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 그러니까 인간이라는 거야?"
"그래, 그러니까 가져가면 안된다는 거지?"
그리 밝진 않은 동굴이지만, 길쭉한 악어 입과 노랗게 빛나는 고양이 눈 정도는 알아볼 수 있었다. 아이는 곰을 만난 후부터 상황이 갈 수록 미쳐 돌아간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다음에는 말하는 당근이나 근육맨 해마가 나타나도 이상하지 않을 것 같았다.
"그래서, 인간을, 그러니까..."
"옛날에 인간이 나타났을 때는, 어..."
갈라지고 힘 없는 목소리지만 아이는 두 명, 혹은 마리가 당황한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당황해서 말을 더듬는 역할을 왜 저쪽에 빼앗겼나 하며 아쉬워 하다가,
"그래서, 그러니까, 인간을 분명..."
"왕에게 데려다 줘야지!"
도대체 알아먹을 수 없는 대화는 죽이 척척 맞아 끼어 들 틈이 없었다. 챙겨 봤어야 할 장르는 재난이나 히어로물 따위가 아니라 판타지였다고 생각할 무렵에, 자기들끼리 횡설수설하던 주름 진 두 명은 무언가 정리 되었다는 양 먼저 아이에게 말을 걸었다.
"안녕! 왜 쓰레기 사이에서 나오니?"
"반가워! 혹시 너도 쓰레기 줍고 있었니?"
폐지를 주울 만큼 어려운 생활을 살지는 않는다고 말할까 하다 두 손 가득히 쓰레기를 담아 들고 있는 두 명을 보고는 말을 도로 삼켰다. 그리고 진짜 쓰레기를 주워 담기도 했다. 말을 하려고 입을 벌리다 마는 아이를 보고 두 명은 소심한 아이인 모양이라 생각하고 노인 특유의 마음을 풀어줄 만큼 인자한 미소를 지으며 자기 소개를 꺼냈다. 옅은 빛 속에서 주름 하나하나에 그늘이 진 미소는 공포스럽기 짝이 없었지만.
"난 브래티, 이쪽은 내 절친, 캐티."
"난 캐티, 이쪽은 내 절친, 브래티."
말이 겹친 두 명은 자기 소개를 하다 말고 서로 쳐다보며 킬킬 웃었다. 어이가 없어서 헛웃음이 나오려 했지만 어찌어찌 웃음 소리를 틀어막았다. 그래도 말꼬는 튼 것 같다고 생각한 아이는 여기가 어딘지 같은 기본적인 것을 물었다. 말하고 보니 영화 따위에서 기억상실증 환자가 하던 말과 똑같았다. 별달리 갈림길도 없는데 길을 잃었다고 생각할 것 같지도 않고. 인간이니 지상이니 그런 말을 했던 것을 간신히 떠올리고는 혹시 생길 오해를 미리 막으려고 말을 더 꺼냈다.
"저는 인간이구요, 어, 지상에서 폭포에 휩쓸려 떨어졌는데, 혹시 요 근처에-"
"맙소사, 그러고 보니 많이 아파 보이네!
"어머나, 그러고 보니 많이 배고파 보이네!"
"쉬게 해 줄 수 있는데 우리 집으로 올래?"
"뭐라도 먹을 만한 걸 줄 수 있거든."
나름 상황 파악도 잘 하고 어른이라도 당황에 말이 꼬일 상황에서 침착하게 말했기에 약간 스스로 으쓱해지며 사실 내가 좀 대단한 사람이 아닌가 하고 생각하는 찰나 아이의 말은 간단히 무시 당했다. 그럭저럭 의도하던 대로는 된 듯 했지만, 학교서 납치범의 특징으로 집어준 것들이ㅡ외모는 잘 모르겠지만ㅡ맞아 떨어졌다. 그렇다고 별달리 갈 곳도 모르는 아이는 순순히 따라가 보기로 했다.
쓰레기 사이 길을 따라 가며 지나 넓은 광장 같은 방과 갈림길을 지났다. 아이와 두 괴물은 걸어가며 끝없이 묻고 답하고 있었다, 답만 하진 않았지만. 동굴 안 폭포에 휩쓸리고 보니 말하는 늙은 괴물이 쓰레기 주우며 살더라 하는 상황에선 정보가 매우 중요할 것이란 생각이 들고 나서 부터는 괴물의 관습이나 역사 따위를 보통 사람 같았으면 귀찮을 정도로 캐물었다. 궁금증이 더 크긴 했다. 문제는 들을 만 한 말이 절반이 채 안되었고, 특히 악어같은 머리를 한 쪽은 기억이 깜빡깜빡하는 듯 보였다. 그래도 다른 쪽은 정신은 멀쩡해 보였기에 하는 말을 들어보기로 했다. 괴물은 지하라고 부르는 이곳에 괴물이 봉인되어 살고 있다는 식으로 핵심만 놓고 보면 꽤 간단한 이야기였지만 두 괴물 특유의 화법이나 기억력 때문인지 마치 TV에서 본 정치인이 하던 말이 떠올랐다. 정치인이라 하고 보니 아까 왕에게 데려가야 한다던 말은 무슨 말인가 물어보았지만, 왕이 인간에게 무언가 했었다는 정도는 기억이 나지만 왜 그랬던지는 가물가물 하다고 했다. 어쨌든 수도로 이송된 인간은 죄다 다시 보지 못했다는 말에 슬슬 진짜 위험한 상황이 닥칠 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인간이 괴물들을 봉인 시켰다는데 인간이 탈출하도록 도왔을 턱은 없었다. 혹시 괴물들이 인간을 강제로라도 잡아가려 하냐고 물어 보았고, 요즘 세대는 인간을 잡아야 할 필요성을 못느껴서 그럴 것 같지는 않다는 대답에 그럭저럭 안심했다. 뭔가 역사를 잊은 괴물들에 대한 슬픈 이야기를 들은 것 같았지만, 자기 상황으로도 충분히 복잡한 아이는 괴물 일을 신경 쓸 겨를이 없어 대충 넘겼다. 기억이 왔다갔다 하는 괴물들이 하는 말을 그대로 믿어도 되는 지는 몰랐지만, 계속 듣다 보니 앞뒤는 맞는 것 같고, 만화에서나 볼 법한 괴물이 낼모래 노망 나려고 한다는 쓸데없이 현실적인 장면이 눈 앞에 있는데 뭔들 틀린 말일까.
똑같은 소리만 다섯 번 쯤 들었을 때였다. 굴 한쪽을 뚫어서 만든 듯 한 오래된 가게에 다다랐을 때였다. 가게 문과 마주해 있는 굴만 보아도 자연이 뚫어놓은 것과 인위ㅡ혹은 괴물위ㅡ적으로 만들어진 굴은 확연히 비교가 되었다. 입구에 나무 판자로 테를 두르고 오래되어 보이는 간판을 달아놓은 가게는 글자가 지상과 같은 것을 쓰지 않았더라면 가게인 줄도 몰랐을 터이다. 아이는 예절 문제 때문에 할머니 괴물들의 반복되는 말을 잠잠히 듣고 있었지만, 슬슬 인내심이 바닥나고 있었다. 가게를 구경해 본다는 식으로 적당히 핑계를 대어 말을 끊어볼까 하자 두 괴물이 뭔가 깨달았다는 표정을 과장되게 지으며 말을 꺼냈다.
"가만 생각해 봤는데, 그러니까..."
"우리 집은 너무 먼 것 같아."
"그래서, 너는, 그... 음..."
"여기 가게에 뭔가 부탁해 보는 건 어때?"
집이 멀다는 걸 이제야 떠올렸다는게 말인지 울음소리인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두 괴물은 지하에서 쓰는 것인 듯 한 알파벳 G가 새겨진 동전 몇 개와 자신들이 주운 정크 푸드를 바리바리 싸서 아이 손에 쥐어 주며 잘 가라고 인사를 했다. 마음씨는 좋지만 약간 부담스럽기도 한 지상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할머니들이었다. 먹으라고 준 것이 쓰레기장에서 주운 쓰레기라는 사소한 문제도 있었지만. 간단히 작별 인사를 끝낸 아이는 심호흡을 하기 시작했다. 지하의 가게라니, 누가 무슨 물건을 팔 지 상상도 되질 않았다. 왕이 손수 도축하고 가공한 인간 고기 따위를 판다면 당장 도망쳐야 할 터였다. 천천히 들어가자 다른 곳과 마찬가지로 반짝이는 광물이 벽과 천장에 총총히 박혀있는 공간이 나타났다. 차이라면 선반이 있고 물건이 그 위에 조금 놓여 있을 뿐이었다. 자세히 보니 검은 얼룩인지 그림인지가 뒤쪽 벽에 있었다. 아이는 자세히 보려고 다가가서 선반에 손을 짚었다. 기하학적이고 추상적인 그림에 정신이 팔려 발에 무언가 채이자 아이는 화들짝 놀라며 발 아래를 보았다. 아이는 하마트면 기절할 뻔 했다. 깨져서 날카로운 뼈다귀들이 흩어져 있었다. 곁의 뼈가 가득 든 상자에 담겨 있던 모양이었는데, 그걸 아이가 발로 찬 모양이었다. 먹고 남은 인간 뼈일 지도 모른다는 상상으로부터 빠져 나온 후엔 이게 설마 진짜 사람 뼈는 아니겠지 하며 상자에 주섬주섬 집어 넣다가, 마지막으로 잡은 것이 학교 과학실 뼈 모형에 달려 있던 것과 똑같이 생긴 갈비뼈인 것을 보고 괴성을 지르며 갈비뼈를 집어 던졌다. 아까 그 노친네들이 인간을 먹는 괴물한테 나를 넘긴건가 하는 생각에 쓰레기장에서 느낀 공포와 전혀 다른 종류의 공포가 느껴졌다. 뼈가 든 상자에서 등을 돌리고 문 밖으로 달려 나가려 하는 참에 갈비뼈가 도로 움직이기라도 하는지 달그락달그락 소리가 들렸다. 정신을 잃을 것 같은 상태였지만 이런 일이 생기면 꼭 등 뒤를 돌아보는 본능은 결국 아이의 목과 눈동자가 뒤쪽을 향하게 만들어 놓았다.
그리고 뼈 모형이 통째로 서 있는 모습을 보았다.
"소리 다 들었다, 이 도둑놈! ...녜헥! 내 공격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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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 뒤져서 심심한 김에
취미삼아 의식의 흐름대로 쓰니 개판
ㅋㅋㅋㅋㅋ
뒷편 써와라잉
이걸 지금봤네 개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