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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뒤에 이어진 대화는 딱히 서술할 필요가 없다. 토리엘은 대답을 회피했고, 프리스크는 집요하게 물어봤다. 토리엘은 애교를 떨던 아이가 곧바로 나갈 방법을 요구하는 것이, 속으로 너무 야속했다. 하지만, 예상한 결과기도 했다. 토리엘은 아이가 무얼 원하는질 곧잘 파악해냈고, 그런 토리엘의 능력은 아무리 천진난만해 보이고 단순해 보이는 행동의 연속 속에서도 발휘됐다. 토리엘은 이미 프리스크를 방에서 불러내기 전에 이미, 폐허의 문 바깥으로, 자신의 얼굴 모를 말벗에게 부탁을 해놓았다. 그렇기에 토리엘은, 조금은 안심하면서도, 굉장히 슬픈 표정으로 폐허의 문으로 걸어갔다. 프리스크는 그 뒤를 종종 따라오고 있었다.
"바깥으로 나가는 문을 부술 거란다. 위로 올라가 있으렴."
토리엘의 경고에도, 당연히 프리스크는 토리엘을 따라갔다. 이미 한 번 겪어본 일이었다. 프리스크는 겪어본 적이 있는 일이었지만, 토리엘에게는 처음이었다. 그러나 왠지 익숙한 발걸음을 옮겼다. 마침내 폐허의 문 앞에 다다랐을 때 토리엘은 뒤돌아 방금 전에 만난 사랑스런 아이를 쳐다봤다. 프리스크는, 마치 이해한다는 듯한 웃음과 눈짓으로 토리엘을 쳐다보고 있었다. 그것이 토리엘의 가슴을 더욱 아리게 했다. 하지만, 그녀 스스로에게 지게 한 임무를 내려놓을 수는 없었다.
토리엘은 프리스크를 설득했다. 아스고어에 대해서도 말했고, 바깥이 얼마나 위험한 지에 대해서도 말해주었다. 프리스크는 그저 웃을 뿐이었다.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토리엘은 잠시 침묵하다가, 결국엔 손 위에 화염 마법을 일으키며 외쳤다.
"그렇다면 증명해보렴. 너가 바깥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을 정도로 강하다는 걸!"
토리엘은 아이에게 불덩이를 날렸다. 전혀 죽일 생각은 없었다. 다치면 자신이 치료하면 되고, 정말로 아이가 다치면 공격할 생각도 없었다. 아이가 피할 수 있을 여유를 주면서 불덩이를 던졌다. 하지만, 프리스크의 행동은 토리엘을 경악하게 만들었다.
"미안해요, 토리엘."
프리스크는 토리엘을 엄마라고 부르지 않았다. 토리엘은 자신을 엄마라고 부르지 않는 것에 대해 살짝 상처받기도 했지만, 문제는 따로 있었다. 프리스크는 불덩이를 피하지 않고 그대로 받아들이고 있었다. 프리스크의 옷자락이 검게 그을리고 있었으나, 프리스크는 표정을 살짝 찡그릴 뿐, 전혀 움직이지 않았다. 그런 놀라운 행동 때문에, 알려준 적도 없는 이름으로 자신을 부르고 있다는 것에 대해 전혀 신경 쓰지 못 하고 있었다.
하지만, 토리엘은 주저하지 않았다. 아이가 도망치도록, 더욱 거세게 불덩이를 날렸다. 위험한 곳으로 나서려는 아이에게, 매질은 어쩔 수 없는 한 방법이었다. 하지만, 프리스크는 가만히 있었고, 이따금 신음 소리도 냈지만, 가만히 우뚝 그 자리에 서서 토리엘의 공격을 그대로 맞고 있었다. 프리스크는 분명히 토리엘의 공격을 피할 능력이 있었다. 하지만, 피하지 않았다.
"파이는 맛있었어요. 정말 좋은 집이었고, 정말 넓고 아늑한 제 방을 주셨어요. 그래도 전 나가야 해요."
"싸우거나, 도망쳐! 왜 가만히 있는 거니?"
프리스크는 다시 침묵으로 일관하며 불덩이를 그대로 맞았다. 프리스크의 영혼이 흔들리며 죽어가고 있는 것이 토리엘의 눈에 들어왔다. 토리엘은 더 이상 프리스크를 공격할 수 없었고, 불덩이를 던진다고 해도 아이를 겨냥할 순 없었다. 불길이 조금이라도 스치면 아이는 죽어버릴 것이다. 그것을 토리엘은 잘 알고 있었다.
"왜……? 왜 나가려고 하는 거니, 아가야!"
"……."
프리스크는 대답할 길이 없었다. 말하고 싶은 것은 산더미일 테지만, 그 속에 꾹꾹 눌러 담아 참고 있는 것이리라.
결국 토리엘은 아이를 막지 못 하고 프리스크를 내보내줄 수밖에 없었다. 안아주고, 치료해주고, 부탁하고, 폐허의 문을 열어줬다. 방금까지 울어대고, 발랄하게 뛰어다니던 프리스크 치고는 굉장히 무미건조하고 평범한 폐허 탈출이었다. 나가면서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처음에 토리엘에 했던 것처럼 위로도 해주지 않았으며, 미안하다고 말하며 나가는 일 따위도 하지 않았다. 정말 무미건조하게, 그렇게 폐허를 떠났다. 겉으로 보면 그랬다.
프리스크가 가만히 그 자리에 있던 것은, 나름대로 고민한 결과였다. 프리스크는 슬픈 눈빛으로 자신을 쳐다보며, 공격하는 토리엘을 앞에 두고 버틸 수가 없었다. 금방이라도 뛰쳐나가 엄마라고 부르며 미안하다고, 그냥 여기서 살겠다고 하고도 싶었고, 토리엘이 안고 갈 슬픔에 대해 생각하면 또다시 울음이 터질 것 같기도 했다. 그래서 프리스크는 최대한 빨리 폐허를 빨리 빠져나가기로 했다. 프리스크는 토리엘이 자신을 죽일 생각이 없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공격을 맞아주었고, 그 결과 더 빠르게 폐허를 나설 수 있었다.
겉으로 보면 아이의 모습을 한 의연한 성인 같았지만, 속에서는 하나의 전쟁을 치르고 있는 셈이었다. 어떻게 될지 모르는 미래를 위해 폐허를 빠져나갈 것인가, 혹은 따뜻한 엄마와 방, 음식이 있는 폐허에서 살 것인가, 이 양자택일은 결코 쉬운 것이 아니다. 지옥보단 연옥이 나은 법이다. 프리스크는 지옥을 천국으로 바꾸겠답시고, 자신이 안주할 수 있는 연옥을 뛰쳐나온 것이다.
지하 세계가 진정 지옥으로 불리기에 적합하냐는 질문을 한다면, 당연히 그렇다. 감정이 없는 꽃은 언제든지 아이를 죽일 준비가 되어 있었고, 괴물들은 대화를 한다며 공격을 했고, 빠져나갈 구멍 하나 없이 오직 자기 자신이 결계 파괴의 재료로써 희생양이 되어야 하는 곳이었다. 그곳이 프리스크가 당면하는 지하 세계였다. 프리스크가 어린 아이가 아니라, 머리가 굳은 어른이었다면, 절대로 지하 세계를 희망차게 바라보지 않았을 것이다.그만큼 프리스크의 결정은 당연한 것이 아니라, 굉장한 것이었다.
그런 결정을, 결연한 두 어린 아이가 해내고 있었다.
하지만, 결연함도 잠시, 모두가 알고 있듯이, 프리스크가 절대로 무시할 수 없는 존재가 앞으로 나타날 예정이었다. 그건 프리스크도 잘 알고 있었고, 숲이 울창한 눈길을 조심스럽게 걷고 있었다. 조심스럽게 걷다가, 익숙한 발걸음 소리가 뒤에서 들리면 재빨리 뒤를 돌아봤다. 하지만 프리스크의 뒤엔 아무것도 없었다.
그 점이 프리스크를 정말 기쁘게 했다.
프리스크는 더욱 앞으로 빨리 달려갔고, 괴상한 장애물이 있는 다리 앞까지 빠르게 갔다. 이내 익숙한 발걸음 소리가 바로 뒤에까지 다가왔고, 그 발걸음 소리의 주인이 말을 하기도 전에 프리스크는 뒤돌아보았다. 그 주인은 손을 내밀고 있었고, 프리스크는 함박 웃음을 지으면서 그 손을 잡아 악수했다.
뿌지직, 하는 소리의 파열음이 들렸다. 프리스크의 손엔 물컹한 게 잡혀 있었다. 프리스크는 고개를 들어 얼굴을 쳐다봤다.
"헤헤, 항상 써먹는 방귀 쿠션 장난……, 근데 어떻게 미리 알고 뒤돌아 본 거야?"
샌즈.
어떻게 그 상황에서, 프리스크가 울지 않을 수 있을까. 프리스크는 울면서 샌즈에게 달려들었다.
"샌즈!"
"어어?"
프리스크는 샌즈를 안았고, 샌즈는 말하려고 했던 것을 잃어버린 채,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그 자리에서 서 있을 뿐이었다. 프리스크는 웃는 동시에 울면서, 샌즈의 품 안에서, 눈물을 닦아내고 있었다. 샌즈는 그저, 갑작스런 상황에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알지 몰라서 가벼운 농담을 날릴 뿐이었다.
"이거 참 골때리는 상황이군……."
아이는, 그 농담이 그렇게도 좋았다.
그리고 팬아트를 그려준 갤럼에게 공중제비 감사인사를 드립니다. 존나 감사하니까 존댓말합니다. 쎅스
아... - dc app
허무주의 +3
정말 겪어본 적이 일이었고 - 오타인거같다
수정함 지적감사
애가 저런 선택을 하게하다니 ㅠㅠ 덤디덤
어머, 귀여워라
샌즈는 분명기억할것같은데
이소설 개맘에 드네 - dc Ap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