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내리는 마을, 집집마다 꺼진 불은 마을의 어두운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는다. 여전히 조용하고 싸늘한 분위기를 풍기는 마을. 왠지 예전과는 다른 싸늘함이 감돌아 끼얹어진 썰렁한 분위기가 녹아 워터폴로 흘러들어간다. 어두컴컴하고 어두운, 거의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마을때문인지 유일하게 불이 켜져있는 술집ㅡ그릴비,라고도 불린다ㅡ은 마치 밤하늘에 홀로 뜬 북극성과 같았다. 물론 이곳에서 평소처럼 한심한 노름판이나 벌이는 해골에게는 굉장히 와닿지 않는 풍경이겠지만. 


"..!"


이상하다, 정말 이상하다, 해골은 되뇌인다. 분명 의심살 행동은 한번도 하지 않았는데도 자꾸 녀석이 달라붙는다. 해골은 이 찰거머리같은 생물을 오늘 처음 봤을텐데 말이다. 어쨰서일까, 유일한 답이라면 역시 시간을 되돌린걸까. 그렇다면 해골이 어떤 녀석인지도 더할나위없이 잘 알고있겠지, 금 간 두개골의 해골은 그렇게 생각했다. 달리 알아봐야 달리 할 수 있는것도 없을터. 솔직히 해골의 입장에서 달라붙는것 쯤은 상관없었다. 아니, 오히려 그로 인해 미끼나 사기의 대타가 되어준다면 더할나위없는 축복일 것이다. 하지만 찰거머리같은 이 실눈 생물은, 미끼는 커녕 자신의 한 끼 식비를 건 이 포커게임에까지 찰싹 달라붙었고, 눈 앞의 대재앙을 일구어냈다.


"로얄..스트레이트..."


분명 해골은, 눈 앞의 불꽃괴물에게선 적당한 패ㅡ가장 가능성이 높았던 건, 풀 하우스였다ㅡ가 나오고, 자신은 포카드를 뽑아서 오늘의 감자튀김값을 정산할 심산이었다. 물론 사소하지만 원대한 그 계획은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었다. 그래. 지금 당장 해골의 옆에 달라붙어있는 인간이 오기 전까지는 말이다. 낭패감을 뒤로하고, 샌즈는 상황을 수습하려 어서 머리를 조아렸다.


"...어..그..그러니까..그릴비, 진정하자구..응?"


"....이게 몇 번째인지는, 알고 계십니까."


"알고 있어, 알고 있다구. 다음번에는 꼭 갚을테니, 이번에는 아르바이트로 봐 주면.."


"뭐, 당신의 구차한 변명을 듣기도 싫고, 이번엔 친구분덕에 이긴 거니 그동안 졌던 것과 퉁치는 것으로 하죠."


"...?"

"...돌아가면 동생분께서 싫어하실테니, 하룻밤 묵고 가시죠. 물론 인간분도 같이."


그토록 말수가 적은 그릴비가 오늘만큼은 어째선지 말을 잘라가며 자신의 할 말을 전한다. 게다가 내용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이해되지 못할 내용들 뿐이었다. 그릴비만의 문제가 아니었다. 해골은 오늘 하루 벌어진 이 모든 상황이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는다. 인간이 들어오지 않았다면, 샌즈는 다시 스노우딘의 광활한 숲에서 기나긴 밤을 보내야했을 것이다. 하지만 벌써 몇 번째 게임에서 지고 있는데도, 샌즈는 따뜻한 술집에서 머무른다. 샌즈는 오늘 파피루스의 식비를 사기 위해 다른 괴물들과 했던 '블랙잭'을 떠올려본다. 물론 옆에 인간이 달라붙어있기는 했다만, 다를 건 없었다. 없어야만 했다.

하지만 평소같았으면 알아채기도 힘들었을 샌즈의 '폴스 셔플*'을 괴물들은 알아챘다.

*카드덱에 오리지널 순서는 남아 있도록 하면서 카드의 팩을 섞는 것을 보여주는 딜러에 의한 속임수 행위의 다양한 움직임을 말한다. 출처-지식백과

게다가 반응은 또 무엇인가. 그 자리에서 머리를 조아릴 준비를 하던 샌즈는 그새 얻은 빚은 다 잊었는지 모를 멍청한 괴물들의 대답에 기겁을 금치 못했다.


"뭐, 들킨 건 이번이 처음이기도 하니까. 하지만 다음번에 또 밑장빼는게 보이면 씹어먹힐 줄 알아라, 뼈다귀."


사기꾼 해골에겐 너무나도 상냥한 대답이었다. 심지어는 표정조차 볼썽사나운 미소를 띠고 있었다. 어째서?

도저히 인간이 마을에 들어온 이후. 일 주일 채 안되는 짧은 사이에 너무나도 많은 것이 달라졌다. 특히나 샌즈는 자신의 고집불통 쓰레기 동생의 변화에 경악을 금치 않을 수 없었다. 근위대를 빨아제끼던 개자식은 자랑하던 망토를 벗어던지고 요리를 시작하더니, 제 방에 스파게티 재료를 처넣곤 나올 생각을 않는 것이다. 맛이 나쁘지 않았단 것에 두번째로 경악한 샌즈는 당연하도록 불공평한 세계로 돌아오기 위해 외부 불운과의 접촉을 찾았으나, 모두 한날한시에 약주라도 한건지 도통 평소같은 모습은 찾아볼 수가 없었다. 

항상 찾아와 X랄염병을 늘어놓던 녀석이 잠잠해지자 근위대장이 스노우딘까지 순찰을 온 적도 있었다. 뭐, 아무도 집 밖으로 나오지 않았으니 그냥 물러갈 수밖에 없었겠지만.

아무튼 너무나도 조용해진 덕에 '스노우딘'은 다가오는 <축제>의 1순위 감시대상이 되었다.

즉, 대외적으로는 거대한 위험을 무릅쓰게 된 것이다. 그리고 스노우딘의 괴물들이 그걸 모를 리가 없었다.

하지만 어째서인지 괴물들의 표정은 너무나도 평온했다. 마치 예전으로 돌아간 것처럼..


'아직 모두 희망을 붙들고 있단다, 샌즈. 우리도 <의지>를 붙들자꾸나.'


지끈거리는 머리를 한 손으로 쥐어뜯는 시늉을 하며, 해골 샌즈는 스카프를 고쳐묶었다. 그게 벌써 몇년 전 일이던가..당시에는 질 나쁜 농담으로 치부했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별볼일없는 일이었다. 뭐.. 이제 폭발로 다 흩어졌는데, 지금을 생각하자, 해골은 그렇게 생각하며 머리를 흔들었다. 아무튼 샌즈는 지금, 그릴비의 방ㅡ한 번도 안 쓴 것처럼 꽤나 단정히 정리되어 있었다. 샌즈에겐 그저 꼴사나웠지만ㅡ에, 인간과 단 둘이 잠을 청하게 되었다. 샌즈는 벽장에 정리되어있는 이불 중 하나를 깔아 누웠다. 이불은 폭신했고, 바깥의 차디찬 날씨를 녹이듯 바닥은 포근한 열기를 방출했다. 이런 뜨신 바닥에서 자본 게 대체 얼마만이던가, 샌즈는 다시금 떠오르는 기억을 흩어내려 이내 고개를 젓는다. 관심을 다른쪽으로 돌리기 위해, 샌즈는 누운 몸을 반대편으로 돌렸다. 그러자 언제 누웠는지 이미 자고 있는 인간의 모습이 보였다.

새근, 새근, 조그만 숨소리가 귓'골'로 흘러들어와 텅 빈 뇌리를 살살 울려댄다. 샌즈는 되뇌이던 생각을 미처 담아내지 못했는지 입으로 흘려내고 만다.


"..대체 무슨 생각이야? 파트너."


흘려낸 것 뿐만이 아니라 아예 구멍이 뚫린 것 같다. 이미 자고있는 인간ㅡ프리스크는 여전히 새근, 새근,하며 샌즈의 물음을 듣지도 못한 채 잠에 빠져들었다. 그런 것 같다.줄줄 입으로 새어나오는 생각들을 막을 방법을 생각해내지 못한 샌즈는 이내 포기하고 말을 잇는다.


"물론 처음 왔을 때부터 평범하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지만, 너는 그걸 넘어 특별한 수준이야, 안 그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