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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 눈을 뜨자, 선명한 붉은색이 눈앞에서 흘러내렸다.

그녀가 말을걸어왔다.


"어라? 벌써 일어난거야? 좀더자도 됐는데.."


눈앞에서 붉게 물든것은 드물게 조언을 해주던 샌즈였다.

얼마안가 샌즈가 사라져감에 눈동자가 뒤흔들렸다.


'..어떻게된거지..? 먼지..? 방금 샌즈.. ...죽은거야..?'

"어라- .. 파트너? 어딜보는.. 아하.."


차라는 내가 바라보는 방향에 남아있는 파란 점퍼로 다가가더니 그것을 집어들고 다가왔다.

점퍼안에서 붉은 스카프가 나풀거리며 떨어졌다.


"음-. 어디부터 말해야하나..? 파트너, 뭔가 할말이 많은듯하네? 들어줄께. 이녀석처럼..하핫.."

"차라.. 아무도.. 아무도 죽이지 말라고 약속했잖아.."

"그래. 약속했지.. 파트너가 너무 오래잠들었다는게 계산의 오점이였어. 처음 열댓번정도는..?"


차라는 파란점퍼를 탈탈 털고는 입었다.

그리고 칼끝을 손가락대신인마냥 입술쪽에 대었다.


"그래, 몇번 실패는 했어도, 난 파트너와 약속을 지키려 노력은 했어. 친구가되고, 고통없이 죽여줬지."

"그게..!"

"그런데, 질리더라고? 이녀석들은 너를 굉장히 굉장히 아프게했는데, 이렇게 쉽게 죽여도될까~ 라는 생각도들었고.."

"차라..!"


내 외침에 차라는 칼을든 팔에 힘을 쭉 빼서 덜렁이더니 조금 다가왔다.

코앞까지 와서 살짝 쭈그려 앉아, 아직 잠에서 덜깨 상체만 일으킨 내 얼굴을 빤히 들여다 보기 시작했다.


"있잖아 파트너. 이미 이몸의 주도권은 나야. 포기한건 너라고.. 이래라저래라할 자격있어?"

"난.. 조금 쉬려고.. 너에게 살인해도 된다고 한적없어..!"

"그래, 그렇지.. 아, 그래. 그러고보니 파트너는 내말은 완- 전히 무시하지 않았어? 나도 그래도될까?"


차라는 턱을 괴고 나를 쳐다봐왔다.

그것은 압박이였다.

원하는 답을 내놓지 않으면 영원히 대답하지 않겠다는 무언의 압박.


"...미안..해.. 차라.. 제발.."

"... 응! 그래. 파트너의 말이니까..! 그런데, 시작한건 끝내고나서."


차라는 웃는얼굴로 벌떡 일어나더니 거침없이 걷기 시작했다.

나는 다급하게 차라의 뒤를 따라 달렸다.

차라를 붙잡아봤지만, 오히려 질량없는 영체로써는 어찌할 방도가 없었다.


"필사적이네, 파트너? 걱정마. 리셋하면 모두 잊을테니까.. 모- 두."


차라는 정말 즐겁다는듯이 웃으며 더 나아가, 아스고어와 플라위를 죽였다.

뒤에서 절규하는 내게 모두 없앤 차라가 다가왔다.


"하하하하..! 파트너, 새로운 세계로 가고싶어?"

"제발.. 차라.. 제발.. 내 친구들을 불행하게 하지말아줘.."


눈물로 얼굴을 적셔버린 얼굴에 차라가 손을뻗어 쓰다듬었다.

원래는 제몸이였던 온기가 이렇게나 섬뜩할줄이야..

차라는 칼을 놔버린채 두손으로 내 축축한 뺨을 잡고 끌어당겨 이마를 부딪쳤다.


"파트너. 그러고보니, 너는 이힘을 제대로 쓰지 못하던데.. 참 안됐네? 난 가능해. 그래서.. 제안이야."

"..?"

"영원히 나랑 단둘이 있을래..? 아니면, 몸을 넘기는대신 잠깐의 행복을 보여줄까? 선택해, 파트너."

"..차,차라..?"


차라는 비식이듯 웃으며 두뺨을 놓고 고개를 갸웃였다.


"어쩔래? 응? 아, 하긴 지금 단둘이 있어봣자, 결계를 나갈수단이 없어서 내가 질리면 리셋할꺼지만."

"....차라.. 죽이지 말아줘.. 제발.."

"무리야. 난 인간들을 증오하는걸? 그들을 모조리 죽이기위해선 그들이 필요해. 아, 때는 늦출수있지만."

"...최대한.. 그럼, 최대한 늦게.. 제발.. 그들이 행복하게.. 될수있다면.."

"...후후후, 착해빠진 파트너... 정말 가련해라.. 좋아. 이번엔 다시 아무도 안죽일께."


그 거래이후 나는 차라가 향하는길을 볼수밖에 없었다.

간섭도 할수없이 그저, 그녀가 해가는 일들을 볼뿐이다.

언제나 언제나 마지막이되면 그녀에게 간청을 했지만, 그녀는 들어주는듯 하면서도 무시했다.

이렇게 괴로워 하는것을 더 좋아하는듯해서, 결국 그녀에게 빼앗긴지 100번을 넘긴 리셋에서부터는 모른척했다.

그녀가 무얼하든 어떻게 그들을 죽이든, 더이상 말리지 않았다.

그저, 속으로 죄악감에 사로잡혀 미안하다고 반복할뿐..

차라는 횟수를 거듭할수록, 잔인하게 그들을 죽여갔다.

더 잔혹하거나, 장난감으로 굴릴때마다 내 어깨가 더 움츠러 드는걸 알기에..

차라는 그렇게 죽일때마다 내 반응을 보며 웃으며 물어왔다.


"저기, 파트너. 엄청 많이 봤으면서도, 계속그렇게 우는거.. 안지겨워? 하핫.."

"...그만두라해도.. 그만두지 않을꺼잖아.."

"응. 맞아. 그만두지 않을꺼야. 파트너는 꼭 작은 토끼같아.. 누가 죽을때마다 움찔거리면서 우는게.."


발밑의 누군가가 퍼석이는 소리와함께 부서졌다.


"엄청 귀여워-."


붉은스카프.. 파피루스..

그나마 파피루스와 토리엘만큼은 언제나 똑같았다.


"아아- 나약해빠져서.. 하지만 좋아. 이제 그녀석이 또 나오겠지? 이번엔 얼마나 버티려나.. 히히.."


차라와 다니면서 새로 알게된것은, 샌즈가 리셋을 알고있고, 모른척한다는것이다.

그러나 그것도 이제 한계인듯하다.

드물게 그가 모른척하는것이 힘든지.. 종종..


"heh.. 또 멋지게 하셧구만.. 그나마 다행인가?"

"어서와, 코미디언~. 오늘은 워터폴이네?"

".. 니놈이 꼬맹이랑 다른 꼬맹이란건 알겠다.. 데체 왜 이런 쓸데없는걸 하는거야? 갈수록 더 잔혹하게.."

"음.. 그건.."


차라가 슬쩍 내쪽을 흘겨보다가 다시 앞을 똑바로 쳐다보았다.

나는 들리지않을 샌즈에게 미안하다는 소리를 내뱉고 고개를 돌렸다.


"내 재미를 위해서야.. 그거말고 더필요해?"

"..heh.... 시작해보자고. 살인마."

"물론이야. 날 더 즐겁게해봐. 서로의 패턴따위 이미 알고있잖아? 하핫..!"


그리고, 샌즈가 사라졌다..

그러나, 샌즈는 언제나 패턴을 바꾸지 않았다.

왜 바꾸지 않는지 알수가 없었다.

이번에도 차라의 손에 세계는 멸망하고, 사라졌다.


..플라위..? 글쎄.. 오래전부터 그는 본적이없는거같다..

아마, 차라를 피해다니고 있는거라 생각한다.


"하~ 자. 파트너. 기념할만한 300번째 리셋이야! 이번엔 변수로 올까? 아니면 다시 극장이 될까? 기대되지않아?"

"...기대되지않아.. 차라.. 넌 질리지 않아..?"

"아~ 니! 전혀! 매번 나도 패턴 바꿔가며 진행하고있다고? 그래, 이번엔.. ...역시 전부 죽여야지..!"


할수있는건 없다. 아무것도. 전혀.

보면서, 명복을 빌어주고, 사과하고, 마음속에 묻어버리는것외엔..

내가 할수있는건 아무것도 없을꺼라 생각했다.

또다른 샌즈가 나타나기 전까지는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