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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 창문 너머로 비친 황혼이 엷게 홀 내에 깔렸다.
그 빛 덕분에 홀 내는 아늑한 느낌을 주기도 했지만 반대로그 황혼이 비춘 그림자 때문인지 섬뜩한 느낌도 들었다.
공기마저 침묵한 듯이 무거운 홀 내의 분위기 안에서 기둥을 제외하면 오직 두 개의 그림자 만이 존재할 뿐이였다.
한 그림자는 서있었다, 한 그림자는 쓰러져있었다.
한 그림자는 승리했다, 한 그림자는 패배하고 말았다.
서 있는 그림자의 주인은 아직도 시뻘건 핏물이 날을 타고 흐르는 식칼을 굳게 쥐고 있다가 발을 돌려 샌즈쪽으로 걸어가기 시작했다.
마침내 샌즈의 시체 앞에 서자 이젠 움직이지 않는 사체에게서 하얀가루가 서서히 날리는 것을 보았다.
그리고 그 때가 되면 참을 수 없다는 듯이 크게 웃음을 터트리기 시작했다.
귀가 아플정도로 높고, 머리가 아찔해질 정도로 광기가 넘치는 웃음이 홀 내를 부딪히며 울려퍼지고 있었다.
그러다가 마치 누군가 잘라 낸 것 처럼 뚝 하고 웃음소리가 끊겼다.
" 샌즈, 샌즈 뭐하는거야. 나를 막아야하는 것 아니였어 ? "
그녀는 대답이 없는 사체를 향해 식칼을 높게 쳐들고선 그대로 내려찍었다.
마치 사체는 그것에 답해주듯이 깊게 찔릴 때마다 움찔 하고 경련했다.
그 사실이 너무 즐거운 듯이 그녀는 그녀 자신도 눈치채지 못한 웃음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 끔찍한 시간을 보내게 해주겠다며, 세계를 구한다며. 하하!! 일어나 샌즈, 이대로 끝이야? 허무하게? 아앙??? "
방금 전까지는 한 대도 맞추지 못할 것 같았던 녀석이 이제는 너무 손쉽게 순두부를 찌르듯 푸욱 들어가는 칼날의 감촉에 소름이 끼쳐 부르르 떨었다.
그러나 이것 또한 그녀에게는 유희로 자리잡았는지, 박힌 식칼을 뽑아 다시 찔렀다.
찌르고, 베고, 휘두르고 마구잡이로 이미 숨을 거둔 시체를 향해 그녀 조차도 세는 걸 포기할 만큼 휘둘렀고 또 휘둘렀다.
숨이 턱 끝까지 차오를 정도로 칼을 휘두르고 나면 그 시체 주변에는 피 웅덩이라고는 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양의 출혈이 있었다.
그래, 마치 비유하자면 어린 아이가 붉은 물감이 가득 든 양동이를 이리 저리 휘두르고 다니며 그린 그림과 같은 느낌이였다.
자연스러운, 하지만 일관성 없음은 물론이고 광기까지 느껴지는 그 그림은
소녀조차도 피할 수 없다는 듯이 피로 적셔진 머리카락 끝에서 핏방울이 똑똑 떨어지고 있었다.
그러나 그것조차도 소녀에게 끝은 아니였다, 잠깐의 숨을 고르고 나면 샌즈가 사라질 때 까지 이 그림그리기를 계속할 생각으로 가득해보였다.
그 때 저벅, 하고서 발 걸음소리가 들려왔다.
이 주체못할 기분좋은 시간을 방해받았다는 사실이 너무나도 불쾌해 그녀는 고개를 들어 발자국 소리가 나 있는 방향을 쳐다보았다.
그 곳엔 정장을 차려입은 괴물이 하나 있었다, 그 괴물은 이 광경을 보고서도 아무 말도 못한 채 그저 서있기만 할 뿐이였다.
가엾은 괴물, 공포에 몸이 제대로 움직이지 않는 것인지. 아니라면 이성이 날아가 움직일 수 없는 것인지.
그 둘 중 무엇때문인지는 몰라도 그녀는 빨리 그 괴물을 처치하고 샌즈와 좀 더 놀고 싶은 마음으로 가득했다.
비틀 거리며 일어나 피범벅이 된 몸을 이끌고 그녀는 천천히 그 괴물을 향해 다가갔다, 그리고 그러자 그 괴물도 발걸음을 옮겼다.
그러나 그 방향은 도망치는 방향이 아니라 그녀가 있던 쪽을 향한 걸음 걸이였다.
정신이 마비되어 제대로 된 판단을 할 수 없는 모양이지, 라고 그녀는 생각하며 조소를 흘렸다.
그리고 어느정도 거리에 다다르면 몸을 날려 칼을 내뻗어 괴물을 베었다.
샌즈를 죽이고 난 후라 그런지 몸도 힘도 전과는 차이가 있는 듯이 보였다.
더 가볍고 더 강해졌다, 그러나 거짓말 같게도 그녀가 내 지른 식칼의 감각은 괴물을 베지 못했다고 말해주고 있었다.
당황스러운 탓에, 몸을 돌려 그 괴물을 보면 어느 새 샌즈의 시체 바로 앞까지 도착해 있었다.
한 참을 침묵으로 일관하던 괴물은 천천히 한 쪽 무릎을 꿇었다, 그리고 그 손을 부드럽게 샌즈를 향해 가져다 댔다.
그러자, 마치 폭발하듯이 터져나오는 불기둥이 홀 내도 좁다는 듯이 천장을 뚫을 기세로 치솟기 시작했다.
작열하는 불기둥은 떨어져있는 그녀 조차도 양 손을 들어 얼굴을 막았고, 눈 조차도 뜨기 힘든 열기를 내뿜고 있었다.
간신히 그 기둥이 사그라들면 샌즈가 있었던 곳에는 부드러워 보이는 하얀 가루가 쌓여 있을 뿐이였고
그녀가 그렸던 그림들은 전부 증발 해 여기저기 밋밋하게 남아있는 걸 제외하면 전부 사라져 버렸다.
그 괴물은 그제서야 천천히 입을 열었다.
" ......마을이 너무 조용해서 말입니다, 잠깐 나가봤습니다. "
그 괴물은 자신의 안경을 벗더니 양복 바지 주머니에서 세련된 안경닦이를 꺼내 천천히 닦으며 말을 이어갔다.
" 마치 죽음이 휩쓸고 간 것 같던 모습이더군요 "
후우, 하고 안경에 입김을 불고 다시 한번 닦으며 말했다.
" 스노우딘 뿐만이 아니였습니다, 폭포, 핫 랜드, 코어 전부, 전부가. 왜 그랬나 싶더니...... "
그 괴물은 마치 만년필을 꽂듯이 와이셔츠 앞 주머니에 안경을 살포시 걸쳐놓았다.
그리고, 타오르는 몸을 가진 분노를 가득 담은 눈길로 그녀를 쳐다보며 말했다.
" 이제야 그 이유를 알 것 같군요 "
다시 한번 그 괴물을 중심으로 작열하는 불길이 주변을 태우며 치솟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방금은 누군가를 위한 불길이였지만 지금 그녀가 느끼기에는 누군가를 죽이기 위한 불꽃이라고 생각 될 정도였다.
거리가 꽤 되어있었지만 풍압 만으로도 양 손으로 바람을 막고, 두 다리로 버티고 있던 그녀를 날려보내 바닥에 두어번 뒹굴게 할 정도였다.
튕겨져 나가면서 칼도 그녀의 손에서 떨어져 나갔다. 칼을 주우려고 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엎드려 있음에도 불구하고 밀려나갈 것만 같은 강풍이 그녀를 마구 공격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대리석이 녹아내리는 소리가 그녀에게 들려왔다. 그리고 그녀를 향해 가까워 지는 발 걸음 소리도 들려왔다.
젠장, 젠장 그녀는 그렇게 중얼거리는 것 말고는 할 수 없었다. 그러면 갑자기 목과 콧 속이 타오르듯 아파오기 시작했다.
" 컥...커억...쿨럭... "
말 조차도 제대로 나오지 않는다. 마치 속에서 부터 타오르는 그 고통에 눈물을 흘리며 발버둥 쳐 보려고 했지만
그 열기는 그녀가 눈물을 흘리는 것 조차 거부하는 듯이 빠르게 증발시켜버렸다.
뜨거운 공기를 들어 마시면 고통이 시작되고, 그렇다고 숨을 참자니 결국 더 큰 숨을 들어 마쉬게 되는 악 순환이 그녀를 괴롭혔다.
마치 목을 졸린 듯이 말도 못하고 발버둥 치는 모습을 바라보던 그 괴물은 발걸음을 멈추지 않고 계속해서 천천히 다가오고 있었다.
괴물이 더 가까이 다가오자 이번엔 피부도 붉어지며 일그러지기 시작함과 동시에 익을 듯이 아파오기 시작했다.
발버둥 치면 가열된 대리석에 치이익, 하고 살이 익어나갔고 그 고통에 다시 비명을 지르고 막힌 숨을 터트리고
또 다시 괴로워 하며 몸부림 치는 모습을 그 괴물은 말 없이 바라보다 말했다.
" 당신이 죽인 자들의 고통을 대강 아시겠나요? "
침을 질질 흘리며 목을 부여잡고 노려보는 그녀를 향해 괴물이 말했다.
하지만 그녀는 이 고통을 어떻게 하면 벗어날 수 있을까 란 생각 밖에 들어 있지 않았다.
근처에 떨어진 칼을 주워 도약해 찌르려고 다짐하며 손을 뻗어 칼을 쥐었지만 이내 들려오는 건 고기가 구워지는 소리 뿐이였다.
" 꺄아아악!!! "
식칼을 떨어트리고 손을 부여잡으며 몸부림 치던 그녀의 시야에 열기 때문에 발갛게 달아오른 식칼의 날이 보였다. 무기가 사라졌다.
괴물을 올려다 보았다. 그 괴물은 아직 죽기엔 너무 멀쩡해 보였다.
압도적인 강함
그것 이외에는 생각 할 수 없었다. 이미 온 몸이 군데 군데 화상을 입어 일그러져가는 피부에서 오는 고통도, 이미 죽은 신경들, 그리고 공포 때문에 느낄 수 없게 되었다.
덜덜덜 떨고 있는 그녀의 얼굴을 바라보던 괴물이 나지막히 말했다.
" 그럼 이제 그릴비의 손님을 앗아간 죗 값을 치를 때입니다 "
그릴비는 천천히 다가가 그녀를 안았다, 치이익 하고 고기 굽는 소리와 함께 그녀를 매개로 불길이 치솟기 시작했다.
죽어가는 짐승이 내는 단말마 처럼 비명을 질러대며 고통에게서 도망 치려했지만, 그릴비는 더욱 힘을 줘 그녀가 빠져 나갈 수 없게 했다.
이내 비명소리가 마치 볼륨을 줄이듯 서서히 작아지고, 마침내 멎어도 그릴비는 그녀를 꼬옥 안고 있었다.
결국 완전히 재가 되어서, 부서져 내릴 때쯤 되면 그제서야, 그릴비는 그녀를 놓아주었다.
샌즈를 얹고 간 바람이 상냥하게 다시 한 번 불어와 재를 업고 여행을 시작했다.
그 황혼이 내려 앉은 홀에는 이젠, 기둥을 제외하면 오직 하나의 그림자 만이 서 있을 뿐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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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보니 브금도 짤도 안넣고 글도 찾기 힘들어서 걍 완전판으로 재업함 ㅎㅎ, 귀찮게 재업해서 미안해
창작 문학은 개추야
응. 저래도 로드해서 다시 와.
다시 개추야
차라 가루됨 ㅠㅠ
뜨거운거 표현보소 ㅈ간지
그릴비 머싯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