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STTALE 1






플라위는 잠들어 있는 아스고어과 황금 꽃으로 구성된 전경을 바라보며 생각에 잠겼다. P가 안나타난 지 일주일이라는 시간이 지났다. 괴물들은 잠든 채로 어떠한 변화도 없었다. 평온하게 잠들어 있는 괴물들을 보면서 프리스크가 해주었던 괴물들을 감싸고 있는 막에 대해 생각했다. 프리스크는 저 막 때문에 괴물들이 잠들어 있다고 부정적으로 말하였지만 플라위는 괴물들을 지키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만약 자신이 저들을 어떻게 할 수 있었다면 이렇게 그들이 깨어나길 바랐을까. 처음 자신이 잠든 괴물들을 발견했을 때의 기분을 떠올리며 플라위는 자신의 아이러니한 처지에 웃음이 나왔다.


한참을 웃다가 플라위는 프리스크는 무얼 하고 있을지 궁금해졌다. 분명 책이나 읽거나 자신의 일지를 쓰고 있겠지. 플라위는 어떠한 의지도 보이지 않고 오히려 나아진 환경이라며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프리스크가 답답하였다. 물론 그러한 사고 덕분에 지금까지 버티고 있을지도 몰랐다. 플라위는 프리스크의 일지 중에서 527번째 리셋이라고 적혀져 있던 구절을 떠올렸다. 자신이 기억하는 것보다 훨씬 많은 리셋 수라는 게 신경 쓰이긴 했지만 그만큼의 리셋이라면 제정신인게 용했다.


대체 P는 무슨 목적으로 그렇게 잦은 리셋을 했던 것일까. 어차피 누구도 죽이지 않을 거였으면 자신이 가르쳐준 대로 했으면 좋았을 텐데. 플라위는 P와 마지막으로 만났을 때의 대화를 회상하며 후회하였다. 지금 이 모든 상황은 P가 자신에게 내리는 벌인지도 몰랐다. 만약 이대로 P가 돌아오지 않으면 어떡해야 할까. 시간을 되돌리고 저장하는 힘을 잃은 자신이 무얼 하겠는가. 그저 프리스크에게 친절의 알갱이나 날리며 하루하루를 살아야 갈 것을 생각하니 플라위는 끔찍해졌다. 이마저도 프리스크가 죽어버리면 끝이 났다. 괴물들을 깨우자. 플라위는 뜻하지 않게 정의로운 생각을 하며 의지가 충만해졌다.





RESTTALE


EPISODE 2


 FLOWEY 





플라위는 눈을 떴을 때 프리스크가 자신을 만지고 있었던 점에 착안하여 프리스크에게 괴물들을 만져달라고 말하였다. 프리스크는 이후에 자신이 토리엘의 등을 만졌었던 일을 말해주며 거절하려는 듯하다가 심경에 변화가 생겼는지 부탁에 응해주었다. 첫 번째 실험군은 도서판의 괴물들이었다. 괴물들의 머리를 차례대로 쓰다듬으며 프리스크는 플라위에게 소용없는 짓이라고 말하였다. 플라위는 문틈 사이에 서서 자신을 만졌을 때를 떠올리며 집중해달라고 열성적으로 요구했지만 달라지는 건 없었다.


그릴비에서 먹을 것 좀 갖고 오겠다고 가버린 프리스크가 기다리며 플라위는 자신이 깨어났던 순간을 기억해내려고 애썼다. 캄캄했던 어둠, 불현듯 빛이 느껴져 눈을 떴었지. 말소리도 들렸었고 말이야. 플라위는 그 때 들었던 말이 뭔지 눈을 가고 집중하였는데 갑자기 머리맡에 무언가가 닿았다. 화들짝 놀라 뒤를 돌아보니 프리스크가 햄버거를 양손에 들고서 서 있었다. 먹겠냐는 권유에 플라위가 자신은 식물이라 필요 없다고 거절하자 프리스크의 표정이 조금 밝아졌다. 두 개 다 먹고 싶었나 보네. 플라위는 프리스크의 뱃속에 얼마나 많은 음식이 단시간에 들어갔었는지 기억이 났다.


순식간에 햄버거 두개를 먹어치운 프리스크에게 플라위는 자신을 만질 때 어떤 말을 하지 않았냐고 물었다. 식물이 잠들어 있어서 이상해하게 여겼다고 프리스크는 대답해주었다. 그리고 끝에 메아리 꽃은 여전히 말을 하니까 너 역시도 말을 할 거 같았다고 말을 덧붙였다. 플라위는 워터폴에 있던 메아리 꽃들을 떠올리며 자신에겐 어떤 말을 시키려고 했냐며 농담을 하려다가 괜히 아픈 곳을 긁어 부스럼 만드는 거 같아 그만두었다.


스노우딘 마을과 폐허의 모든 괴물을 쓰다듬었지만 아무런 소득도 얻지 못하였고 플라위는 프리스크를 돌려보내었다. 그리곤 폐허의 황금꽃밭으로 가 곰곰이 생각을 정리하였다. 어떤 조건을 만족하게 했기에 자신이 깨어난 것일까. 특정 부분을 접촉해야 깬다든가. 플라위는 자신의 잎에 해당하는 곳을 만지면 깨어나지 않을까 하고 잠깐 생각했다가 멍청한 생각인 거 같아 관두었다.


잠깐. 플라위는 관점을 달리하여 막이 사라진 이유에 대해 생각해보았다. 어떠한 힘이 있었기 때문에 사라진 게 아닐까? 물리적인 힘이나 마법의 힘은 소용이 없었다. 불현듯 머릿속에 자신이 언젠가 했던 말이 스쳤다. 세상을 새롭게 바꾸는 힘. 그리고 프리스크가 자신에게 했던 말 역시도 기억해내었다. 깨어났으면 좋겠다고. 어떤 이유에서인진 몰라도 프리스크는 자신이 깨어나길 바랐고 그 힘으로 자신의 막이 깨졌다, 여기까지 생각을 마친 플라위는 이론을 실천으로 옮기기로 마음먹으며 의지를 다졌다.


누구에게 시도해볼까, 고민하던 플라위는 잎이 상한 황금 꽃들이 보였다. 돌보는 사람이 없으니 시드는구나. 플라위는 자신이 지금까지 대면하길 꺼렸던 한 괴물이 떠올랐다. 플라위는 토리엘에게로 갔다. 여전히 자신은 플라위에게서 아무것도 느끼지 못했다. 기억 속에서만 존재하던 추억들도 이제 바래질 대로 바래져 있었다. 하지만 지금 당장 깨어났으면 하는 것은 진심이었다. 플라위는 언젠가 늙어 죽을 인간과 단둘이 남겨지고 싶진 않았다. 또 황금 꽃들이 모두 시들어 버리는 것을 보고 싶지도 않았다. 이유야 불순했지만 어쩌겠는가. 플라위는 다소곳하게 앉아있는 토리엘의 무릎에 얼굴을 기대어 바라고 바랐다. 깨어나 줘요, 제발, 어머니.





















* 토리엘이 깨어났다.





















1화 추천 다섯 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