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정은 실시간으로 자신의 감정을 드러내는 약점이 가득한 유리창과 같다.
새어나온 감정은 여러가지 색을 뒤집어쓰고 첩자처럼 타인들에게 나를 누설한다.
저 녀석이 화가 났어, 저 녀석은 슬퍼. 저 녀석은 호구야. 같은 것..
사람들은 서로에게 관심이 없으면서도 쓸데 없는 부분은 관심이 많았고, 그 불쾌한 관심의 대상에는 나도 포함되었다.
달콤하지만 아무 도움도 되지 않는 동정, 씹을 수록 더러운 맛이 나는 비웃음과 비하는 어느 순간부터 늘 나를 괴롭혔다.
줄 놓은 풍선처럼 쉽게 날아가는 좋은 감정과는 달리, 나쁜 감정은 마치 더러운 물이 가득한 물통처럼 넘어지면 끈적끈적하게 흔적을 남긴다.
그 흔적은 가끔 내 꿈을 찾아와 날 흠칫흠칫 놀라게 만들고 하루종일 손에 오물이 묻은 기분을 느끼게 만든다.
무엇보다도 그들의 추악한 그림자가 나에게 드리워 흔적을 남긴다는 사실 자체가 너무나도 혐오스러웠다.
일찍 떠나가신 부모님의 부재는 여느 어린 아이들에게 그렇듯 나에게도 큰 시련이었고
고아원의 얇은 이불은 늘 돌아가신 부모님의 시신처럼 차갑고 추웠다.
그들의 애정은 기계적이고 가식에 가득 차 있었으며, 가면처럼 언제든지 떼고 쓸 수 있는 물건이자 상품이었다.
나는 아직도 변도 못 가리는 아이가 변을 지렸다고 그들에게 얻어맞던 순간을 기억한다.
그들의 커다란 손바닥은 아이에게는 거센 채찍보다도 독하고 아렸을 것이고, 평생 잊을 수 없는 상흔을 몸에도 마음에도 남겼겠지.
그런 순간이 올때마다 난 멍청하게도 감정을 그대로 드러냈고, 그 댓가는 그대로 나에게 돌아왔다.
비단 고아원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부모님이라는 책임의 방벽이 없는 사람에게 사회는 고아원과 같은 곳이었다.
먹을 책임, 입을 책임, 살 책임.. 모든 책임은 내 어깨에 옮겨지고 있었다. 무겁든 무겁지 않든간에.
내가 표정을 잃은 것이 언제부터인지는 나도 잘 모른다.
장례식을 보더라도, 주변의 누군가 울어도, 웃어도, 화내도. 즐거워해도 내 표정은 늘 똑같았다.
나는 어느 순간부터 다른 표정을 드러내지 않게 되었다.
속없는 어른들은 아이가 벌써부터 어른스럽다며 칭찬했지만, 어느 어른들은 징그러운 아이라며 멀리했다.
그런 표정을 지으면 평생 남는다며 타이르는 어른도 있었다.
오늘은 분명 내 손에 쥐여져 있지만 내일이 되면 다 사라지니까.
난 유리창에 커튼을 치고 불을 끈 나의 마음은 누구에게도 드러나지 않았다.
누구에게도 내 더러운 신발을 신고 나의 감정을 이해한다며 떠들게 허락하지 않았다.
사람들은 그 산에 대하여 수근댄다. 그 산 속에는 전설 속의 괴물들이 살고 올라가면 다시 돌아오지 못한다고.
흔한 사람들의 헛소리라고 생각했다. 그네들의 삶은 헛소리로 가득 차서 바라지 않는 방향으로 굴러간다.
원하지 않은 방향으로 굴러간 사람들이 정상에서 바보같은 선택을 했기에 아무도 돌아오지 않은 것이겠지.
사람들은 자신들도 모르게 그들에게 꺼지라고 말했을 것이다.
'그가 상처받을 거야' 따위의 말로 꽁꽁 싸서 가린 진심이 자신도 모르게 흘러내렸을 것이고,
산으로 오른 사람들은 그 감정을 보고 절벽에서 떠밀린 기분이었을 것이다.
그 누군가에게 닿으려고 애쓰는 사람도 주변에 없었을 것이다. '그런 사람은 이 세상에 없으니까.'
산 속 공기는 도시 속, 고아원의 퀴퀴한 방 공기보다 상쾌했다.
나무는 우리가 만나는 누군가들처럼 헛소리를 내뱉지도 않았고 씨끄럽게 소리치지도 않았다.
자신의 쾌락을 위해 남을 짓밟지도 않았고 엉덩이로 깔고 앉지도 않았다.
뺨을 치지도 않았고 침을 뱉지도 않았고 넌 정말 웃긴 녀석이라고 비웃고 코미디언이나 해보라고 하지도 않았다.
그저 그 자리에 서서 밝은 햇살을 받으며 시원한 그늘을 우리에게 나누어줄 뿐.
산은 가혹할 정도로 비탈지지도 않았고 발에 얽혀 올라와 질척이지도 않았으며 아이나 노인이나 공평하게 경사져 있었다.
부드럽거나 단단한 흙의 감촉이 낡은 신발바닥을 통해 나에게 와닿는다.
그 무감정함, 편견 없음은 다시 한 번 나를 기쁘게 한다.
내 땀을 닦아주는 바람을 맞으며 거대한 구멍을 내려다본다.
사람들이 흔히 말하는 깊고 공허한 눈동자의 속은 이렇게 이루어진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어둡다.
아마도, 지금까지 산에 갔다 돌아오지 못한 사람들은 이 구멍 안으로...
식칼로 손목을 그어 붉은 피가 뭉클뭉클 빠져나가 서서히 죽어가는 상상도 했고
독초를 삼키고 복통으로 고통스럽게 죽어가는 상상도 해봤지만
상상을 현실로 옮기려는 때마다 두려움은 내 손목과 발목을 곰팡이의 균사처럼 끈끈하게 잡아묶었다.
하지만 지금은 한 걸음만 앞으로 나가면 모든 것이 끝나는 것이다.
멍이 들고 혹이 생기는 수준에서 끝나지 않을 것이고, 다시 박차고 일어날 힘조차 없어질 것이다.
이승과 저승을 나누는 강을 건너는 뱃사공의 배를 타고, 그들을 만나서 인사하고, 새로 생긴 출구에 입맞추고
세상에서 멀어지고 있는 나의 육신에 작별인사를 나누고..
언갤문학은 개추야
거슨옹 필력이야 믿을만 하지
믿보거
으 역시 좋다
필력 좋타..
왜 글에 누리툴 링크가 걸려있어
딮-다크 판타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