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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파피루스는 한 곳을 계속 응시한다. 그곳에는 샌즈가 있다. 늘 그랬듯이 샌즈의 발자국을 따라서 걷는다. 샌즈가 디디고 간 스노우딘의 흔적을 다시 밟으면, 눈이 부서지는 소리조차도 들리지 않는다. 도무지 익숙해질 수 없는 감각에 파피루스는 어깨를 가볍게 떤다. 그리고 그 즈음에는 항상 파피루스를 부르는 목소리가 들려온다.
"헤, 또 왔구나."
샌즈의 목소리는 파피루스를 향하고 있지만, 파피루스는 들으려 하지 않는다. 어째서 인간을 죽였어. 파피루스는 샌즈를 볼 때마다 그런 물음을 떠올려야 한다. 그리고 만족할만한 대답을 얻을 수 없다는 사실도. 파피루스는 등을 돌리지 않지만 샌즈의 표정은 눈앞에 아른거린다. 어쩔 수 없었어, 그렇게라도 말하고 싶은 것일까.
물론 파피루스는 알고 있다. 그것이 최선이었다는 것을. 의지를 가진 인간은 지하에 위협이 된다는 사실을. 토리엘도 죽음의 문턱까지 다녀와야 했고, 파피루스도 몇 차례 공격을 받았다. 언다인이 왼쪽 팔을 못 쓰게 된 것도 인간 때문이다. 샌즈가 인간을 죽인 것은 마땅하다고 해야할 일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어째서
괴물들은 살아있는가. 파피루스는 그 부분을 생각할 때마다 가슴 한 켠이 아려오는 것을 느낀다. 이런 식으로 생각하는 것이 옳은가에 대해서는 알 수 없다. 그게 설령 샌즈에 대한 악감정으로 이어지더라도 말이다. 파피루스는 으깨진 눈들을 바라본다. 삶의 무게란 것이 있다면, 얼마 지나지 않아 견뎌낼 수 없을 만큼 무거워질 것이라고 생각했다.
"파피, 다시 말하지만."
"알아."
어쩔 수 없는 일이란 것이 있기나 한 것일까. 인간을 죽인 샌즈는 처음과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은 것처럼 행동했다. 그러나 파피루스는 변화를 느끼고 있다. 샌즈의 변화인지, 파피루스 자신의 변화인지는 좀처럼 가늠할 수는 없지만 처음과는 같을 수 없었다. 과거의 샌즈를 떠올릴 때마다 심장이 뜨거워진다. 한편으로는 싸늘하게 식어가는 머리로 인간에 대해서 떠올린다. "먼저 가." 하고 파피루스는 말한다. 잠깐의 침묵 뒤에, 멀어지는 발소리가 들려온다. 파피루스는 고개를 젖힌다. 구름이 걷힌 스노우딘의 하늘은 여전히 아름답다.
2
지독한 꿈을 꾸게 된 지는 제법 오래 되었다. 꿈에서 파피루스와 샌즈는 날카로운 시선으로 서로를 바라본다. 누가 먼저 움직였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다만 확실한 것은 서로를 죽이기 위해서 움직였다는 것뿐이다. 대개의 꿈은 파피루스의 패배로 끝난다. 파피루스는 스노우딘의 바닥에 누워 하늘을 바라본다. 하늘은 샌즈의 얼굴에 가려져 보이지 않는다. 마치 자신의 모습을 파피루스에게서 숨기려는 것 같기도 하다. 샌즈의 표정도 흐려져서 잘 보이지 않는다. 샌즈가 무언가 말하려고 하면, 파피루스는 늘 그랬듯이 잠에서 깨어난다.
파피루스는 허망한 기분으로 잠에서 깨어난다. 어째서 이런 꿈을 꾸는 것일까. 아마 인간의 의지가 옮겨붙은 것인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하지만, 그렇지 않다는 것은 파피루스가 가장 잘 알고 있다. 이것은 필시 샌즈에 대한 원망이다. 처음에는 자그마한 불씨였던 것이 점점 타오르기 시작해서 이제는 꿈으로 발현되는 것이다. 언제인가 샌즈를 죽이게 될 날이 올까? 파피루스는 답답한 마음에 창가로 가서 문을 연다. 눈이 쌓이기 시작하는 스노우딘이 보인다.
어쩌면
샌즈에게 죽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을 해버리고 만다. 인간이 없던 지하에는 아무런 문제도 없었지만, 인간이 있었다가 사라진 지하는 이전과 같을 수 없다. 원래부터 없었던 것과, 있다가 없어지는 것의 차이다. 파피루스는 참지 못하고 밖으로 나간다. 신경질적으로 눈을 밟아나가면, 이윽고 샌즈의 잔상과 마주치게 된다.
"샌즈."
샌즈의 잔상은 파피루스를 돌아보지 않는다. 말 그대로 잔상일 뿐이다. 과거의 샌즈. 인간을 죽이기 이전의 상냥한 샌즈다. 그 시선은 먼 곳을 향하고 있다. 아마 파피루스로서는 따라잡지도 못할. 그래도 파피루스는 말을 걸어본다.
"인간을 살려둘 수도 있지 않을까."
골 때리는 말이기는 하지만, 하고 파피루스는 멋쩍게 말한다. 녜헤헤, 하고 웃어보는 것도 잊지 않는다. 샌즈는 묵묵히 걸어가고 있을 뿐이다. 그게 언제의 모습이었는지 파피루스는 떠올릴 수 없다. 그저 아주 오래 전이라고만 생각할 뿐이다. 이 때의 샌즈를 다시는 보지 못할 것이다. 그 사실은 파피루스의 마음 어딘가에서 바스라지고 있다. 아마 흔적마저 그리울 날이 올지도 모르겠다고, 파피루스는 생각한다. 파피루스는 다시 말한다.
"할 일을 했을 뿐이잖아."
샌즈의 잔상은 점점 멀어진다. 파피루스는 잔상을 쫓지 않는다. 그 자리에 서있는 것이 전부다. 그대로 시간이 흐른다. 정신을 차렸을 때에는 꽤 오랜 시간이 지났는지 어깨 위에는 눈이 소복하다. "파피." 하고 목소리가 들려온다. 애처로우면서도 안타까움이 섞인 목소리다. 파피루스는 샌즈의 목소리조차 예전같지 않음을 상기한다. 파피루스는 마지막으로 샌즈를 쳐다본다.
파피루스는 죄악감이 등을 타고 올라오는 것을 느끼면서, 주먹에 힘을 주었다.
3
파피루스는 한 곳을 계속 응시한다. 그곳에는 샌즈가 있다. 늘 그랬듯이 샌즈의 발자국을 따라서 걷는다. 샌즈가 디디고 간 스노우딘의 흔적을 다시 밟으면, 눈이 부서지는 소리조차도 들리지 않는다. 도무지 익숙해질 수 없는 감각에 파피루스는 어깨를 가볍게 떤다. 그리고 그 즈음에는 항상 들려왔던 목소리가, 이제는 들리지 않는다.
파피루스는 이제 꿈을 꾸지 않는다. 마지막으로 꿈을 꾼 지도 제법 오래 되었다. 꿈의 내용만은 아직 생생하다. 샌즈와 파피루스는 서로를 죽이기 위해서 달려들었고, 파피루스가 이겼다. 아래에서 올려다보는 샌즈의 표정이, 애처로우면서도 안타까움이 섞인 표정이 눈앞에 아른거린다. 파피루스는 어째서라고 묻고 싶다. 마음만 먹었으면 나를 죽일 수도 있었을텐데.
샌즈는 인간을 죽였던 것을 후회했을까.
인간은 괴물을
아니, 그런 것들은 아무래도 좋다고 생각했다. 파피루스는 스노우딘을 둘러본다. 이제 괴물은 한 마리도 남아있지 않다. 조용한 스노우딘은 어쩐지 홀가분하다. 샌즈를 죽인 것에서 그쳤으면 좋았을지도 모르지만, 도저히 그럴 수는 없었다. 아마 의지라는 것이 파피루스에게도 있었던 모양인지. 파피루스는 어깨를 가볍게 떤다. 그리고 파피루스는 깨닫고 만다.
인간의 마음과, 샌즈의 마음과, 다른 괴물들의 마음을.
죽이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단지 상황이 그렇게 흘러갔을 뿐이라고, 그렇게 생각했는지도 모른다. 인간은 괴물을 적대하긴 했지만 죽이지는 않았고, 샌즈는 파피루스를 향해 달려들긴 했지만 순순히 죽음을 받아들였다. 샌즈가 죽은 이후에 괴물들은 파피루스를 책망하긴 했지만 파피루스를 공격하지는 않았다. 물론 그런 것들을 깨달은 것은 그 모든 일이 끝난 후다.
파피루스는 고개를 젖힌다. 구름이 걷힌 스노우딘의 하늘은 여전히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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샌즈가 인간을 죽인 후의 엔딩에 대해 상상해봤음. 파피루스가 인간에 대해 애정을 가지고 있고, 점점 변해가는 내용임.
좋은데 왜 묻혔냐.. 인간이 괴물들 위협하고 다니다가 샌즈한테 죽은거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