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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붕주의

설정붕괴주의










프리스크는 그 이후 전보다 좋아진 듯 했다. 많이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아침식사를 하는 양손의 떨림이 이전보다 줄었다. 가끔 토리엘이 깜빡하고 끄지 않은 불에도 처음만큼 소스라치게 놀라지는 않았다. 놀라는 것은 여전했으나, 그녀가 불에 대한 트라우마가 있는 상태임을 고려하면 상당히 좋아진 것이었다. 그럼에도 프리스크는 토리엘에 대한 두려움, 혹은 미약한 불신을 지우지 못한 듯 했다. 그녀는 토리엘과 마주치거나 대화를 나눌 때면 흠칫거리기도 했고, 가늘게 몸을 떨기도 했으며 허공에 시선을 헤메이곤 했다. 토리엘은 마주치지 못하는 갈색 눈동자를 보며 가슴이 찢어지는 듯 아팠지만, 그녀가 프리스크에게 해줄 수 있는 것은 아직 없었기에 애써 웃어 보이는 수밖에 없었다. 프리스크는 어린 아이가 아니었기에 토리엘의 눈에서 흔들림을 읽어낼 수 있었지만 그녀는 자신의 문제로도 벅찼으며 이 문제는 그녀가 어쩔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그것은 토리엘이 학교 사정으로 출장을 가야 할 일이 생겼을 때 또한 그랬다. 샌즈는 며칠간의 출장 동안 프리스크를 잘 부탁한다는 토리엘의 부탁에 평소 같은 웃음으로 그럴 것이라 대답했다. 토리엘이 문을 나서며 뒤를 돌아 인사했다. 샌즈는 가볍게 인사를 받았다. 토리엘의 눈이 근처에 서 있던 프리스크에 향했다. 프리스크는 주저하며 인사했다.


“잘 갔다 와요, 토리엘.”

“다녀…오세요, …토리엘.”


조금 머뭇거리는 목소리였지만 토리엘은 입꼬리를 올려 웃었다. 프리스크는 닫히는 문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그리고는 긴장이 풀린 듯 소파로 찾아가 털썩 주저앉았다.


“아직 힘들지, 꼬맹아?”

“어…응, 아직은 좀…. 그래도 꽤 나아졌어.”


프리스크는 숨을 느리게 내쉬었다. 샌즈는 그녀의 옆에 앉아 대화를 이어갔다.


“토리엘에 대해선 요즘 어때?”

“그냥 예전보단 좀 더 풀어지는 것 같은데 완전히는 안 되더라고. 꿈에서도 비슷하고….”

“어젯밤도 그랬댔지. 달라진 건 없었고?”

“……글쎄.”


갸웃거리던 프리스크가 말을 이었다.


“이제 꿈에서 가끔 얼굴을 바라보곤 하는데…내 기억과는 다른 얼굴이더라고.”

“다른 얼굴?”

“어…그러니까 표정이 생각보다, 그런 표정이 아니었어. 뭔가…아픈 것 같기도 한….”


말끝을 흐리는 소녀의 목소리를 마지막으로 정적이 흘렀다. 친구와 약속이 있다던 파피루스가 돌아오려면 아직 몇 시간이 남아있었다. 샌즈는 두개골을 긁적이며 소녀의 미묘한 진전을 생각했다. 그 진전을 위해서 프리스크는 며칠 밤의 악몽을 헤쳐내야 했다.



-



“샌즈, 나 오늘도 손 잡아주면 안 돼?”

“응, 안 돼, 꼬맹아.”


안 된다는 대답에 왜냐며 툴툴대는 프리스크를 바라보던 샌즈는 한숨을 내쉬었다.


‘애는 애구나.’


하지만 정말 애일 때도 항상 조용하고 어른스러운 모습만 보였었기에, 샌즈는 프리스크의 이러한 반응이 신기하기도 했다. 오히려 그 때는 꼬맹이 주제에 평온하기만 한 것 같은 얼굴을 해서 기분이 복잡하기도 했었다. 뭐, 하긴, 열일곱이면 아직 어린 나이지. 샌즈는 악몽에 질렸는지 손을 잡아달라고 요구하는 프리스크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악몽이 트라우마의 결과물이라면, 악몽을 스스로 극복해내지 못하면 트라우마 치유는 불가능해. 근본적인 문제 해결을 위해선 어쩔 수 없어. 대신 악몽을 꾸다가 잠에서 깨면 그 때는 잡아줄게.”


조곤조곤 달래는 듯한 말에 프리스크는 가만히 듣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좀 시무룩해지긴 했지만, 금방 말을 알아듣고 따라주는 소녀의 모습을 샌즈는 감정이 교차하는 얼굴로 바라보았다. 그는 인간의 열일곱이란 나이는 아이의 모습과 성숙한 모습이 뒤섞인 모호한 나이 같다고 생각하며 침대에서 일어났다. 샌즈가 방의 불을 끄는 것을 보며 프리스크는 침대에 누웠다. 이윽고 샌즈가 가시방석에 앉는 기분으로 침대에 누웠다. 샌즈는 다시 한 번 어쩌다 상황이 여기까지 왔는지를 생각했다. 그러다 자신을 부르는 소녀의 목소리에 잠깐 놀랐다.


“샌즈, 혹시 내가 자면서 울고 있다거나, 자는데 내 비명소리가 들리거나 하면 깨워줘. 알았지? 이왕이면 토리엘이나 파피루스가 소리를 듣고 잠에서 깨기 전에.”


프리스크의 목소리는 비장함마저 감돌고 있었다. 샌즈는 죄책감 아닌 죄책감을 느끼며 알겠다고 대답했다.


“알겠어, 꼬맹아. 그리고 혹시 네가 깼는데 내가 자고 있으면 그땐 네가 날 깨워. 알았지?”

“샌즈를 깨우라고? 자고 있는데 방해하는 거 아냐…?”

“헤, 이럴 때 아니면 자는 해‘골’을 언제 ‘골’탕 먹여보겠어? 괜찮으니 그냥 깨워.”


뼈개그에 표정이 구겨지던 프리스크는 샌즈의 말에 결국 알았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잘 자라는 인사를 주고받은 둘은 눈을 감았다. 불안했던 소녀가 눈을 뜨고 해골의 존재를 확인한 후 다시 눈을 감았다. 해골 또한 눈을 떠 소녀의 상태를 확인한 후 다시 눈을 감았다.


샌즈는 아스라이 들리는 프리스크의 목소리에 졸린 눈을 억지로 떴다. 비몽사몽한 정신에, 아직 악몽을 꾸고 있는 모양인지 아프다고 중얼거리는 소녀가 보였다. 샌즈는 점점 빠르게 울먹이는 그녀를 조심히 깨웠다.


“꼬맹아. 프리스크? 괜찮아. 다 악몽일 뿐이야. 일어나자, 꼬맹아.”

 

뼈로 된 손이 소녀의 어깨를 다독였다. 프리스크는 흡, 으, 흑, 하고 울음을 참는 소리를 내다가 누군가 자신의 어깨를 토닥이는 느낌에 잠에서 깨어났다. 눈꺼풀이 힘겹게 뜨이고 눈물이 맺힌 눈이 드러났다.


“…샌즈…?”

“그래, 그래. 뼈다귀 샌즈야. 정신이 좀 들어?”


프리스크는 샌즈의 물음에 고개를 끄덕였다. 샌즈는 숨을 고르며 흐르기 일보직전인 눈물을 닦아내는 소녀의 어깨를 토닥였다. 프리스크가 진정이 되자 샌즈가 물었다.


“오늘은 그저께와 달라진 건 없었어?”

“음, 잘 모르겠는데…그냥 뭔가 느낌이, 내가 덜 감정적이게 된 것 같았어. 그저께와 비슷한 상황인데 그저께는 온 몸이 떨릴 정도로 무서웠다면 오늘은 좀 후들거리지만 토리엘을 보려고 할 수 있을 정도였거든.”


손을 안 잡아줘도 이런 식으로 도움이 되긴 하는 모양이군. 샌즈가 말을 삼키며 프리스크의 말에 호응했다. 어쨌든 그녀는 이제 악몽 속에서 보다 객관적인 관점을 가질 수 있게 되었다. 이것이 소녀에게 도움이 될 것이란 점은 분명했다.


“헤…어쩌면 악몽 속에서, 예전에 공포에 질렸을 땐 보지 못했던 것을 보게 될 수도 있겠군.”

“흠, 그런가?”

“나도 전문가는 아니다만, 악몽 속에서 상황을 좀 더 직시하는 것만으로도 트라우마 극복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은데. 트라우마가 치유되면서 악몽 자체가 변화할 수도 있는 거고.”

“그렇다면 이왕이면 감정적으로 보지 않으려고 하는 게 좋겠네….”


숙제라도 받은 학생마냥 이전의 말을 되새기고 있는 프리스크를 보며 샌즈는 한숨을 삼켰다. 이건 결과가 아니라 과정의 문제라고, 꼬맹아. 샌즈는 말을 애써 억누르며 다시 한 번 입을 열었다.


“꼬맹아, 이건 답이 정해져있는 수학 문제가 아니야. 그냥 네가 내키는 대로 하면 돼. 제한시간이 있는 것도 아니고, 방식이 하나뿐인 것도 아니야. 어떤 방식이든, 시간이 얼마나 걸리든 이것과는 상관없는 문제라고. 그러니 내가 아까 한 말을 공략법처럼 받아들이지 마. 난 그저 가설을 하나 제시한 거니까.”


언제든 바뀔 수 있단 말이지. 이해했니? 샌즈의 말에 프리스크는 고개를 끄덕였다. 아까보다 평온해진 얼굴에, 해골은 그나마 안도했다. 아직은 한밤중이었고 아이는 잠을 더 필요로 했다. 샌즈는 프리스크가 내미는 손을 맞잡아주며 눈을 감았다. 감기는 눈 사이로 잠에 든 소녀가 보였다.



-



그런 며칠 밤을 거쳐 프리스크는 꿈속에서 토리엘을 응시할 기회가 늘었고, 그 결과 토리엘의 달라지는 표정을 눈치 챌 수 있게 된 것이었다. 꿈속의 토리엘의 표정이 달라지는 것이 원래부터 그러던 것을 소녀가 이제야 알게 된 것인지, 소녀의 무의식 상태가 변화하며 꿈속의 토리엘의 모습이 바뀐 것인지는 아무도 모를 일이었지만, 별 상관없는 일이기도 했다. 어쨌든 그녀의 상태가 호전되고 있다는 것은 분명했기 때문이었다.

샌즈는 입을 작게 비죽이며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했다. 비전문가인 그에게 이는 꽤나 어려운 문제였다. 일단 불에 대한 것을 어떻게 해야 하나? 하지만 불은 아스고어에게도 해당이 되는데…. 해골은 두개골을 열심히 굴려보았으나 마땅히 떠오른 것은 없었다.


‘꿈에서 뭔가 진전이 일어나길 바랄 수밖에 없나. …너무 무책임한가?’


하긴, 지금껏 나는 내내 무책임해왔지. 샌즈는 케첩을 마시며 생각을 끝냈다. 해골은 나름대로 최선을 다하고 있었지만, 아는 바가 없는 분야에 대해선 어찌 할 수 없는 노릇이었다. 그가 설령 책임 질 준비가 되었더라도 그것은 변함이 없었을 것이다. 어쨌든 사색에서 돌아온 샌즈는 거실에 흐르는 정적을 먼저 깨기로 했다. 마침 점심시간이 가까워지고 있었다.


“…헤, 일단 파이라도 좀 먹을래? 토리엘이 아침에 해놓고 간 것이 있는데.”

“…? 아침에 했던 건 이미 다 먹지 않았어?”

“꼬맹이 아침 식사가 걱정됐나본지 한 번 더 굽고 갔더라고. 물론 모레 쯤 부터는 다 먹고 없을 것 같지만.”

“음…그럴까.”


프리스크가 장난스럽게 웃었다. 그 미소마저 어딘가 무겁게 보여서 샌즈는 씁쓸했다. 데워서 가지고 오겠다는 말을 남기고 부엌으로 사라진 그의 뒷모습을 보던 프리스크는 저 해골이 저렇게 부지런했었나, 생각했다. 그러다가 자신이 부엌에서 불이나 뜨거운 것을 다룰 수 있는 상황이 아님을 깨닫고 잠시 늘어졌다.


‘뭔가, 무언가…부족해.’


왜지? 분명 토리엘은 나를 굉장히 신경써주고 있고, 아껴주고 있는데 무언가 허한 이 느낌은 왜인거지. 뭔가, 하나만 어떻게 하면 어떻게 될 것 같은데…. 프리스크는 마음속으로 독백했다. 소녀는 토리엘이 그녀를 사랑으로 챙기고 있다는 것을 머리로는 이해했으나 가슴으로는 이해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녀는 그것을 어렴풋이 알고 있었으나, 해결방안은 알지 못했다.


‘아니, 이걸 내가 어떻게 하란거야….’


프리스크는 울고 싶어졌다. 단서가 어디에 있는 거지, 내가 상처받았을 그 지점 어딘가에 있나? 소녀는 그녀의 오래된 기억을 더듬기 시작했다. 프리스크는 토리엘과 만났을 때의 기억을 되살려보려 애썼지만 마음처럼 잘 되지 않았다. 아무래도 시간과 여유가 필요해보였다.


“그래, 꼬맹아. 무슨 ‘골’ 아픈 생각에 빠진 건지는 잘 모르겠지만 말야. 파이 한 조각이라도 먹고 마저 하면 어떨까?”


샌즈가 웃으며 소녀에게 김이 나는 파이를 권한 것은 그 때였다.















시험 끝나고 글이 안 써져서 오래 걸렸다....이제 이거 기억하는 갤럼도 없겠지 시불쟝

상담 관련 비전문가이므로 틀려도 그냥 그러려니 하고 넘어가주면 ㄱㅅ

그리고 비전문가인 관계로 글 진행하는 데 난관에 봉착했다 시발

사실 갤 망하기 전까지 다 쓸 수 있을지도 자신이 없다

나도 이제 모르겠다ㅎㅎ될 대로 되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