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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샌즈는 문자 그대로 정신이 나갈 것 같았다. 왜, 왜 이렇게 까지 된 거지. 흐려져 가는 이성을 간신히 부여잡은 샌즈는 온 몸에 열이 퍼지는 감각에 허우적거리며 필사적으로 바닥을 긁었다. 드드득 갈리는 손끝이 아픈 것을 느끼지 못할 정도로 상태는 심각했다.


예로부터 전해져오는 말 중에 이런 말이 있었다. 가만히 있으면 중간이라도 간다고. 샌즈는 그 말의 참뜻을 지금에서야 뼈저리게 느끼며 울었다. 뇌리에 언뜻 언뜻 스치는 모든 게 뜨거웠다. 흔들리는 뼈대가 저릿하게 울릴 정도로.


그냥, 아주 그냥… 목 놓고 비명을 토해내면 이 뜨거움도 조금은 가실까.


샌즈는 끝도 없이 체액이 흘러나와 축축하게 젖은 바닥에 머리를 비비며 몇 번째인지 모를 애원을 혀끝에 담았다.



“제, 븝…! 그맛- 그만…! 윽, 흑!”


“아하하. 기분 끝내주지, 샌즈? 응? 어때? 감상 좀 들려주라.”


“조─흐, 좋앗… 좋아! 그러니깟, 그러니까학…!!”



물론 솔직한 감상으론 당장이라도 죽을 것 같았다. 이상한 약의 효과인지 뭔지 체구 차이가 차이인지라 빠듯하게 담긴 것이 축축하게 젖어서 척추를 문지를 때나 강하게 쳐올릴 때면 온 신경이 곱아듦과 동시에 눈앞이 번쩍거리고 새된 신음이 여과 없이 새나왔다. 일단 이 짓거리를 멈추지 않으면 위험했다. 수치심이고 나발이고 이렇게 죽을 수는 없었다. 그렇게 생각해서 수어번 울고불고 끝에는 온갖 욕설을 던져도 마주 돌아온 건 대답 대신 자비 없는 피스톤 질이었다.


─이렇게 된 이상, 차라리, 차라리 이 자식을 빨리 보내버리자.


희미해진 사고력으로 거기까지 생각해낸 샌즈는, 수전증이라도 걸린 것처럼 떨리는 손으로 배 부근을 제멋대로 휘젓는 녀석을 잡아 움직임에 맞춰 슬슬 문질렀다. 좀 더 잡기 편하게 자세까지 스스로 바꾼 샌즈는 손에 닿는 끔찍한 느낌을 억지로 내리누르고 눈을 질끈 감았다.



“오, 뭐야. 갑자기 적극적으로 변했네? 그렇게 좋았어?”



샌즈는 어떻게든 신경을 건드리려는 목소리를 무시하고 최대한 손끝에 흐트러지는 정신을 집중했다. 보내자. 빨리 보내자. 그리고 방법을 찾아서 탈출하지 않으면…! 그렇게 실낱같은 희망을 다지려는데, 문득 절망이 약 올리는 것처럼 심상을 치고 들어왔다. …머리를 날려도 살아나는 녀석을 상대로 과연 벗어날 수 있을까?



“…아…… 아흐윽… 흐……!”



샌즈는 당신의 사정과 함께 절망에 달했다.



*




……

…………



반짝 정신을 차린 샌즈가 가장 먼저 한 것은 붉은 안광을 불안하게 굴리며 인간의 존재 유무를 확인하는 것이었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윤곽조차 보이지 않는 어둠 속에 있는 것은 샌즈 혼자뿐이었다. 섣부르게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대신 중심을 잡기 위해 바닥에 손을 짚은 샌즈의 손은 아직 마르지 않은 체액의 웅덩이에 닿아 표면이 차갑게 젖어들었다. 약에 당해서 유사 지옥 같았던 끔찍한 시간을 보낸 샌즈는 화들짝 놀라 약의 효과가 남아있을 것이 분명한 것을 자신의 스웨터에 문질러 닦았다.


만져지는 스웨터는 몇몇의 올이 나가 있을 뿐만 아니라 드문드문 젖어있어 샌즈는 서둘러 재킷을 벗은 다음 스웨터를 벗어 던진 뒤 다시 재킷을 집어 들어 팔을 꿰어 지퍼를 끝까지 올렸다. 인간에게 벗겨진 바지는 이 어둠 속에서 찾을 엄두가 나지 않아 포기했다. 그래서 샌즈가 입은 것은 가죽 재킷 하나 뿐. 위고 아래고 허한 느낌이 들어 재킷의 끄트머리를 잡아 내린 샌즈는 한 손으로 맹인처럼 주변을 더듬으며 벽을 찾았다. 목적은 벽의 구석에 붙어있을 침대였다. 무척이나 심신이 지친 샌즈는 심각하게 휴식을 바라고 있었다.


손에 벽이 닿을 때까지 무릎걸음으로 방황한 샌즈는 손이 벽에 닿자마자 비척이며 일어나 벽에 의지해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처음 봤을 때는 몇 평 안 되어 좁게 느껴지던 방은, 몸의 상태가 엉망이어서 그런 건지, 시야가 막혀서인 진 몰라도 심해를 걷는 것 마냥 길고 무겁게 느껴졌다. 샌즈는 아직까지 자신이 왜 이런 수모를 당해야 하는지 이해하지 못하고 있었다. 뜬금없이 미친놈에게 납치당해서, 정체를 알 수 없는 약을 쏟아 부어지고, 엉망진창으로 강간당하고. 파피루스는 내가 이런 꼴을 당하는걸 알고나 있을까. 아니, 애초에 내가 납치당한걸 깨닫고 있기나 할까.


울컥 치민 억울함에 눈물이 나올 것 같아 이를 악물었다. 샌즈는 걸음을 잠시 멈추고 인간 놈에게 당하면서 평생 치를 몰아 운 것처럼 울었는데도 살짝 고인 눈물을 재킷 소매를 쥐어 쓱쓱 닦아냈다. 아직 머릿속에 남은 약의 잔여물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여기서 또 울어서 약이 눈물과 뒤섞이면 다시 한 번 끔찍한 시간을 보내게 될 것이다. 정말 그것만은 절대로 사양하고 싶었다. 옅은 의지를 다진 샌즈는 다시 발을 디뎠다.



모서리를 한번 돌아 무사히 침대를 찾아낸 샌즈는 전력 질주한 사람처럼 지쳐 풀썩 쓰러졌다. 시트에서 낡은 먼지 냄새가 나는 조악한 침대도 지금의 샌즈에겐 최고급 침대같이 편안하고 안락했다. 샌즈는 상체를 침대에 반쯤 걸친 상태에서 등반하듯 침대 위로 기어올라 온전히 머리를 뉘였다. 그러자 머릿속에서 사르륵 흩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마치 모기의 얄팍한 날갯짓 소리처럼 듣는 것만으로도 간지러운 소리. 그렇게 느낀 순간 미치도록 머리 안쪽이 간지러워졌다.


두개골의 안쪽에 곰팡이가 가득 핀 것 같다. 아니면 거미줄이나, 작은 개미. 그리고 지네가 기어 다니는 것을 상상하자니 소름이 끼칠 정도로 징그럽다. 샌즈는 손을 들어 눈구멍을 매만졌다. 손가락을 넣어 모두 긁어내고 싶다는 충동에 휩싸였다.


하지만….


붉은 안광 빛이 반사되어 얼핏 비치는 가느다란 손가락뼈를 바라보며 잠시 망설였지만, 행동은 조심스럽게 진행됐다. 샌즈는 오른쪽 눈구멍 안으로 검지와 중지를 밀어 넣었다. 전구의 퓨즈가 나간 것처럼 오른쪽 안광이 사라지며 함께 생경한 이물감이 찾아왔다.



“…으….”



생각보다 더 이상한 느낌이었다. 반사적으로 얼굴을 향해 치켜 오르는 왼손을 가까스로 내리고 대신 시트를 쥐어 버텼다. 어딘가 모르게 바짝 곤두서는 것 같다. 샌즈는 손바닥 부분을 위로 올리며 이마 쪽을 더듬었다. 바삭, 하고 손끝에 가루가 묻어났다. 샌즈는 그것을 눈 밖으로 완전히 걷어내기 위해 손가락을 아주 약간 세워 그대로 긁었다.



“─으읏!!”



이후의 감각을 예상하지 못한 채.


샌즈의 척추가 시위가 당겨진 활처럼 바짝 휘었다. 전기 충격이라도 받은 것처럼 대퇴골과 무릎 뼈가 움찔 움찔 떨려 일단 떨림을 멈추기 위해 눈에서 손을 빼고 둥글게 몸을 웅크렸다. 제 자신이 전도체가 된 듯 기이한 감각에 파르르 떤 샌즈는 조금 진정 되자 다시금 손가락을 넣어 자신이 긁은 부위를 검지 뱀이 기어가듯 쓸어 보았다.



“웃…….”



가루가 생각 보다 두껍게 쌓인 건지 두 갈래 길처럼 나있는 긁은 자국이 화끈거렸다. 그리 세게 긁은 것도 아닌데 말이다. 하지만 이 가루를 이대로 머릿속에 놔둘 수는 없기에, 샌즈는 긴장하며 먼저 긁어낸 길을 따라 가루 층을 살금살금 긁어냈다.



“흐, 으힉….”




─그리고 어쩐지, 긁어낸 면적만큼 간지러움은 제곱이 되어 샌즈를 괴롭혔다.





*



야심한 새벽 1시

야설이든 뭐든 쓸 수 있을 것 같아!

그러므로 드랍.


공지 전의 작품은 거른다고 했지만 시리즈는 받는다고 해서 일단 올림.

금손이 그려주는 만화 보고 싶응께 상 받을 것 같진 않지만 참가에 의의를 둠.



서펠샌 조교 2 : http://gall.dcinside.com/board/view/?id=undertale&no=561763&page=1&exception_mode=recommend

서펠샌 조교 3 : http://gall.dcinside.com/board/view/?id=undertale&no=562307&page=5&exception_mode=recommend


*서펠샌 조교 1이랑 2랑 섞여있으니까 의문 갖지 말고 2 보도록 하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