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저녁때마다 항상 귀갓길을 멀리 돌아가는 것에는 다 이유가 있다
에움길을 걷다보면 골목 십자로 모퉁이 근처에 예쁘게 화단을 꾸며둔 가정집이 하나 있는데
그 집 주인은 큰길과 가까운 위치에 커다란 개집 하나를 지어두고
속 털이 두툼하고 덩치가 큰 백구 한 마리를 쇠사슬에 묶어 키우고 있다
골목을 꺾을 적이면 개집 지붕이 간신히 저 멀리 보이는데
난 거기에서부터 일찌감치 쭈쭈 소리를 내면서 걸어가고
그 개집에 나른하게 웅크리고 있는 백구가 내가 내는 소리에 신이 나서 저도 함께 낑낑거리는 게 좋았다
가까이 다가가면 쇠사슬을 차르락거리며 바싹 엎드려 꼬리를 흔들고는 하였는데
그 모습을 보면 하루 피로의 일부가 말끔히 가시는 느낌 이었다
발바닥이 커다랗고 코는 핑크색인데다 꼬리털이 방실방실한 그 녀석은
내가 저를 쓰다듬을 적이면 얌전히 배를 까뒤집다가 옆으로 드러누워 눈을 꿈뻑거렸다
조금이라도 몸을 들썩이면 털을 한 뭉텅이씩 뿜어내는 탓에 재채기가 가끔 나오긴 했지만
게다가 집에 도착해 개를 만진 손을 씻을 때까지 집 가는 내내 폰도 못 만지긴 했지만
그럼에도 난 귀갓길에 그 집을 들러 개를 쓰다듬는 게 너무 좋았다
그런데 삼일 전부터 그 개가 안 보인다 삼일 전에 지나칠 적 분명 마당에 커다란 양철 솥을 데우고 있었다
골목에 차가 지나갔던 탓에 가까이 가서 확인은 못했지만 그때 분명 개집이 텅 비어있었다
어제도 그 앞을 지나쳤기에 한참을 두리번거렸지만 개는 어디에도 없었다
오늘도 그 앞을 지나쳤는데 여전히 개가 안 보인다 날 유일하게 좋아해주는 암컷이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