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어어 시간이 없다.

야설을 별로 써본적이 없어서 걱정된다만 재밌게 봐줘.


*


 “어이쿠, 이런. 조심하라구, 친구. 낮술은 적당히 해야지.”
 술에 취한 괴물이 비틀거리다 실수로 부딪힌 해골에게 사과도 없이 다시 제 갈 길을 간다. 해골도 뒤 돌아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발길을 옮겼다.
 “...그렇게 제정신을 못 차리니 나 같은 녀석한테 당하는 거야.”
 해골은 한 손에 들어오는 꾸러미를 하늘 높이 흔들었지만 그 모습을 보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그날도 시작은 여느 때와 다름없는 날이었다. 언제나처럼 우중충하고, 만날 수 있는 모든 괴물들은 불친절하며 사나웠다. 그들이 죽고남긴 먼지 때문에 텁텁해진 공기를 마시며 샌즈는 어느 인적 없는 골목길 계단에 앉았다. 손에 쥐어진 작은 꾸러미를 뒤적이자 그을린 담배 한 갑과 성냥이 나왔다.
 “칫, 별거 없네.”
 샌즈는 혀를 찼다. 오늘의 수입은 영 꽝이었다.
 그는 어쩔 수 없이 담배나 한 대 피우며 어떻게 하면 오늘 하루도 무사히 넘겨서 내일 다시 이런 고민을 할 수 있나-를 생각하기 시작했다.
 돈을 가져가지 않으면 파피루스에게 죽게 될 것은 불 보듯 뻔했기 때문이다.
 ‘그 쓸모없는 싸움광새끼...’
 샌즈의 동생인 파피루스는 가족이라기보다는 원수에 가까웠다. 돈 한 푼 벌지 않으면서 강함만을 추구하며 언제나 주변괴물들과 싸움을 했다. 어찌보면 이 지하세계에 누구보다 정직하게 적응한 괴물이라 할 수 있었지만, 샌즈는 그게 좋다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강한 괴물들은 단명한다. 그들에게는 적이 너무 많다. 물론 어느 수준 이상이 된다면 다들 설설 기겠지만 언제 뒤통수에 칼을 맞게 될지는 누구도 모르는 것이다.
 ‘어린놈이 불쌍해보여서 데리고 나왔더니...’
 그는 과거, 왕실과학실에서 도망쳐 나오던 때를 회상했다. 아직 어리고 연약했던 동생은 적어도 지금처럼 성가신 존재는 아니었다.
 샌즈는 연기를 길게 내뱉으며 잠시 마음을 가라앉혔다.
 ‘진정하자, 진정해...’
 자신은 그 멍청한 동생과는 다르다. 왕실근위병? 명예? 힘? 그딴 건 관심없다. 샌즈에게는 오늘 살아남을 능력만 있으면 됐다. 그리고 그것을 위해 필요한 것과 필요 없는 것을 구분할 능력이 있었다. 파피루스. 강하고 고귀한 괴물전사. 그에게는 아직 이용가치가 있다. 강한 빛이 있는 곳에는 그만큼 그림자가 짙고 어두워 눈에 띄지 않는다. 덕분에 샌즈는 단 한 번도 축제 명단에 오른 적 없으면서 도전이나 시비를 거는 괴물 또한 없었다. 아무도 파피루스란 거대한 등잔 밑은 보지 못했다. 그렇다, 그 녀석은 아직 쓸모가 있는 것이다. 아직 이용가치가 있다. 즉, 샌즈에게 필요한 존재였다.
 ‘돈이나 구하러 가자’
4개째인 담배를 바닥에 아무렇게나 버리고 일어나 살짝 기지개를 폈을 때였다.
 꾸러미 안에서 무언가 빛나는 게 보였다. 미처 발견하지 못한 잡동사니 중 하나겠거니 하고 그것을 집어 올리자,
 “헤헤, 진심이야?”
 샌즈는 다시 제자리에 앉아 담배를 펴야만 했다.
 둥글고 고풍스러운 검은색. 이 로고와 문양이 맞다면 이건 수도 중심가에 있는 카지노 중 한군데의 밸류칩(Value Chips)이다. 문제는 칩보다 카지노 쪽이었는데, 샌즈가 몇 년 전에 한바탕 쓸고 나온 곳이었기 때문이다. 그는 블랙리스트에 들었을 것이 뻔 했고, 최근에 그 카지노에 대한 안 좋은 소문을 들은 터라 가능하면 연관돼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1500G...라..”
 칩 안쪽에 새겨진 액면가가 샌즈의 마음을 움직이는 데에는 그리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처음엔 그냥 카지노에 잠깐 들어가서, 조금 노는 척 하다가 칩을 현금으로 바꿔 나올 생각이었다. 가능하면 빨리 볼일을 보고 나가는 것이 현명한 일이다. 그 이유 중 하나는 아까도 말했듯이 샌즈는 이곳에서 환영받는 존재가 아니었고, 또 하나는 꾸러미의 주인이 칩을 잃어버린 걸 알아채고 카지노로 다시 돌아올 확률도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어느 때보다 주위에 신경 쓰며 교환소로 갔으나, 문제는 거기서부터 터졌다.
 칩을 받은 교환소 직원은 사색이 되어 경비를 불렀고, 샌즈는 사태를 파악하기도 전에 영혼을 붙잡혔다. 어딜 어떻게 봐도 그냥 경비 같지는 않은 녀석들이 우르르 몰려와 어린애만한 해골을 끌고 가는데 아무도 눈길한번 주지 않는다는 것이 참 지하세계답다고 샌즈는 생각했다.


 그곳은 카지노와 가까운 어딘가라는 것 밖에는 알 수가 없었다. 3평이나 할까 하는 협소한 공간에, 창문이나 조명하나 제대로 된 게 없고, 달랑 철제 책상과 의자, 싸구려 스탠드가 전부였다. VIP고객 권유라기보다는 취조실이란 말이 더 어울린다.
 책상위에 부착되어있는 수갑이 샌즈의 양 손을 각각 결박하고 있었으나 진짜로 샌즈를 위협하는 것은 수갑 따위가 아니라 맞은편에서 기계처럼 뒷짐지고 서 있는 덩치 큰 경비원이었다. 날카로운 송곳니가 유독 눈에 띈다. 늑대처럼 보이는 그 괴물에게 영혼을 잡혀서 도망갈 수 없어진 샌즈는 있지도 않은 혈관의 피가 차갑게 식어가는 소리를 들었다.
 ‘언제까지고 마법을 걸어둘 순 없을 거야.’
 샌즈는 녀석의 구속이 풀리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틈을 봐서 여기서 나갈 것이다. 저 봐, 이제 슬슬 힘에 부쳐서 땀도 흘리고 있잖아.
 똑똑-
 사고를 방해하는 노크소리에 저보다 더 놀란 늑대가 문을 열어 재끼자 말끔한 차림의 다른 괴물이 들어왔다. ‘제기랄. 조금만 더 버티면...’ 샌즈는 어떻게 해서든 시간을 벌어야 한다.
 “이 카지노에선 손님을 이런 식으로 다루나? 응?”
 “손님. 손님 이라...”
 괴물은 입고 있는 검은 슈트만큼이나 시커맸다. 팔이 총 8개 달린 거미형 괴물의 인상 나빠 보이는 매서운 눈매는 그가 관대하지 않음을 미리 얘기해주고 있었으나 샌즈에게는 달리 방법이 없었다.
 “말은 잘 하는군, 이 도둑놈이.”
 남자의 팔 중 하나가 두개골을 잡고 그대로 내리찍었다. 철로 만들어진 책상에서 묵직하고 단단한 소리가 났다.
 “커억!”
 금이 간 부위에서부터 찌릿한 통증이 퍼져나가, 저도 모르게 고통스런 신음이 터졌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거지?’ 칩에는 문제가 없었을 텐데. 역시 자신이 이 카지노에 찍힌걸까? 아니면 진짜 칩 주인이 카지노에다 얘기한 걸까? -아니, 아니야. 그럴 리가 없어. 아무리 담배 피느라 늦장을 부렸다 해도 샌즈는 지름길을 사용해서 이곳에 왔다. 평범한 괴물이 자신보다 빠르게 이동할 방법은 없다. 그렇다고 단지 블랙리스트에 들었다는 이유만으로 잡아다 놓는 것도 말이 안 된다. 벌써 몇 년 전 일인데다가 오늘은 별로 따지도 않았다.
 통증이 잠잠해지자 샌즈는 다시 마음을 다잡았다. ‘그래, 지금 그게 중요한건 아니지.’ 우선 여기서 나가는 방법만 생각하기로 한다. 모든 건 나가서 생각해보면 돼는 일이다. 힐끗, 늑대는 아직 그곳에 있다.
 “이봐, 진정해. 나 체력이 그렇게 좋지 못하거든. 좀 살살해줄 수 없겠어? 그리고 대체 뭣 때문에 이러는지 얘기나 하자고.”
 “뻔뻔하기 짝이 없군.”
 남자는 안주머니에서 검은색 칩을 꺼냈다.
 “이건 말야, 미끼야.”
 “?”
 “널 이곳으로 유인할 미끼. 네가 이걸 훔치게 하려고 술취한새끼 꾸러미에 넣어뒀지.”
 ‘씨발’
 샌즈는 더 이상 아무것도 듣고 싶지 않았다. 예상하지 못한 시나리오다. 이런 공들인 계획살인이라니 이것들 미친 거 아냐? -아니, 아직 죽일 것이라고 결정 난 건 아니지만, 무엇 때문이든 좋은 결과가 나올 리 없다. 원한? 협박? 대체 원하는 게 뭐야?
 “아아, 네놈을 이렇게 내 앞에 묶어놓는 걸 얼마나 기다렸는지! 이 망할 기생충자식을!”
 뭔 진 모르겠지만 원한이구나.
 “..우리 만난 적이 있던가?”
 샌즈는 한쪽머리로 여지껏 사기 친 괴물들의 리스트를 뽑아본다. ....너무 많았다.
 남자는 잠시 샌즈에게서 떨어지더니 먼 곳을 바라보는 듯 사색에 잠겼다.
 “그 분은 정말 강하고, 고고한 분이시지.”
 그리고 누군가의 이야기를 시작했다.
 “스노우딘이라니, 그 허접한 외곽마을에서 유일하게 빛나는 분이셨어.”
 “...”
 “그래, 파피루스님 말이다. 그분이야말로 왕실근위대장에 어울려.”
 “하하!! 누군가에게 암살당할 소릴하네!”
 그건 실수였다. 샌즈는 그저 도망칠 타이밍만 재고 있어야 했다. 너무 허를 찔린 나머지 진심으로 실소해버리고 말았던 것이다.
 “망할 언다인은 파피루스님의 적수가 아니야!!”
 다시 한 번 두개골이 딱딱한 책상에 부딪히는 고통을 맞봐야 했던 샌즈는 자신의 싼 입을 저주했다. 그리고 동생을 저주했다.
 “....파피루스한테 관심이 있는 거면, 큿, 직접 만나면 돼잖아. 도전장이든 뭐든 보내라고. 나를 어떻게 한들 그 녀석의 약점이 될 수는 없어.”
 “흥, 당연하지. 그분은 가족 따위에 얽매일 분이 아니야. 그리고 머지않아 왕실근위대장이 되어 수도로, 내 곁으로 오시게 될 거다.”
 남자는 즐거운 듯 히죽거리며 말했다.
 “그때가 우리의 첫 만남이 되는 거지. 아, 물론 나는 전에 그분을 뵌 적이 있지만, 그건 정식 만남이 아니었으니까. 아무튼, 우리는 함께 왕의 곁을 지키는 고고한 전사가 될 거다.”
 “허, 하면 돼잖아. 잘 됐네.”
 쾅, 이번엔 손바닥으로 책상을 내려친 것뿐이었지만 샌즈는 어깨가 들썩일 정도로 크게 움찔거렸다. 잠깐의 정적. 계속 엎드린 채로 있던 샌즈에게는 사각에 있는 남자의 얼굴이 전혀 보이지 않았으나, 그가 어떤 표정을 하고 있을지 충분히 알만했다.
 “나는 말이지... 이해할 수가 없어. 너같이 별 볼일 없는 괴물이 그분의 형이라는 사실을.”
 갑자기 차분하고 부드러워진 남자의 음성과 함께 뾰족하고 긴 손톱이 철로 된 책상을 훑으며 끼기긱, 불쾌한 소리를 낸다.
 “왜 너 같이 사기나 치고 다니는 비겁하고 찌질한 녀석과 함께 있는지를.”
 소리는 점점 다가와 샌즈의 두개골에 다다른다.
 “왜 내가 아니라... 안 그래?”
 두개골을 살살 긁는 녀석의 손길이 소름끼치도록 역겹다. 영혼은 아직 늑대의 색이다. 하지만 샌즈는 더 이상 참기가 고역스러웠다.
 “글쎄, 녀석에게 같이 살자고 프로포즈라도 해보지 그래? 잠깐, 이봐! 그게 좋겠네. 내가 도와줄게. 그러니까 날 그만 보내주...”
 그 순간 남자는 긴 엄지를 샌즈의 오른쪽 눈구멍에 찔러 넣었다. 아악-!! 비명이 터져나왔지만 아랑곳하지 않는다.
 “아니, 그건 안 되지. 오늘 널 부른 건 너한테 볼일이 있어서야.”
‘그걸 위해 이 카지노에 얼마를 줬는지 알아?’ 라고 덧붙이며 여유롭게 스카프를 풀고 계속해서 목뼈를 따라 척추를 훑는다. 샌즈는 생전 느껴본 적 없는 공포를 느끼고 있었다. 아마 털이 있었다면 바짝 곤두서버렸을 것이다. 늑대의 마법은 충분하지는 않지만 많이 약해졌다. 샌즈는 마법을 쓰기위해 집중했다. 어디든 좋다. 이곳이 아니라면 어디든.
 “도망치려고?”
 남자가 귓가에 속삭였다. 샌즈의 다이얼로그에 시커먼 물이 차오른다.
 “넌 이제 검은색이야.”
 샌즈는 거미줄에 걸린 기분이다.




 그 늑대는 카지노에 고용된 용병 같은 것이었다. 주인인 카지노 지점장에게는 중요고객의 특별주문이 있으니 제대로 도와드리란 말 밖에 듣지 못했다. 그 고객이 바로 눈앞에 있는 거미형 괴물이지만, 그가 무슨 일을 하는지는 들은바가 없다. 그저 수도의 높으신 분이란 것만 추측할 뿐 그 이상 알아봤자 득 될 것도 없었다. 자신도 괜히 밉보였다가는 저 작은 해골 꼴이 날 뿐이므로, 그들의 대화는 들리지 않는 척, 자신의 일에만 집중했다. 해골의 영혼을 구속하는 것. 그것이 주어진 일이었다. 그리고 당연한 말이지만, 자신보다 하이레벨의 괴물인 고객이 직접 마법구속을 행했으니 할 일이 없어진 늑대는 마법을 풀었다. 솔직히 조금 힘들어지기 시작했기 때문에 다행스러운 일이었다. 그리고 자신은 더 이상 필요 없는걸까 싶어서 문쪽으로 몸을 조금 움직이자,
 “그대로 있어.”
 주문이 들어왔다.
 “거기 서서, 계속 지켜보고 있어.”
 늑대는 우직하게 명령에 따를 뿐이다.


 남자가 늑대에게 무언가 명령했다. 하지만 샌즈의 귀에는 아무것도 정확히 전달 될 수가 없었다. 적어도 지금은 생각이 전혀 정리돼지 않는다. -아니, 이 망할 새끼가 뭘 하고 싶은지 은연중에 알아버렸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그는 날카로운 손톱으로 샌즈의 셔츠를 마치 종잇장처럼 깔끔하게 찢어버렸다. 가지런한 갈빗대가 들어나고, 검게 물든 영혼이 보인다.
 “...나한테 뭘 하려는 거야.”
 덜덜 떨리는 샌즈의 목소리가 우스운지 남자가 입을 가리고 끅끅거린다.
 “벌을 줄 거야. 감히 그분의 곁에 있는 것.. 무례하게 굴었던 짓거리도... 하나하나, 곱씹어가면서...”
 남자는 황홀하다는 표정으로 샌즈의 차갑고 맨들거리는 뼈들을 훑어내려갔다.
 ‘죽일까?’
 샌즈는 더 이상 여유가 없었다. 도망치는 건 힘들더라도 여기 있는 괴물들을 잿더미로 만들어버리는 것 정도야 할 수 있을 것이다. 이 방에 둘...문 밖에 셋. 그리고 복도에 두셋 정도가 더 있다. ...가능할까? 이 많은 인원을 죽이고 자신이 한 짓을 숨기는 것이? 카지노에 있던 녀석들이 샌즈의 모습을 봤다. 거미남자의 지인 중에 이 일의 전말을 아는 자가 샌즈를 의심할 수도 있다. 카지노의 주인도 이만큼의 경비병을 잃고 가만히 있을 리가 없다. -절망적이다. 샌즈는 숨을 삼켰다.
 ‘아니야. 이까짓 꺼 별거 아냐.’
 살아남기 위해서라면.

 “이봐, 제안이 있는데.”
 남자의 손이 멈췄다.
 “내 조건을 하나 들어준다면 네가 원하는 대로 해줄게.”
 남자는 잠시 시간이 멈춘 듯 경직되어 있다가 어느 순간 격하게 웃기 시작했다.
 “아직 상황파악이 안 되나 본데, 너 지금 네가 조건을 걸 수 있는 입장이라고 생각해?”
 “들어주지 않으면 지금, 이 자리에서 죽어버릴 거야.”
 “....”
 남자는 더 이상 웃지 않는다.
 “아무리 나라도 그 정도 힘은 있어. 이봐, 분명 날 붙잡기 위해 이것저것 생각 많이 했겠지? 돈도 꽤 날리고 말야. 근데 다 된 밥에 내가 그냥 죽어버리면 즐기지도 못하고 아쉬워서 어쩌나 그래?”
 “이 자식....”
 남자가 샌즈의 목을 죄여온다. 당장이라도 뼈를 소환해서 8개의 팔을 한데 엮어 꼬챙이로 만들어주고 싶지만, 샌즈는 인내의 길을 택했다.
 “큭, 잘 생각해봐. 내가 원하는 건 별로 어려운 일도 아니라고.”
 “...말해봐.”
 “목숨만 살려줘.”
 “...뭐?”
 남자는 너무 어이가 없어서 한동안 할 말을 찾지 못했다.
 “자살하겠다는 자식이 목숨을 살려달라고?”
 “아니, 아니, 반대지. 목숨을 살려달라고 애걸하는 녀석이 그게 이루어지지 않을 것 같으니 차라리 스스로 죽음을 택하겠다는 거지.”
 하- 남자가 깊은 한숨을 쉰다.
 “알았다, 알았어. 얌전히 있어주면 목숨만은 살려주지.”
 “....”
 언젠가 싸구려 영화에서 들어봤을 법한 대사에 샌즈는 눈을 가늘게 떴다.
 “그래... 그럼 이건 어때.”
 남자가 안주머니에서 한 주먹에 들어오는 꾸러미를 샌즈의 눈앞에 던졌다. 꽤 무게가 나가는지 묵직한 소리가 났고, 살짝 열린 틈새 사이로 반짝이는 황금빛이 보인다.
 “대금을 지불하지. 네 녀석이 훔치려했던 1500G다. 어디한번 창녀처럼 굴어보라고.”
 이것은 좋은 상황이다. 남자가 자신의 말을 경청한 것 뿐 아니라 별 것 아니란 투로 돈을 지불하며 능력을 과시한다. 짧은 시간 동안이었지만 샌즈는 남자의 타입을 파악할 수 있었다. 그는 명예와 체면을 중시한다. 지금 이 조건 거래에서 가장 중요한 건 자신이 아니라 뒤에 병풍처럼 서 있는 늑대다. 늑대는 이 모든 사건의 목격자이자 증인이다. 남자는 부하에게, 아니 그 누구라 하더라도 자신의 불명예스러운 부분은 보이고 싶어 하지 않을 것이다. 남자는 일이 다 끝난 후에도 자신을 공격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가 공격하지 않는다면, 자신도 이들을 죽이지 않고 이곳을 벗어날 수 있다. 그걸로 샌즈의 목숨은 조금 더 안전해진다.
 “싫어하는 척은 해줄게.”
 샌즈가 웃었다.





 “하읏, 아...!”
 좁은 공간에 농염한 신음소리와 함께 질척거리고 덜그럭 거리는 소리가 퍼진다.
남자는 쉴새 없이 허리짓을 하며, 샌즈를 비난했다. 대부분이 파피루스에게 무례하게 굴었단 내용이다. 그리고 자신이었다면 더 제대로 했을 것이라고 덧붙이는 것도 잊지 않는다. 대체 어디서 계속 지켜봐 왔는지 샌즈와 파피루스에 대해 이것저것 많이도 알고 있었다. 이 미친 스토커새끼.
 “사과해, 사과하라고..! 이, 파피루스님에게 빌붙어 사는 기생충아!”
 “아, 앗, 아으, 죄,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차갑고 투박한 철제 책상 위에 수갑에 묶인 채로 엎어져 있는 샌즈의 바로 정면에는, 자신을 지긋이 바라보는 늑대가 있다. 다른 이에게 보여지고 있는 이 상황이 굴욕적이고 역겹다고 느끼는 자신을 머릿속에서 누군가가 비웃는다. ‘너에게 언제부터 자존심이 있었지?’
 남자가 샌즈의 뒤에서 목덜미를 깨문다. 약한 척추와 갈비뼈 하나하나를 많은 손들이 덮쳤다.
 “..아으윽...용서해주세요...”
 적당한 소리를 내며, 남자가 좋아할 법한 말들을 한다. 최대한 비굴하게, 최대한 연약하게. 흔들리는 시야 속에 금화더미가 보인다. 하, 샌즈는 속으로 자조적인 웃음소리를 냈다. ‘이래서는 진짜로 몸을 팔고 있는 것 같군.’
 남자가 자신의 물건을 박은채로 샌즈를 들어올려, 반대로 뒤집었다. 얼굴이 보이자 더욱 끔찍하다. 남자는 이번엔 방금 전까지의 맹렬한 비난은 온데간데없이 샌즈를 물고 빨고 핥아대기 시작했다. 샌즈는 이게 더 고역스러웠다. 차라리 고통뿐인 피스톤질이 더 나았다. 샌즈에게는 타인과 이정도로 가깝게 밀착되는 것이 처음이었고, 기분은 불쾌하고 역겹기만 했다. 가까이에서 남자의 흥분된 숨소리가 들린다. 구역질을 참느라 온 몸이 부르르 떨렸다. 그가 핥는 부위가 전부 썩어가는 기분이 든다. 더럽혀지는 기분이 든다. 다리를 활짝 열고, 누군가 보는 앞에서, 누군지도 모르는 남자의 물건을 받아들이고 있는 저 자신을 생각해보자 불쾌감이 미친 듯이 치솟아 올랐다. 그러다 어느 순간,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불쾌감이 한계에 부딪히자 갑자기 쾌감과도 닮은 묘한 감각이 생겨난 것이다.
 팍, 정신을 차리자 샌즈는 남자를 밀쳐버린 후였다.
 “..아...”
 “..이거 말이 좀 다르지 않나? 이제 와서 싫다고 해도 너만 손해야. 알지?”
 심장이 철렁 내려앉는다. 아니야. 실수였어. 변명을 해봐도 소용이 없다.
 남자가 반쯤 일어난 샌즈의 상체를 거칠게 밀어재끼고 빠져버린 자신의 물건을 다시 쑤셔 넣는다. 힉..! 샌즈가 새된 숨소리를 낸다. 끔찍하다. 연기가 아니라, 자신은 지금 진짜로 느끼고 있는 것이다.
 ‘말도 안 돼.’ 샌즈는 굴욕감과 당혹감에 손가락 하나 움직일 수 없었다. 얼굴이 계속 달아오른다.
 “아....으....”
 “그렇게 좋아? 어?”
 남자가 비릿하게 웃으며 허리를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도 샌즈의 반응이 변한 것이 신경 쓰였는지 천천히, 아주 천천히 넣었다 뺐다를 반복한다.
 “....아, 그만...”
 미칠 것 같다. 갑자기 부드럽게 대하니 더 고통스럽다.
 “...제, 제발... 더, 세게....”
 차라리 아픈 게 낫다.
 “기분 좋으면 좋다고 말해도 돼.”
 “아....”
 남자가 조금씩 속도를 올린다. 마치 아주 정교하고 세밀한 바이올린을 다루듯이, 리듬감 있게 허리를 놀렸다.
 “안돼, 아....! 이런 건, 이러려던 게...!”
 “기분 좋으면 말해도 된다니까?”
 “으아, 아.. 아앙...”
 끔찍하다. 자신의 목소리가 아닌 것 같다. 이런 거 별 것 아니라고, 그렇게 생각할 수 있을 줄 알았다. 자신이 아직까지 사람다운 부분을 가지고 있을 줄이야. 믿기지 않는다.
 “아, 기분, 좋아... 아...아...! 기분 좋아. 기분...하아아, 아아....”
 남자의 웃음소리가 들린다. 굴욕. 창피함, 불쾌감, 모든 것이 쾌락으로 변해 돌아온다.
 남자의 숨소리도 점점 더 거칠어졌다. 굵은 땀방울이 샌즈의 위로 떨어졌다. 분명 방금 전까지 끔찍하고 혐오스러웠던 것이, 정신이 아득해질 정도로 짜릿하다.
 샌즈가 남자의 목에 팔을 감아온다. 짤랑거리는 쇠사슬 소리조차 그의 귀를 자극했다. 샌즈가 내는 신음소리도 아까와는 다르다. 남자도 무언가에 홀린 듯 허리를 빠르게 움직였다.
 “아아, 파,파피루스 님..! 파피루...”
 더 이상 못 버틸 것 같다.
 “크윽, 핫...!”
 하얗고 끈적한 액체가 샌즈의 골반과 척추를 타고 거꾸로 흘러내렸다. 샌즈는 그것이 더럽다고 생각하면서도, 그렇기 때문에 주체할 수 없는 쾌락에 허리를 튕겼다. 절정을 맞는다.
 “아응....하아아....”
 한동안 거친 숨소리만 공중에, 문 밖까지 은밀하게 울려퍼진다.
 “하, 하하...”
 먼저 말을 꺼낸 건 샌즈쪽이었다.
 “너...너는 나를 벌하고 싶은게...아니야. 너는, 파피루스를 탐닉하고 독점하고 싶은 거야. 근데 진짜 파피루스는 가질 수 없으니까 약해보이는 날 택한거지? 이 더러운 변태새끼.”
 남자는 웃음을 지울 수가 없었다. 쾌락에 푹 젖어 잔뜩 풀어진 눈을 한 주제에, 여전히 웃으면서 자신을 향해 욕설을 퍼붓는 작은 해골이 위태롭고 사랑스러워 보여 어찌할 바를 모르겠다.
 “...그냥 작고 약한 해골인 줄 알았는데.. 네 안에 희미하게 욕망이 보여.”
 남자가 샌즈의 귓가에 속삭인다.
 “너도 사실은 동생을 죽이고 우위에 서고 싶은 것 아닌가?”
 샌즈는 다시 한 번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랐다.
 “닥쳐!! 너희들과 똑같이 취급하지 마!!”
 섹스는 그저 생리현상이다. 상처부위가 가려워서 긁게 되는 것과 마찬가지다. 샌즈는 독점욕과 소유욕을 진심으로 혐오했다. 지하세계의 괴물들을 혐오했다. 자신은 그들과 다르다고, 언제나 혼자 웃었다.
 남자는 파피루스에게 관심이 있지만 그건 파피루스가 강하기 때문이다. 누군가 파피루스를 죽이게 된다면 그의 더럽고 끈적한 소유욕은 더 강한 쪽으로 옮겨가겠지. 그리고 마치 어린아이가 좋아하는 인형을 골라 침대맡에 올려두듯이 자신의 주변을 꾸밀 것이 뻔하다.
게다가 파피루스는? 아무리 쓸모없는 걸림돌이라 해도 일단은 친동생이다. 그를 저버린다면 이 지하세계 누구와도 다르지 않은 것 아닌가. 샌즈에게 있어서 동생은 마지막 양심의 보루였다.
 “대체 뭐가 다르다는 거지? 좀 더 솔직해 지라고.”
 남자가 샌즈의 둥근 두개골을 애정 어린 손길로 쓰다듬는다.
 “난 솔직히 네가 싫지 않아. 넌 어딘가에 힘을 숨기고 있는 느낌이 들어.”
 남자의 입술 밖으로 삐져나온 이빨들이 독을 품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샌즈가 한동안 대답이 없자, 그 징그러운 입술로 갈빗대를, 척추를, 골반을 훑으며 그곳에 맺혀있는 자신의 흔적들을 긴 혀로 핥아먹기 시작했다.
 “으윽.....”
 “이 몸, 파피루스님에게 만져진 적 있나?”
 “뭐?”
 “너에게 동생은 어떤 존재지?”
 혼란스럽다. 이 남자가 무슨 의도로 이런 질문을 하는지 알 수 가 없다.
“...어때, 지금 나에게 괜찮은 공격을 한다면 당장 집에 돌려보내 줄 수도 있는데.”
샌즈는 식은땀이 났다. 이것은 악마가 속삭이는 소리가 틀림없다. 넘어가선 안 된다. 그가 자신에게 관심을 갖게 해서는 안 된다.
“...기대를 저버려서 미안하지만 난 그냥 연약한 해골일 뿐이야.”
남자의 눈매가 가늘어진다. 그는 벌떡 일어나 방을 이리저리 헤집기 시작했다. 눈알이 미친 듯이 굴러가다, 여전히 병풍행세를 하고 있는 늑대괴물에게 시선이 닿는다. 정확히는 부풀어 오른 다리 사이에...
 “...그거 아나? 개들은 뼈다귀를 참 좋아하지.”
 샌즈의 동공이 커진다. 아냐, 아냐, 그건 안 돼.
 “그렇지?”
 남자가 늑대에게 묻는다.
 샌즈도 고개를 돌려 늑대를 쳐다봤다. 제발...
“네, 좋아하죠. 제 생각엔, 밖에 있는 녀석들도 관심이 꽤 있을 것 같습니다만.”
녀석이 음흉하게 웃는다. 씨발새끼.
 “안 돼! 개들은, 개들은 안 돼! 씨..씹어먹힐꺼야!”
 “오, 괜찮아, 괜찮아. 내가 계속 옆에 있을 거야. 죽지 않게 해줄게. 그냥 좀 아플 뿐이야.”
 남자가 어린아이 달래듯 샌즈를 어루만지더니, 문을 열어 밖에 서 있는 개와 늑대들을 불러들였다. 안 그래도 좁은 공간이 덩치 큰 괴물들로 꽉 들어차서 그런지 샌즈는 숨이 막혔다. 그들끼리 무언가 이야기한다. 아무것도 들리지 않는다. 숨쉬는게 힘들다.
그들 중 하나가 샌즈를 만졌을 때, 거의 비명을 지를 뻔 했다. 샌즈는 이빨을 꽉 깨문다.
 ‘괜찮아. 괜찮아. 괜찮아. 괜찮을 거야. 아무문제 없어. 다 괜찮을 거야.’
 의미없는 자기 암시를 걸며 허공을 쳐다봤다. 눈앞에 여럿 개과 괴물들이 자신을 중심으로 둥글게 둘러싼 모습이 보인다. 날카로운 이빨 사이로 침이 뚝뚝 흘러내려, 샌즈는 자신의 눈가에도 무언가 흐르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채지 못했다.
“히익...!”
 몇몇 개들이 뼈를 핥기 시작했다. 잘근잘근 깨무는 이도 있었는데, 조금만 힘을 더 주면 부서져 버릴 것 같아서 샌즈는 온 몸을 떨었다.
그들 중 흰색털을 가진 한 놈이 샌즈를 번쩍 들어올렸다. 어느새 수갑은 풀어져 있었다. 그 괴물은 책상에 누워, 자신의 배 위에 샌즈를 올렸다. 골반부근에 뜨거운 무언가가 느껴진다. 힐끗, 아래를 쳐다보니 이미 완전하게 서 버린 물건이 샌즈의 골반에 맞춰지고 있었다.
“안 돼, 잠깐.....”
샌즈의 목소리는 들리지도 않는지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개의 그것이 쑤셔졌다. 샌즈가 발버둥을 치지만 육중한 그의 몸은 미동도 없다.
“히잇, 끅...아, 아, 아직 움직이지 마!”
 샌즈는 괴로워할 틈도 없었다. 개는 곧바로 양 손으로 샌즈의 겨드랑이 부근을 붙잡고 위 아래로 움직이게 했다. 물론 자신의 골반도 함께 흔들며 샌즈의 안에서 요동친다. 방금 전 사정된 거미남자의 정액이 남아있는지라 별 무리 없이 들어오고 나갔지만, 큰 물건이 뼈에 쓸리는 고통에 샌즈는 눈가를 찌푸릴 수밖에 없었다.
그러던 사이, 다른 회색늑대가 샌즈의 앞으로 다가왔다. 계속 방 안에 있던 그 늑대다. 녀석은 입맛을 다시며 자신의 물건을 샌즈의 골반으로 가져갔다.
 “잠깐, 무슨...!!”
 아무리 해골이라지만 샌즈는 체구가 작았고, 녀석들의 물건은 너무 컸다. 그게 두 개 씩이나 들어갈 리 없다. -그렇게 생각했다.
 “미, 친...!아악!!”
 해골의 골반은 예상외로 그들을 전부 받아들였다. 골반이 조금 넓어진 것 같기도 하다. 하반신에 무언가 꽉 들어찬 기분에, 꾸득거리는 뼈마디 소리에, 샌즈는 경악했다. 거의 패닉상태였다.
 “하아, 완전 조이는데, 이거.”
 “아, 윽...우윽...!”
 제발 움직이지 말아줘. 자신이 그 말을 입 밖으로 꺼낼 수 있었는지 의문이다. 의미없는 손짓만 허공에 하고 있자 누군가가 그 손을 잡아 가지런히 흰 개의 위로 돌려놓아줬다. 거미남자가 조용히 곁에서 웃고 있다.
부디 이대로 멈추길 바란 샌즈의 소원은 정말 허망하게 끝났다. 그들은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아래에 있는 개와 위에 있는 늑대가 서로 엇박자로 샌즈의 안을 쑤셨다. 헉, 샌즈의 숨이 멎는다. 그들이 쑤실 때 마다 의식이 날아가는 것 같다.
 “헉, 헉, 하, 앗, 흐앗, 하, 아윽...!!”
 샌즈는 문득, 자신이 뭘 하고 있는 건지 이해가 안 돼는 느낌이 들었다. 머릿속이 새하얗다.
정신을 조금이라도 차리기 위해 고개를 좌우로 흔들었다. 폭신하고 부드러운 흰 털이 감싼다. 이 털 속에 그냥 처박혀 있고 싶다고 생각하던 찰나, 누군가 강제로 샌즈의 얼굴을 들어올렸다.
 “아, 더는 못 참겠어..!”
 개들 중 하나였다. 흥분된 목소리로 자신의 물건을 샌즈의 입에 쑤셔 넣었다.
 “우으, 웁, ...”
 샌즈는 무언가 말 하려 했지만 금방 포기했다. 그는 허리까지 흔들며 샌즈의 입 속을 범했다. 목구멍이 마치 성기인 양 쑤셔진다.
 “하읍, 하, ...흐, 으..”
 아래, 위에서 오는 자극에 다른 건 신경 쓸 겨를도 없는데 혼자 남아있던 개가 투덜거리며 무언가를 갈비뼈 안으로 박는다.
 “힛...,익...”
 갈비뼈와 척추 사이의 공간이 무자비하게 쑤셔진다. 가지런한 뼈들이 드르륵 거리며 울리는 느낌은 뭐라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이상했다. 뜨끈한 것들이 몸 이곳저것에서 느껴진다. 더 이상 구역질이 날 여유도 없었다.
 “하, 기분 좋아! 이 해골, 진짜 기분 좋아! 씹어먹고싶어!”
 “야, 입에도 더 집중해. 혀를 움직이라고!”
 녀석들은 지나치게 흥분해있었다.
 아래를 쑤시던 두 녀석도 점점 스피드를 올렸다. 철퍽철퍽 하다못해 찌걱거리는 소리에 그 자리에 있는 모든 이의 흥분도가 올라간다.
 “핫, 나온다..! 아, 아!!”
 가장 먼저 가버린 것은 샌즈를 받쳐 안고 있는 흰 개였다. 그를 뒤따르듯 샌즈에 위에서 허리짓을 하던 회색 늑대가 자신의 것을 쏟아냈다. 두 명 분의 정액이 흘러넘친다. 양이 어찌나 많은지 샌즈의 척추를 따라 갈빗대 부근까지, 거의 목까지 흘러갔다. 끈적한 액이 자신을 감싸는 느낌에 오싹해진다. 그 때, 입안을 쑤시던 녀석과 갈비뼈 안을 쑤시던 게 빠져나왔다. 그들도 잔뜩 희고 끈적한 것들을 뿜어내었다. 샌즈는 온몸을 움찔거리면서도 아직 아슬아슬한 경계선에 있었다. 그때, 거미남자가 다가와 허리를 감싼다. 척추에 흐르고 있는 여러 액체들째로 손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아..! 안돼, 아...!!”
 샌즈의 척추를 마치 성기처럼 위 아래로 문지른다. 찌걱, 찌걱, 귀를 자극하는 소리가 난다.
 가버려, 가버려, 아..
 샌즈의 몸이 강하게 튕긴다.
 “하....으.....”
 시야가 점멸한다.
 샌즈는 더 이상 아무생각도 들지 않았다. 그저 입을 벌리고 숨 쉬는 것만이 자신이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인 듯 했다.




 그 뒤로 기억이 조금 애매하다. 하지만 꽤 오랫동안 그 짓을 했는지 밖으로 나왔을 때는 한밤중이었다. 몸 이곳저곳에 잔 상처들이 나있다. 왼쪽 다리는 누가 세게 물었는지 힘이 잘 들어가지 않아 절뚝거려야했다. 남자의 말대로 죽지 않은 게 정말 기적이다. 손을 들어 이마에 식은땀을 닦았다. 비릿한 냄새가 난다.
조끼 주머니에 무언가 들어있다. 돈이다.
 “하하...”
 그래도 이거라도 얻었네. 웃음이 흘러나온다. 빨리 집으로 돌아가서 자고 싶다.

 벌컥, 문을 열고 들어가자 파피루스가 뭐 하다 이제 왔냐며 짜증을 낸다. 욕지거리를 몇 번 뱉더니 돈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아...파피루스, 좋은 일이 있었어. 당분간 이거면 충분할 거야.”
 샌즈가 꾸러미를 보여준다.
 파피루스는 돈과 샌즈의 몰골을 번갈아 보다가 얼굴을 일그러트리며 비웃는다.
 “이제 몸이라도 팔고 다녀? 아주 가지가지 한다.”
 그는 더럽다며 돈을 받으려고도 하지 않았다.
 “빨리 내 앞에서 꺼져.”



 샌즈는 방으로 돌아왔다.
 침대에 앉았는데 잠을 잘 생각이 들지 않는다.




 ‘이제 인정할 때도 됐잖아.’


 누군가가 속삭이는 듯 했다.


 ‘저 녀석은 더 이상 필요 없어.’




 파피루스. 강하고 고귀한 괴물전사. 그에게는 이용가치가 없다. 여느 괴물들과 마찬가지로 자신의 강함을 증명하다 죽어갈 것이다. 샌즈에게는 오늘 살아남을 능력만 있으면 됐다. 그리고 그것을 위해 필요한 것과 필요 없는 것을 구분할 능력이 있었다.


 샌즈는 파피루스를 버리기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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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바보라서 글 올리는 법을 몰랐다. 메모장으로 옮긴다음 복사하는 법 알려준 갤럼아 고마워.

덕분에 제일 처음 쓴 글 수정해서 뼈야설대회 마감 맞췄다!


긴글이 안올라가서 1~6편으로 나눴었는데 합본했으니 나머지는 지울께. 개추랑 재밌다고 해준 사람들 고마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