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몸은 흙이 된지 오래인데 나는 사라지지 못했어. 끝내지 못한 복수는 그 의미를 잃었는데도 감정의 찌꺼기는 계속해서 쌓여 갈피없는 열망만이 남았지. 번민은 사라졌고 오로지 이 모든 걸 파괴하고 싶다는 욕구와 그것을 이루고자 하는 의지만이 존재하게 된거야. 무엇을 뺄수 없고 더할 수도 없는 완전무결한 광기 그 자체였지. 하지만 형체 없는 자아란건 떠도는 먼지보다도 못해서 나는 일단 기다릴 수 밖에 없었어. 그리고 일곱번째 아이가 떨어지고 한 몸이 된 날, 나는 비로소 오랜 염원을 이룰 수 있으리라 믿어 의심치 않았지.
* 이미 누군가 몸을 제어하고 있는 거 같다. (회상)
세상에서 제일 나쁜건 누구를 죽이는 것도 뭣도 아닌 새치기라고 생각해.
RESTTALE
EPISODE 6
CHARA
새치기범이 퇴장하고 나서도 처음과 파장이 달라져서인지 몸의 주도권을 빼았을 수가 없었어. 분명 오랫동안 다른 녀석이 몸을 차지했었기 때문이었겠지. 그렇게 오랫동안 나를 방해한 것으로도 모자라서 놈은 사라진 후에도 나를 엿 먹인거야. 뭐, 지금 생각해보면 녀석을 향한 분노가 나를 유지시키던 원동력이었지도 모르겠네. 어쨌거나 이런 나에게도 오랜만에 즐거운 일이 생겼어. 반쪼가리 꽃이 왠일로 머리를 쓴거야. 아버지를 속여 인간의 영혼을 흡수할 생각을 하다니. 이번만큼은 인정해줄게, 아스리엘. 결과는 너 다웠지만.
반쪽이 꽃은 긴뼈다귀를 이용해서 왕을 깨우고, 영혼 근처에 접근하는 데까지 성공했던 모양이야. 긴뼈다귀가 방해해서 실패했고. 그 낭창거리는 애한테 고전했다니 정말 꽃다워. 아무튼 덕분에 몸의 주인이신 이 소심한 프리스크께서는 마음의 큰 상처를 입으셨지. 기억으로, 책으로 관계를 배운 애한테 얼마나 충격적인 일이였겠어. 근데 따지고보면 이건 사실 자업자득이야. 상대를 가려가면서 정을 줬어야지! 작은 뼈다귀가 충고해줄 때 진작 알아채지 못한 얘 잘못이야, 안그래?
워낙 내색을 안하는 애라 아무도 신경쓰지 않았지만 이 일로 프리스크에겐 마음에 틈이 생겼어. 내 말이 들릴 정도로 말이야. 나는 이 가여운 영혼에게 다정하게 말을 걸어줬어. 처음엔 귀신 취급을 해서 기분이 썩 좋지 않았지만 크게 다를 것도 없으니까 넘어갔지. 나는 듣고 싶어할 거 같은 말들을 계속해서 속삭여줬어. 모든 일에는 순서가 있는 법이니까. 나의 뛰어난 말솜씨에 홀랑 넘어온 프리스크는 자신이 느끼는 감정들에 대해서 토로하더라. 정말 듣기 싫었지만, 내가 말했지? 순서가 있는 법이라고. 나는 지금까지 길러온 인내력을 발휘해서 모든 말을 들어줬어. 그 결과로 난 신뢰를 얻었지. 얘한테 지금 나만큼 믿는 대상은 없어. 앞으로 잘 구슬려서 이번에야 말로 내 계획을 이뤄야지.
아, 좋은 일만 있었던 건 아니네. 반쪽이가 내 존재를 알아버렸어. 이 발전 없는 프리스크가 화해를 해버리는 바람에 말이야! 반쪽이도 웃겨. 놀아줄 상대가 없으니까 심심했는지 얘한테 와서는 자기는 영혼들을 이용해 괴물들을 깨울 생각이었다느니 어쩌니. 말이 되는 소릴 해야지. 정말 프리스크가 아니었으면 진작에 제초제감이였어. 옆에서 지켜보면서 얼마나 웃겼는데. 그러다가 내 웃음소리에 프리스크가 반응을 했는데 그것만으로 내 존재를 알아채더라? 죽기전에도 느낀거지만 걘 날 너무 좋아하는 거 같애. 아, 슬슬 프리스크가 깨나보다.
* 챠라는 인형과의 대화를 그만두었다.
오화 추천 다섯 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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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러를 위한 댓글...
차라가 또 - 차라프리 애낌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