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돌아온 감상문. 일단 바쁜 것들은 다 해놓고 겨우 짧은 휴식기에 들어왔다.

29일부터 다시 바빠져서 이게 대회 기간 중 마지막 감상문이 될 것 같다.

쓰고 싶은 문학들은 이래저래 많았는데 시간은 아주 훅 가네.

그동안 감상문 쓰는 갤럼이 없었다는 건 좀 슬프구나.


원래 이번 타자로 생각했던 건 [뼈형제가 프리스크 키우는 소설]이었는데

이게 언갤산이 아니라 언갤핫산을 거친 외국작품이더라고. 호엑!

이번 대회 취지인 갤내 문학러 응원에는 좀 어긋나는 것 같아 잠시 패스해 두고 나중에 시간나면 그 때 쓸게.






[불살 이후 샌즈가 프리스크를 구속감금하는 문학]

1- http://gall.dcinside.com/board/view/?id=undertale&no=404392

2- http://gall.dcinside.com/board/view/?id=undertale&no=404483

3- http://gall.dcinside.com/board/view/?id=undertale&no=408307

1/2 - http://gall.dcinside.com/board/view/?id=undertale&no=410342

2/2 - http://gall.dcinside.com/board/view/?id=undertale&no=410863


‘“실험 계속할 거지?”

당연히 그럴 것이라는 전제가 깔려있다. 하얀 두개골이 결국 고개를 끄덕였다. 그 고개에는 안 보이는 끈이 매달려있다. 그 끈의 끝에는 안 보이는 말뚝이 자리 잡고 있다.


인간은 모두를 행복하게 할 수 있었다.

인간은 모두를 사라지게 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 어떤 경우에도 끝은 오지 않았다.

그렇게 남은, 기묘한 평온의 이야기.




루프물이란 건 주인공을 굴리고 굴리고 굴리고 굴려서 그 끝에 오는 카타르시스가 메인인만큼

결국에는 해피엔딩이든 배드엔딩이든 끝나는 게일반적이다.

하지만 이 작품에는 이 없어.


사람이 계속 특정한 시간을 반복하게 된다면 어떻게 될까 생각해 봤다.

한 게임을 몇 주차에 걸쳐가며 반복플레이할 때가 있는데, 그 때랑 비슷하지 않을까 싶어.


일단은 완벽이라고 생각한다. 자기가 실패했던 것들, 못했던 것들을 다 최선의 길로 가 보는 거지.

그 다음에는 호기심이 온다. 완벽하지 않더라도 할 수 있었던 것들을 다 실험해 보는 거지.

그냥 할 수 있으니까. 일부러 괴상한 선택지도 골라보고 그러잖아.

그 호기심이 과해지면서 괴상한 수준의 선택지가 아니라 나쁜 선택지도 일부러 골라보게 된다.

언더테일을 진행하는 순서가 흔히 노말 -> 불살 -> 몰살인 게 그 예시인 것 같아.


나쁜 짓을 해보고 싶은 마음은 누구에게나 있다고 생각해. 실행에 옮기지 않는 건 그만큼의 대가가 있어서고.

이런 말이 있다. 많은 사람들이 여지껏 살아있는 이유는 걍 그놈들을 쏴죽이는게 불법이라서다

그 대가만 사라진다면, 예를 들어 데스노트처럼 아무 증거도 없이 사람 하나를 치워버릴 수 있다면.

솔직히 떠오르는 얼굴이 좀 있을 거야. 나중에 가서는 별 시답지 않은 이유로도 쓸 수도 있겠지.


그렇게 씹고 뜯고 맛보고 즐기고 할 걸 다 해봤다. 그런데 끝이 안나?

우리야 언더테일을 다 플레이했다 싶으면 종료할 수 있지. 언더테일은 그냥 게임이니까.

하지만 이 문학의 프리스크에게는 종료버튼이 없다.




이 문학의 프리스크는 정말 볼 거 다 본 상태야. 몰살 이상의 막장으로 날뛰어 봤을 수도 있겠네.

(갑자기 언갤테일이 생각난다. 어... 이건 아닐 거라 믿어)

하지만 이미 다 해봤던 것들이고, 바뀌는 것도 없고... 결국에는 연료를 다 태워버린 불꽃처럼 사그라든다.

죽음을 수용하는 5단계는 부정 - 분노 - 타협 - 우울 - 수긍순서라고 하더라고.

강렬한 감정이란 건 생각보다 그렇게 오래 가지는 못할 거야.


프리스크는 성녀였을 때도 있고, ‘차라였을 때도 있겠지.

수많은 반복 끝에 거의 해탈한 프리스크는 그 두 모습을 모두 보여주고 있어.


너 같이 이상한 표정을 짓는 애가 내 꿈에 자주 나왔거든.”

그게 다야?”

그래. 그 미친놈이 내 꿈에서 얼마나 날뛰는지 너도 잘 알걸. 걔가 너니까.”


인간이 가지고 있는 가장 예쁜 기억 중 하나다. TV의 소음도 그 기억을 회상하는 걸 방해하지 못했다. 인간의 시선이 몽롱해졌다. 그 때의 감정은 퇴색해도 그 기억이 아름다웠다는 사실만은 변하지 않는다.’


모두를 죽여버렸던 기억과, 모두와 행복했던 기억을 모두 가지고 있으면서도 그저 태연하지.

루프가 그리 길지 않았을 때에는 차라로서의 행동을 후회했을 지도 몰라.

하지만 끝이 없이 반복된 만큼, 프리스크에게는 어떤 사건도 결국에는 일상이 될 수밖에 없을 거야.

이 문학러가 쓰고 싶었던 건 '실험 일상 글'이었다는데, 정확히 잘 써줬다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는 이 문학의 메인은 1/2, 2/2편이고 1~3편은 1/2, 2/2편으로 들어가는 프롤로그 같았어)

프리스크에게 대부분의 일은 예전에도 자주 있었던 일들에 불과하니까.




한편 유일하게 루프를 눈치 챈 샌즈에게, 프리스크는 재앙 그 자체로 다가왔다.

시간이 되돌아가는 걸 담담하게 인정하고 별 거 아닌 거로도 시간을 되돌리려는 인간.

단지 호기심으로, 혹은 아무런 느낌 없이 자신들을 죽여 봤을 인간.

언갤문학 [프리스크 패러블]의 표현을 빌자면, ‘만족하지 않는 부류의 인간.


그런데 자세히 보면 지금 이 문학의 프리스크는 만족하지 않는 부류의 인간이 아니야.

[프리스크 패러블]의 프리스크가 그냥 엄마 아빠가 보고 싶은 인간 꼬마이기에 루프에 관심이 없다면

이 문학의 프리스크는 이미 볼대로 다 본 만큼 관심이 없어. 오히려 루프를 끝내는 실험에 협조할 정도니까.


샌즈는 계속 프리스크를 경계하겠지만, 동시에 프리스크가 막 날뛰지는 않을 거란 걸 알겠지.

프리스크는 샌즈에게 전면적으로 협조하고 있지만, 최소한의 방어선 정도는 구비해 놓았고.


샌즈가 수틀려서 인간으로서는 막을 수 없는 어떤 행위를 할 경우, 자살을 시도할 생각이었다고 한다. 샌즈는 그 생각을 이해할 수가 없었다. 분명히 자기가 먼저 실험에 동참하겠다고 해놓고 가끔 이런 식으로 속을 뒤집는다.’




상황은 이루 말할 수 없이 개판을 다 찍어 봤는데, 묘하게도 평온하다. 심지어 간간히 웃기기까지 하다.

쓴 문학러 의지가 중간에 바닥나서 좀 짧은 점만 아쉬울 따름이야.

블랙 코미디 같은 느낌이 신선해서 엄청 좋았거든.






감상문 못 쓰는 동안엔 감상문 쓸 후보 문학들을 꼽고 있었는데, 생각보다 줄줄 나와서 겁나네.

당분간은 다시 뭣같이 바빠지겠지만 계속 쓸 수 있으면 좋겠다.

문학러들도 계속 의지를 가지길 바라. 휘리리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