샌즈는 지금의 상황이 더 없이 우스웠다. 말하는 꽃과 뼈다귀, 그리고 꼬맹이의 본체라니. 이보다 더 웃긴 삼자대면이 있을까. 꽃과 뼈와 인간이 축구를 볼 때 하는 말은? 꽃,'골'인! 두둥탁! 플라위는 샌즈가 갑자기 허공에 윙크를 하며 자세를 잡자 못볼걸 본 듯한 표정을 지었다. 프리스크는 평소의 표정을 유지한 채 잠들어 있는 파피루스의 옷에 쌓여 있는 눈들을 털어주었다. 더 이상 저 곳엔 P가 없지. 샌즈는 버릇이란 참 무섭다고 생각하며 프리스크를 도왔다.
* 집중해, 이 똥자루야!!
그리고 내가 백번 양보해서 니 동생부터 깨우잔건데, 뭐가 불만이야!
불만은 없어, 네 말에 '뼈'가 있을 뿐. 문제는 그 '뼈'가 뭐냐 이거지. 샌즈는 옆에서 길길이 날뛰고 있는 플라위를 흘끗 보곤 자신의 기억속에 녀석이 얼마나 질이 나빴는 지를 떠올렸다. 기회만 되면 얼마든지 자신들을 배신할 악동의 계획을 따른다면 그건 진짜 '골' 빈 행동이었다. 샌즈가 시종일관 자신의 말에 묵묵부답으로 일관하자 플라위는 하얀 알갱이를 날려 나뭇가지를 맞췄다. 그러자 나뭇가지가 반동하면서 그 밑에 있던 셋에게 눈폭탄이 투하되었다.
RESTTALE
EPISODE 4
SANS
자신이 생각한것보다 효과가 굉장했는지 감탄사를 남발하던 플라위는 자신에게 날라오는 뼈다귀에 몸을 잽싸게
낮추곤 샌즈로부터 도망쳤다. 샌즈는 정말 오랜만에 열이 받았지만 벌써 저만치까지 도망간 플라위를 잡기엔 자신의 체력이 좋지 못하단
걸 스스로 인정하고 포기하였다. 샌즈는 자신의 몸에 쌓인 눈들을 가볍게 털어내고 눈에 파묻힌 프리스크를 꺼내주었다. 눈을
털어내는 것을 도와주다 프리스크가 수줍어하자 샌즈는 이 꼬맹이가 P가 아니란 것을 다시 한번 느꼈다.
P였을 때는 뭐랄까, 무감정했었지. 반면 이 꼬맹이는 어딘가 무기력하고 소심하지만 감정만큼은 풍부했다. 웃음도 많고, 자신의 개그에 웃다 자빠지기도 했다. 물론 꼬맹이 자신은 스스로에게 어색한 모양이었지만. 오랫동안 남에게 몸을 빼앗긴채로 살았으면서도 삐뚫어지지 않았다는 점에 대견함을 느끼며 샌즈는 프리스크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기 위해 손을 뻗었다. 또 다시 대량이 눈이 쏟아지면서 중단되었지만.
샌
즈는 프리스크를 마을로 돌려 보낸 뒤 플라위와 전투에 돌입했다. 꽃 주제에 사라졌다가 솟아났다를 반복하는 통에 잡기가 여간 쉽지
않았다. 사실 뼈다귀를 날려본 기억이 나지 않을 만큼 싸움을 할 일이 없었던 샌즈였기에 명중률 자체도 지극히 낮았다. 결국
지칠대로 지쳐버린 샌즈는 눈 위로 쓰러지듯 몸을 뉘였다. 한참이 지나도 움직이질 않자 샌즈의 머리맡에서 플라위가 쑥하고
솟아올랐다. 보지 않아도 짓고 있을 의기양양한 표정에 짜증이 났지만 샌즈는 플라위에게 이 세상이 얼마나 몇번 리셋 됬는지 기억하냐고 물었다. 처음에는 무슨 얘기냐며 모른체 하던 플라위는 샌즈가 거듭 묻자 도발하듯 대답했다.
* 뭐, 너보단 많이 알고 있지.
500... 몇번? 몰라, 어떻게 다 기억해.
샌즈는 확신했다. 이 녀석은 소거형이다. 말한 횟수 역시 프리스크에게서 듣거나 했을것이 분명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자신에게 거짓말을 하며 어떻게든 우위를 점하려고 하는 플라위는 분명 자신이 기억하는 악동이였다. 플라위가 조금도 갱생하지 못다는 사실에 주목하며 샌즈는 뼈다귀로 플라위를 날려버렸다. 갑작스런 공격에 아무런 대응도 하지 못한 채 날아가버린 플라위를 뒤로한 채 샌즈는 파피루스의 눈을 마저 털어주고서 마을로 향했다.
샌즈는 언제나처럼 도서판에서 자신의 일지를 쓰고 있는 프리스크를 발견하고 배고프지 않냐며 그릴비에서 밥이나 먹자고 하였다. 중요한 부분을 쓰고 있어 자리를 뜨기가 힘든 지 프리스크가 안절부절 못하자 샌즈는 갖고가도 된다며 해답을 주었다. 프리스크는 고개를 끄덕이더니 부랴부랴 자신의 일지와 펜을 챙기고서 샌즈를 뒤따랐다.
그릴비에 들어선 샌즈는 이게 잠이든 건지 술에 '골'이 간건지 모를 풍경을 둘러보다 프리스크를 지정석에 앉혔다. 앉기 전 의자를 확인하는 프리스크의 모습에 P가 있을 때의 일도 기억한다는 것을 기억해냈다. 샌즈는 프리스크의 옆자리에 앉아 그릴비에게 주문을 하려다가 아차 하였다. 공짜밥은 좋지만 스스로 해먹어야 된다니 귀찮구만. 샌즈는 그릴비의 존재에 감사하며 자리에서 어기적 일어났다.
샌즈를 바 뒤편에서 한참을 가만히 서있자 프리스크는 답답했는 지 옆에서 뭐가 어딨는 지 능숙하게 가르쳐주었다. 한두번 해먹은 솜씨가 아니잖아, 꼬맹이. 마냥 어린애로 보았던 프리스크의 의외의 모습에 놀라며 샌즈는 가장 간단한 감자튀김을 두 그릇 만들었다. 자신이 그릇들을 내려놓으며 자리에 앉아 케찹을 내미는 꼬맹이의 행동에 기분이 오묘해졌다. 프리스크는 감자튀김을 먹는 둥 마는 둥 하면서 일지를 적기 시작했다.
옆에서 케찹을 마시며 프리스크가 쓰는 것을 지켜보던 샌즈는 양쪽 페이지에 적혀져 있는 1993이라는 숫자가 뭔지 프리스크에게 물었다. 프리스크는 망설이다가 리셋 횟수라고 조심스레 대답하였다. 샌즈는 그만 케찹을 감자튀김위로 드레싱할 뻔 했다. 900대 정도가 아니었나? 그렇다면 그 꽃은 대체 뭘 주워들은 거지? 샌즈는 자신의 기억하는 횟수와 자릿수가 극명하게 다르자 당황하였다.
그럴 수도 있지, 라는 태도로 평정심을 되찾은 샌즈는 프리스크에게 일지를 보여줄 수 있냐고 물었다. 프리스크는 안된다며 일지를 등 뒤로 숨겼다. 샌즈는 프리스크에게 신기한 것을 보여주겠다고 거래를 제안했다. 프리스크는 그게 뭔지 보여주면 그때 정하겠다고 말하며 자리에서 일어나 샌즈에게서 떨어졌다. 일지를 뺏기지 않겠다는 의지에 샌즈는 피식 웃곤 자신의 왼쪽 눈에 집중하였다. 아, 이거 왜 이렇게 안돼? 제발 되라! 우여곡절 끝에 힘을 끌어모은 데 성공한 샌즈는 프리스크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자신의 변한 눈에 말도 못하고 손을 휘적기만 하며 놀라움을 표현하는 프리스크의 모습에 샌즈는 앞으로 간간히 연습하기로 생각했다.
샌즈는 1001이 적혀져 있는 장에서 '샌즈의 행동이 평소와 달랐다.'라고 적혀져 있는 부분을 읽었다. 내가 기억하기 시작한 건 이때부터구나. 샌즈는 단편적으로 박혀 있는 기억에 혼란스러웠던 그때를 떠올렸다. 이제 막 폐허에서 나온 P에게 횡설수설 했었지. 그땐 참 귀여웠구나, 난. 그런 자신의 말을 X로 일관하며 무시해버린 P도 참 대단하다고 샌즈는 생각했다. 그러고보면 P는 눈치채지 못한 일을 프리스크는 알아챈 건가? 샌즈는 고개를 들어 프리스크를 쳐다보았다. 일지를 돌려주길 바라는 프리스크의 눈빛에 파피루스가 생각이 난 샌즈는 일지를 덮고 돌려주었다.
프리스크를 폐허에 데려다 주고 샌즈는 파피루스에게로 갔다. 잠들어 있는 파피루스를 보며 샌즈는 새삼 멋진 동생이라고 생각했다. 앉아있거나 누운 채로 잠이 든 괴물들과 비교 했을 때 자신감이 넘치는 자세를 잡고 선 채로 잠든 파피루스란 정말 죽여줬다. 샌즈는 한숨을 내쉬었다. 플라위의 제안대로 행동하기는 싫었지만 샌즈로선 동생을 이 눈 밭에서 혼자 내버려두기만 할 순 없었다. 플라위가 어떤 꿍꿍이던 목표인 '아스고어'가 깨어나는 것만 막으면 되겠지. 샌즈는 파피루스에 가슴에 손을 얹었다.
* 그러나, 파피루스는 깨어나지 못했다.
3화 추천 여섯 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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