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샌즈와 프리스크는 이 상황이 어떻게 보일지에 대해 생각하다가 황급히 서로에게서 떨어졌다. 프리스크는 얼굴이 빨개져 부끄러워 했고, 샌즈는 한숨을 쉬며 무어라 중얼거렸다. 프리스크는 정작 언다인이 오면 뭘 해야 할지에 대해서는 생각하지 못 했으므로 또다시 우물쭈물 대고 있었다. 언다인이 손에 쥐고 있던 창을 없앤 뒤, 샌즈를 보며 말했다.
"샌즈, 도대체 이게 어떻게 된 거지? 인간과 사랑에라도 빠졌나? 아니면 세뇌 당한 거야?"
"헤헤, 꽤 좋은 추측이었지만 아니야."
샌즈는 프리스크를 대할 때와는 다른 목소리로 말했다. 굳이 말하자면, 좀 더 샌즈다운 반응이었다. 정말 아무것도 모르겠다는 듯 딴청을 피우며 여러 농담을 던질 준비를 하고 있었고, 그걸 어느 정도 예상한 언다인이 다시 창을 샌즈에게 겨누며 말했다.
"그럼 뭐야?!"
"그냥 돌봐주고 있었던 것뿐이라고. 파피는 너가 올 때까지 이 인간을 잡아두려고 했을 뿐인데, 혼자서 여기 있으니까 엄청 무서워 하더라고. 하긴, 우리 동네에 돌아다니는 꼬마애를 잡아서 아무도 없고 어두컴컴하면서 곰팡이 냄새에 절어 있는 방에 가두면 무서워하지 않겠어? 응?"
"언제부터 우리가 인간의 기분을 신경 썼지?"
샌즈가 다시 입을 열려고 하자, 언다인은 고개를 돌려 프리스크를 봤다. 방금까지만 해도 얼굴이 새빨개져 구석에 숨어있던 아이였으나, 어느샌가 웃으면서 언다인을 쳐다보고 있었다. 언다인은 그 표정이 수상했으나, 이내 피식 웃으면서 창을 들이댔다.
"그딴 표정을 짓든 말든, 내 알 바 아냐. 수도까지 이송할 필요도 없어! 여기서 죽어라!"
"잠깐……."
창을 던지는 언다인을 샌즈가 말리려 했으나, 프리스크는 샌즈를 쳐다보며 손을 저었다. 끼어들지 말라는 것 같았고, 샌즈는 그래서 일단 하던 동작을 멈췄다. 언다인을 막을지 프리스크를 피신시킬지 고민하던 차이긴 했으나 상황이 너무 급박하게 돌아가는 것 같았다. 언다인의 성격을 생각하면 무리는 아니었다.
언다인은 자신을 천진난만한 표정으로 웃으며 쳐다보고 있는 인간의 머리에 창을 내질렀다. 하지만, 내지른 창에 인간의 머리는 꽂혀 있지 않았다. 어느샌가 옆으로 피한 것이었다. 언다인은 머리 속으로, 자신의 창 속도와 인간 꼬마가 움직여서 창이 있을 자리에서 빠져나오는 속도 중에 어느 것이 빠른 것이 정상인지에 대해 순간 생각했다. 당연히 창이 더 빠르다. 하지만, 프리스크는 이미 그 자리에서 나와 여전히 웃으며 언다인을 보고 있었다.
그 순간 언다인의 심기를 건드린 건, 그 웃음이 비웃음 따위가 아니라 정말로 해맑은 아이의 웃음이었다는 것이다. 프리스크는 무언가를 말하려고 했으나, 언다인은 내질렀던 창을 수평으로 베어 프리스크의 목을 베었다. 하지만 통하지 않았다. 프리스크의 영혼은 다치지 않았다. 프리스크는 여전히 웃는 표정으로 언다인에게 말했다.
"저를 죽이면 결계를 부수고, 괴물들이 나갈 수 있는 거예요?"
"알면서 왜 물어보는 거냐? 죽어!"
언다인은 창을 다시 휘둘러 내지르는 동시에, 프리스크의 발 밑과 그 주변에서 창이 솟아오르게 했다. 인간이 옆으로 피한다고 해도 창에 찔리리라는 계산이었다. 하지만, 프리스크는 그 자리에서 움직이지 않았고, 그녀를 관통하는 마법의 창이, 그녀를 관통하고서도 전혀 피해를 주지 못 한 채 사라졌다. 그녀의 영혼은 역동적이며 고결했다. 마법의 창을 아무리 내질러도, 프리스크는 전혀 아파하지 않았다.
생각보다 만만한 인간이 아니다. 언다인은 그렇게 생각했다. 자기 영혼을 자유자재로 다룰 줄 안다면 수준급의 마법사이리라고 생각했다. 어린 아이의 모습으로 변장한 강력한 마법사, 그것이 언다인이 생각하는 프리스크였다. 마법이 통하지 않고, 계속 웃으면서 이 상황을 타개하려고 한다면 샌즈를 이미 세뇌시켰을 가능성이 컸고 자신마저도 그렇게 되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증거로, 왠지 이 아이를 공격해선 안 된다는 어떤 감정이 마음 속에서 솟아올랐다. 그와 동시에, 이 인간에겐 창이 통하지 않는다는 강력한 촉이 느껴졌다. 언다인은 결국 확신했다.
"위험한 놈이구나. 그렇다면 어쩔 수 없어!"
"전 아무와도 싸우고 싶지 않……."
하지만 프리스크는 말을 잇지 못 했다. 언다인은 창을 쓰지 않고, 인간은 발로 뻥 차버렸다. 언다인이 입고 있던 것은 강철로 된 갑옷이었고 마법 따위가 아니었다. 마법 따위가 아니었으므로 영혼으로 피하고 자시고 할 것 없이, 그대로 프리스크는 나가떨어졌고, 거친 기침을 쏟아내며 땅에서 굴렀다. 아이가 느낄만한 고통이 아니었다. 겉살이 뭉개지고 찢어져 피가 나오는 듯했고, 갈비뼈가 부러진 듯한 격통이 가슴에서 느껴졌다. 상황이 이렇게 된 이상, 샌즈도 가만히 있을 순 없었다.
언다인이 프리스크에게 다가가, 마지막 일격을 가하려다가 그 자리에서 멈췄다. 언다인의 등 뒤에 커다란 어떤 존재가 느껴졌다. 거대한 뼈다귀 머리가 아가리를 벌리고 언다인을 쳐다보고 있었다.
"넌 이미 선을 넘었어, 언다인. 아이를 저렇게 만들다니."
"세뇌 당해선 안 돼! 정신 차려, 샌즈!"
"아이에게 조금이라도 다가가면 죽인다."
물론 언다인을 죽이고 싶진 않았다. 하지만, 어차피 언다인을 죽여도, 아이가 살려낼 것이다. 프리스크의 말을 믿기 때문에 할 수 있는 행동이었다. 그리고 이것은, 나름의 시험이기도 했다. 이 말에 프리스크는 어떻게 반응할까? 언다인의 반응은 뻔했으므로 별로 신경 쓰지 않았다.
"이런 개자식……."
언다인은 움직이지 못 했다. 섣불리 움직여 자신이 죽는다면, 샌즈를 세뇌한 인간이 스노우딘에서 어떤 짓을 벌일지 알 수 없었기 때문이다. 언다인은 머리를 굴렸다. 어떻게 할까. 아이를 죽인다면 샌즈가 정신을 차릴지 모른다 생각했고, 몰래 땅에서 창을 솓구치게 해서 아이를 죽이는 것도 방법이리라. 하지만 통하지 않을 수도 있었다. 마법의 창을 가만히 맞아준 인간이었다. 통하지 않을 수도 있었다. 언다인은 눈동자를 굴리며 샌즈와 바닥에서 힘들게 일어 나고 있는 인간을 번갈아 보았다.
선택의 순간 속에서, 전투란 도박이다. 확신을 가지고 행동할 수 있다면 좋겠다만, 이런 긴박한 상황에서 언다인이 선택한 것은 도박이었다. 샌즈는 살리고 인간을 죽일 수 있는 방법이라면, 시도해야만 했다. 언다인이 최대한 움직이지 않으며 마법을 쓰려고 하자, 자리에서 이미 일어나 있던 인간이 입을 열었다.
"샌즈, 하지 마."
"하지만, 꼬마야……."
"괜찮아요. 샌즈. 언다인을 공격하지 마세요."
갑작스런 말투 변화 때문에 샌즈는 움찔 했다. 도대체 뭘 어쩌겠다는 건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언다인을 설득하려면, 지나가던 꼬마 애를 살려줄 정도의 퍼포먼스가 필요했다는 건 자신이 제일 잘 알지 않는가, 여기서 말로 무어라 해봤자 소용이 없다는 걸 알지 않는가, 하지만 샌즈는 뼈다귀의 아가리를 닫았고, 사라지게 만들었다. 긴장을 늦추진 않았다. 샌즈의 왼눈은 여전히 푸르게 불타고 있었다.
언다인은 이번엔 무슨 수작을 부리려는 건지 고민했다. 인간이 천천히 다가오고 있었다. 등 뒤에 있던 거대한 뼈다귀는 사라졌으나 샌즈가 무슨 마법을 부릴지 몰랐고, 그 자리에 멈춰 있었다. 부상을 감수하고 달려들 수도 있었지만, 인간이 그런 행동을 예상하지 않을 리 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인간이 자신을 세뇌하려고 하는 걸지도 모른다는 생각까지 미치자, 언다인은 바로 행동을 취하려고 했다. 하지만, 인간이 입을 열었다. 인간의 입술은 아까 맞았던 발길질 때문에 터져 있었다.
"제가 무슨 말을 해도 언다인은 포기 안 할 거죠?"
"……,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거냐?"
떨리는 목소리와 쥐어짜내는 듯한 프리스크의 목소리에, 언다인은 위화감을 느꼈다. 연기라곤 느껴지지 않는 고통스러운 신음 소리가 인간의 목소리 속에 섞여 들려왔고, 그 신음 소리가 언다인의 마음을 쑤셔 죄책감이 들게 했다. 이상했다. 인간을 죽이는 데에 죄책감을 느낄 리가 없었다. 세뇌의 영향이리라. 언다인은 그렇게 생각하고 또 생각했지만, 자신의 가슴 속에 느껴지는 이 감정을 무시할 수가 없었다. 깊고 어두운 기억 속에서 느껴지는 무언가가, 언다인의 양심을 더욱 찌르고 있었다.
그러나, 언다인은 세뇌로부터 벗어나려 노력했다. 언다인은 주먹을 인간에게 내질렀으나, 그 주먹은 어디선가 날아온 뼈다귀에 막혔다. 프리스크 뒤에선 샌즈가 안광을 뿜어내며 지켜보고 있었다. 언다인은 이를 갈았지만 어쩔 수 없었다. 세뇌가 더욱 진행되고 있었다. 언다인의 마음 속에서 무언가 울려 퍼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 인간은 내 친구야.'
언다인은 고개를 흔들어 정신을 차리려고 노력했다. 여전히 인간이 앞에 있었다. 인간은 그 자리에서, 고통스러운 듯 가슴 언저리를 쥐어 잡고 있었다.
"다 괴물들을 위한 거란 거 알아요. 괜찮아요. 언다인을 이해할 게요."
"헛소리 하지……."
프리스크는 언다인 앞에서 팔을 벌렸고, 그러고 나선 언다인의 다리를 안았다.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이었다. 당장이라도 이 차가운 갑옷 위에 있는 인간에게 주먹을 날려 죽일 수 있었다. 샌즈는 프리스크의 이해할 수 없는 행동에 다급히 외쳤다.
"프리스크! 만나는 괴물마다 안으면서 잘해준다고 다 통하는 게 아니야! 당장 떨어져!"
"괜찮아요. 전 언제나 준비 돼 있으니까요. 절 죽이고 영혼을 가져가세요."
"뭐?"
언다인은 인간의 입에서 나온 말을 믿지 못 했다. 자신이 아는 인간은 저런 말을 할 리가 없었다. 속임수이리라. 하지만, 프리스크는 언다인을 빤히 쳐다 보고 있었다. 마치 기다리고 있다는 듯이 말이다. 방금까지만 해도 창을 피해대던 인간이 갑자기 태도를 왜 돌변한 건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그건 샌즈도 마찬가지인지라, 무언가 말하려고 했다. 하지만, 이내 아무 행동도 취하지 않고 가만히 있었다. 프리스크의 말이, 자신이 들었던 이야기와 비슷해서였다.
[꼬마야. 내가 죽는 건 의미가 없어. 너가 시간을 돌리면 난 다시 살아날 거야. 아니면, 내 영혼을 취해서 결계를 나갈 수도 있겠지. 너가 손해 보는 장사는 아니라구.]
프리스크를 살려주면서 이전의 샌즈가 했던 말이 떠올랐다. 프리스크는 그 샌즈를, 자신만의 방식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듯했다. 샌즈는 경계는 하되 어떠한 행동도 취하지 않기로 했다. 언다인은 인간의 말에 동요하면서 어떻게 해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 하고 있었다. 자신을 죽여달라는 인간을 잡는 것이 무슨 짓인가? 어차피 결계를 부수기 위해서라면 상관 없는 것일까? 아닌가? 자신이 생각하는 결투와, 그 결투에 어울리는 인간은 이런 모습이 아니었다. 결투나, 자신을 죽여달라는 인간의 모습 따위를 제쳐두고 머리 속에 가득찬 것은, '죽여서는 안 된다.' 였다. 이유는 알 수 없었으나, 무언가 느껴졌다.
이 인간은 괴물의 친구였다.
그 순간을 깨고 들어온 것은, 뒤늦게 나타난 파피루스였다.
"언다인! 인간을 다치게 하면 안 돼!"
자신이 이 모든 일의 원인임을 자각하지 못 하는 듯, 생뚱맞은 소리를 하며 파피루스가 창고 안으로 들어왔다. 언다인의 일격에 만신창이가 된 프리스크의 모습을 보고 나선 깜짝 놀라면서 말했다.
"언다인! 인간이 왜 이렇게 된 거야? 수도로 이송한다며?!"
"이러나 저러나 똑같잖아! 파피루스! 지금만은 제발 그 물렁한 성격 버리고 인간을 죽여!"
"음, 일단, 인간을 치료해주고 나서 생각해보지! 지금은 다쳤다구!"
언다인은 입이 떡 벌어져 어이 없다는 표정으로 파피루스를 쳐다 봤지만, 파피루스는 전혀 신경 쓰지 않고 프리스크에게 다가가 번쩍 안아 들었다. 프리스크도 잠깐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을 지었지만, 결국엔 그저 이 웃긴 상황에 웃을 뿐이었다.
"이럴 수가, 내가 심한 짓을 했어. 이렇게 다치게 하려고 한 건 아니었는데. 이 위대한 파피루스 님께서 조속히 치료해주겠노라!"
"그 인간을 죽이면 근위대장 자리를 줄게!"
언다인이 프리스크를 안아 들고 나가려는 파피루스에게 외쳤다. 파피루스는 잠깐 그 자리에 서더니, 뒤돌아 보면서 말했다.
"녜헤헤! 샌즈 형 농담보다 재미 없어, 언다인! 언다인도 집에 들어와서 쉬고 있으라구!"
파피루스는 아무렇지도 않은 듯, 창고를 나서버렸다. 모든 게 이해가 안 된다는 표정으로 있던, 언다인에게 샌즈가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
"이거 참, 골 때리지 않아?"
그러면서, 샌즈는 언다인을 향해 웃어 보이며 창고를 나갔다. 언다인은 이 모든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이해하기조차 힘들었으나, 가장 받아들이기 힘든 것은, 인간을 죽이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끓어오르는 그녀 스스로의 마음이었다. 그녀는 한숨을 쉬면서, 창고를 천천히 나왔다. 그리고, 뼈다귀 형제의 집으로 걸어가는 대신, 고개를 떨군 채, 워터폴을 향해 돌아갔다.
퍄 역시 갓피룻,
음.. 리셋 이전의 기억의 영향일까.. 아니면 아이의 웃음이 만드는 기적일까.. 잘 읽었어 고마워
그대의 오타 지적에 감사하며 대신 댓글을 지워드리겟슴미다
나는 왜 시발 좆같은 오타는 안내면서 중간에 항상 뭘 빼먹을까?
은다인 갈등하는 모습 좋네 다음 편은 데이트려나
님 책으로 안찍어냄?
ㄴ 왜 이후 흑역사 될 것을을 문서화 해서 남기는지
퍄퍄
어머, 귀여워라
갓갓루스...프리가 너무 불쌍한데 저런모습이 아이가 가질 모습은 아닌데
파피루스 조따 감동이네 시불쟝 ㅠㅠ 왜 2회차프리가 1회차보다 불안불안 해보이냐...차라랑 일체화돼서 그런가
갓갓... 갓갓갓갓....
어째 다들 조금씩은 리셋이전의 일을 기억하는느낌
개추다
샌즈가 엄청 싸고 도네... 이제 게으름배랭이의 모습이 안 보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