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은 발소리가 차가운 복도를 타고 뻗어나갔다.
소리는 고요한 회색을 품고있는 벽과 바닥을 지나 컴컴한 저편으로 나아가고 있었다.
발걸음은 짧고 반복적으로 되세김질되는듯 했지만, 사실은 굉장히 지친듯한 기색을 내비치고 있었다.


아니... 조금 더 정확히 말하자면 처음부터 지쳐있었다고 말할수 있을것이다.
이곳에 도착하기 아주 오래전부터.
심해처럼 어둡고 푸른 꽃밭에서 일어나 낯선 통로를 지나고


피부가 에는듯한 추운 눈밭과 마치 발을 잡아끄는 애처로운 손아귀같은 늪지를 지나
온몸이 찌그러질듯 불타는 땅을 밟으며 누구도 제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정신없는 향락가를 지날때도.


그녀는 처음부터 자신도 알수없는 감정을 등에 진채로 지친 걸음을 반복적으로 옮기고 있었다.

 

그녀는 고뇌하며 걸었다. 도대체 왜? 라는 물음을 가슴아래에 품고서.
애초에... 그녀는 모두가 행복해질수 있다는 거짓말같은 희망을 품고있지도 않았다.
하지만 그렇다고해서 포기하며 무던히 노력하길 거부했다는 뜻 역시 아니다.


그녀는 언제나 자신의 최선을 다했다.


무릎을 꿇어 자비를 구하고, 손을뻗어 자비를 베풀여 함께 춤을추며, 그들을 이해하고 바라보았으며...
그들을 조금더 나은방향으로 이끌기 위해 자신이 할수있는 최선을 다했다.


'무엇이 잘못된걸까?'


그녀는 숨을 몰아쉬며 생각했다.
여러가지 생각이 그녀의 머리를 스쳐지나갔지만 그녀는 아무것도 이해할수 없었다.
그녀는 고개를 저으며 계속 앞으로 나아갔다.


이번에도 여러가지 생각이 그녀의 머리를 침범해갔다.


'무엇을 고쳐야할까?'


그녀는 도무지 포기할수가 없었으나, 달성할수도 없었다.
그녀가 아무리 다른 행동으로 시도를 해보더라도, 언제나 똑같은 일이 계속해서 일어나고 말았다.
몇번이었을까? 아니면 몇백번이었을까?
그녀가 할수있는 모든 행동을 다 시도해보았다.


지금도, 그녀는 최선을 다해 시도해보고 있다.


'무엇을?'


그녀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반쯤 감긴 눈 사이로, 회색으로 물든 도시의 풍경이 눈에 들어왔다.
고요한 도시에서는 조그만 벌레소리조차 들려오지 않았다.
이 길에서 조그마한 꽃 친구가 옜날이야기를 들려주었던것이 그녀의 머리를 스쳤지만
그녀는 들은적 없는 말소리를 기억하지 않으며 고개를 아래로 떨구었다.


'언제부터였을까?'


언제부터였을까? 그녀는 머릿속이 반죽이라도 되어버린듯 엉망진창으로 뒤엉켜버렸다고 생각했다.
그녀가, 혹은 그가, 그것이.
어떻게 되었는지 잘 기억나지 않았다.


뚜벅, 하고 걸음을 내딛자, 그녀의 발은 호화로운 황금빛 벽돌에 닿아있었다.
그녀는 천천히 고개를 들어올렸다.


그녀의 앞에서는 마치 오랜친구라도 되는양 낯익은,
주황색 스카프를 맨 짧은 해골이 구부정하게 서서 그녀를 마주하고 있었다.


잠시 그녀를 바라보던 해골은 눈을 감으며 운을 떼었다.

 

"안녕, 그간 많이 바빴지?"

 

그녀는 대답하지 않았다.

 

해골은 꽤나 떫떠름한 웃음을 지으며 인사를 계속했다.


"...
그래, 물어볼게 하나 있어.


가장 착한 사람이라도 바뀔수 있을까?
세상이 뒤틀려있다면, 누구나 끔찍한 사람이 되고마는걸까?"


또각, 하고 그녀는 한걸음 발을 내딛었다.
해골은 잠시 그녀의 표정을 바라보고는 웃음을 지우지 않으며 계속 입을 열었다.


"헤 헤 헤 헤. . .


좋아.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있는지 알아.
그 표정... 내겐 정말 익숙한 표정이거든.


아직도 기억나.
모두들 그런 표정을 짓고있었지.
새들이 지저귀고, 꽃들이 피어나고.
정말 좋은 날이어야했던 그날에."


해골은 지긋이 눈을 감으며, 한걸음 발을 내딛었다.


"....

있잖아. 난 이제 괴물들이라면 지긋지긋하거든.
그래서 네가 하고있는 그 일들을 막고싶은 마음은 없어.


하고싶은대로 하도록 해.


정의롭게 막아서지 않을게.
친절하게 어떤게 옳은 일인지 인도해주지도 않을꺼고
바보같은 농담을 치거나, 어색하게 위협하지도 않을꺼야.


난 널 막기위해 태어난 사람이 아니거든."

 

살짝 윙크하며 소녀의 반응을 기다렸지만 소녀는 조용히 그를 주시할 뿐이었다.
그럴줄 알았다는듯, 해골을 가볍게 한숨지으며 눈을 가늘게 떴다.


"하지만... 너를 보고있으면 누군가 생각난단말이야.
누군가 착한일을 하려했던 사람.
옳은 일을 하기 원했던 어떤 사람의 기억이.


심지어, 다른때에서는..."


얘기를 이어나가던 그는 피식, 하고 웃으며 자신의 눈을 가지며 작게 큭큭, 하고 헛웃음을 흘렸다.


"아니다. 그런일은 없었을꺼야.


아무튼... 미안해."


그는 가렸던 손을 떼어냈다.
그리고 드러난 그의 눈은 적개심을 가득품으며 붉게 불타오르고있었다.

 

"그냥 개인적인이유야."

 

 

 

-

 

근데 네거 언제 끝냤냐 띠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