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물들 발견하는 화면에서는 색이 있는데 전투화면에서는 없길래 생각나서 썼던거. 언텔 처음할때 썼던거라 설정 이상할텐데 다시 읽어보면 못올릴거같아서 그냥 올린다 그림포함 한시간작이니까 퀄낮음주의
세상이 날아갔다. 다시금 눈을 끔뻑여봐도 마찬가지다. 다리에 둘렀던 꼬질꼬질한 때가 탄 붕대는 오래간 갈지 못해 피가 배어나왔음에도, 진하기의 정도만 다를 뿐 무채색으로 그 자리에 있었다. 웅성거림, 누가 머리에 돌을 던졌냐며 책임을 묻는 소리, 하나 둘 씩 멀어지는 발자국. 그리고 보이지 않는 색만큼이나 뿌연 정적이 남았다.
마을을 나가, 산길을 올라, 강물 앞에 선다. 투명한 강물은 평소에 보여주던 희미한 푸른색 아름다움을 보여주지 않는다. 나를 버린 건 인간뿐이 아님을 다시 한 번 깨닫는다. 강물에 비친 내 눈은 시력을 잃은 듯한 회색이다. 괴물이라 놀림받았던 붉은 눈은 없다. 그러나 나는 여전히 버림받은 채다.
돌아갈 곳이 없어 강가 옆에 쭈그려 앉는다. 축축한 돌이 바지를 적시고 가끔 강가로 향하는 개구리들이 나를 스치고 지나간다. 새소리마저 들리지 않는다. 나는 외롭다. 색이 없는 세상은 더욱 나를 외톨이처럼 만든다.
그러다가, 문득 깨닫는다. 이곳은 에봇산이다. 아이들에게서 들었던 전설이 떠오른다. ‘저 산의 꼭대기에 오르면 다시는 돌아오지 못한대. 저기에 널 보내버리는 수가 있으니까, 우리 말 잘 들으라고. 알았어?’ 뒤의 말은 잊혀지고 달려가는 내 다리만이 남는다. 무릎에 감아 방해가 되는 붕대는 강물로 던져버린다. 위로, 더 위로. 그리고 붕 뜨는 몸의 감각, 꾹 감은 눈.
등에 울리는 약한 충격에 주위를 둘러본다. 생기넘치는 노란색, 강해보이는 줄기의 초록색, 나는 다시 찾은 색을 만끽한다. 그리고는 깨닫는다. 눈은 여전히 감겨있는 채다. 뜰 수 없다. 그러나 나는 보고 있고, 오히려 눈으로 보는 것보다 선명한 느낌을 받는다. 나는 참지 못하고 일어선다. 여기가 어디인지, 그리고 다른 색이 있는지 반드시 알고 싶다.
노란 꽃은 내게 별 감흥을 주지 못했다. 친절 알갱이는 하얬고, 애초에 처음부터 친절을 주려는 자를 믿지 못하는 거야 당연한 일이였으니 분함도 없다. 그러나 다음에 만난 토리엘은 달랐다. 그녀는 ‘정말로’ 친절한 듯 했고, 내게 우아한 보라색을 보여주었다. 나는 그녀가 더 많은 색을 보여줄 수 있을까 기대해 그녀를 따라간다.
지하의 다양한 풍경은 내 욕구를 약간이나마 채워주었지만 역시 부족했다. 좀 더 다양한 색 - 강물의 푸른색, 화롯불의 주황색, 이불보의 분홍색, 무엇보다 내 눈처럼 붉은, 그런 색을 원했다. 그 와중에 나타나는 괴물들은 전부 무채색이다. 별 볼일 없음에도 그들은 굳이 나를 공격한다. 지겨울 정도로 많이 겪은 상황에 별 뜻없이 나뭇가지를 휘두른다. 그리고 그들의 희고 검은 형체는 회색의 먼지가 되어 날아간다. 곧 그들은 아무도 나타나지 않게 된다.
토리엘이 사는 폐허는 따뜻한 색으로 가득하다. 한동안은 그녀의 집을 구경하며 시간을 때운다. 그러나 아직 충족되지 않았음을 깨닫는 데에는 시간이 얼마 걸리지 않는다. 나는 토리엘에게 폐허를 나가겠다고 말한다. 그녀는 나를 깊게 응시한다. 내가 비칠듯한 까만 눈에, 역시 이제는 그녀가 필요치 않음을 느낀다.
그녀가 나를 막으려한다. 어째서 어째서 어째서. 그녀는 나를 속였다. 친절한 척 하던 것은 전부 위선이었다. 나는 그녀를 살려야 할 이유를 잃었다. 나는 더 많은 색을 보고 싶을 뿐인데. 토리엘을 따라 지나온 복도도 명도만 다른 색일 뿐이다. 벌써 답답해져오는 기분이다. 곧 이곳을 벗어날 수 있다는 생각에, 나는 의지를 다진다.
나를 막아서는 토리엘에게 나뭇가지를 겨눈다. 그녀의 눈이 떨리는 것이 느껴진다. 하지만 그 눈은 끔찍한 검은색이다. 나는 그대로 그녀를 찌른다. 토리엘의 말을 흘려들으며 그녀가 사라지기를 기다린다. 그러나 보게 된 것은 지금까지 숱하게 뒤집어 써온 먼지가 아니다.
붉다. 쏟아지듯이 흘러나오는 것은 명백한 붉은색이다. 내 눈과 같은 색, 피인가? 그저 붉은 먼지인 것 같다. 어디에서 나타난 것인지는 명백하다. 사라진 토리엘과 남은 피먼지를 새기며, 나는 의지를 다진다.
폐허 밖은 새롭다. 새로운 풍경, 새로운 색, 한결 지상과 비슷한. 그러나 이미 붉은색을 맛본 눈은 그것만을 갈망한다. 그리고 이즈음부터, 나는 그녀의 존재를 인식한다. 차라, 머릿속에 울리는 목소리는 내 것과 닮아있다. 사실 거의 같다. 그녀는 내 안에서 내게 말하고, 다른 이의 질문에 내 대신 답한다. 샌즈를 만나자마자 죽이려 했을 때, 나는 그녀가 내 행동을 막을 수도 있음을 알아챈다. 성가시다.
샌즈를 따라 또 다른 괴물을 만난다. 나는 이미 직감적으로 저 둘에게서 붉은 먼지가 나온다는 것을 알 수 있으나, 차라가 그것을 막는다. 살의가 차오른다. 한동안 스노우딘의 다른 괴물을 죽인다. 그러나 그들에게서는 역겨운 회색 먼지만이 날린다. 마침내 아무도 나타나지 않게 되자, 그 둘을 포기하고 다른 곳으로 갈 마음이 생긴다.
앞으로 향하다 안개가 주위를 감싸고 파피루스가 나타나자 나는 마음속으로 환호성을 내뱉는다. 그는 나를 설득하려 계속 말을 하지만, 나는 그가 죽은 뒤 보여줄 먼지와 스카프의 색밖에 머리에 들어오지 않는다. 이번에는 차라가 방해하지 않는다. 전투를 걸어온 주제에 망설이는 뼈다귀 따위는 전혀 방해가 되지 못한다. 나는 파피루스의 목을 자른다. 스카프가 흘러내리고 그 위에 떨어진 머리를 밟아 깨트리자 더욱 진한 붉은색이 된다. 그의 스카프는 아름다운 붉은색이다. 들고선, 길을 나선다.
더 많은 색을 찾으러, 그리고 스카프에 더 많은 붉음을 담으려 계속 앞으로 나간다. 숱한 회색의 먼지, 그리고 간혹 붉은 먼지. 붉은 먼지를 가진 자들과의 전투는 황홀하다. 색다른 색이 내 영혼에 충만해진다. 그리고 그것을 만끽한 후에, 스카프는 눈이 아플 만큼 새빨갛게 된다. 나는 그것이 마음에 든다. 초록색, 보라색, 노란색, 파란색, 그리고 다시 빨간색. 마지막 괴물을 죽이자 세상이 까맣게 변한다. 불쾌하다.
누군가 나타난다. 그녀가 차라임을 알 수 있다. 차라의 눈은 나처럼 붉은색이다. 그녀도 붉은 먼지를 가지고 있을까? 그럴 거라는 확신이 든다. 나는 차라에게 다가간다. 그녀의 미소가 일그러진다. 먼지로 깎여진 나뭇가지는, 끝을 날카롭게 세운 채 차라를 향한다. 그녀는 피하거나 맞서려 하는 듯하지만, 살의와 합쳐진 나의 의지는 그녀보다 강하다. 그녀는 피할 수 없다.
역시 내 생각이 맞았다. 차라의 먼지는 지금까지의 것보다 훨씬 마음에 드는 색이다. 진짜 피같은 색, 심지어 나를 감쌀 수도 있다. 나는 그녀의 피를 내 몸에 칠한다. 이윽고 새빨갛게 된 몸은 정말로 ‘괴물’인 것만 같다. 그리고 더 이상 좋을 수도 없을 듯한 생각이, 막 머리를 스친다.
차라의 몸을 헤집어 찾아낸 영혼은 내 것같은 붉은색이다. 나를 방해했던 그녀지만, 색만큼은 마음에 든다. 빠져나온 영혼과 아스고어가 가지고 있던 영혼은 결계를 부수기에 충분하다. 오랜만에 본 지상은 여전히 무채색이지만 이제는 괜찮다. 내가 훨씬 괜찮은 색으로 물들일 테니까.
참고로 1짤은 본인이 보는 쪽 2짤은 다른 괴물들에게 보이는 쪽이라고 생각하고 그림. 소비만 하던 갤러라 퀄 낮은건 이해해줘ㅋㅋ 봐줘서 고마워
몰살프리스크는 사실 예술가입니다
퍄 - 아스리엘 넘나 커여움
예술가...
표현은 안됬지만 색이 안보이는채로 꽤 지내면서 미친거임 그러다 해방되서 몰살 ㄱㄱ한걸로... 예술가로 봐도 할말은 없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