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DERSWAP 1



알록달록한 날개를 가진 동그란 벌레가 나의 이파리에 앉았다. 

벌레는 이파리에서 줄기로 옮겨갔고, 줄기에서 나의 진액을 빨아먹고 있는 초록색 작은 벌레들을 잡아먹기 시작했다. 초록색 벌레들은 한마리씩 알록달록한 벌레의 양분이 되어갔다. 
벌레가 잡아먹고 지나간 자리에는 머리와 가슴부분만 있는 죽어있는 초록색 벌레들만이 내 줄기에 붙어있었다. 물론 저것들은 시간이 지나면 곧 떨어질테니 신경은 쓰지 않아도 된다. 

나는 이전까지 빠진 기운이 보충된듯한 느낌이 들었다. 늘 저런 작은 초록색벌레들이 이따끔씩 내 줄기에 붙어있곤 하는데, 녀석들이 붙어있을때마다 나는 언제나 기운이 빠져갔다. 
왜냐하면 저녀석들은 언제나 내 줄기에 붙으며 내 진액을 빨아대기 때문이다. 그리고 가끔 내몸에 나온 진액들을 제대로 소화못하고 배설하기도 하는데 저 배설물들이 내가 숨을쉬는데 방해하기도 한다. 

나는 알록달록한 벌레에게 겉으로 감사를 표할수 없어, 속으로 감사를 표했다. 식물은 말을할수 없으니까. 

나는 꽃이다. 꽃치곤 조금 거대한 황금색꽃. 

이곳은 원형의 낭떠러지 속 바닥이며, 바닥엔 무수히 많은 황금꽃들이 피어있다. 그중 딱 중간에 있는 황금꽃이 바로 나다. 낭떠러지 위쪽 구멍에는 하늘이 있으며 햇빛이 잘 들어오기 때문에 광합성은 문제 없었다. 
또한 나는 무수히 많은 황금꽃들중 가장 햇빛이 잘드는 딱 중앙 부분에 피어있기 때문에 나는 마음껏 햇빛샤워를 받으며 능숙하게 광합성을 할수 있었다. 가끔 소나기가 내릴때도 있고, 또 가끔씩 거대한 털북숭이가 나타나서 나를포함한 모든 꽃들에게 물을 적당히 뿌려주기 때문에 사는데는 지장이 없었다. 
물론 가끔 짜증나는 초록색 벌레들이 줄기에 다닥다닥 붙어서 진액을 빨아먹으려고 하기때문에 성가실때가 많지만 그럭저럭 버틸수 없을 정도는 아니였다. 

그렇게 난 이곳을 오랫동안 살며 지내왔다. 추측으로는 수백년은 더된것 같았다. 

이전에 나는 정말 내가 처음부터 꽃 이었을까 하고 생각해 보기도 했다. 왜냐하면 내가 처음 씨앗으로부터 새싹이 되기까지의 과정이 기억이 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냥 어느순간 나는 꽃이었다. 
그러니까, 나는 이전에 꽃 이외의 존재 였지만 모종의 마법에 걸려 꽃이 되어버린것이 아닐까 하는 느낌이 드는 기분 이었다. 그렇게 나는 수백년간 이전의 나는 무엇이었을까, 나는 정말로 처음부터 꽃이었나 라는 주제를 놓고 상상의 나래를 펼쳐가며 그렇게 삶을 보내왔다. 

그러나 수백년간 이나 지난후 이제 그런생각은 관두기로 했다. 내가 씨앗으로부터 새싹일때 까지의 기억을 가지고 있지 않은건 다른 식물들도 마찬가지 일지도 모른다. 
어쩌면 그게 평범한것 일수도. 그냥 나는 현재의 삶에 만족하고 이대로 살아가기로 했다. 어차피 상상의 나래를 펼쳐 보았자 꽃인 내가 그 무엇도 할수 없다는것도 잘 알고있다. 

나는 오늘도 언제나 그래왔듯이 광합성을 하려고 몸을 펼쳐 태양빛을 받아내기 시작했다. 

그런데, 

``꺄아아악!!`` 

갑작스레 위쪽에서 앙칼지고 다급한 비명이 들리며 또 한명의 인간이 원형의 낭떠러지 바닥으로 떨어지고 있었다. 이번이 7번째 인듯 하다. 사실 이곳에는 아주가끔 인간이 한명씩 떨어지곤 한다. 그때마다 주위의 황금꽃들 위에 떨어져서 간신히 생존을 하는등 이런식의 반복이 6번째 있었다. 
또한 오늘도 한명의 인간이 노란꽃 위에 떨어져 간신히 생존을 면할것이다. 이것으로 저 인간은 이곳으로 방문한 7번째 인간이 되는것이다. 

인간은 여전히 다급한 비명을 지르며 점점 노란꽃밭에 가까워지고 있었다. 이번에는 인간은 어느쪽에 착지할것인가에 대해 추측을 하기 시작했다. 인간이 어느쪽에서 부터 떨어지고 떨어지는 도중에 어느쪽으로 방향이 꺾일것인가에 대해서 나는 계산을해본 결과. 

내쪽으로 떨어지고 있다!? 그순간 나는 불안감에 가득차기 시작했다. 이전에 인간이 꽃밭에 떨어질때의 기억을 떠올렸다. 그때마다 인간은 간신히 살아남았지만 인간을 받혀준 꽃들은 하나같이 그 충격에 꺾여버리거나 짖이겨 버리거나 둘중 하나의 꼴을 당했다. 물론 결과는 비참 그 자체. 
점점 인간이 내쪽으로 가까워 지고있다. 안돼!안돼! 이리 오지마! 안돼! 나는 기어이 생명의 위협을 느끼고 피하려고 했다. 그러나 꽃은 움직이지 못한다는 아주 당연한 사실 덕분에 나는 여기서 꼼짝없이 죽음을 맞이해 버릴것 같았다. 

뿐만 아니라 차라리 측면이면 좋은데 인간은 정말 정확하게 내 정면을 노리며 떨어지고 있었다. 아아, 이제 모든게 끝나겠구나... 비록 꽃이지만 풍요롭게도 살았다. 나는 내삶에 안녕을 고하며 눈을 질끔 감았다. 







나는 눈을 떳다. 나는 살아있었다! 오오 물리법칙의 신이시여 정말 감사합니다. 이은혜 절대 잊지 않겠습니다. 나는 정신을 차리며 고개를 두리번 거렸다. 
음? 근데잠깐, 꽃은 움직일수 없지않나? 나는 왜 고개를 두리번 거릴수 있는거지? 잠깐만.. 좀더 제대로 정신을 차리고 보니 고개를 두리번 거리는건 내 의지로 한것이 아니였다. 뿐만 아니라 나는 옷을 털려는 생각도 하지 않았는데 내 의지와 상관없이 내몸에 붙은 팔로 저절로 옷을 털고 있었다. 
어엉? 잠깐만... 내몸이 아니잖아! 내 몸엔 팔이 있을리가 없어! 

``뭐야!뭐야! 누구야! 누가 목소리를 내고 있는거야?`` 

정말 제대로 정신차리고 보니 내몸에 무언가 이상한 이질감을 느꼈다. 확실히 이건 내몸이 아니다. 나는 이전까지 꽃이였다! 

``뭐야, 뭐냐고! 누가지금 장난치고 있는건가? 어이! 누구야 나와!`` 

뭐지? 지금 내가 꿈을 꾸고 있는건가? 

``누...누군진 모르겠지만, 이런장난 재미없...없어! 당...당장 나와! 나오란말야!`` 

게다가 내 의지와 상관없이 내 몸은 두리번 거리며 내가 내지도 않는 목소리를 내고있다. 

``뭐야! 누구냐고! 누...누근진 모르지만 잡히기만해봐!`` 

내몸이 두리번 거릴때 나는 어렴풋 본거같지만 내 밑에는 노란꽃 하나가 꺾여져 있었다. 그래! 저게 바로 내몸이다! 근데 내몸이 왜 저깄지? 나는지금 어디에 들어와 있는거야? 

``으아아! 잡히기만 해봐아아아!!!`` 

인간은 갑자기 다른 노란꽃들을 헤집고 다니며 무언가를 열심히 찾기 시작했다. 저...저기 진정하는게 어때? 

``니가 나오기만 한다면, 난 진정해 주겠어! 당장나와! 이딴 장난 재미없어!`` 

인간은 생김새완 달리 꽤 성깔이 있는 녀석이었다. 이봐, 진정해. 지금 날 찾고있는거야? 

``그래! 안나오면 내가 직접 찾을거야!`` 

진정해, 진정. 네맘을 이해하지만 넌 날 찾지못해 나도 매우 당황한 상태야. 미친소리 같겠지만 들어줬으면 좋겠어. 난 지금 네 몸에 들어와 있는거같아. 

``말도안돼.. 그게 어떻게 가능해? 그럼 지금 영문도 모르는존재가 내 몸에 들어와 있다는거야? 그게 말이돼? 제발 장난이라고 말해줘! 안그래도 나 지금 영문도 모르는곳에 떨어져 버려서 뭐가 뭔지 하나도 모르겠단 말이야!`` 

그래,그래 니맘 이해해 여기 떨어진 다른 인간들도 그랬어. 일단 심호흡 하고 진정하는게 어때? 


*5분후 


``.....`` 

이제 좀 진정했니? 

``그래... 네 이야기는 잘 들었어. 방금전의 너는 꽃이었다 이거지?`` 

응. 꽃치곤 꽤나큰 황금색 꽃이였어. 

``그리고 현재의 너는 내가 네 밑에 떨어진 탓에 내 몸에 강제로 들어오게 된거고. 맞지?`` 

아무래도...그런거같아. 

``전혀 이해 안돼.`` 

나도 그래. 

``잠깐만, 네가 내몸에 들어와 있다는건.. 설마 날 자유자재로 조종할수 있는건 아니겠지? 설마 내 몸에 무슨짓을 하려는건..`` 

아마 그건 불가능할거같아. 네 모습을 봐. 넌 지금 네 자유의지로 움직을수 있잖아. 

``그래, 그럼 넌 위험한 녀석은 아니다 이거지?`` 

난 힘없는 꽃일 뿐이야. 너한테 무슨짓을 할리 없지. 

``그래, 사실 난 이런 생판 모르는곳에 떨어져서 혼자남겨지면 어떻할까 하고 두려웠거든. 지금 생각해 보니 갑자기 네가 반가워 지기 시작한거같아.`` 

그래? 난 혼자있는건 익숙한데. 

``이왕 이렇게 된거 우리 서로 통성명이나 하는건 어때? 아무 호칭도없이 서로 부르기엔 좀 그렇잖아.`` 

난 이름같은건 생각해 본적 없는데, 그냥 너부터 이름 말해줄래? 

``난 차라야. 만약 네가 이름이 없다면 그냥 마음대로 불러도 되니?`` 

음, 그렇다면 날 플라위 라고 불러줘. 노란꽃 플라위. 난 이전에 노란꽃 이었으니까. 

``그래, 반가워 플라위! 난 차라야!`` 




to bo continue 



------------------------------------------------------------------------------------------------------


원래 게임에선 떨어진 인간이 주인공인데, 이 소설은 만약 나레이터가 주인공이면 어떨까 하는 구상에서 써 봤어.

아, 참고로 이거 설정배경이 언더 스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