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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스크는 뭉개진 황금꽃밭 위에 천천히 일어섰다. 옷에 묻은 흙먼지를 모두 털어내고 옆에 떨어져 있던 낯익은 나뭇가지를 집어 들었다. 그러고 주변을 잠시 돌아보는 듯하더니, 가만히 그 자리에 멍하니 있었다. 옆에서 가만히 보고 있자면, 정말 아무것도 안 하고 멍을 때리는 것 같았다. 하지만, 그런 것이 아니리라. 마음 속으로 수많은 대화를 나누고, 수많은 고민을 하고 있으리라. 가끔씩 프리스크의 눈에 스쳐가는 감정들을 통해 그 대화의 내용을 엿볼 수 있었다. 기쁨 뒤에 스멀스멀 기어가는 불안감과, 자신이 갈 수 있는 모든 지하세계를 다녀왔음에도 불구하고 알 수 없는 한치 앞의 미래, 그 감정들 중에서도 단연 가장 앞서는 것은 결연함이었다. 어린 여아에게는 기대할 수 없는 눈빛이다.
프리스크와 그녀의 인도자, 둘 다 모두 이야기하길 그만뒀다.. 그들은 마음 속으로 기도하길 좋아했고, 누군가에게 보호받길 원했으나 상황은 그녀들을 그렇게 놔두지 않았다. 그래서 프리스크와 인도자는 이야기하지 않기로 했다. 그저 앞에 있는 모든 것에 집중하기로 했다. 그러면서도, 그들은 그 누군가에 대한 의식을 마음 속에 붙잡아 두고 있었다. 자신의 인생에서, 정체를 알 수 없는 방관자가 있는 것은 기분 나쁜 일일 수도 있지만, 혹시 모를 위안일 수도 있었다. 누군가가 지켜본다는 것은, 어떤 때에는 기분 나쁜 미행일 수도 있지만, 어떤 때에는 든든한 보호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프리스크는 후자로 받아들이기로 했다. 그녀의 인도자도 처음에는 방관자였으므로.
사실, 가장 큰 이유는 따로 있지만, 차라의 체면을 위해 모르는 척하는 게 좋은 선택이다.
'저쪽으로 가면 플라위가 있을 거야. 그렇지?'
'……, 응..'
둘이 나눈 대화의 일부는 그런 내용이었다. 모든 것을 처음으로 되돌린 대가로, 가장 불편하고 만나고 싶지 않은 상대를 만날 수 있게 됐다. 차라에게는, 그것이 더욱 버거웠다. 플라위를 만나 사과하는 것은 소용이 없다. 그것은 차라 스스로가 가장 잘 알고 있었다. 프리스크를 보자마자 죽이려고 했던 플라위였으므로, 무시할 수도 없었다. 등을 보이는 순간 플라위의 공격에 즉사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녀들은 나아갈 수밖에 없었다. 프리스크는 맨 처음에 그랬듯이, 토리엘이 나타나주길 바라며 앞으로 걸어갈 뿐이었다. 긴장했지만, 프리스크는 나뭇가지를 굳게 잡지 않았다. 그 누구도 공격할 생각이 없음에도 나뭇가지를 들고 다니는 것은, 머펫이 해준 충고 때문이었다.
프리스크는 앞으로 나아갔고, 플라위가 있을 방의 문지방을 넘었다. 플라위는, 당연하다는 듯이 그 자리에서 프리스크를 기다리고 있었다. 플라위는 프리스크를 보자마자,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괴상한 웃음 소리를 내며 그녀를 맞이했다. 프리스크는 그 모습을 보면서도 표정을 일그러뜨리지 않았다. 오히려 당장이라도 울음을 터뜨릴 듯이, 플라위의 웃는 모습을 보고 있었다. 이내 플라위는 웃음을 멈추고 말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결국 리셋을 했구나? 응? 무슨 일이 있었는진 모르겠지만 참 안 됐어. 너의 그 사랑스러운 뼈다귀 친구들이 너를 말끔하게 잊어버렸을 테니 말이야!"
플라위는 스노우딘 이후로 프리스크가 뭘 했는지 알지 못 했다. 그녀는 그 사실을 머리 속에 새기며, 플라위에게 말했다.
"상관 없어, 아스리엘. 난 다시 모두와 친구가 될 거야."
"흐음? 무슨 일이 있었는지 정말 궁금한 걸? 누가 널 지독하게 싫어하기라도 하셨나? 누가 널 죽이려고 했었나? 아니면 누가 죽었나? 혹시 너가 죽였어?"
플라위는 짜증나고 거슬리는 목소리로, 그녀에게 그 얼굴을 들이대며 말했다.
"너가 그런 식으로 행동하는 걸 보니까, 차라의 흔적은 눈꼽 만큼도 안 보이네. 내 친구 어디 갔어?"
"……."
그녀는 말 대신, 침묵으로 답했다. 플라위에게 어떤 식으로든 그녀에 대한 언급을 하는 것 자체가 별로 좋은 생각이 아니었다. 그녀가 플라위에게 하고 싶은 얘기가 많다고 얘기한다거나, 이제 그녀는 감정을 느낄 수 있다던가 하는 언급을 하는 것은, 플라위에게 조롱거리만 더 던져주는 셈이었다. 플라위는 그녀의 침묵에, 또다시 커다란 웃음으로 답했다. 숨이 넘어갈 듯이, 꼴보기 싫은 표정으로 웃어대다가 말을 이었다.
"모두와 친구가 되고 싶다고? 그래! 모두와 친해져. 괴물 하나하나 빠짐없이 만나가면서 친절을 베풀어봐. 그러고 나서, 내가 너의 친구가 되어줄게. 그러면 나도 차라랑 얘기 좀 나눌 수 있겠지! 그거 참 정말 멍청한 계획이야!"
그러고선 플라위는, 다시 웃으면서 땅 속으로 얼굴을 처박았고, 이내 땅속으로 들어갔다. 더 이상 플라위는 프리스크 앞에 없었다. 그녀는 고개를 푹 숙이고, 가만히 그 자리에 있었다. 천천히, 그녀의 어깨가 들썩이더니 닭똥 같은 눈물을 조금씩 흘리기 시작했다. 우는 목소리가 목에서 새어나오는 것을 참으려고 했지만, 그녀는 더 이상 참을 수가 없었다. 그녀는 겨우 그 자리에 선 채로, 눈물을 계속 닦아내면서, 또 계속 눈물을 흘렸다. 끊임 없이 흘러내리는 눈물을 닦아냈다.
"아스리엘……."
그녀는 오래 전에 사라져 버린, 그리고 스스로가 없애 버린 가장 친한 친구의 이름을 나지막이 부르며 계속 울었다.
그 울음 소리를 듣고 어디선가 급하게 달려오는 발걸음 소리가 들렸다. 그녀는 고개를 들지 않아도 누가 오고 있는 건지 알 수 있었다. 토리엘이었다. 토리엘은 그녀를 발견하자마자, 빠르게 달려와 그녀의 몸을 살피며 말했다.
"아가야. 괜찮니? 세상에, 여기에 인간 아이가……."
그녀는 흘러내리는 눈물을 닦으면서 토리엘의 얼굴을 쳐다봤다. 또다시 흘러내리는 눈물을 참을 수 없었다.
"엄, 엄마아……."
그녀는 토리엘에게 안기면서 또 울었다. 토리엘은 갑작스런 아이의 울음 소리와, '엄마'라는 호칭에 당황하여 잠깐 동안 당황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내 그녀를 안아들었고 진정시키기 시작했다. 괜찮단다 아갸아, 엄마가 있으니까 걱정하지 말렴, 집으로 데려가 줄게, 괜찮단다 내 아가야. 그녀를 달래려는 토리엘의 손길이 분주했다. 그녀를 안아들고 등을 토닥거리면서, 토리엘은 자신의 집으로 향해 가기 시작했다.
사실, 그녀는 이야기를 전달하기엔 너무 감상적이었다.
말하는 시간보다, 후회에 사로잡혀 우는 일이 더 많을 테니까.
퍄퍄
2회차는 모두와 친구가 될거야 잘봤어
새로운 시작.. 역시나 플라위가 불안 요소네.. 잘 읽었어 고마워
세상에 2회차?
중간에 차라로 바꼈구나...
이제 화자가 제 3자네. 둘 다 그만큼 정신이 망가졌구나.
윗댓보고 다시보니까 3인칭이라 누가 주 정신인지 헷갈렸던거구나 ㄷㄷ
ㄴㄴ 엥 시발 어떻게 그게 그렇게 이해가되는겨
어 화자가 3인칭 아냐? 나도 그렇게 봤는데
차라는 서술할때 너는 이라 했고 프리스크는 나는 이란식으로 얘기했다면 지금은 그녀는 이라고 하잖아. 3인칭 맞는거같은데
정신이 망가졌다는 부분을 태클건거
자기가 자기 얘기를 못할정도로 무너졌다고 생각한거같은데
결연하게 망가졌나...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화자가 누구지 패러블이라 이름 지은만큼 뭔가 있을것같은데.. 잘보고있음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