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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붕주의
설정붕괴주의
“무슨 생각을 그렇게 심각하게 했던 거야, 꼬맹아?”
끼적이며 파이를 잘라 먹던 프리스크가 질문에 퍼뜩 정신을 차렸다.
“어, 응? 아. 그냥.”
당황한 소녀의 대답에 샌즈가 말없이 그녀를 응시했다. 헤, 그렇게까지 놀랄 필요는 없었는데. 샌즈가 웃으며 한 말에 프리스크는 긴장을 풀고 그를 따라 웃었다.
“…뭔가 빠진 것 같은 느낌이 든단 말이야.”
“그것 참 ‘골’치 아프겠군.”
“토리엘이 나를 아끼고 사랑해주는 게 머리로는 이해가 되는데 마음은 아닌 것도 그렇고.”
흐음. 샌즈는 파이를 먹던 포크를 잠시 식탁 위에 내려놓았다. 프리스크는 끄응, 하고 앓는 소리를 내고는 말을 이었다.
“토리엘과 맞섰을 때의 기억을 떠올려보려고 했는데, 기억이 잘 안 나.”
“어느 부분이 기억이 잘 안 나는데?”
“맞서고, 토리엘이 공격을 시작하고, 내가 피하고, 공격에 맞고. 그리고 그 뒤가 흐릿하게 기억이 안 나. 뭔가 있었던 것 같은데….”
프리스크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말을 끝냈다. 그리고는 파이를 포크로 작게 잘라 한 조각을 입에 넣었다. 우물거리며 파이를 먹는 소녀를 보던 샌즈가 무언가 떠올랐다는 듯 눈을 크게 떴다.
“그럼 네가 떠올리지 못하고 있는 그 기억이 열쇠 아닐까?”
“열쇠…?”
“네가 기억하지 못하는 부분 어딘가에 네 마음을 납득시킬 수 있는 게 숨어있지 않을까 싶어서.”
“음…그런가? 그럴 수도 있을 것 같다.”
소녀는 보다 홀가분해진 얼굴로 대답했다. 가능성 있는 풀이법 하나를 알아냈기 때문이었다. 그럼 내가 그 기억을 떠올릴 수 있기를 바라야겠네. 프리스크는 평온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작은 파이 조각 하나가 소녀의 입 안으로 사라졌다. 이제 파이는 별 반응 없이 잘 먹는군. 샌즈가 포크를 다시 들며 속으로 생각했다.
“그냥 편하게 생각해, 꼬맹아. 그런 건 생각해내려고 애쓸수록 잘 안 떠오르더라고.”
“…….”
“너무 걱정하지 말고.”
샌즈는 남은 파이 조각을 잘라먹었다. 프리스크는 시선을 내리깔고 조용히 파이를 먹는 해골을 빤히 쳐다보았다.
“샌즈.”
그가 시선을 끌어올렸다.
“고마워.”
소녀가 눈을 접으며 웃었다. 해골은 마땅히 대답할 말을 찾지 못하고 웃어버렸다.
-
샌즈는 아까까지의 일을 떠올리며 스스로를 되돌아봤다. 조언자마냥 이것저것 말을 해주는 자신의 모습은 꽤나 어색했다. 방관자의 자리에 항상 머무르던 내가 조언자라니. 뼈다귀에 감도는 어색함에, 해골은 손에 쥐고 있던 케첩을 마저 마셨다. 이렇게 어울리지 않는 직책도 있기 참 힘들 거란 생각에 샌즈는 쓰게 웃었다.
‘주인공을 믿지 못하는 조언자도 있던가. 주인공을 믿지 못하는 방관자라면 모를까.’
비어있는 골이 아파오는 기분에 샌즈는 고개를 작게 저어댔다. 눈을 접어가며 웃으며 고맙다고 말하던 프리스크가 떠오르자 마음은 더 무거워졌다. 괜찮은 걸까, 이대로도? 어쩌면 나는 그냥, 책임으로부터 언제든 도망갈 구멍을 만들어놓고 있는 것 아닐까? 생각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안광마저 지운 채 침잠하고 있던 해골은 문득 소녀의 처지를 떠올렸다.
‘건재하던 믿음이 무너진 걸 다시 세우기도 그렇게 어려운데 하물며 거의 없던 것을 새로 세우는 것이니까….’
이렇게 스스로를 합리화해도 되는 걸까?
샌즈는 프리스크와 자신을 비교하며 되물었다. 글쎄, 결론적으로 둘 다 어려운 것이라면 그냥 그렇게 이해해도…괜찮지 않을까. 해골은 고민 끝에 판단이라면 판단이고, 사실이라면 사실이며, 합리화라면 합리화인 생각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소녀를 믿을 수 있는 환경은 이미 만들어졌고, 지금은 믿음을 쌓아가는 것이 주요한 문제였다. 어쩌다가 이렇게 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샌즈는 자신이 수행하고 있는 역할에 조금 더 익숙해졌다.
주인공에 대해 믿음을 쌓아가고 있는 조언자는, 오늘도 골목 밖을 향해 걸음을 내디뎠다.
-
‘어, 어라.’
평소보다 잠에서 빨리 깬 프리스크가 불안한 기분을 애써 뒤로 하고 부엌에 도착했다. 파피루스나 샌즈를 깨우긴 뭐해서 식은 파이 한 조각이나 아침으로 때울까, 하는 마음으로 도착한 그녀를 기다리는 것은 빈 파이 그릇이었다. 배고픔에 두려움도 참고 부엌에 들어온 소녀는 당황했다. 그와 함께, 어제 파피루스가 샌즈에게 ‘내일 아침에 이 위대한 파피루스가 새로운 스파게티 요리를 선사해주지!’ 비슷한 말을 하며 녜헤헤하고 웃었던 것이 그녀의 머릿속에 떠올랐다. 그 말은 여분의 스파게티도 다 떨어졌다는 말과 같은 의미였다.
‘안 돼, 난 요리 못 하는데. 심지어 지금은 불을 쓸 수도…!’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에 빠진 프리스크는 그녀 뒤에 다가오는 인기척을 느끼지 못했다.
“…꼬맹아?”
“흐이이익?!”
따라서 소녀의 뒤쪽에서 들려온 목소리에 그녀가 놀란 것은 충분히 그럴만한 일이었다. 목소리의 주인은 프리스크의 작은 비명에 허, 하고 숨을 내뱉고는 말을 이었다.
“아무리 내가 해골이라지만 그렇게까지 ‘골’이 울릴 정도로 놀랄 필요는 없는데 말이지.”
졸음이 덜 가신 목소리로 치는 뼈개그에 프리스크가 얼굴을 일그러뜨렸다. 샌즈는 큭큭거리며 부엌 안쪽으로 걸어갔다. 지상으로 나온 후, 특히 의지가 사라진 이후 감정 표현이 꽤나 풍부해진 소녀는 골려먹는 재미가 쏠쏠했다. 그 나이 대 여자아이들과 비교하자면 그렇게 많이 풍부한 편은 아니었으나, 기존의 무덤덤한 표정을 고수하던 것보다는 확실히 다양한 표정을 보여주었다. 샌즈의 말장난에 일그러지는 얼굴도 그 중 하나였다. 그런 모습을 보면 확실히 그 나이 또래의 아이구나, 싶었다. 샌즈는 생각을 접으며 부엌 안의 재료들을 확인했다.
“샌즈는 언제 깬 거야?”
“그냥 깨고 바로 나온 거야. 깼는데 없길래.”
“아….”
프리스크는 잠에서 깬 뒤 샌즈가 깨지 않도록 조심스레 손을 놓고 일어났던 것을 떠올렸다. 그러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깼나보다. 프리스크는 얼추 시간대가 맞는다고 생각을 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마지막으로 냉장고 안을 확인한 샌즈가 프리스크에게 물었다.
“이렇게 된 거 키슈나 만들어줄까?”
“키슈?”
“아침 식사용으로 만들어서 파피루스도 주면 될 것 같은데.”
프리스크가 그렇게 하자며 고개를 끄덕였다. 잠깐만, 키슈? 소녀의 머릿속에 오래된 기억 하나가 떠올랐다. 벤치, 메아리꽃, 그리고 버려진 키슈. 프리스크는 말을 꺼내려 입을 열었다가 다물었다. 이야기는 샌즈의 키슈를 맛본 후 꺼내도 늦지 않을 것 같았다. 프리스크는 의자에 앉아 등받이에 몸을 기댔다. 이것저것 준비하는 샌즈의 모습을 생각 없이 바라보았다. 귀찮음의 정도가 생각보단 많이 심하지 않은 것 같아. 프리스크는 속으로 생각했다. 그러던 생각은 해골의 목소리에 퍼뜩 끊겼다.
“불을 써야할 것 같은데, 괜찮겠어? 꼬맹아?”
“어?”
“불 못 보겠으면 소파에 앉아 있거나 그러면 내가 다 끝내고 부를게.”
“……아니, 음…괜찮을 것 같아.”
“정말 괜찮겠어?”
샌즈의 걱정 섞인 물음에 프리스크는 고민하다가 끄덕였다. 언제까지나 피하기만 할 수는 없잖아? 소녀가 웃어 보이며 대답했다. 샌즈는 잠시 눈을 동그랗게 떴다가 그래, 하곤 평소처럼 웃었다. 그런 샌즈를 프리스크의 목소리가 붙잡았다.
“대신, 잠시만. 마음의 준비를 할 시간을 좀….”
프리스크가 식탁 위에 손을 올려놓고는 느리게 심호흡을 했다. 샌즈는 그 모습을 바라보다 중얼거렸다.
“많이 힘들면 붙잡아도 괜찮아, 꼬맹아.”
프리스크는 고맙다고 말하며 숨을 몇 번 더 내쉬고는 안 되겠는지 샌즈의 손을 붙잡았다. 흔들리는 갈색 눈동자가 어찌어찌 가스레인지를 바라보고 있었다. 해골은 불을 키겠다며 말을 하고는 소녀를 돌아보았다. 소녀의 고개가 끄덕이는 것을 본 그는 가스레인지를 키고 약불에 맞췄다. 뼈를 붙잡고 있는 손에 힘이 들어갔다.
“보기 힘들면 고개 돌려도 돼.”
그 말에 소녀의 시선이 다른 곳을 향했다. 가쁜 숨을 진정시킨 후 프리스크는 작게 올라오는 불꽃을 다시 바라보았다. 아까보다는 나아진 느낌에 프리스크는 심호흡을 했다. 소녀는 자신이 아직 샌즈의 손을 붙잡고 있었음을 깨달았다. 조금 고심하던 프리스크는 조심스레 손을 놓아보았다. 작게 일렁이는 불꽃을 바라보는 것이 일단은 버틸만했다.
“불 더 세게 해도 괜찮을 것 같아.”
다시 샌즈의 손을 잡아오며 프리스크가 중얼거렸다. 소녀의 시선은 작은 불꽃들을 향해 꽤나 곧게 고정되어있었다. 좀 적응했나보군. 샌즈는 내심 안도하며 중불로 올리겠단 말과 함께 불의 세기를 높였다. 손이 조금 떨려오는 것이 느껴졌으나 호흡은 아까보다 안정적이었다. 꾸욱 힘이 들어가던 손이 조금씩 풀리고, 떨림이 미약해지는 손이 뼈다귀로부터 떨어졌다. 눈을 감았다가, 떴다가를 반복하던 소녀가 평온함을 되찾을 때까지 샌즈는 그녀를 기다려주었다. 안정적인 시선이 넘실거리는 불꽃을 바라보다가 샌즈를 올려다보았다. 해골이 그녀에게 붙잡혔던 손을 들어 올려 소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수고했다, 꼬맹아.”
센 불은 오늘 쓸 일이 없으니 오늘은 이 정도로 마무리하자. 샌즈의 말에 프리스크가 고개를 끄덕였다. 진이 조금 빠져있는 표정이었다. 허기가 지던 것도 잊고 있던 소녀는 피로함에 식탁 위로 늘어졌다. 아이는 그새 잠에 빠져 있었다.
‘어쩐지 오늘 일찍 깨더라니, 아이는 아이구나.’
그래도 불에 대해서 웬만큼 극복해냈으니, 피곤할 만 하지. 샌즈는 아스고어에 관한 것이 있으니 불에 관해선 일단은 이 정도로 충분하다고 생각했으나 프리스크에게 그것을 말하지는 않았다. 본인이 깨달아도 충분한 사안이었다. 키슈가 익기를 기다리며 샌즈는 프리스크 맞은 편 의자에 조용히 앉았다. 해골은 키슈가 다 되면 깨워야겠다고 생각하며, 곤히 자고 있는 소녀를 내려다보았다. 꽤나 편안해 보이는 표정에, 샌즈는 프리스크를 마저 응시하다가 고개를 들고 오븐을 바라보았다. 키슈가 익어가는 모습이 어렴풋이 보였다. 해골은 한 쪽 손으로 두개골을 받히고는, 오븐의 시간이 다 될 때까지 멍하니 앉아있었다.
평소보다 좀 짧겠지만 드랍
전에도 말했지만 심리상담 쪽 비전문가니 틀려도 그러려니 해주면 ㄱㅅ
완결...낼....수...있을....까........이 속도와 이 캐붕으로......?
뭐 어떻게든 되겠지ㅎㅎ
힘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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