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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각은 은총인 동시에 위험이기도 하다.

- 테오도어 호이스






인간과의 접전에서 물고기 부대가 괴멸 했다는 소식이 메타톤의 SNS를 통해서 전해지자 잠깐 동안 탄식이 이어지다 이내 곧 그쳤다. 초기에는 몇번인가 인간을 쓰러트렸다는 소식이 들리기도 하였지만, 상황이 반복될 수록 '패배'라는 단어가 들리지 않는 날이 없었다. 사실 이기거나 지거나 마찬가지라는 생각이 괴물들 사이에서 만연했다. 이 생각은 초창기부터 있어왔던 것인데 자신들이 애를 써도 인간이 시간을 원상복귀 시키면 그것으로 끝이었던 까닭이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 시절처럼 모든 것을 포기한 분위기는 아니었다. 굳이 표현을 하자면 무관심에 더 가까웠다.


최근에 물고기 부대의 수장인 언다인이 단독으로 인간을 쓰러트렸다는 승전보에도 몇 괴물들을 제외하고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다. 되려 시간이 되돌려지는 텀이 빨라졌다며 불평하는 이도 있었다. 물론 아직까지 남아있는 각자의 양심으로 모두의 비난을 받기야 했지만, 그 발상 자체를 부정한 괴물은 없었으리라. 사실 괴물들이 전투 부대에 대해 가졌던 감사와 존경은 사라진지 오래였고, 인간과 싸워야 하는 지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마저 제기되고 있는 판국이었다. 이는 괴물들이 인간을 더 이상 위협으로 느끼지 못하게 되면서부터 생긴 변화였고, 이것에 발단이 된 것은 알피스가 제시했던 비전투 괴물 대피 계획이였다.


과거에, 비전투 괴물들은 연구소 지하로 대피시켜야 된다고 알피스가 주장하였다. 그 당시 괴물 사회에서는 비전투 괴물들의 역활은 어떻게든 전투 괴물들을 보조해야 된다, 라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그랬기에 초반에는 대부분의 괴물들이 알피스의 견해를 배척하기만 했다. 묻혀질 뻔한 이 안건이 실현 될 수 있던 건 죽음이 되풀이 되면서 더 이상 희망을 못 느낀 극히 일부의 괴물들이 알피스에게 찾아와서였다. 반신반의하면서도 괴물들은 도와달라고 부탁하였고, 이 날 최초로 시도 된 알피스의 작전은 가히 성공적이었다. 전력을 차단시켜 엘리베이터의 작동을 멈추면 인간이 찾지 못할 것이라는 알피스의 예상이 정확하게 맞아 떨어진 것이다.


이 이야기는 빠른 속도로 괴물들 사이에 퍼져나갔다. 표면적으론 그들을 겁쟁이라 비웃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날이 갈수록 연구소로 찾아오는 괴물들은 늘어갔다. 그만큼 전투 보고서에 쓰여지는 최종 생존 괴물의 숫자도 증가하였다. 알피스는 이를 근거 삼아 비전투 괴물들이 생존을 함으로서 인간이 도달할 수 있는 폭력 수치를 낮출 수 있다며 홍보하였다. 이에 동조하는 괴물들은 점차 늘어갔고, 인간과 적극적으로 싸워야 된다고 했던 왕 조차도 결국 알피스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비전투 괴물들이 연구소에 가는 행위가 정당화 된 순간이었다.


물론 모든 과정이 순탄하기만 했던 것은 아니었다. 괴물들의 수가 갈수록 줄어들자 이를 수상하게 여긴 모양인지, 인간이 자신이 죽일 수 있는 모든 괴물을 죽이고 나서도 오랜 시간을 되돌리지 않은 적이 있었다. 이때 연구소 내의 괴물들은 거의 아사로 죽었고, 살아남았던 소수의 괴물들은 정신적으로 큰 타격을 입어 시간이 회귀될 때마다 몇 차례 자살을 하였다. 또 연구소에서 떠나지 않고 머물러 있다는 SNS로 인해 극도의 불안감이 조성된 적이 있기도 했다. 이러한 사건이 발생할 때면 괴물들은 모든 원인을 알피스에게서 찾았다. 자신들을 연구소에 모이게만 했을 뿐, 돌발 상황에 대한 어떠한 예방책도 마련해 두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말이다.


이 불만들은 알피스의 귀에도 들어갔다. 이에 대해 알피스가 보인 반응은 괴물들을 향한 원망이 아닌, 본인에 대한 절망이었다. 모든 것이 완벽하게 돌아갈 것이라 자신했던 스스로를 오만하다 여겼고, 자신의 무능함으로 인해 상황이 악화되었다고 탓하였다. 결국 자신이 관리하던 대피 시스템을 메타톤에게 전임한 뒤 알피스는 홀연히 자취를 감췄다. 괴물들은 알피스가 무책임하게 자신들을 버렸으며, 연구소 어딘가에 있는 자신들보다도 더 좋은 환경에서 잘 살고 있다고 믿었다. 그럼에도 여전히 괴물들은 어김없이 여기 진실의 연구소에 모였고, 어느 순간부터 괴물들은 이곳을 대피소라고 불렀다.


대피소에서의 생활이 안정화 되자, 생존에만 급급했던 일상이 지루하게 느껴지면서 괴물들은 점점 옛일들을 잊어 갔고 지금에 이르렀다. 이제는 자신들이 어떻게 이곳에 오게 되었는 지, 그것이 누구 덕분인지 알지도 못했다. 누가 물으면 메타톤이지 않을까 하고 넘길 뿐 크게 관심갖지 않았다. 알피스는 이들에게 있어 한낱 도망자일 뿐이었고 자신들을 내팽개친 비겁자였다. 정확한 사정은 누구도 기억해내려고 하지 않은 채, 단순하게 욕을 하였고 그것에 대해 즐거움을 느꼈다. 알피스, 이 잊혀진 영웅은 앞으로도 계속 조롱거리로 회자 될 것이다. 전쟁이 끝날지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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