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스크 패러블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7.5  18  19  20  21  특별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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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리스크의 웃옷을 벗긴 뒤 확인한 상처는, 상상 이상으로 끔찍한 것이었다. 가슴팍의 연약한 살이 찢어지고 피멍이 들어 보기 흉한 상처를 남겼고, 바닥에 구른 탓에 턱에 찰과상이 생기고 입술이 터져 있었다. 상처 때문에 프리스크가 입고 있던 옷의 가슴 부분이 검붉은 피에 물들었다. 프리스크는 괜찮다고 말하면서, 그저 해골에게 맨살을 보여주는 것이 부끄러울 뿐이었으나, 샌즈는 이해가 되지 않았다.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그런 짓을 했는지 이해가 안 됐고, 꼬마 아이가 이런 상처를 입어놓고 별 신경을 쓰지 않으려고 한다는 것 자체가 이해가 안 됐다.


 "파피루스. 우리 집에 인간의 상처를 감아줄 만한 옷감이나 그런 게 있어?"

 "만들어서라도 가져올 게!"


 파피루스는 2층에 올라가 자신의 방으로 들어갔고, 온 방을 헤집으며 뒤지는 소리가 프리스크가 있는 거실 소파까지 들렸다. 파피루스는 내내 웃는 표정을 잃지 않으려 했지만, 프리스크의 상처를 보고선 다급하게 행동하기 시작했다. 자신이 생각했던 인간 사냥은, 이런 것이 아니었다. 파피루스의 머리 속에는, 인간을 잡으면 근위대에 들어갈 수 있다는 단순한 사실만을 생각했지만, 정작 인간이 상처받은 모습을 보니 절대로 그럴 수가 없었다. 파피루스의 마음을 더욱 흔든 것은, 아이가 고통스러운 상처를 입었음에도 울지 않으면서 오히려 파피루스에게 이렇게 말했다는 것이다.


 "전 괜찮아요, 파피루스. 도와줘서 고마워요."


 착한 인간이라며, 특유의 웃음 소리를 내면서 대답해주었지만, 상처를 보고나선 생각이 달라졌다. 결국 자신이 인간을 창고에 가뒀기에 생긴 일이었다. 퍼즐을 좋아하는 인간, 괴물들에게 친절한 인간에게 돌려준다는 것이 저리 아파 보이는 상처라니, 위대한 파피루스답지 않은 짓이었다. 그렇기에, 필사적으로 돕고자 했다.

 샌즈는 프리스크의 피묻은 옷과 속옷을 어딘가로 이동시켰고, 대신 자신이 입고 있던 후드를 프리스크에게 덮어주었다. 그때까지도 프리스크는 고통스러워하기 보단, 그냥 벗고 있다는 사실에 부끄러워 할 뿐이었다. 샌즈는 이해할 수 없는 프리스크의 행동에 화가 날 정도였다.


 "왜 그런 거야, 꼬마야?"

 "응?"

 "왜 싸우지 않은 거야? 넌 언다인을 죽이려고 하진 않겠지만, 스스로를 지킬 능력은 있잖아. 왜 피하지 않은 거야? 언다인은 포기하지 않는다 해도, 너라면 다른 방법을 찾을 수 있을 거 아냐!"

 "헤헤."


 프리스크는 그저 웃을 뿐이었고, 샌즈는 여전히 이해가 안 됐다. 저 웃음 소리와 표정, 마치 자신을 닮았다는 생각까지 미치자, 슬슬 정말로 화가 나기 시작했다. 어찌 되든 간에 상관 없다는 웃음과 표정이었다. 특히 그것이 더욱 샌즈의 심기를 건드리는 것은, 모든 게 어떻게 되든 상관 없다는 식의 태도가 아니라, 자기 자신이 어떻게 되든 상관 없다는 태도였다.

 프리스크의 마음을 이해하기란 힘들었으나, 말이 안 되는 행동은 아니었다. 프리스크의 사명감 아래에 있는 것은 죄책감이었고, 그런 죄책감과 자신은 죽어도 살아난다는 그 사실이 합쳐져, 결국 피학증과 비슷한 무언가를 낳게 된 것이었다. 자신이 결국 샌즈를 죽였으며, 결국 아무도 구해내지 못 했던 것이라는 죄책감은 아이가 감당할 수 없을 만큼 큰 것이었다, 결국 자신이 고통 받는다고 해도 그것이 마땅한 것이며, 그런 희생적인 태도를 통해 좋은 결과를 이끌어낼 수 있다면 상관없다는 것이었다.

 그것은 비단 '프리스크' 혼자 만의 일이 아니었다. 차라의 감정 또한 그 태도에 일조했으며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었다. 남을 증오할 줄 모르는 그녀 때문에, 자신이 탓하는 것은 자기 자신이 되어버렸다. 게다가 자신이 죽고 있지 않기 때문에, 괴물들이 결계를 빠져나가지 못 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결국 아이는 이미 자기 자신 혼자 집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목표 자체를 버린 셈이었다.

 이런 프리스크의 마음을 어느 정도 읽어낸 샌즈는 이 아이를 이렇게 두어선 안 된다고 생각했다. 이건 분명히 잘못된 태도였고, 아이가 결국 결계를 부숴서 지상으로 나간다고 해도 좋은 결과를 맞이할 수 없다는 걸 샌즈는 잘 알고 있었다. 샌즈는 속으로 끓어오르는 화를 잠재우고 아이에게 무어라 말해야 할지 고민했다. 이것은 일종의 심리 상담이자 치료였으나, 샌즈는 그런 것에는 문외한이었다. 여러 가지 과학 분야에 대해 지식이 풍부했던 샌즈였으나, 심리학은 그의 전공이 아니었다.


 "프리스크, 너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진 알겠지만, 그건 아니야. 너는 잘못한 게 없는데 왜 그러는 거야? 넌 그냥 발을 헛디뎌 여기에 오게 된 인간일 뿐이야. 너가 왜 그렇게 해야 되는 거야?"

 "나만 할 수 있는 일이니까."

 "그게 아니야. 너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 해서, 너가 고통 받아야 할 이유는 어디에도 없다는 거야. 좀 더 너 자신을 소중히 여길 줄 알라고."

 "응, 알았어. 샌즈."


 프리스크는 웃으면서 그렇게 대답했으나, 샌즈는 그 대답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진심으로 말하는 것이 아니라 샌즈의 기분을 풀어주려는 대답으로 느껴졌고, 그것은 맞았다. 샌즈는 그대로 둘 수 없다고 생각했기에, 프리스크의 양심을 이용해보기로 했다.


 "꼬마야, 나랑 약속해."

 "응?"


 샌즈는 자신의 새끼손가락을 내밀면서 말했다.


 "절대로 너 자신을 내던지지 마. 다치지 말라는 거야."

 "응 알았어."

 "새끼 손가락 걸고 약속하자고, 꼬마야, 응?"


 샌즈는 새끼 손가락을 내걸며 약속을 하는 동작 따위에 당연히 익숙하지 않았다. 오히려 쓸 데 없다고 생각했으나, 아이를 위해서라면 상관 없었다. 프리스크는 천천히 새끼손가락을 걸었다. 여전히 웃는 표정이었다. 샌즈는 그 표정을 보면서 오히려 슬프다고 생각했고, 이 아이를 혼자 두어선 안 된다는 생각이 점점 더 커졌다. 이내 새끼 손가락을 풀자, 파피루스가 방에서 나왔다.


 "인간! 많이 기다렸지!"


 파피루스의 손에는 이리저리 찢어진 하얀 옷감이 들려 있었다. 어떤 옷 감에는 COOL 이라는 글자가 써 있었고, 어떤 것은 DUDE 라고 써 있었다. 파피루스는 그걸 든 채로 허둥대며 계단을 내려왔고, 샌즈는 어느샌가 손에 물인지 약인지 알 수 없는 물통과 수건 뭉치를 들고 있었다. 샌즈는 프리스크를 소파에 누였고 밑에 수건 몇 장을 깔았다. 프리스크를 덮고 있던 후드를 걷어낸 뒤, 샌즈는 프리스크에게 말했다.


 "조금 아파도 참아줘."

 "응."


 샌즈는 프리스크의 상처에 약물을 들이부었다. 엉겨붙기 시작한 피가 씻겨졌고, 갑작스레 느껴지는 따가움의 연속에 프리스크는 얼굴을 찡그렸으나 소리는 내지 않았다. 샌즈는 가지고 있던 깨끗한 수건으로 상처를 닦아냈다. 닦아내고 보니 상처는 크지 않았으나, 그래도 찢어진 살 부분은 붕대로 감아야 했다. 샌즈가 걱정한 것은 겉의 상처보단 갈비뼈 골절이었으나, 샌즈의 능력으로 시간을 들이면 어느 정도 치료가 가능했다. 애초에, 자기 자신이 뼈니까 뼈 치료 정도는 문제가 없었다.

 오히려 능숙하지 않은 부분은 붕대를 감아주는 것이었다. 상처를 닦아내고 소독한 다음, 파피루스가 가져온 옷감으로 프리스크의 가슴팍을 감아주었으나 잘 되지 않았다. 파피루스와 함께 몇 분 간 씨름한 끝에야 붕대를 감아줄 수 있었다. 프리스크는 가슴에 느껴지는 압박감이 불편했으나, 샌즈가 자신이 말할 때까지 절대로 붕대를 풀지 말라고 했기 때문에 별 말 없이 가만히 있었다.


 "파피루스, 이제 언다인한테 가봐."

 "엥? 샌즈! 인간은 내가 돌봐줄……."

 "언다인이 지금 안 오긴 하지만, 언젠가 다시 올 수도 있어. 너가 언다인을 설득해야 해. 언다인은 내가 인간한테 세뇌 당했다고 생각할 거야. 너가 가야만 해."

 "……, 그렇다면, 어쩔 수 없지! 이 위대한 파피루스 님께서, 언다인을 인간의 친구로 만들고 오겠어!"


 언다인이 온 게 자신의 탓이라고 생각하는 파피루스는, 샌즈의 말에 거침 없이 집을 빠져 나왔다. 샌즈가 인간을 잘 돌봐주리라는 믿음도 또한 있었다. 군말 없이 파피루스가 집을 나서자, 샌즈는 자신의 후드를 프리스크에게 제대로 입혀준 뒤에, 안아 들었다.


 "샌즈, 나 걸을 수 있어."

 "조용히 해."


 샌즈의 갑작스런 말에 프리스크는 순간 말문이 막혔다. 샌즈는 프리스크를 안아든 채로 자신의 방으로 이동했다. 샌즈는 방에 들어오자마자, 손가락을 이리저리 휘두르더니 자신의 방을 순식간에 정리했다. 그러고선, 프리스크를 잘 정리된 자신의 침대 위에 누였다. 그리고 이불을 덮어주었다.


 "쉬고 있어."

 "샌즈, 나는 이제 워터폴로 가야……."


 그러나, 샌즈는 왼눈에 푸르게 불태우며 말했다.


 "쉬라고."

 "네."


 프리스크는 그냥 샌즈의 말을 듣기로 했다. 샌즈가 프리스크의 한 손을 잡아준 채로 눈을 감았다. 그때부터 프리스크는 가슴팍에서 간지러움을 느끼기 시작했는데, 왠지 상처가 낫고 있는 것 같았다. 프리스크는 일어나서 상처 부분을 확인하려 했으나, 프리스크가 움직이려고 하자, 다시 샌즈가 눈에 불을 키고 쳐다봤기 때문에 움직일 수가 없었다. 프리스크는 가슴팍에서 느껴지는 간지러움이, 점점 편안함으로 느껴지기 시작했고, 이내 잠들었다.

 그렇게 얼마 동안, 샌즈는 프리스크의 손을 잡은 채 눈을 감고 있었다. 그러면서 샌즈는 속으로 생각했다. 이 지하 세계를 구하는 것보다, 이 아이를 구하는 게 먼저라고.







# 샌즈의 캐릭터 붕괴를 지적하는 사람이 한 명 있었는데, 이는 캐릭터 붕괴가 아님. 애초에 리셋, 세이브 로드 때문에 허무 주의에 빠진 것은 전적으로 플라위의 탓이었으며 새로 나타난 인간이 세이브 로드를 하지 않을 경우, 샌즈의 허무주의적 성격은 약해지기 마련임. 그렇기 때문에 원작에서 나타나는(프리스크=플레이어가 세이브,로드,리셋을 남용하는) 샌즈의 허무주의적 성격이 프리스크 패러블에서는 덜 나타나고 심지어는 아예 보이지 않는 것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