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갤럼들아 나는 안승리라고 해.

어...갤럼이라고 부르는 거 맞지?

헤헤, 이런 사이트에 글 써 보는 건 처음이라서 어색하네.

어쨌든 내가 여기에다가 글을 쓰는 건 얼마 전 5월 서코에서 만났던 이상한 사람 이야기를 하기 위해서야.

 

나는 저번 5월에 같은 동네 살고 있는 초롱이의 부탁으로 서울까지 올라오게 됐었어.

무슨 이름도 이상한 초콜릿을 사오라는데, 나 참. 난 아직도 서울까지 가서 초콜릿을 사 와야 하는지 이해가 안 가.

초콜릿이 다 그냥 초콜릿이지 무슨 서울 초콜릿은 금가루라도 발랐나.

굳이 초콜릿을 사러 거기까지 가고 싶지는 않았지만 그 계집애가 뭐라도 잘못 먹었는지 나를 보면서 사근사근 미소를 지으면서 부탁을 하는데, 그걸 거절을 할 수가 있어야지.

나도 모르게 넘어가버려서 얼떨결에 집에 말도 못하고 서울까지 와버린거야.

 

어쨌든 초롱이가 유명 초콜릿 가게라고 알려준 주소로 가 보니까 웬 사람들이 바글바글 줄을 서 있는 거 있지?

난 당연히 그 줄이 초콜릿 가게 줄인 줄 알았지.

그야, 유명한 가게라고 했으니까 그렇게 줄을 설 수도 있잖아?

 

그런데 한참 줄을 서 있어도 줄이 줄어들지 않더라고.

날은 덥고, 줄은 줄어들지도 않고.

가뜩이나 털이 많은 체질이라 땀이 줄줄나는데 옆에 있던 사람이 나를 보더니 말을 걸더라고.

 

"덥죠? 여기 이 물 좀 드세요."

 

세상에 이렇게 친절할수가.

시원한 물이 든 물병을 주시는데 날이 워낙 더우니까 그 호의가 그렇게 고마울 수가 없더라.

마시던 거였는지 뚜껑도 열려있고 물맛도 조금 이상했지만 그래도 시원한 물을 마시니까 정말 좋았어.

그 물을 마시고나서는 그 아저씨랑 이런저런 얘기를 나눴지.

나는 잘 몰랐는데 내가 언더테일이라는 게임의 캐릭터랑 굉장히 닮았다고 하시더라?

그리고 나한테 시시콜콜한 질문도 굉장히 많이 하시더라고.

뭐, 같이 온 일행은 있나, 올 때 여기 온다고 누구한테 말한 적은 있나, 뭐 이런 시시콜콜한 얘기 있잖아.

그냥 솔직하게 같이 온 일행은 없고 초콜릿 사러 갔다 오는 건 초롱이만 알고 있다고 말씀 드렸지.

 

한참 그렇게 얘기하고 있었는데 어쩐지 아저씨 안색이 점점 안 좋아지더라고.

혹시 사투리 때문에 그런가 싶어서 조금 걱정됐었어.

나는 시골 출신이라 말할 때 사투리가 강한 편이거든.

쓸데없는 걱정이라고 생각하지만 염소는 사람보다 약에 대한 내성이 강하냐고 물어본 걸로 보아 내가 시골출신이라는 걸 눈치챈 것 같기도 했고...

 

미안미안. 쓰다보니까 별것도 아닌 이야기로 계속 글이 길어지네.

이상한 점은 여기서부터니까 들어봐.

나는 그 친절한 아저씨랑 계속 그런 이야기를 하고 있었는데 뒤에서 웬 형아가 아저씨를 부르더라고.

 

"저기... 혹시 염소박이씨?"

 

무슨 의미인지 몰랐는데 그 아저씨가 쓰는 웹사이트에서 쓰는 아이디가 그거라고 하더라고.

그 아저씨가 자주 다니는 웹사이트(어. 아마 여기?)에 오늘 여기에 올거라면서 인상착의를 올렸나 봐.

초콜릿 가게 가면서 굳이 그런 짓을 할 필요가 있나 싶긴 했지만 덕분에 아저씨의 이상한 옷차림이 이해가 갔지.

그 아저씨는 모자를 푹 눌러쓰고 하얀 마스크를 쓴 데다가 선글라스까지 끼고 있었거든.

어쨌든 아저씨는 친절하게 새로 나타난 형아에게 차가운 물을 주고 같이 이야기를 나눴어.

그 형아는 굉장히 예쁘게 생겼는데 그래서인지 아저씨도 형아한테 굉장히 친절하더라.

 

그런데 그 아저씨랑 이야기를 나누던 형이 갑자기 쓰러진거야.

나는 깜짝놀라서 어쩔 줄을 몰랐는데 그 아저씨는 굉장히 침착하시더라고.

나한테 그 형이 일사병에 걸린 것 같으니 약국에 가서 약을 사오라고 했어.

역시 어른은 뭔가 다른가봐.

우리 아버지는 나처럼 어쩔 줄 몰라 했을 것 같긴 하지만...

아버지는 어른이라고 해주기에는 조금 모자라니까 어쩔 수 없지!

 

내가 헐레벌떡 약국으로 뛰어갔다가 오니까 다행히도 형을 벌써 가버린 뒤였어.

아저씨가 그러시는데 형은 내가 약을 사러간 뒤 조금 있다가 정신을 차리고 병원으로 갔다고 하더라고.

그리고 내가 간 사이에 초콜릿도 사오셨다고 했어!

친절하게도 내가 사야 하는 초콜릿도 대신 사오셨다는 것 있지?

아저씨가 가지고 온 커다란 검은 가방에 넣어놨다고 했는데 확실히 가기 전보다 많이 무거워보이더라고.

내가 대체 어떻게 생겼는지 구경이라도 하자고 하니까 아저씨가 그러면 안된다더라.

어....귀엽고 신선한 새 물건이고 7월까지는 새것도 못 구하니까 집에 보관하면서 조금씩 조금씩 음미해야 한다? 뭐 그렇게 말씀하셨어.

내가 무슨 뜻인지 물어보니까 그 초콜릿 집은 굉장히 특이해서 몇달에 한번씩만 문을 여나보더라고.

과연, 그러니까 이 땡볕에 그렇게 사람이 많았지 싶었어.

 

아저씨의 친절은 그걸로 끝나지 않았어.

이렇게 만난 것도 인연이고 시골에서 올라왔으면 집에 가기도 힘들 텐데 아저씨 집에서 하루 묵고 가라고 하시는 거야.

폐 끼치는 것 같아서 거듭 사양했지만 아저씨는 내가 가방 안에 든 초콜릿보다 훨씬 중요해서 이렇게 보낼 수는 없다고 말씀하시더라고.

조금 쑥쓰러웠지만 더이상 상냥한 아저씨의 말을 거절하지 싫어서 아저씨네 집으로 갔지.

집에 도착하자마자 아저씨가 차가운 주스를 꺼내주시더라.

맛은 별로였지만 그래도 정말 고마웠어.

 

서울에 올라와서 그동안 많이 피곤했었던 건지 주스를 마시고 나니까 졸음이 쏟아지더라.

아저씨는 나를 조그만 방으로 데려가신 뒤 푹 자라고, 아저씨는 즐거운 시간을 보내야겠다고 말씀하시고 사라지셨어.

나는 그 방에서 푹 잤는데, 많이 피곤했는지 이상한 꿈을 꿨어.

꿈에서는 저 멀리에서 계속해서 비명소리와 욕설소리가 들렸어.

컨셉이 아니었냐는 비명은 이해할 수는 없었지만 정말 처절하더라.

그리고는 중간중간 아주 가까이에서 약이 과했나,하는 목소리가 들렸어.

뭐, 정말 이상한 꿈이지?

 

어쨋든 그렇게 푹 자고 일어나니까 주위가 조용하더라고.

아마 아저씨는 내가 잠든 사이에 외출하셨나봐.

방 밖으로 나가려고 해도 문이 고장났는지 열리지도 않고.

너무 심심했는데 마침 옆에 컴퓨터가 보이더라고.

컴퓨터 모니터를 켜 보니까 이 사이트가 나오더라?

아마 아저씨는 너희들과 같이 이 사이트에서 지내는 어,그...아! 갤럼, 갤럼인 것 같아.

아저씨는 친절하니까 컴퓨터를 써도 혼내지는 않으실 것 같아서 이렇게 글을 쓰게 된거야.

 

어때?

정말 친절한 아저씨지?

아, 아저씨가 오셨나봐. 밖에서 무슨 소리가 들려.

 

나는 이만 가볼게.

너희도 이렇게 친절한 아저씨를 만나고 싶으면 서코에 방문해 보는게 어때?

그럼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