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부하기 짝이 없는 그런 대화를 나누면서 나는 네가 진정 내게 말하고픈 이야기를 우리가 함께 공유했었던 적이 있었던가 그게 너무도 신경 쓰였다. 나는 아무렇지 않은 듯 최대한 네 눈을 마주치지 않으려 노력하였고 사실 너 또한 나와 같이 부질없이 각자의 속내를 드러내지 않으려 노력한다는 걸 내심 깨달았음에도 이보다 더 너를 아는 게 내게 향후 어떤 의미를 부여하려나 그런 바보 같은 걱정을 하며 난 쓸데없이 저 먼 곳만 바라보았고 비로소 네가 나로부터 등을 돌려 개찰구 너머로 사라질 즈음 난 근심하는 법 없이 한참 동안 네 뒷모습만을 바라보았다. 인파 사이로 사라지는 네 모습이 내게 남긴 것은 실현되길 바라지 않는 어떠한 미련이었다. 나는 겁쟁이다. 난 이 순간 네가 단 한 번이라도 뒤를 돌아보는 일이 없기를 바라며 이젠 네 시선이 어딜 향하고 있을는지 적어도 오늘 하루 너와 내가 공유한 그 시간에 관하여 네가 잠깐이나마 추찰하였을는지 작년 우리가 옥상에서 보냈던 그 짧은 시간이 하나 나에게 있어 기억의 모퉁이에 남겨진 채 도무지 잊을 수 없었던 그러한 순간들이 작금에 미쳐 어떠한 유효성을 지니고 있는 것일는지 혹은 그로 인해 네가 뒤를 돌아서 내게 미소 짓는 것이 두려워 저리 사라져 버리는 것일는지 문득 내 모습을 잠시나마라도 뒤돌아보길 고민하는 것일는지 그저 말도 안 되는 것일지도 모를 네 심상을 나 홀로 끊임없이 상상하며 한참 동안 그 뒷모습을 바라보다 마침내 나 또한 뒤돌아섰다. 나는 널 다시 만날 테지. 그러다 나는 한 번 더 뒤를 돌아섰다. 너는 이미 인파 속으로 사라진 지 오래였다. E에게 짧은 답장을 했다. 태풍이 아직 오지 않았다면 E는 곧 답장하리라. 그게 삼 주 전의 일이었다. E가 귀띔했던 것이 사실이라면 이러한 내 고민은 무의미한 사치 혹은 기만에 불과할 것이다. 어쩌면 이 모든 건 근본적으로 나의 것이 아니되 그저 무엇인가로부터 학습한 감정일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을 느끼며 난 잠이 들었다. 정거장의 이름을 알리는 음성이 나른히 나를 위로했다. 하루는 고단한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