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관 일을 시작한지도 어느덧 7년째다. 처음 외교관이 되었을땐 뭘 해도 그냥저냥 즐거웠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그 때 그 시절의 나 자신이 너무나도 한심하게 느껴진다.

일을 하면 할수록 점점 일거리들은 늘어만가고, 몇날 며칠을 밤새 일해도 그 살인적인 업무들은 전혀 줄어들 생각을 하지 않는다. 나중에 인원들이 많아지면 어느정도 일거리가 줄어들겠지 했는데, 정작 그 많은 인원들 중에서 그 정신나간 업무량을 전부 처리 가능한 사람은 나 하나 뿐이였고, 그나마도 그 인원들은 채워졌다 빠져나갔다 만을 반복하니 이러나 저러나 별반 다른게 없었다.

최소한 월급이라도 많이 주면 좋겠는데, 그나마도 그렇게 많이 받는 것도 아니다. 월급을 조금이라도 올려주면 안되겠냐고 할때마다 돌아오는 것은 '더 열심히 일하면.' 이 한마디 뿐. 그것 조차도 집세에 카드값에 여러가지로 전부 빠져나가니 남는 돈은 한 달을 겨우 버틸 수 있는 수준이다.

다른 괴물들은 취직이니 뭐니 하면서 열심히 공부해서는 출세해서 바쁘더라도 행복하게 살아가고 있는데, 나는 그런 괴물들과 정 반대의 삶을 살고 있다니. 가끔 이야기라도 하고 싶어서 연락을 한번 해봐도 바쁘다는 이야기 뿐이지, 나와 한 번이라도 제대로 된 대화를 해주지를 않는다.

남들이 보기엔 내가 호화롭고 성공한 삶을 살고 있는 것 같지만 천만에. 이 일이 얼마나 힘들고 고달픈지 전혀 모르는 사람들이나 그렇게 말할 뿐이다. 그런 말을 들을때면 항상 화가 나고 짜증이 치밀어 오르지만, 그걸 표출해봐야 딱히 좋을 것도 없으니, 치밀어 오르는 분노를 입술을 꾹꾹 깨물면서까지 참아갈 뿐이다.

아무도 나와 이야기를 나눠주지도 않고, 그렇다고 내가 힘든 것을 어디에 풀 곳 조차도 없고, 그러다보니 요즘은 일이 끝나면 가끔 어느 술집에서 술이나 마시며 스트레스를 푼다. 최소한 그 때 만큼은 스트레스도, 쌓여져 있던 분노도 모두 잊어버릴 수 있으니까. 그러다 가끔 건강이 안 좋아져 병원에 실려간 적도 있지만, 솔직히 그 정도로 굴려지는데 병원 한 번 안 실려가는게 이상하지 않는가.

솔직히, 요즘은 외교관 일에 대해 심하게 회의감을 느낀다. 내가 구원해준 괴물들은 정작 나보다 더욱 훌륭한 삶을 살고 있는데, 나는 이도 저도 아닌 삶을 살고 있는데, 그렇게 노력해도 나한테 돌아오는 것도 없는데, 아무리 노력하고 힘내봤자 아무도 알아주는 사람도 없을텐데, 어차피 시간이 지나면 누가 자기들을 구원해 줬는지, 내 이름 넉자 하나 기억하지 못할 텐데.

하지만, 어쩌겠나. 내가 아니면 할 수 없는 일이니까. 내가 자청해서 한거니까. 원래 내가 원해서 했던 것이였으니까. 그만두고 싶어도 그만 둘 수가 없으니 그저 의지만을 다지며 꾸역꾸역 버티는 것 뿐이다.

뭐, 정말 오래간만에 휴가도 얻었고하니, 당분간은 그런거 신경쓰지 않고 편히 발 뻗고 쉴 수는 있겠다. 여전히 바쁘다며 나와 이야기를 해줄 생각이 없어 보이는 괴물들만 빼면.

... 딱히 지금은 뭔가 할 것도 없으니, 그냥 낮술이나 왕창 들이키고 낮잠이나 잘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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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다 뽕 살짝 떨어져서 살짝 엉성하게 마무리함.
프리스크의 버빤화 잼
타이밍 재기 진짜 힘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