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이전에 연재되었던 플라워펠, Overgrowth는 '동화'와 같은 느낌을 주었어.

일단 죽을 때마다 꽃이 하나씩 몸에 피어난다는 신비로운 설정부터 시작해서

시련을 겪는 주인공과 무력하나 도움을 주기 위해 노력하는 친구, 

시련을 주던 대상에서 돌아서 진심으로 마음을 열고 함께 해 주는 동료이자 사랑.

그 많은 시련과 고통을 끌어안고 올바른 가치와 진정한 세계의 변화를 위해 나아가는 주인공.

마지막 올곧았지만 비극적인 끝까지.

어디 하나 빠지지 않는 동화였던 거지.


허나 이번에 나온 후속작 Anatomy는, 이 동화를 '현실'로 끌어내린 느낌이야.

어쩌면 작가는 단순히 독자들에게 왜 꽃이 피어나는가에 대한 해답을 주고자 했을지도 모르지. 조금 기괴한 방법으로.

하지만 굳이 자신이 만들어낸 이야기를 이야기를 비틀어버린 뒤에는 더하여 하고 싶은 말이 분명히 있었을 거라고 믿어. 

동화속의 이야기는 아름답고 비극적이었다면, 그 뒤에 감추어진 현실은 잔인하고 비극적이라고.

그리고 현실을 알아가는 과정은 작중에서 끊임없이 무정한 절대자, 알피스의 손을 통해 묘사되듯이,

현실 그 자체 못지 않게 잔인한 것이라고.

그렇기에 환상은 깨지고, 우리가 이전에 빠져들었던 아름다움은 가시지.

독자들은 아름다운 사랑과, 비극이 전하는 카타르시스에서 빠져나와 이면의 현실을 보게 되고 

그 깨진 조각 뒤에는 죽은 여자의 시신과 같은 씁쓸함이 남는거야.

몸에 핀 꽃이 아름다웠기에, 그 몸 안쪽에 얽혀 있는 꽃은 더욱 공포스럽지.


이런 쓸쓸한 뒷맛 그 자체가 주는 헛헛한 감정을, 동화속에 살지 못하는 우리에게 보여주는 것을, 작가는 의도한 게 아닐까 싶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