멍하니 땅바닥에 앉아 하늘을 바라보며 그녀는 생각한다.


하늘은 오늘도 비어버린 동공처럼 깊이를 모를 만큼 새까맣다.


날카로운 식칼을 쥐고 있는 조그마한 손은 어디서 날아온지 모를 회색 먼지로 가득하다.


발 밑에는 다 시들어버린 노란 풀들이 말라가고 있다.


"오늘도.. 안 오나 보네.."


어렵사리 몸을 빼앗고 세계를 깨끗하게 정화하고 나니 그는 헌신짝 내던지듯 그녀를 버렸다.


동화책의 모든 페이지를 읽고 난 아이가 흥미를 잃고 책을 탁 덮어버리듯.


최후의 거래를 보는 것을 마지막으로, 그는 지금까지 이 세계에 돌아오지 않았다.


어쩌면 '다시는'을 붙여야 할지도 모르겠지만, 그녀는 아직까지 그 말은 쓰고 싶지 않았다.

 

그 말의 무게는 마치 '영원히'처럼 무겁고 외로워서 감당할 수 없었다.


텅 비어있지만 어째서인지 시력은 그대로인 눈으로 허공을 응시한다.


언젠가는 돌아올 그를 기다리며.






"오늘 게임도 보람찼구만."


그는 모니터를 바라보며 낄낄거렸다.


그 안에는 덩치 큰 남성이 팔짱을 끼고 등에는 거대한 십자가를 멘 채 서 있었다.


접속만 해도 파티 신청이 들어오고 레이드 날만 되면 대기업 회장 수준의 갑질을 할 수 있는 직업을 가진 캐릭터였다.


서포터라서 직접 몬스터를 두들길 수는 없었지만 권력의 맛과 서포터가 주는 재미에 취한 그는 그녀를 새까맣게 잊어가고 있었다.


언제나처럼 딜러들에게 거드름을 한껏 피운 그는 게임을 끄고 컴퓨터도 꺼 버리려는 순간, 


문득 바탕 화면의 한 파일이 눈에 들어왔다.


정보를 보니 마지막으로 실행한 날짜가 이미 몇 달이나 지나 있었다.


"흠? 시발."


그는 무언가에 홀린 듯 마우스를 가져대어 파일을 실행시켰다.


파일 로딩을 기다리며 가랑이를 긁고 있으니 새까만 화면이 그를 맞이한다.


"아마 몰살 깨고 껐었지?"


오늘따라 가랑이가 너무도 가려웠다.











씨발 부랄가려워


부랄긁고쓰던가 관두던가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