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디언의 미신에 관하여

그리고 지금껏 잊고 살았던 오랜 만남을 예견해준 놀라운 이 징조에 관하여

오월부터 변경된 토익시험 때문에 골치를 앓고 있는 대학 졸업반인 J는 웹툰 작가다

J의 부모님은 금슬이 좋은 데다 여행을 즐기시기에 J는 부모님이 여행을 가셔서 집이 빌 때마다

며칠부터 며칠까지 집이 비었으니 칫솔이랑 속옷을 챙겨서 놀러오라는 식 이었다

이번엔 그 연락을 받은 게 화요일이었던가 수요일이었던가 했었다

나는 외출할 적 칫솔은 까먹고 속옷과 충전기만을 챙겼기에 J네 집에 도착해서야 뒤늦게 칫솔을 빠뜨린 걸 깨달았고

우리 집에도 이미 손님용 칫솔을 잔뜩 구비하고 있었음에도 내 돈을 들여 굳이 칫솔을 하나 더 사야만 했다

그냥 하루 이틀 양치질 안하는게 뭐 어떠냐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늙어서 그런가 난 양치를 하루라도 거르면 입에서 썩은 내가 나는 아재가 다 되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

그러고 보니 올해 스케일링을 아직 받지 않았다 어차피 그래봤자 냄새 나겠지

암튼 사실 말이 놀러오라 이거지 나나 J나 같은 공간에서 각자 할일을 하는 정도일 뿐이다

흡사 가족이나 형제 혹은 룸메이트에 가까울 정도로 그저 같이 시간을 보내기 위한 이러한 만남은

기가 막히게도 근 삼년간 몇 번 이러한 만남을 나대신 당해본 적이 있는 Y

저런 J의 면모가 아주 짜증난다는 말을 나와 J에게 양심고백하게 된 이래

본래 삼인 구성이었던 만남이 소폭 간소화되어 언젠가부터 나와 J만의 오붓한 모임이 되고 말았다

이전번엔 그랬었다 J는 이따 불닭볶음면 해줄 테니 올 때 슬라이스 치즈랑 옥수수콘을 사오라는 카톡만을 남긴 채

내가 보낸 답장에 한 시간이 넘도록 영 답장을 하지 않았다

암만 내가 출발했다는 답장을 보내어도 J는 영 소식이 없었고 내가 초인종을 눌렀을 때에도 이미 한 시간 반가량을 집에서 홀로 졸고 있던 J

손님인 나를 내버려둔 채 결국 쇼파에 누워 다섯 시간 넘게 자고 말았다

빈틈없는 J의 성격상 아주머니가 날 위해 문을 열어주겠거니 해서 잔 게 뻔했긴 했지만

J네 가정부 아주머니가 아니었으면 난 애초에 집에 들어가지도 못했을 거다

아무튼 이런 식이다 J는 애초에 잠이 아주 많은 놈이라서 나는 별로 낯설지도 않았다

이와 비슷한 경험을 이미 겪은 Y는 자기가 먼젓번 겪었을 적엔 심지어 아주머니도 안계셨다며 화를 엄청 냈다

아무튼 결국 집에 도착한 우린 바닥을 데굴데굴 구르며 마침 무한도전을 시청하던 중이었고

나는 이번 주 방송분량이 웹툰 작가 편인걸 보고 J를 놀렸다

안 그래도 콘티를 안 짰다며 노트를 하나 들고 와 티비를 보는 와중에도 이것저것 끄적이더니

이끼랑 송곳을 그린 작가분이던가 나도 저 작가처럼 엄청난 작품을 그리고 싶다며 내게 말하는 것 이었다

결국 J는 여섯 컷 정도를 그린 후 방송에 몰입하느라 콘티를 완성하지 못하였다

그날 새벽 J는 채색작업을 나는 금요일부터 붙잡고 있던 글을 번역하였다

J는 어딜 가더라도 크로키 북과 연필을 손에서 놓지 않는다

나는 그 날도 J의 그런 모습을 보고 감탄하였었지

부단한 노력은 배신하지 않는 다는 걸 내게 보여준 인간상 중 하나인 J

솔직히 말해 내가 J를 처음 만났던 당시부터도 상당히 그림을 잘 그렸었다

그저 오랫동안 곁에서 지켜본 결과 그 실력이 점차 완성되는 과정엔 항상 J의 노력이 있었다는 점을 나는 너무도 잘 알고 있을 따름이었다

그런 J는 작년 말부터 트위터를 시작한 후로 자신의 그림 실력에 큰 회의감을 느끼고 있었다

타인과 자신을 견주지 않는 사람이며 자괴감이 없는 사람이 세상 어디 있을까

J가 보여준 실력자들의 그림 몇 장만 보더라도 주눅이 드는 게 아무렴 당연할 정도로

그림은 쥐뿔도 모르는 나조차 트위터에 실력자들이 너무 많아 깜짝 놀랐다

그런 J는 한때 자신이 초등학생 때 그렸던 그림이라며 아무에게도 보여주지 않았으니 너만 알라며

이집트 신전에 그려진 벽화처럼 찌부러진 옆모습으로 그려진 그림이 가득 담긴 스프링 노트를 보여주었었다

우린 그 노트를 보며 둘다 엄청나게 박장대소하였고 적어도 당시 J가 내게만 몰래 알려준

자신의 실력의 비결은 그 무엇보다도 내게 특별하게 다가왔다

그런 모두에게 있어서 타인의 진정한 마음에서 우러나온 칭찬은 중요한 양식이 된다

결론만 말하자면 그렇다 이거다 갑자기 왜 결론이지 암튼 중간을 빼먹어도 괜찮다

난 내 칭찬을 들으면서 싫은 척 내심 좋아하는 J의 그 모습이 좋다

그저 J를 만나기 한 이틀 삼일 간 나 또한 엄청난 자괴감에 괴로웠었다

그러다 J를 만나 내가 좋아하는 J의 장점을 새삼 다시 느끼다 보니 나는 어떠한 마음의 위로를 얻을 수 있었다

재능을 타고나지 못한 이의 자위라고 비난받더라도 나는 이대로가 좋았다

아무튼 J는 다만 자기는 일러스트에 더 맞는 것 같다며

오년 전부터 줄곧 웹툰이라는 장르에 도전 중이지만

자신이 좋아하는 누구누구 송곳이랑 이끼 뭐시기 작가와 같은 멋있는 구성만큼은

도저히 못 따라하겠다며 내게 토로했다 애초에 난 영화 빼면 원작은 둘 다 안 봐서 모르는데 말이다

사실 난 J를 이년 넘게 만나지 않다가 작년 말을 기점으로 빈번히 만나고 있었다

J는 그 동안 나름의 대학생활을 보내며 **라는 친구와 옥탑방에서 자취를 하였고 아 그 당시 놀러가지 못한게 정말 천추의 한이다

나는 **를 안다 둘이 같이 살았었다는걸 듣고 엄청 놀랐지만 아무튼 이건 다른 이야기

어쨌든 실제로 J는 팬들이 남긴 댓글을 꽤 유심히 읽는 편인데 다른 칭찬보다는 스토리에 관한 언급이 담긴 댓글을 더욱 좋아하였다

가끔 내가 장난으로 악플을 달아주면 기가 막힐 정도로 정확히 그날 밤 분노한 J의 카톡을 볼 수 있었다

암튼 J는 영화도 영화지만 원작이 더욱 쩐다며 뭐시기 작가에 대해 극찬을 하고 있었고

나는 가스파드가 더 좋은데 이런 소리나 하며 벌렁 누워있던 난 내 두 발바닥으로 그 전부터 뭔가를 매우 비벼대고 있었다

내 발바닥 사이로 거침없이 비벼지고 있던 그 녀석의 이름은 폴이다

내 발보다 작은 이 개의 품종이 아마 요크셔테리어였던 것 같다

도서관에서 만난 우린 귀가하기 위해 탔던 버스에서 아주 심각한 토론을 하였다

지금껏 J를 만나오면서도 난 미처 몰랐던 점이었는데

J는 개의 품종에 관하여 정말이지 심각할 정도로 무지하였다

하다못해 묘사라도 멀쩡하면 괜찮았을 텐데

마치 눈뜨고 뺑소니를 당하였는데 번듯이 봐둔 차 기종도 모르고 설명도 젬병이라

억울하게 범인을 못 잡을 정도로 그 설명과 묘사 또한 아주 갑갑한 수준 이었다

스무고개를 하듯 폴이 도대체 무슨 품종인지에 관하여 한참을 토론하였는데

J네 집에 도착하기까지 나는 폴이 뭔 품종인지를 도무지 알 수가 없었다

지금 생각해보니 그림으로 그려보라고 했으면 되었던 거였는데 나도 그렇고 J도 그렇고 한심했다

사실 나는 동물을 퍽 좋아한다 음 술을 좀 먹으며 썼더니 횡설수설하다 암튼 그렇다

다만 짐승은 집밖에서 키워야한다는 아버지의 지론 탓에 털 달린 짐승을 집에서 키웠던 적은 거의 없었다 사실 많았지만 그건 또 다른 이야기다

아무튼 난 집을 오는 내내 그래서 폴이 도대체 무슨 품종의 개냐며 채근하였고

J네 집에 도착하였을 때 신발장에 달려와 자지러지는 그 모습을 보며 아 역시 혼자 살게 되면 동물을 꼭 키워야겠다고 그런 생각을 하였다.

본래 개라면 대형견을 더욱 좋아하는 나였지만 막상 주물럭거리다보니 피그렛처럼 포동포동하고 작은 게 제법 귀엽긴 했다

다만 닭 비린내 같은 그 개 특유의 냄새가 너무 구렸다

양말을 벗은 두 발 사이에 끼워두고 비비고 있자니 가늘고 곱슬한 털 그리고 뜨끈한 체온이 제법 기분 좋았다

내 주변엔 너는 장난을 너무 심하게 친다며 쟤한텐 애완동물을 건네주지 말라고 기겁하는 친구들뿐인데

폴은 그저 잠깐 맡겨진 입장이었기에 그리고 어떠한 이유 탓에 임시 보호인이었던 J로부터 오히려 이러한 가벼운 학대가 더욱 부추겨지고 있었다

J는 본래 K라는 이름의 기가 막힌 애완동물을 실내에서 풀어놓고 키우는데

K의 학명이나 품종을 언급한다면 누구나 깜짝 놀랄 정도로 본K라는 생물은 인간과 실내에서 공생하며 거주할만한 생물이 결코 아니다.

처음 JK를 데려왔을 당시의 이야기를 들었을 적 나는 네가 곧 동물농장 프로그램에 출현 하겠구나 그러한 농담을 던진 적이 있었다

그런 K를 보면 폴이 가만있지를 못하고 짖어대며 안절부절 못하는 탓에

막상 J의 집에 도착해보니 폴은 집안에 풀어져있고 오히려 억울하게 K가 철창에 갇혀있었다

어쨌든 평소처럼 K를 집안에 풀어두면 안 되는 상황 이었다

처음 나와 마주했던 당시 K는 내게 아주 적대적이어서 무슨 포켓몬 마스터처럼 날 공격하라고 소리치는 J의 명령에 응답하듯

K는 나를 아주 지독하게 괴롭히고는 하였다 사람의 말을 알아듣는 K라니 너무나 끔찍하다

아무튼 그런 K가 방문의 빈도가 점차 누적될수록 내게 친근하게 구는 모습이 아주 귀여웠다

사실 내가 놀러오기라도 하면 JK의 식사를 챙기거나 배설물을 치우는 것을 유료 사파리 체험관이라도 되는 양 거들먹거리며

야 돈 주고도 못할 경험이니 니가 하셈 이러는 거였다 그 탓에 괴로워야 했던건 K 뿐이었는데 말이지

횟수로 따지자면 여섯 번이 넘었던 나와 K가 겪은 길들임의 과정이 참 무색하게도

폴은 내가 J네 현관 입구를 들어오자마자 그 어떤 경계심도 없이 자지러질 뿐 이었다

그 멍청함이 귀여운 걸지도 모르지 적어도 도둑이 든다면 폴 저 녀석은 꼬리를 흔들거고

K는 용맹하게 나의 친구와 친구의 가족을 지켜줄 게 틀림 없었다

나는 순간 미래의 나의 반려동물에 관하여 짧은 생각을 하였다

어쨌든 폴의 존재 따위엔 전혀 관심이 없는 듯 그저 무심하게 구는 K와 달리 가만히 있는 K에게 달려들고 되려 사납게 덤비며 짖어대는 폴 탓에

억울하게도 K는 철창 안에 가둬져 있었다 똥이 무서워서 피하는 게 아니라 더러워서 피한다는 거다

놀라운 건 지능이 부족할 것으로 여겨지는 K에 비해 인류의 친구라 일컬어지는 폴 쪽이 훨씬 더 멍청하다는 점 이었다

나는 자꾸 짐승의  재능을 비교하고만다 암튼 국내에 자생하는 K의 종류는 단 세 가지에 불과하다고 한다

어떠한 아종인지에 관하여 J는 아주 깊은 고찰을 한 후 내게 진지한 표정으로 설명을 한 적이 있는데

아 그 얘기가 또 기가 막히다 근데 왜 자꾸 딴 얘기로 새는지 암튼 엄청난 이야기라서 나도 소름이 돋았었다

암튼 폴은 J네 외갓집 조모가 키우는 애완동물이며 그 조모님께서 이번 J의 부모님과 동반하여 해외여행을 가게 된 탓에

집에 홀로 남겨지길 매우 좋아하는 J에게 폴을 맡기고 가셨다는 거다

암튼 폴은 K가 철창 안에 얌전히 앉아 있는 한 시비를 거는 법은 없었고 J에게 너 언제 동물농장 나올 거냐고 농담을 하였다

K를 실내에서 키우는 웹툰 작가 J라니 시청률 어느 정도 확보 가능할 것 같은데 말이다

안 그래도 나한테 말할 예정이었다며 자신이 한 달 전인가

우연히 티비 프로그램 녹화현장에 있었기에 배경화면에 자신이 찍혔다며 보여주겠다고 호들갑 이었다

실제로 함께 돌려본 방송엔 J가 콕 찍어 찾아주지 않았다면 전혀 알아보지 못했을 정도로 작게 찍혔지만

하지만 정말 오랜 분량동안 J가 배경화면으로 등장하고 있었다

날이 제법 따뜻해졌을 무렵이었는데 밝은 봄옷을 입은 캠퍼스 사람들의 복장과 달리

여전히 J 답게 새카만 옷 일색이라 같은 영상을 돌려서 보고 또 보고 있자니 저 상황이 그저 웃겨서 나는 성대모사를 하며 J를 약올렸다

J한테 발길질을 좀 당하다 암튼 나 올 줄 알고 어젯밤 냉동실에 술을 얼려두었으니 꺼내 오랜다 말 잘듣는 난 심부름 하러 냉장고에 갔지 뭐

아 근데 J의 부모님은 냉장고 곁의 기둥에 J가 초등학생 때 만들었다는 닥종이 인형부터 시작하여

중학교 고등학교 수학여행 당시 사온 향나무로 만들었다는 하트모양 장식품이며 특히 그 중 하나는 J가 그걸 사던 현장에 내가 있었었다

J의 친구의 사촌이 떠맡겼다는 망고모양의 인형까지 암튼 세계 각국의 갖은 물건을 진열하였다

그래봤자 만들어진 곳은 다 중국일거라고 그런 소리를 하면 J도 그게 맞는 말이라며

기념품을 까뒤집으며 이것저것 메이드인차이나 마크를 보여주곤 했다

암튼 냉장고엔 젖어서 가장자리가 조금 우그러진 에이포 두 장이 자석으로 붙어있었다

디파쳐 딜레이 패신져와 같은 간단한 공항영어 표현들이 반듯한 손글씨로 쓰여진 종이 상단에는

J의 부모님과 조모가 금요일 밤 도착하였을 터인 어느 나라의 간단한 회화가 적혀있었다

뭐시기 뭐시기였는데 기억이 나지 않는다 어쨌든 그 옆엔 포스트잇이 붙어있었는데

J네 누나가 폴을 돌보는데 필요할 법한 내용을 써둔 짧은 메모였다 뭐 사료 제때 주라고 그런 거

그래 집에 홀로 남겨졌으니 외동이겠거니 싶었던 J에게는 사실 한살 터울의 누나가 있다

만화에나 나올법한 사나운 애꾸 캐릭터처럼 왼쪽 눈에 세로로 크게 째진 흉터가 있는 J는

사나워보이는 제 인상을 지적받을 때마다 크게 당황하고 마는 사실은 맘이 여리고 속이 따뜻한 남자다

물론 정말 코앞에서 보지 않는 이상 눈에 띄지 않는 흉터지만 J를 처음 보는 사람은

간혹 이 상처에 관해서 언급하니 말이다 이 흉터는 사실 J의 누나의 탓이 크다

암튼 그 현장을 같은 곳에서 목격할 적마다 나는 J가 어째서 그런 흉터를 가지게 되었는지에 관하여

엄청난 무용담을 늘어놓고 J는 그런 내 옆에서 얘 또 거짓말이에요 저건 진짠데 뭐 그런 식 이었다

처음엔 아주 조금의 각색이 덧붙여졌을 뿐인 J의 상처이야기는 아 디시가 허하지 않은 분량의 갤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