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스크 패러블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7.5  18  19  20  21  특별편  22  23  24  25  26  27 27.5  28  29  30  31  32  33  34  35  36  37  38  39  40  41  42  43  44  45  46  47  48  49  50  50.5 ]




 프리스크는 결국 창고에 갇힌 꼴이 됐다. 물론, 창고 문이 잠기지 않았다는 것만 빼고, 그 외에는 정말 감금된 상태였다. 인간에 대한 이해가 없는 건지, 파피루스는 개밥그릇에 이상한 햄쪼가리만 몇 개 놓아둔 뒤, "밥은 여기에 둘게, 인간! 잘 자고 있으라구!"이라고 말하고 나선 나가버렸다. 프리스크는 파피루스가 나가기 전에 일어나서, 천천히 대화를 해보려고 했지만, 파피루스가 너무 빨리 창고를 나가버리는 바람에 타이밍을 놓쳐버렸다. 프리스크는 그냥 일어나서 주변을 둘러보았다.

 뼈다귀 형제의 집 옆에 이런 작은 창고가 있다는 건 알았는데, 한 번도 신경 써본 적이 없었다. 폐허에서 나왔을 때 봤던 이상한 장애물이 창고에도 있었는데, 자기 자신도 지나갈 수 있는 장애물을 도대체 어떻게 장애물이라고 설치해놓은 것인지 알 수가 없었다. 프리스크는 둘러보다가 자신의 머리맡이 있던 바닥 부분에 쪽지가 하나 있는 것을 봤다.


 [미안해, 언다인이 도착할 때까지 넌 게스트룸에 있어야 해. 네 집처럼 편하게 있어. 편안하고 안락한 휴식 보장, 녜스러운 파피루스가]


 결국 여기서 기다리다 보면 언다인이 여기로 오리라는 얘기였다. 프리스크는 계획대로 일이 되고 있다는 확신했고, 웃으면서 바닥에 누웠다. 옆에 쿠션 같은 것이 있었지만, 더럽고 먼지가 묻어 있어 쓰기 싫었다. 옆에 뼈다귀 모양의 장난감이 있었는데, 손으로 살짝 눌러보니 이상한 소리가 났다. 일종의 장난감 같았다. 별로 관심이 가지 않았고, 프리스크는 잠깐 바닥에 누워 멍을 때렸다.

 바깥에서 부는 눈바람 소리가 창고의 지붕을 때려 괴이한 소리를 냈고, 거미줄이 쳐지고 먼지가 내리 앉은 낡은 창고 안에 갇혔다는 생각에 마음이 그렇게 편하진 않았다. 물론 문이 잠기지도 않았고 언제든지 여기서 나갈 수 있었지만, 일단 여기서 기다려야 언다인을 빨리 만날 수 있었다. 파피루스와는 언제든지 친해질 수 있지만, 언다인은 기회를 잡기가 힘들어 보였기 때문이다. 이전에 언다인과 친해진 것도, 노란 괴물 꼬마가 난입하는 요행 덕분이었으므로 이후의 일을 예상할 수가 없었다. 차라리, 파피루스와 같이 언다인을 만나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이라 생각했다.

 결국은 이 안에서 가만히 있어야 한다는 뜻이었는데, 이건 별로 기분 좋은 일이 아니었다. 사실 프리스크는 별 상관이 없었는데, 문제는 다른 한 명이었다.

 프리스크는 스노우딘까지 오고 샌즈와 대화하면서 속으로 불안감과 싸우고 있었으나 버티지 못 하는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비 온 뒤에 땅이 단단히 굳듯, 그녀의 의지도 불안 위에서 결연했다. 자신이 익숙한 대로 흘러간다면, 이전과 다를 바 없는 결과를 빚어낼 것이기 때문에 불안했으나, 또 다른 가능성을 찾아내겠다는 의지로 마음을 다지고 있었다. 그러한 과정은 신체의 피곤을 유발했다. 언다인이 오기 전까지 한 숨 자두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차라는 달랐다. 휴식을 취할만한 상태가 아니었다.

 그녀도 불안했다. 하지만, 이 불안은 조금 달랐는데, 차라는 지금 정말 신체적으로 불안을 느끼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 원인은 이 공간 그 자체였다. 폐쇄된 공간과, 인간을 위해 준비되지 않은 물건들, 어두컴컴한 내부와 썩 유쾌하지 못 한 퀴퀴한 먼지 냄새가 그녀를 자극했다. 프리스크는 그걸 눈치 채고 속으로 어르고 달래어 어떻게든 진정시키려 했으나, 그럴 수가 없었다. 분노와 혐오로 표출하지 못 하는 그녀의 감정은 다른 방향으로 그 마수를 드러내려 하고 있었다. 정확히 무엇인지는 알 수 없었다.

 그녀가 겪은 고통을 예상하지 못 한다는 점과, 굳이 그 고통이 정확히 무엇이었는지 알 필요가 없다는 점은, 차라가 얼마나 많은 고통을 안고 있는지 알 수 있는 방증이다. 그러므로, 분노와 혐오를 표출할 수 없는 그녀가 이를 표출하는 방법 중 하나가 이것이었다. PTSD일 수도 있고, 폐소공포증일 수도 있고, 예를 들은 두 증후근 공통점은 정신적 충격으로 인한 그 반작용이라는 점이다.


 "아……."


 무언가를 말하려다 프리스크는 입이 막혔다. 프리스크는 이런 상황을 바라고 이곳에 들어온 것이 절대로 아니었다. 이것은 계획 바깥의 일이었고, 프리스크는 그제서야 자신이 원하는 대로 무언가 이뤄진 적이 별로 없다는 걸 깨달았다. 프리스크는 잠깐 동안 우울함에 빠져 있다가, 고개를 흔들며 힘들게 그 자리에서 일어났다. 몸에 힘이 잘 들어가지 않았으나 프리스크는, 발걸음을 하나하나 옮기며 창고 문으로 다가갔다. 일단 이 장소에서 나가야 했다.

 소리를 지르면서 울거나 엄마 아빠를 찾고 싶은 건 아니었다. 어두컴컴한 장소로부터 각성해낸 차라의 기억 속에선 부모의 보호를 바라지 않고 있었다. 그저 가만히 생각도 하지 않고 부정적 감정 속에 잠겨 있기를, 차라의 감정은 강요하고 있었다.

 프리스크는 창고에서 당장이라도 나가기 위해 달리고 싶었다. 하지만, 프리스크는 몸을 제대로 움직일 수가 없었고, 결국 자기 발에 걸려 넘어지고 말았다. 인간을 증오하여 지하 세계에 떨어진 아이에게는, 감정을 느끼지 못 한 채 사는 것이 어찌 보면 차라리 다행이었다. 프리스크는 부적절한 장소를 선택한 탓에 결국 원치 않는 기억과 그에 따른 감정을 맛보아야 했다. 어떤 감정이냐고? 당신이 아는 그 모든 것이기도 하고, 그 어느 누구도 알 수 없는 것이기도 하다. 결국은 언급할 수 없는 것이고, 우리는 말할 수 없는 것에 대해 침묵할 의무가 있다.

 그러나, 프리스크가 쓰러진 채로, 나지막이 한 마디 말을 했고, 그것은 꽤 도움이 되는 것이었다.


 "샌…,즈……."


 그러자 키 작은 뼈다귀가 쓰러진 프리스크 앞에 나타났고, 평소와 같이 웃는 표정으로 샌즈는 나타났다. 그러나, 자신 앞에 쓰러진 프리스크를 보면서 묘하게 미간을 찌푸렸다. 창고의 창문 바깥으로 보이는 프리스크의 모습이 예사가 아니었고, 자신을 부르는 프리스크의 입모양을 보았기 때문에 바로 나타난 것이었다. 샌즈는 무릎을 굽혀 프리스크의 상태를 살폈다. 절대로 정상은 아니라고 판단했다.


 "이런……."


 샌즈는 프리스크의 모습을 보고 놀라서 외마디 비명을 작게 내뱉었다. 샌즈는 그 뒤에 조용히 침묵하였고, 그는 언급할 수 없는 것을 프리스크의 표정에서 꿰뚫었다. 그는 머리 속으로 계속 하던 수십번의 계산과 추측을 그만두었고, 말할 수 없는 것에 대한 의무를 지키기로 했다. 샌즈는 프리스크를 안아들었고, 그대로 그 창고 안에서 사라져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