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GM - NELL-기억을 걷는 시간]
BGM과 함께 보면 더 좋을수..도?
*
결계를 깨고 나온 직후, 나는 토리엘과 함께 에봇 산에서 좀 떨어진 곳에서 살게 되었다. 에봇 산은 그렇게 먼 거리는 아니었지만 다시 찾아가기에는 대사로서의 일과 학교생활이 너무 바빴다. 수 년이 지나 괴물들의 권리도 인간과 동등하게 인정받게 되어 괴물 대사인 나도 할 일이 많이 줄어들었고 한결 여유로워졌다. 여전히 학교 공부는 힘들지만 열심히 노력한 덕에 성적은 항상 중간 이상을 넘어서고 있었다. 어느 날 집에서 공부를 하고 있다가 문득 창밖을 내다보니, 가을이 완연한 에봇 산이 보였다. 갑자기 나는 한 아이를 생각했다. 모두를 위해 홀로 지하에 남은 아이를.
* 아스리엘, 너는 잘 지내고 있을까?
그 한 번의 짧은 생각이 기폭제가 된 것처럼 나는 무엇을 하던 항상 너의 생각부터 하게 되었다. 길을 걸을 때 옆을 지나는 사람들 사이로 너의 목소리가 들리게 되었고, 저녁노을에 창으로 스며드는 바람 속에서도 너의 손길을 느끼게 되었다. 점차, 내 마음 안에서 너라는 존재가 커져갔다. 내가 미처 구하지 못 했던 아이에 대한 죄책감, 다시 보고 싶다는 그리움이 슬픈 흔적으로 남아 내 마음을 채운다. 그 마음속에서 너의 의지가 온기가 되어 느껴지는 것만 같았다.
너도 같은 생각을 할까. 너도 나와 같이 그 꽃들 사이에서 날 보고 있을까 생각 하곤 했다.
나는 지금, 너에게로 가고 있다. 지나가는 등산객들 사이에 네 웃는 모습이 보이고 산에서 떨어지는 낙엽이 마치 네 눈물 같다. 노래를 흥얼거리는 와중에도 내 마음속은 너의 생각으로 가득하다. 너를 만나면 무슨 얘기부터 해야 할까. 보고 싶었어, 잘 지냈지? 하고 안부를 물어볼까. 너무 보고 싶었다고 껴안으며 눈물을 흘리게 되지는 않을까. 마지막 기억 속의 너는 그저 어린 울보였는데, 혼자 있던 시간이 너를 성장하게 했을까, 너를 만나기 전까지 나는 계속 이런 상상을 하겠지. 그런 와중에도 내 눈앞엔 너의 모습이 계속 아른거린다. 마치 내가 보고 듣고 느끼는 모든 것을 네가 함께 하는 것처럼.
너는 어떨까. 너도 나를 그리워했을까. 나를 보자마자 그 큰 눈에 눈물을 그렁그렁 맺으며 보고 싶었다며 안겨올까. 아니면 이제 짐짓 어른이라는 듯이 눈물을 감추고는 오랜만이라며 조심스럽게 나를 안아줄까. 나를 보며 그동안 괜찮았냐며 어디 아프거나 다친 곳은 없는지, 주변 사람들에 대한 걱정도 함께 할까. 그런 생각을 하며 나는 너의 어린 기억과 함께 산을 오른다.
산 정상에 있는 결계를 지나, 내가 걸어왔던 길을 반대로 지나오면서도 나는 너의 생각을 한다. 정수기에 그대로 고여있는 물을 떠 마시려다 물 표면에 슬픈 표정의 네가 비치는 것을 보고 잠시 멈칫한다. 워터폴의 비 오는 계곡에 물웅덩이에도 쓸쓸한 표정의 네가 비친다. 너는 어떤 슬픔과 죄책감을 안고 이 길을 걸었던 걸까. 스노우딘의 텅 빈 초소 앞에 너의 발자국이 그대로 남아 있는 것을 보고 나는 한 방울의 눈물을 흘린다. 이 먼 길을 너는 홀로 외로이 걸어왔겠구나. 네 슬픔을 알아주는 사람 하나 없이.
괜찮아. 이제 곧 우리는 만날 수 있을 거야. 나는 의지를 다지며 처음 내가 떨어진 그 황금빛 꽃밭으로 향한다.
오랜만에 찾은 폐허의 집에는 한 줌의 온기조차 없었다. 방치된 집 구석구석엔 거미줄조차 보이지 않았고 낮게 내려앉은 먼지만이 나를 맞았다. 약간의 불안감을 감춘 채 나는 폐허의 집을 나서 황금꽃밭으로 향한다. 프로깃 한 마리조차 남지 않은 폐허는 퍼즐조차도 작동되지 않았고 나는 폐허를 지나 천천히 내가 처음 떨어진, 네가 기다리고 있을 그곳으로 향한다.
하지만 내가 도착한 그곳엔 아무 것도 없다. 텅 비어 버린 그곳엔 환하게 피어 햇볕을 받아 빛나던 황금꽃들도, 그 속에서 환히 빛났던 네 모습도 남아있지 않다. 관리되지 않아 추운 날씨에 시들어버린 꽃들이 나를 원망하는 것만 같다. [왜 이리 늦은 거야. 그는 이미 없는데.] 나는 아무것도 하지 못한 채 눈시울을 붉히다 한 방울, 두 방울.
*내가... 너무 늦었나 봐.. 미안해. 미안... 흐.. 흐윽..
그는 이미 나에게서 완전히 떠났고, 나를 완전히 지웠을 것이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이미 시들어버린 황금꽃들을 너를 그리워하다 끝내 미어진 가슴과 함께 끌어안고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는 것뿐이다.
*
개인적으로 정말 좋아하는 가수의 좋아하는 노래로 참여해봤어. 참가에 의의를 두고싶다.
아직도 그대의 소리를 듣고
정겨우면서도 쓸쓸한 주변 풍경이 머리 속에 그려져서 좋았어. 잘 읽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