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스크 패러블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7.5 18 19 20 21 특별편 22 23 24 25 26 27 27.5 28 29 30 31 32 33 34 ]
너는 찻잔에 담긴 보랏빛 차를 모두 마셨다. 차라고 하기보단 주스라고 부르는 게 더 적절한 맛이었다. 너는 이 차의 진짜 재료를 물어보고 싶었지만, 머펫은 그저 너를 보며 웃으며 차를 마실 뿐이었다. 한 손으로는 차를 마시고 다른 손으로는 크로와상을 야금야금 씹어먹고 있었다. 그리고 또다른 손으론 너의 찻잔에 다시 보랏빛 차를 따라주고 있었다. 거미들이 책상 위로 올라와서 너가 먹을 도넛과 크로와상을 가져왔다. 너는 조심스레 도넛을 집어 들어서 한입 베어 물었다. 평범한 도넛 맛이었다.
도넛을 먹고 나서 차를 마셨는데, 그제서야 넌 그 차를 왜 주스라 하지 않는지 알 수 있었다. 보통 단 걸 잔뜩 먹고 나서 단 주스를 마시면, 맛있다기보단 찝찝하단 느낌이 든다. 하지만, 이 보랏빛 차는 전혀 그렇지 않았다. 달콤한 맛은 그대로였으나, 차에서 나오는 은은한 향이 감돌아서 도넛의 달달한 동시에 퍽퍽한 느낌을 지워줬다. 결론은, 맛있었다. 너는 거미 도넛 하나를 다 먹고, 또 차 한 잔을 다 마셨다. 원래 차는 이렇게 빨리 마시는 게 아닐 테지만 어쩌겠는가. 맛있으면 빨리 먹게 되는 게 이치다.
"자기, 이쁘게 하고 먹어야지. 입에 도넛이 묻었잖아. 내가 닦아줄게."
너는 깜짝 놀라서 입가를 닦아내려고 했지만, 머펫이 그러지 말라며 손을 내저었다. 머펫이 직접 닦아주고 싶은 것 같았다. 결국 너는 민망함을 무릅 쓰고 가만히 있었다. 그런데, 또 머펫이 '아후후' 하고 웃었다. 너는 고개를 들어서 머펫의 미소를 쳐다봤다. 또 무슨 장난을 칠지 고민 중인 것 같았다. 머펫이 한 손을 허공을 향해 까딱까딱 거렸다. 아마 어느 거미한테 한 것이지 않았을까 싶다. 그러자, 거미 떼들이 너의 어깨를 타고 올라와 너의 입 주변으로 모여들었다. 너는 간지러운 느낌에 실실 웃기 시작했다.
"헤헤, 에헤헷, 간지러워요!"
"……?"
머펫의 표정이 살짝 어리둥절하단 표정으로 바뀌었다. 너의 얼굴로 모여들었던 거미 떼들은 왔던 것처럼 너의 어깨와 등을 타고 다시 내려갔다. 너의 입 주변은 이제 아무것도 없이 말끔했다. 너는 살짝 예의 없다고 생각하면서도 찻잔을 두 손으로 들고 머펫에게 내밀며 말했다.
"차 좀 더 주실 수 있어요?"
머펫은 너의 그런 모습을 보고 한 순간 벙쪄 있다가, 다시 웃었다.
"아후후, 신기하네. 보통 괴물들은 자기 입 주변으로 거미 떼가 몰려들면 질색을 하는데 말이야. 굳이 입 주변이 아니라고 해도 질색을 한다구. 근데 자기는 안 그러네? 그렇게 거미가 좋아?"
"여기 거미들은 귀여운 걸요. 춤도 추고, 과자도 갖다 주고, 차도 주고요. 그리고 자기 위에 앉아달라고도 하잖아요!"
너의 어깨나 팔 위에 몇 마리 남아 있던 거미들이 너의 말에 맞추어 들썩거렸다. 머핀 거미는 너의 말을 알아들었다는 듯, 기분 좋은 듯한 날카로운 소리를 내질렀다. 너는 손으로 너가 앉고 있는 머핀 거미의 등을 토닥거렸다. 머펫은 여러 개의 눈을 크게 뜨고 놀랍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번갈아 깜빡이며 차분한 표정으로 다시 돌아왔다. 머펫은 그저 아후후, 하고 얇고 가는 웃음 소리를 낼 뿐이었다. 머펫은 너에게 차를 한 잔 더 따라주었다. 차를 한 잔 더 따라주자마자, 너는 그 차를 한 모금 마셨다. 질리지 않는 맛이었다.
"신기하네. 난 보통 우릴 보면서 놀라는 괴물들에게 장난치는 게 재밌었거든. 그런데, 자기처럼 마냥 실실 웃는 인간도 꽤 재밌는 것 같아."
너는 머펫이 널 인간이라고 지칭한 것 때문에 순간 움찔했다. 역시 알아볼 괴물은 알아보는구나 싶었다. 하지만, 머펫은 그저 여러 눈을 깜빡이며 차를 마시고 있을 뿐이었다. 너도 차를 한 모금 마셨다. 뒤에서 거미들이 모여서 걸어오는 소리가 들렸다. 너는 찻잔을 입에 문 채로 뒤를 돌아봤다. 거미들이 한 줄로 뭔가를 들고 오고 있었다.
좀 더 가까이 그 거미들이 오자 들고 온 물건이 뭔지 알 수 있었다. 너가 가지고 있던 나뭇가지였다. 언제부터 놓고 있었는지 알 수가 없던 물건이었다. 메타톤이 널 떨어뜨릴 때? 아니면 요리 세트장에 놓고 왔었나? 연구소에서 이걸 들고 있긴 했나? 너는 나뭇가지 따위를 필요하다고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에 애초에 신경도 쓰지 않고 있었다.
"이거, 자기 거잖아. 그치? 인간이 핫랜드를 지나서 코어까지 가려면 위험해. 자기 방어 수단 정도야 있어야 좋을 거야."
"필요 없어요. 전 싸우지 않을 거예요."
"아후후, 꼬마 아가씨답네. 하지만, 그래도 가지고 가. 세상 일은 너가 원하는 대로 되지만은 않아~."
거미들이 줄을 지어 너의 앞에 서더니 나뭇가지를 들고 춤을 추고 있었다. 빨리 나뭇가지를 집으라는 뜻인 것 같았다. 너는 왠지 이상한 기분이 들었지만, 일단 나뭇가지를 들었다. 나뭇가지를 들고 왔던 거미들이 이리저리 흩어졌고, 몇 마리는 너의 어깨나 머리 위에서 놀고 있었다. 너는 보랏빛 차를 모두 다 마시고 나서, 나뭇가지를 든 채로 머펫을 쳐다봤다. 그리고 물어봤다.
"왜 저한테 그런 충고를 해주시는 거예요? 제가 괴물을 다치게 하는 걸 원하시는 건 아니잖아요."
"아후후, 물론이지. 하지만, 괴물들이 모두 착할 거라고 생각하는 건 위험해. 아니, 그런 건 착하거나 나쁜 것으로 나눌 수가 없어. 자기는, 내가 폐허의 거미들을 구하기 위해 사이다와 과자를 강매하는 게 나쁜 짓 같아 착한 짓 같아?"
"어, 나쁜 짓 아닌가요?"
"그렇게 하지 않으면 거미들을 구할 수가 없다고 하면?"
"어……."
"아후후, 이상한 질문을 해서 미안해. 내 말은, 괴물들이 착하지 않다는 게 아니야. 그냥 어쩔 수 없는 경우가 있다는 뜻이야. 그럴 땐 착하고 나쁘고의 문제가 아니게 돼."
너는 머펫이 하는 말의 의도를 잠깐 이해하지 못 했다. 그저 나뭇가지를 두 손에 꼭 말아 쥐고 만지작거릴 뿐이었다. 머펫은 그저 다시 웃을 뿐이었다. 머펫이 너가 인간인 걸 알았다면, 너를 죽여서 영혼을 취할 수 있다는 것도 알 수 있을 것이었다. 거미를 구하는 게 우선이라고 해도, 눈 앞에 있는 인간을 놓치고 싶은 괴물은 아닐 것 같았다. 하지만, 널 위해 충고해주고 있었다.
"그래도, 일단 언니는 착해요."
"아후후, 고마워 자기~."
머펫은 찻잔을 내려놓고 두 손으로 박수를 두 번 쳤다. 거미들이 일제히 너에게 모여들었다. 머핀 거미가 앉아 있다가 일어섰다. 너는 깜짝 놀라서 머핀 거미의 등을 꽉 잡았다. 머핀 거미와 다른 작은 거미들이 수많은 다리들을 들썩이며 움직였다. 머펫은 원래 있던 자리에 가만히 있었다. 그저 그 모습을 보면서 한 손으로 입을 가리며 '아후후' 하고 웃을 뿐이었다. 매력적이었다.
넌 머펫이 너를 보내주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 너는 웃으면서 머펫에게 손을 흔들며 인사하려고 했다. 잘 있어요. 다음에 또 올 게요. 차 맛있었어요. 이렇게 말하려고 했다. 하지만, 머펫이 웃으면서 너를 보내주는 그 장면이 뭔가 너의 마음 한구석을 찔렀다. 머펫의 저 웃음은, 정말로 웃음이었을까? 머펫이 널 잡아서 영혼을 취하면, 폐허의 거미들을 꺼낼 수 있을 정도의 돈을 벌 수 있지 않았을까? 머펫은 그걸 모르고 있을까? 샌즈의 웃음이 겹쳐 보였다. 진실을 숨기는 웃음.
결국 넌 머펫이, 너가 생각하는 것보다도 훨씬 힘든 결정을 하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 머펫은 거미 대신 널 구했다. 물론, 머펫이 널 죽인다고 죽는 게 아니다. 어차피, 넌 다시 살아나니까. 하지만, 그런 사실은 중요하지 않았다.
너는 움직이는 머핀 거미의 등 위에서 똑바로 서서 머펫에게 외쳤다.
"전, 괴물들을 모두 구해줄 거예요! 거미도요!"
무슨 근거로 그런 말을 하는 거야, 라고 너 스스로에게 묻고 있었다. 하지만, 머펫은 다시 웃으면서 너에게 손짓했다. 너는 그것으로 충분했다. 거미들은 더욱 춤을 빠르게 추면서 너를 땅 위로 데려가는 발걸음을 이어갔다. 마침내 거미줄이 끝나고, 거미들이 멈춰섰다. 너는 머핀 거미의 등 위에서 뛰어내렸다. 머핀 거미가 너를 보면서 고개를 쳐들고 날카로운 소리를 냈다. 잘가, 라는 의미로 해석하면 될 것 같았다. 너도 머핀 거미와 작은 거미떼들에게 손을 흔들며 인사했다. 거미들도 똑같이 하며 뒤로 거미줄을 타며 사라졌다. 동시에, 너의 영혼의 색깔이 보라색에서 붉은색으로 바뀌었다.
'다음은 어디지?'
조금만 더 앞으로 가면 코어일 거야. 그 거대한 기계 건물 말이야. 아마 메타톤도 너가 거기로 가길 바라고 있을 거야..
'응, 가자.'
너를 순순히 보내주는 머펫을 돌아봤다. 너는 목도리를 두른 괴물 쥐의 말을 떠올렸다. 지하실에서 음산한 기운을 내뿜는 기계에 기대어 너에게 말을 걸었던 샌즈를 생각했다. 너를 창으로 찌른 것에 대해 죄책감을 느낀 언다인을 기억했다. 너를 아무런 의심 없이 친구로 삼아주는 파피루스를 새겼다.
'이런 정도라면, 단지 나 혼자 집으로 돌아가는 게 문제가 아냐.'
너는 머펫이 돌려준 나뭇가지를 오른손에 움켜쥐고 건물 바깥으로 나서기 시작했다. 이쪽으로 가는 게 아마 코어겠지.
머펫 나왔다.
착한 거미 머페시 굳굳 - DCW
크으 머펫님
갓문학엔 개추를
언갤에서 연재물은 많았지만 이것만큼 머펫의 대한 내용이 잘 나온건 드문거같다. 기억나는건 어바웃 차라 밖에 없네
인간을 죽여서 거미들을 위한 돈을 얻을지 거미들을 아껴주고 좋아해주는 인간을 보내줄지 고민 많이 했을거같다 존나 잘봤음
머펫 겁나 자상하네. 근데 왠지 진짜 저럴것같음
머페시 너뮤너무 착해서 좋은거시야..... - dc App
잘 읽었어 머펫이 기품있고 어른스러워서 좋다. 프리스크도 괴물들 사정을 접하면서 점점 철이 드는? 성장하는 것 같네
머펫까지 이렇게 나오면 샌즈 걍 찐따행..
머페시 ㅠㅠ 좋아용 오홍홍
점점 샌즈가 나쁜 새끼로만 보인다...
이래서 머페시가 최고시다
크으으으.... 머펫 너무 멋지다 ㅠㅠ 프리스크도 !! 진짜 모두 행복했으면 좋겠다 ㅠㅠ
이런 의미부여까지...
머페시 진짜 어른스럽네 소녀가장ㅠㅠ
머-페시 애껴요...
여기 머펫 참고해서 설정글 써도되냐
뭘 참고한다는 건진 모르겠지만 니맴대로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