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둡고 축축한 워터폴에서 정적을 깨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이곳저곳 물웅덩이가 고인 이곳에서 물을 튀겨가며 무언가로부터 도망치고 있는 두 마리의 괴물이 공포에 질린 얼굴로 숨을 곳을 찾고 있었다. 소의 머리와 근육질의 몸을 가진 아론, 더러운 것은 극도로 싫어하는 결벽증의 워슈아가 메아리꽃 사이로 숨으려했지만, 커다란 뼈들이 그 앞을 가로막았다. 워슈아가 공포에 떨며 뒤를 바라보니 그곳에는 초췌하고 땅딸만한 해골, 샌즈가 기분 나쁜 웃음을 지으며 앞으로 걸어오고 있었다. 샌즈의 옷은 먼지가 잔뜩 묻어있었고, 그의 보라색 안광이 광기어린 표정과 어울려 공포감을 더욱 고조시켰다. 아론은 워슈아라도 도망치게 하려고 앞으로 나섰지만, 빛 한줄기로 고통조차 느끼지 못하고, 그 판단이 매우 잘못된 판단이라는 것조차 깨닫지 못한 채 먼지가 되어 사라져버렸다. 워슈아는 뒷걸음치며 공포에 떨고 있었지만, 샌즈의 더러운 영혼이 보이자 공포 이외의 감정, 자신의 결벽증으로 인해 더러운 것은 보기조차 싫은 혐오감이 동시에 느껴졌다.



“네 영혼은 더럽혀졌어! 더러워! 더러워!”



“헤....... 네 말대로 내 영혼은 이미 LOVE로 가득차고 있어. 그러니 너도.......!”



 샌즈가 팔을 휘젓자 워슈아도 먼저 떠난 아론처럼 한 줌의 재가 되어 사라져버렸다. 그들의 먼지는 샌즈를 원망이라도 하듯 샌즈의 옷에 달라붙어 샌즈의 죄악을 더욱 확고히 했다. 워터폴의 괴물들은 대부분 없앴지만 단 한 마리만이 보이지 않았다. 그 한 마리를 찾기 위해 샌즈는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샌즈! 오늘도 EXP를 쏠쏠하게 모으는거 같은데? 벌써 LOVE가 이만큼이나 오르다니 형이 이렇게 부지런하니깐 정말 보기 좋은 거 같아!”



 샌즈의 곁에서 머리만 둥둥 떠 있는 파피루스의 환영이 행복하다는 듯 샌즈를 다독였다. 샌즈 또한 파피루스가 기뻐하는 모습에 자신도 마냥 기쁜 것만 같았다. EXP를 모아 LOVE를 올려 인간을 막는다. 처음 EXP를 모으기 시작했을 때의 목표이자 자신이 저지르는 학살의 이유, 그리고 죄악으로부터의 도피처였지만 이제는 그런 목적조차 희미해져갔고, 지금은 그저 수단이 목적이 되어버린 괴물. 목적조차 망각한 채 그저 EXP를 모으는 것만을 원하는 몸이 되어버린 그는 EXP가 되어줄 워터폴의 마지막 괴물을 찾으러 부지런히 움직였다. 그 때, 어디선가 들려오는 피아노와 노랫소리가 샌즈가 가야할 곳을 알려주는 듯 그를 이끌었다. 샌즈는 소리가 들리는 곳으로 빠르게 이동했고, 소리의 근원지에 도착한 그는 자신이 예전에 없애버린 괴물의 집 앞까지 당도했음을 깨달았다. 워터폴에서 유일하게 피아노가 있는 그 곳, 왕실 근위대장의 집에서 피아노를 조율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샌즈는 집 안으로 통하는 구멍이 열려 있는 것을 보고 안으로 들어섰다. 



 안으로 들어선 그는 자신이 찾던 마지막 괴물, 샤이렌이 슬픈 얼굴로 피아노를 연습하는 걸 발견했다. 샤이렌은 샌즈가 안으로 들어온 것을 보자 샌즈를 향해 인사를 했고, 그 인사는 마치 공연 전 연주자가 청중들에게 인사하는 것만 같은 분위기의 인사였다. 샌즈는 바로 없애려했지만 샤이렌의 이런 모습은 지금까지의 기억엔 없던 탓이었는지 의자를 끌어와 샤이렌의 청중이 되주기라도 한 듯 자리에 앉아 연주를 기다리고 있었다. 샤이렌은 숨을 깊게 들이 쉬더니 혼신의 마법으로 피아노를 연주하기 시작했다. 


 강한 타건과 함께 느리게 깔리는 페산테가 샌즈의 몸속을 파고들었다. 아르페지오 속에서 울리는 음률은 샌즈의 떠올리고 싶지 않은 과거를 떠오르게 했다. 인간의 손에 죽어가는 괴물들. 인간과 맞섰지만 결국 패하고 녹아 먼지조차 남기지 않은 채 사라진 언다인, 인간을 막으려다 파괴된 아이돌 메타톤, 그리고 인간이 좋은 쪽으로 변하리라 믿으며 사라진 자신의 동생 파피루스. 파피루스를 떠올리는 순간 강하고 빠르게 몰아치던 소리가 순식간에 잠잠해지면서 어두웠던 분위기가 점차 밝은 분위기로 바뀌어갔다. 분위기가 완전히 바뀌자 샌즈가 그리웠던 그 모습, 그리웠던 인물, 파피루스가 미소를 지으며 샌즈에게 손을 내밀고 있었다. 샌즈는 무심결에 손을 내밀어 그 손을 잡았고, 손을 잡자 먼지 쌓인 자신의 모습이 아닌 과거 누구보다도 동생을 아끼고 모두에게 인기 넘치던 그 때의 모습으로 돌아와 있었다. 경쾌하고 빠르게 연주되는 음률은 뼈다귀 형제가 즐겁게 지내던 시절을 보여주며 절정에 점점 다가가고 있었다. 한 여름 밤의 꿈처럼 달콤했던 순간은 점차 어두워지는 선율에 신기루처럼 서서히 사라져갔다. 행복한 파피루스의 미소가, 모습이 사라져간다. 샌즈는 사라져가는 환상을 손에 잡으려 움켜쥐었지만 환상은 깨지고 암울한 현실로 돌아왔다. 어두운 선율이 점점 더 짙어지고 격정적으로 치닫는다. 절정에서 빨라져가는 선율 속에 자신이 죽였던 괴물들의 괴로워하는 모습이 보였다. 수많은 뼈가 박혀도 끝까지 자신과 싸우려했던 언다인, 가스터 블래스터로 상체가 날아가 버린 메타톤. 감시카메라로 자신을 지켜보기 전에 해치워버린 알피스. 많은 EXP를 주었고, 괴물들의 왕으로 마지막까지 버텼던 아스고어, 그리고 최대한 고통스럽지 않게 없애려고 노력한 동생 파피루스. 파피루스를 제외한 모든 괴물들이 샌즈를 증오하고 저주해가며 사라져갔고 파피루스는 마지막까지 형을 믿으며 천천히 먼지가 되어 사라져갔다. 종반부 여리게 울리는 피아노 소리. 강렬한 아르페지오 후 여린 화음이 피아노 리사이틀을 마무리 지으며 다시 정적 속으로 이끌었다.



“하나 남은 관객을 위한 내 연주회, 마지막까지 들어줘서 고마워.”



 샤이렌은 자신이 죽으리라는 것을 짐작한 듯, 도망치지 않고 자신의 끝을 담담히 기다리고 있었다, 샌즈는 연주회의 회답으로 고통스럽지 않게 한 번에 그녀를 죽였고, 그녀의 돌로 된 몸만 덩그러니 남아 피아노 의자 위에 놓여있었다.



“샌즈, 아까 음악을 들으면서 뭘 떠올렸던 거야? 꽤 쓸쓸했지만 즐거워 보이던데.”



“아무것도 아니야, 팝. 그저 과거의, 한때의 추억들이었어. EXP도 모았고 이제 가볼까?”



“그래, 형! 이번에도 인간을 신나게 죽여보자고!”



 샌즈와 파피루스는 워터폴에서 점점 멀어져갔다. 그들의 한때 추억이었던 쓸쓸한 연주회를 뒤로 한 채 점점 사라져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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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산테 = 무겁게

아르페지오 = 화음의 각 음을 동시에 연주하는 것이 아니라 연속적으로 차례로 연주하는 주법

리사이틀 = 독창회, 독주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