구멍도 생겼다.

헛웃음이 나왔다. 의지를 버틸 수 없다더니, 이런 모양이 될 줄이야...

절망하고 있던 그때, 이왕 나 혼자 남게 돼버렸는데, 이런저런 짓들을 해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평소 같았으면 드러누워서 그저 죽기만을 바랐을 지도 모르는 성격의 나였지만, 의지가 주입됐기 때문일까, 뭔가 달라진 것 같았다.

 

그렇게 어둠 속에서 이런저런 짓들을 하다보니 많은 것을 알게 됐다.

의지를 가졌기 때문에 이런 아무것도 없는 곳에서도 뭔가를 시도하게 된다는 것.

의지를 가졌기 때문에 뭔가 새로운 것을 만들 수 있다는 것.

그리고 시간선을 드나들 수 있다는 것.


나는 그때부터 어둠 속을 벗어나 여러 시간선들을 드나들기 시작했다.

하지만 볼 수는 있었지만, 보일 수는 없었다. 만질 수도, 만져질 수도 없었다.

마치 유령이 된 것만 같았다.


시간선들은 끝이 없었다. 볼 때마다 새로웠다.

그러다 내가 있던 시간선에서, 새로운 왕실 과학자가 나의 실험일지를 읽고는 나와 같은 실험을 다른 괴물들을 상대로 하는 모습을 보았다.

막고 싶었다. 마음 같아서는 얼굴에 주먹을 먹여주고 싶었다.

이 실험의 고통을, 위험성을 알기에. 그리고 그 위험한 실험을 다른 괴물들에게 한다는 게 얼마나 미친 짓인이 알기에.

하지만 소용 없었다.

아무도 내 모습을 볼 수도, 내 외침을 들을 수 없겠다는 생각에 나는 의지를 잃었다.

'의지를 잃을 수도 있구나' 라는 새로운 깨달음보다는, 그런 실험을 하면서 실험일지를 남겼던 내가 원망스러웠다. 그리고 그런 실험을 받게 될 괴물들에게 사죄하고 싶었다.

고통. 비참함. 좌절감. 모든 감정 속과 함께 어둠 속에서 고통스러워 하던 때, 이 어둠 속의 문을 열고 누군가가 나를 찾아왔다.


이 어둠 속에? 어떻게? 내가 여기 있는 지는 어떻게 알고? 대체 누가?

갖가지 의문들이 머릿 속을 돌고 있던 흉한 모습의 나에게, 작은 꼬마아이는 무서워하는 기색 없이 다가와 말을 걸었다.


"누구세요? 이런 어두운 방에서 뭐하시고 계셨던 거예요? 무섭지 않으세요?"


예상치도 못한 따뜻한 목소리.

꼬마아이는 나의 대답을 기다리고 있었다.


"✋.."


말을 잇지 못했다.

이런 흉한 목소리를 들으면 나를 무서워하겠지?


"아저씨? 이런 곳에 있지 말고 저랑 같이 나가요. 밖에 재밌는 친구들이 얼마나 많은데요!"


꼬마는 나에게 더 다가와 나의 옷자락을 잡으려고 손을 뻗었다.


나는 다급히 다른 시간선으로 도망쳤다, 놀란 표정을 하는 상냥한 꼬마의 얼굴을 뒤로한 채.


꼬마야.

아저씨는 네가 있는 시간선에서 지은 죄가 너무나 크단다.

아저씨는 벌을 받고 있던 거야.

아저씨는 그 어둠 밖으로 나갈 자격이 없단다.


하지만 꼬마야.

만일 다음에 나를 찾게 되거든, 나의 연구일지를 가지고 와주지 않겠니?

다시는 그런 끔찍한 일이 벌어지지 않으면 좋겠구나.

이미 벌어진 일이지만, 아직 늦지는 않았단다.


그리고 꼬마야.

가능하다면 그 실험의 피실험자들과 함께 와주지 않겠니?

다리는 이제 없지만, 그런 끔찍한 일을 당한 괴물들에게 진심으로 사죄를 하고 싶구나.


마지막으로 꼬마야.

나의 사랑스러운 두 아들, 파피루스와 샌즈와 함께 와주지 않겠니?

나는 속죄를 위해 이 어둠 밖으로 나갈 수 없겠지만, 내 아들들만은 이 어둠 속을 뚫고 나가서 직접 보고 싶구나.

이미 없어진 두 팔로 내 아들들을 안아주고 싶구나.


부탁이란다, 꼬마야.

다시는 나를 찾지 않아줬으면 한단다.

만일 나를 찾게 된다면, 염치없는 나의 부탁을 들어줬으면 한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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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우, 보통 소재 떠오르면 하루는 머릿속으로 가다듬고 써야하는데, 대회 참가한다고 무리하게 쓴 것 같다. 의식의 흐름이 보인다.

그리고 내가 이 글을 씀과 동시에 한화가 동점을 허용했다. ㅈ같다.

아직 시간이 10분 정도 남았지만, 더 생각한다고 더 좋은 글이 나올 것 같지는 않다. 결국 똥글만 쓰고 가겠구나ㅠ

그래도 글 봐준 갤러들 모두 고맙다.

그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