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혼을 흡수당해 아스리엘의 몸을 차지한 차라는 결계 바깥의 공기를 들이마셨다.
토리엘과 아스고어는 차라가 아스리엘의 몸을 지배하는 것도 모르고, 무모한 짓을 하려 하는 자신들의 아들을 막으려 애썼으나 결계에 가로막혔다.
그들은 아마 지금도 결계에 기대 울며 서로를 달래고 있을 지도 모른다.
차라는 자신에게 들린 자신의 시체를 보자 기분이 묘해졌지만, 상관하지 않고 계속 달렸다.
\"분명히, 다 죽여버겠다고 이 곳에 온 것일 텐데.\"
정작 마을에 와 다시는 볼 일이 없으리라 생각했던 풍경들을 보니 마음이 약해졌다.
차라는 황금꽃이 만발한 들판 위에 자신의 시체를 누이고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그래…그냥 여기서 꽃향기나 맡다 돌아가서 아스리엘에게 몸을 돌려줘야겠어.\'
하지만 그런 차라의 결심에도 불구하고, 결국 비명소리가 터져나왔다.
아스리엘의 몸에 총알이 박혔다.
\"아악!\"
\"저게 뭐지!?\"
\"저것이 차라를 죽였어!!\"
\'아.\'
차라는 순간 멈칫할 수밖에 없었다.
자신을 죽인 것은 아스리엘이 아니었기에. 오히려 차라를 죽인 것은 그들이었다.
학대하고, 마구 패고, 폭언을 일삼았다.
차라리 죽는 것이 낫다 싶어서 다시는 돌아오지 못한다는 전설 하나만 믿고 에봇산에 몸을 던진 그였다.
차라는, 분노 때문에 바들바들 떨고 있었다.
그리고 자신이 얻은 이 새로운 힘으로 그들을 전부 죽이려고 했다.
그러나 차라난 몸을 움직이지 못했다.
\'지금 뭐 하는 거야?\'
아스리엘이 다시 그의 몸을 되찾은 것이었다.
\"미안해, 차라. 그래도…
죽지도, 죽이지도 말아줘. 알겠지?\"
그리고 아스리엘은 혹시나 차라의 시체에 흠이 갈까 두려워하며 그의 시체를 그러안고 있었다.
.
.
.
아스리엘은 결계가 깨지고 자신을 찾아왔던 프리스크가 떠난 후 꽃에 물을 주며 옛날을 회상하고 있었다.
\"…차라, 지금 이 곳의 향기를 맡을 수 있어?\"
아무도 대답하지 않았지만 아스리엘은 만족한 듯 웃으며 계속 꽃에 믈을 줬다.
얼마 후, 그는 다시 플라위가 되었다.
다음 날도 그는 계속 꽃에 물을 주었다.
그 다음 날도, 그 다음다음 날도.
날짜를 세는 것을 그만둔 지도 꽤 오래되었다.
무슨 일이라도 있는 건지 바스락거리는 소리와 웅성거리는 소리가 났다.
\"플라위!\"
프리스크였다.
이 어린 아이는 지하에 꽃 하나만 두고 간 것이 못내 신경쓰였다고 했다.
아이의 양 손에는 모종삽과 화분, 그리고 흙이 들려 있었다.
그리고 플라위가 미처 도망갈 새도 없이 화분 안에 담아버렸다.
\"자, 잠깐! 내가 가면 이 꽃들은…!\"
\"괜찮아. 샌즈가 스프링클러를 설치해준댔어! 그렇죠, 샌즈?\"
\"헤………오랜만이다, 노란 꽃.\"
\"이제 안심하고 나갈 수 있겠지?\"
\"그래….\"
작은 꽃은 포기한 듯이 고개를 저었다.
그렇지만 그는 분명히 웃고 있었다.
.
.
\"아…….\"
예전에도 봤었던 아름다운 풍경이었다.
다시 볼 수 있으리라고는 생각도 하지 않고 있던 그는, 울어버렸다.
그리고 눈물을 가득 머금은 채 웃으며 말했다.
\"봐, 차라. 밖은 아름다워. 이제 모두가 행복한 거야. 그렇지…? 너도, 거기서 행복하길 바래.\"
동시에 프리스크의 안에서 그의 말을 들은 차라도 살짝 미소짓는다.
\'너도 행복허게 지내. 아스리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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