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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 녹음

안녕. 새아가. 오늘부터 너에게 일기를 쓰기로 했단다. 이전에 쓰던 공책을 다 썼거든.
어... 사실 이게 첫 녹음이 아닌 건 너도 알지? 일기장에 쓰는 것 처럼 하려니 뭔가 어색해서 말이야.
사실 이전처럼 공책에 써볼까 했는데 남은 공책이 없더라구. 그래서 예전에 받아온 널 생각해냈어.
음... 이렇게 말하면 기분이 나쁘려나?
당연히 나중에 공책이 생긴다고 거기로 옮기진 않을테니 걱정마렴. 너도 다 쓰면 그때 옮길거란다.
좋아, 첫 만남이니 내 남편에 대해서 좀 말해줄까?
오늘은 우리 국왕복슬씨가 정말로 바빴어. 정확하게 무엇때문에 바쁜지는 얘기해주지 않았지만.
그래도 그 사이사이에 나와 같이 마실 차를 구했다고 아이처럼 달려오기도 했단다.
우리 그이는 정말로 차를 좋아하는 것 같아. 나에게 가장 처음 주었던 선물도 찻잎이었거든.
나중에 알게 된 거긴 한데, 궁에서 직접 차를 기르고 있더라고. 지금은 그 자리에 꽃도 기르다보니 정원이 되어버렸지만.
우리 그이는 그 정원을 정말로 좋아해. 오죽하면 다른 사람들도 그이가 안 보이면 정원부터 찾는다니까?
음... 오늘은 여기까지만 하자. 저녁을 차려야 되거든. 그럼.
(달칵)





일곱 번째 녹음

어... 안녕. 정말로 오랜만이구나.
헤헤... 사실 얼마 전에 아들을 낳았거든.
이름은 아스리엘이야. 우리 그이가 지은 이름이라 믿기지 않을 정도로 정말 괜찮은 것 같아.
사실 우리 그이가 이름은 정말정말 못 짓거든.
여기 이름이 뭔지 알아? '홈'이야.
왜냐면 여기에 집이 있거든. 그게 다야. 정말로!
편안함이나 그런 의미 하나 없이 그저 자기가 사는 곳이니까 홈이라고 도시이름을 지었어.
그러니 내가 우리 아들 이름에 대해 얼마나 걱정했을지 알겠니?
하지만 다행히 아들 이름은 정말로 잘 지었어.
아스리엘. 음... 몇 번을 불러도 정말 좋아.
헤헤...
(달칵)





열 두 번째 녹음

안녕. 정말 오랜만이야. 그치?
요즘은 아스리엘 때문에 많이 바빠서 말이야.
아이를 키우는게 이렇게 힘든 줄은 몰랐어.
어찌나 목청이 좋은지. 아가방에서 울었는데 우리 그이가 정원에서 그 소리를 듣고 뛰어왔단다.
또 항상 새벽에 한 번씩은 울어서 우리를 깨우는 통에 잠도 잘 못자고.
왜 아이를 낳으면 다들 피부가 안 좋아지는지 알겠더라구.
헤헤... 하지만 우리 아가가 얼마나 귀여운지 아니?
그 작은 손을 조물거리며 움직이는 걸 보면 신기하고 귀여워서 항상 나도모르게 그 손에 입맞춰주게 된단다.
또 자는 모습은 얼마나 천사같은지. 이 세상 그 어떤 것보다도 아름다워 보인단다.
아, 그리고 요즘은 아스리엘이 뭘 원해서 우는지 구분할 수 있게 된 것 같아.
밥달라고 우는 것과 기저귀 갈아달라고 우는건 확실히 구분이 가더라고.
(*으애애앵!!!)
그리고 지금처럼 높게 우는 소리는 재워달라고 우는거고.
...어?
(우당탕탕)





이백 서른세 번째 녹음

안녕.
요즘은 정말 바빴어. 예전에 말했듯 새로운 집으로 이사가게 되었거든.
집에 짐이 많다보니, 그걸 옮기는 것 만으로도 벅차단다.
아마 내일이나 모래 정도에 집을 떠날 것 같아.
아스리엘은 정원에 가있어. 아직 어린데도 혼자서 잘 기다려주고 있어서 얼마나 고마운지 몰라.
그래서 오늘은 버터스카치파이를 구워주려고.
음... 너무 오랜만에 해서 그런가 평소보다 좀 크게 굽긴 했는데 괜찮을거야.
이제 좀 있으면 다 될 것 같은데, 아스리엘이 시간에 맞춰 돌아왔으면 좋겠어.
(띵!)
아, 다 구워졌나봐. 그럼 안녕.
(달칵)





이백 서른 네 번째 녹음

어... 오늘은 두 번 녹음하게 되었구나.
정말 놀랄일이 있었거든.
아스리엘이 인간을 데려왔어.
음... 이걸... 뭐라고 말해야 할지 모르겠구나.
일단은 아이는 그이 방에서 재우고 있긴 해. 그이는 오늘 서재에서 잔다고 했고.
처음엔 정말 놀랐어. 그 아이가 많이 아파 보였거든.
아니, 어쩌면 그 높이에서 그 정도밖에 안다친게 다행이지.
어쨌든, 그 아이의 발에 붕대를 감아주고 다친 곳에 연고와 반창고를 좀 붙여줬단다.
그리고 뭐, 마침 들어온 아스고어와 함께 우리 넷은 내가 구운 파이를 먹었어.
아이는 자기 이름이 차라라는 것만 기억하고 다른건 아무것도 모르겠다고 하더라구.
...
아스리엘은 인간을 본 적이 없어.
아스리엘 뿐 아니라 사실 대부분의 괴물이 인간을 본 적이 없단다.
그 시절은 너무나도 오래 되었으니까.
...
이 아이를... 믿어도 되는 걸까?
(달칵)





이백 서른 다섯 번째 녹음

으... 오늘 정말 큰 실수를 해버렸어...
어제 말했듯 우리는 새로운 집으로 이사를 했단다.
그리고 오늘 수도를 홈에서 뉴 홈으로 옮긴 것에 대해서 그이가 연설을 하는데 그이의 마이크가 잘 안 나오더라고.
그래서 그이가 내 마이크를 좀 달라해서...
그게...
꺄아아... 정말 내가 왜 그랬을까!
거기서 왜 하필 '국왕복슬씨'라는 말을 해서...
난 정말 마이크가 켜져있을거라곤 생각을 못했다구!
게다가 그이가 그 이후로 계속 자기를 '국왕복슬씨'라고 하는데... 으으...
연설이 끝나고 나서 아스리엘도 자기 아빠한테 계속 국왕복슬씨라고 하고...
꺄아아... 정말 내가 왜 그랬을까! 머저리 같은년!
(*여보 무슨일 있소?)
아, 아무것도 아니에요!
(달칵)





이백 서른 여섯 번 째 녹음

안녕.
아이가 둘로 늘어나니 할 일이 늘어나긴 했어.
게다가 나도 여왕으로 다시 복직할 준비를 해야하니 더욱 바빠진 것 같아.
그래도 오늘은 좋은 소식이 있어!
차라가 우리에게 좀 더 마음을 연 것 같아.
오늘 장보러 나가려는데, 차라가 아스리엘에게 뭔가 말하더라구.
그리고 아스리엘이 나에게 차라가 한 말을 전해줬는데, 나랑 같이 나가고 싶다했단거야!
그 소리에 나도 들떠서, 아스리엘하고 차라랑 같이 외출을 했단다.
수도를 옮긴 지 얼마 안되었는데도 많은 괴물들이 가게를 차리고 있었어.
그래서 우리는 과일도 사고, 간식도 먹고 했단다.
그리고 옷가게에서 정말 귀여운 옷을 봤어!
연두색 바탕에 노란 줄이 있는 옷이었는데 마침 남자아이 것과 여자아이 것이 다 있어서, 둘에게 같은 옷을 사줬단다!
다음에 나가면 더 많이 옷을 사줘야겠어.
그럼 안녕!
(달칵)





이백 서른 아홉 번째 녹음

안녕!
헤헤... 오늘은 정말로 좋은 일이 있었어!
차라가 처음으로 내게 말을 걸어줬거든!
정말 놀랐어! 그 아이가 내게 먼저 말해주다니!
그것도 나에게 엄마라고 했어!
헤헤... 왜 이렇게 기쁘지? 나도 잘 모르겠어.
하지만 진짜 딸이 생긴 것 같아.
차라에게 아스고어에게도 아빠라고 해보라고 했더니 정원에서 쉬고있던 아스고어에게 가더라고.
창문으로 보니 그이가 차라를 번쩍 들고 크게 웃으면서 빙글빙글 돌고있었어.
그래서 오늘은 내가 특별히 달팽이 파이를 만들었지!
정말 좋았어! 조만간 꼭 시간을 내서 다 같이 놀러갈거야!
(달칵)




이백 마흔 세 번째 녹음

오늘은 아이들과 같이 괴물의 역사에 관한 얘기를 나눴어.
아이들도 슬슬 공부를 해야하니까.
아스리엘도 차라도 이야기가 재밌는지 계속 이것저것 물어봐서 조금 힘들기도 했지만.
아이들은 좋은 학생이 될 것 같아.
아스리엘은 차라를 껴안고 차라랑 자기는 좋은 친구니까 다른 사람들과 괴물들도 좋은 친구가 될 수 있을거라 했어.
한 땐 그랬다는 얘길 해주니 그것 보라며 정말 좋아하더라.
...그래서 그 이후의 이야기를 해줄 수가 없었어.
그건 아이들에게는 너무 잔인한 얘기거든.
...
괴물과 인간이 다시 친해질 수 있을까?




삼백 쉰 일곱 번째 녹음

안녕.
오늘은 집에서 초콜릿케이크를 만들어봤어.
차라의 생일이었거든.
진짜 생일은 아니고, 우리가 차라를 처음 만난 날을 생일로 하기로 했어.
아직도 차라는 인간세계에서 일을 기억 못하거든.
처음엔 달팽이 파이를 구울까 했다가 만드는 김에 차라가 좋아하는 초콜릿 맛을 내기로 했어.
차라는 정말 초콜릿을 좋아하거든.
이가 다 썩진 않을까 고민이야.
양치를 잘 해야 하는데.
어쨌든, 오랜만에 다 같이 정원에서 케이크를 먹으니 정말 좋더라.
이젠 차라가 집에 없는 걸 상상할 수도 없을 것 같아.
헤헤...
(달칵)





삼백 예순 아홉 번째 녹음

안녕.
오늘은 좀 피곤하네. 그이가 아파서 내가 아스고어의 일까지 맡아서 했거든.
...
무언가 안 좋은 일이 있었던 것 같아.
그리고 아마... 아이들이 관련 된 일인 것 같고.
...
아마 나 없이 버터스카치파이를 만들려고 했던 것 같아.
부엌에 내가 모르는 설거지거리가 있었으니.
아스리엘과 차라에게는 굳이 물어보지 않았어.
그 아이들에게 그런걸 물어보는 건 너무... 가혹하니까.
...
실수... 였겠지?
(달칵)





삼백 일흔 네 번째 녹음

...
아 맞다, 기록기 켜놨지.
흠흠. 안녕.
오늘 좀 중요한 얘기를 들어서 생각 좀 하느라고.
오늘 저녁에 아이들을 재우고 나서 그이가 나를 불렀어.
식탁에 앉은 그이는 한동안 말이 없었지.
그러다가 나에게 바깥으로 나가고 싶냐고 물어봤어.
난 가능하면 그렇게 하고싶다고 말했지.
그이는 밖으로 나갈 방법을 알고있다고 했어.
그럼 왜 진작 나가지 않았냐는 내 질문에 아스고어는 한참을 대답하지 못했어.
그리고 그이가 대답해줬을 때, 나 역시 말문이 막혔지.
결계를 부수러면 인간의 영혼이 필요하다 했거든.
그리고 그 영혼을 얻으려면 인간을 죽여야했고.
...
예전의 우리였다면, 고민없이 했을지도 몰라.
하지만 지금 우린... 응?
어머, 차라 안 자고 뭐하니?
(*화장실 가려고요....)
그래, 화장실 갔다가 바로 자렴.
(*네.)
...
설마 들은 건 아니겠지?
어쨌든 오늘은 그만해야겠다.
(달칵)





삼백 아흔 여섯 번째 녹음

안녕.
...여전히 차라가 아파.
인간은 괴물보다 강하다고 알고 있었는데...
아스고어는 매일 차라에게 말을 걸고있어.
처음엔 아스고어의 말에 반응을 했는데 요즘은 그러지도 못해.
...
만약...
...
...
(달칵)





삼백 아흔 일곱 번째 녹음

...
...
...
(달칵)





삼백 아흔 여덟 번째 녹음

...
...
...
(달칵)





삼백 아흔 아홉 번째 녹음

안녕.
...
...
흑... 으흑...
(달칵)





사백 번째 녹음

...
안녕.
오늘 인간이 한 명 떨어졌어.
이번엔 다 큰 남자인간이야.
그는 자신이 의사라고 말했어.
그래서 그에게 차라를 보여줬어.
그는 인간이 지하세계에 있는 것에 놀란 것 같았지만 이내 우리에게 언제부터 그랬는지 물어보더라고.
그리고 왜 이렇게 된건지.
그때 아스리엘이 말했어. 차라는 버터컵을 먹었다고.
처음 알았어. 우리는 그냥 아픈 건 줄 알았거든.
아스리엘은 울면서 우리에게 속여서 미안하다고, 더이상 차라가 아픈건 싫다고 말했어.
그 남자인간은 우리가 아스리엘을 달래주는 사이 밖에서 무언갈 구해오겠다고 나갔어.
한참 뒤에 돌아온 남자는 차라에게 무언갈 먹였지.
그 인간이 말하길, 이제는 그저 운에 맡겨야 한다 하더라고.
...
...
나... 너무 무서워...
(달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