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스크 패러블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7.5 18 19 20 21 특별편 22 23 24 25 26 27 27.5 28 29 30 31 32 33 34 35 36 37 38 39 40 41 42 43 44 45 46 47 48 ]
샌즈는 어찌할 바를 모르고 그렇게 잠깐 동안 있다가, 곧 자신의 동생이 오리란 걸 기억해냈다. 바로 방금 전에 인간 아이를 보살펴달라는 부탁을 했으므로, 파피루스와 인간을 곧바로 대면시키는 건 안 될 일이라고 생각했다. 원래는 인간이 좀 말이 통하는 성격이었다면 같이 재미 좀 볼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 인간에겐 해를 끼치지 않으면서 파피루스가 '인간 사냥'을 할 수 있게 해주는 시나리오를 머리 속에 그리고 있었다. 하지만, 그 계획이 물거품이 됐다. 난생 본 적도 없는 어린애가 달라붙어 엉엉 울고 있으니, 샌즈로서는 당황을 감출 수가 없었다. 물론, 겉으로 보기엔 웃고 있는 해골일 뿐이었지만.
프리스크도 그런 정황을 당연히 잘 알고 있었다. 조금 있으면 파피루스가 오리란 걸 알고 있었기 때문에 겨우 울음을 멈추고 샌즈에게서 떨어졌다. 그러고선 샌즈의 손을 붙잡고 폐허 쪽으로 끌고 가려고 했다. 지금까지 있었던 일에 대한 설명을 위해서였다. 하지만, 샌즈는 그 손을 뿌리 치면서 말했다.
"어, 꼬마야, 우리는 처음 보는 사이 아닌가?"
"맞아. 처음 보는 사이긴 한데, 일단 파피루스한테 들키지 않게 빨리 와줘."
샌즈는 미간을 찌푸리며 인간을 쳐다봤다. 폐허에서 나온 인간 아이가 알 수 있을 리가 없는 자신의 동생을 알고 있었다. 아직 울음기가 다 가시지 않아 살짝 목이 메이는 목소리로 프리스크는 샌즈에게 빨리 와달라고 부탁하고 있었다. 그 꼴이 불쌍하기도 하고, 도대체 뭐하는 인간인지 알아내야겠다 싶은 마음으로 인간을 따르기로 했고, 프리스크는 거침없이 샌즈의 뼈다귀 손을 잡은 채로 우거진 나무 사이로 들어갔다.
프리스크는 그렇게 샌즈를 잡아 끌고 가면서 여러 가지 요소를 계산하고 있었다. 플라위가 엿들을 수 없는 곳에서 이야기해야 했고, 샌즈에게 자신을 다시 믿을 만한 인간이란 걸 알려줘야 했다. 그리고 샌즈가 자신을 위해 목숨을 버릴 정도로 믿어주었다는 사실도 알려줘야 했다. 프리스크는 숨겨야 할 것과, 알려줄 것을 구분하다가, 결국에는 샌즈에게 모든 것을 말해주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샌즈가 자신을 믿어준 경위에 대해 기억해냈다. 프리스크가 언다인에게 죽고 난 뒤, 다시 살아난 뒤의 표정을 보고 나서 샌즈가 믿어준 것이었다. 그런 식으로 얻었던 신뢰를, 이번엔 어떻게 얻어야 할까 싶었다. 단순히 얘기를 한다고 해서 샌즈가 바로 믿어줄 것 같진 않았다. 이미 플라위의 '의지'에 의해 절망적인 상황을 겪었을 샌즈였다. 보통 방법으로 샌즈는 믿어주지 않으리라고 생각했다. 그건 어느 정도 합당한 생각이었다. 샌즈는 남보단, 자신이 보는 걸 믿는 성격이었다.
나무가 빽빽하게 들어서서 한치 앞도 보이지 않았다. 프리스크는 그제서야 안심하고 뒤돌아서 샌즈를 봤다. 샌즈는 가쁘게 숨을 몰아 쉬고 있었다. 프리스크는 그제서야 샌즈가 운동 체질은 아닐 거란 사실을 깨달았다. 허구한날 이상한 능력으로 순간이동을 쓰면서 돌아다니는 마당에 달리기는 익숙하지 않았을 것이다. 처음 보는 인간에게 끌려가는 상황에 능력을 쓰기도 애매했으리라.
"아, 아, 미안해. 샌즈는 힘들겠지……."
"꼬마야, 미안한데. 빨리 설명을, 후우, 해줬으면, 좋겠거든?"
"으응, 조, 조금 긴 이야기가 될 텐데……, 들어줄 수 있지?"
"꼬마야, 그걸 먼저 물어본 다음에, 날 이곳까지 끌고 왔으면, 말이 되겠지만, 지금 그 질문을, 하는 건, 말이 안 돼."
길게 대답을 뽑아낸 뒤 샌즈는 잠깐 동안 더 숨을 고르고 나서야 진정했다. 프리스크는 어디서부터 어떻게 이야기 해야 할지 고민하고 있었다.
"그게……."
그래서 잠깐 우물쭈물하고 있던 차였다. 프리스크는 샌즈를 보면서 무슨 말부터 꺼내야 할지 고민하던 차였다. 특히 샌즈가 몸을 던져 대신 죽은 것에 대해서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알 수가 없었다. 그건 자신도 이해할 수 없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그것에 대해 생각하는 프리스크의 표정을 샌즈는 똑똑히 보았고, 이내 말을 꺼냈다.
"꼬맹이, 지금 네 표정 말이지……."
프리스크는 고개를 들어 샌즈의 눈을 똑바로 쳐다봤다. 샌즈가 자신의 표정을 읽었다는 걸 알아차렸다.
"마치 귀신을 보는 것 같은 표정인데."
소름 돋게 정확한 독심술이었고, 프리스크는 그 말을 듣고 나서야, 어떻게 이야기를 해야 할지 갈피를 잡을 수 있었다. 처음 말을 꺼낼 문장이 생각난 것이었다.
"응, 샌즈가 나 때문에 죽었어."
말하고 나서야 프리스크는 깨달은 것이지만, 이야기를 시작하기에 별로 좋은 문장은 아니었다.
*
결국 프리스크는 처음부터 끝까지, 자신과 차라, 그리고 샌즈가 겪었던 일을 모두 말해주었다. 샌즈의 친절, 플라위의 죽음, 차라의 오해, 아스고어에게 까지 이르는 여행, 그 모든 일들을 얘기해주었다. 자신이 언제 어디서 죽은 적이 있으며, 어느 괴물을 만났고, 그 괴물은 어땠는지에 대한 것까지, 매우 오랜 시간 이야기했다. 그 동안, 샌즈는 전혀 졸지도, 딴청을 피우지도 않았다. 의지의 힘을 가진 인간을 앞에 대면하고 있는 때까지, 졸고 싶은 생각은 없었다. 물론, 졸리긴 했지만.
프리스크가 이야기를 끝낼 때까지, 샌즈는 질문하지 않고 말없이 묵묵히 이야기를 들었다. 후드 주머니에 넣은 자신의 손가락을 꼼지락거리면서, 속으로 어느 것이 진실이고 거짓인지를 계산해보았다. 아이의 표정은 한없이 진실됐고, 호소력이 있었다. 특히 자신이 아스고어의 창에 맞아 죽는 부분에 대해서 이야기할 때에는, 아이는 거의 울기 직전이었다.
플라위에 대한 언급을 했을 때부터, 샌즈는 주변을 경계했다. 혹시나 있을 지 모를 말하는 황금꽃이 엿듣고 있지 않나 싶어서였다. 하지만, 샌즈는 그런 기척을 전혀 느끼지 못 했다. 지나치게 울창한 숲이라 꽃이 뚫고 나오기엔 무리일까, 그렇게 추측할 뿐이었다.
이야기를 마치고 나서, 샌즈는 마지막으로 계산했다. 믿을까, 말까, 혹은 중립인가? 이 세 가지의 선택에서 하나를 고르기 전에, 샌즈는 질문을 했다.
"그래서, 꼬마야, 넌 이제 어떻게 하려고?"
자신의 죽음에 대한 반문이나, 어떤 일과 사건들에 대해 평을 내리거나 하지 않았다. 샌즈가 생각하기엔 이 꼬마 아이가 도대체 무엇 때문에 이 모든 걸 다시 시작하려는지 이해가 제대로 되지 않았다. 괴물을 죽이지 않으면서도 모두를 구하는 방법을 찾겠다는 건, 굉장히 모순적이었다.
"나도 몰라. 그래서 내가 이러고 있는 거야."
"그리고, 넌 그래서 지금 프리스크야, 차라야?"
"……."
프리스크는 잠시 침묵하다가 말했다.
"이젠 별 상관 없는 것 같아요."
"흠……."
어떻게 해도 확신을 얻을 만한 대답이나 무언가를 얻어낼 만한 답은 없었다. 샌즈는 결국 어느 편도 선택하지 않기로 했다. 적당히 지켜보다가, 알아서 하게 내버려 둬야겠다고 생각했다. 이 아이가 의지의 힘을 가지고 있다면, 어떤 점도 단정하면서 믿을 수가 없었다. 저 아이가 말하는 '그 샌즈'가 어떤 선택을 했고 어떤 행동을 했던 간에, 그것이 지금 샌즈의 결론이었다. 애초에, 샌즈가 들은 그 이야기가 진실이라고 확신할 수가 없었다.
"흠, 일단 원래 있던 곳으로 돌아가지. 생각할 시간이 필요해."
"응, 알았어, 샌즈."
샌즈는 일단 거리낌 없는 척하며 아이의 머리에 손을 얹었다. 일단 보호를 약속했고, 자신의 능력도 잘 알고 있었으므로 별 문제가 없었다. 하지만, 아직 불신이 남아있었으므로 어느 정도의 거부감은 있었다. 아직 자신이 본 게 없고 말 뿐이었으므로, 이 아이가 파피루스를 어떻게 대하는지, 등등을 따져봐야 했다. 샌즈는 프리스크와 함께 방금 있던 그 다리로 돌아왔다. 주변 바닥을 봤을 때, 이미 한 번 파피루스가 왔다간 듯, 긴 발자국이 찍혀 있었다.
"어, 샌즈, 저기 파피루스가 와."
하지만, 멀리서 파피루스의 모습이 조금씩 보이는 것을, 프리스크가 봤다. 프리스크는 잠깐 어찌할 바를 모르고 그 자리에서 아둥바둥거렸다.
"그, 그러면 난 일단 숨을게!"
"응, 그게 나을 거야, 꼬마야."
프리스크는 다리 너머에 있던 등불을 하나 발견했다. 마치 자신을 위해 만들어진 것처럼 적절하게 생긴 등불이었다. 저 뒤에 숨는 것이 완벽한 방법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프리스크는 곧바로 그 등불로 가지 않고 우물쭈물하고 있었다. 샌즈는 그 모습을 이상하게 여겼다.
"꼬마야. 저 알맞게 생긴 등불 뒤로 가서 숨어."
"어, 그, 그게, 파피루스랑 있으면 오랫동안 둘이 있을 시간은 없을 것 같아서요."
프리스크가 갑작스레 존댓말을 하면서 몸을 배배 꼬았다. 샌즈는 그런 프리스크의 태도를 이해하지 못 하고 있었다. 프리스크의 볼이 살짝 발그레 해지더니, 샌즈에게 더욱 가까이 다가갔다. 샌즈는 여전히 무슨 짓을 하는 건지 이해하지 못 했다. 프리스크는 샌즈 옆에 다가가 까치발을 들었다.
쪽-
프리스크는 잠깐 그렇게 있다가, 샌즈의 왼뺨에 대었던 입술을 급하게 떼었다. 그러고선 아무런 소리도 내지 않으려 입을 막고 얼굴을 가리며 급하게 등불 뒤로 달려가 숨었다. 샌즈는 그 자리에서 멍 때리고 있다가, 그제서야 상황을 이해하고 한 쪽 눈을 치켜떴다.
"뭐?"
들어줄 사람이 없는 한 마디 말을 던지면서, 방금 일어났던 상황에 대해 곰곰히 생각해봤다. 인간 아이가 자신의 뺨에 뽀뽀를 했다. 어떻게 해석해야 할지 의문이었다. 그런 의문은 이내 파피루스의 외침에 잠깐 끊겨야 했다.
"샌즈 형! 퍼즐을 수리하지 않고 뭐 하는 거야?! 도대체 어디 갔었어?"
그 때에도 여전히 프리스크는 등불 뒤에 숨어서 새빨개진 얼굴을 식혀야 했고, 샌즈는 식은땀을 흘리기 시작하며 파피루스와 대화하는 동시에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에 대한 고찰을 해야 했다.
누군가가 목숨을 바쳐 소녀의 목숨을 구한다면, 그 소녀는 그 누군가에게 반하는 게 당연했다. 그게 사람이든, 괴물이든 간에 말이다.
일단 개추
헐.. 첫사랑의 시작이구나
퍄
퍄ㅑ
샌가놈 아마 지금까지 프리스크가 한 얘기 들은거보다 뽀뽀한거에 더 놀랐을듯
ㄴ 오타 수정하다 오타 또 만들어냈네 지적감사
존댓말인걸 보니 프리스크가 확실하군 허어 귀여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