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외로웠다.
누구도 그를 필요로 하지 않는 삶
아무도 그를 기억하려 하지 않는 차가운 삶에 지쳐버렸다.


누군가에게 필요한 존재가 되고 싶어.
나를 필요로만 해준다면, 그걸로 괜찮아.
끔찍하도록 고독한 삶 속에서, 그는 갈구했다.
그러자 누군가 그에게 말했다.


자네가 필요해. 이건 오직 자네 밖에 할 수 없는 일이야.


그 말 한마디는, 그의 모든 삶과 맞바꿔졌다.


얼음을 잘라, 강을 향해 던진다.
그것이 그의 일.
단순하기 그지없는 고된 일.
그러나 그는 만족했다.


스노우딘의 추위는 그의 폐까지 얼려버렸다.
차가운 얼음에 손이 새파랗게 질려 얼얼했다.
그래도 참을 수 있었다.


미끄럽고 무거운 얼음을 들때마다 금방이라도 쓰러져 죽을 것만 같았다.
얼음이 미끄러져 강에 빠진 적도 수십번, 몸이 다친 것도 수십번이었다.
그래도 참을 수 있었다.


내가 이 일을 그만두면 폭발이 일어나, 모두가 죽을거야.
그러니 나는 모두에게 없어서는 안되는 중요한 존재야!
그러니 괜찮았다.


인간이 나타났다.
마지막 7번째 인간이란다.
지상으로 향하는 열쇠란다.


그는 인간이 부러웠다.
자신의 죽음으로 모든 괴물들을 구원할 수 있다니!
죽을 만큼 부러웠지만 그래도 괜찮았다.


내가 얼음을 흘려보내지 않으면, 모두가 죽어!
그러니 나도 모든 괴물들에게 꼭 필요한 존재야.
그러니 괜찮았다.
괜찮다고 생각했다.
그렇지만 괜찮지 않았다.
전혀 괜찮은 것이 아니었다.


인간이, 지상으로 가는 문을 열었다.


이제 괴물들은 모두 지하를 떠난다.
아무도, 아무도 지하세계에 남지 않을 것이다.
이제는 그가 얼음을 던지지 않아도 괜찮다.


그렇게 되면 그는 예전처럼 쉴 수 있을 것이다.
예전처럼 마음껏 놀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예전처럼, 그는 다시 쓸모없어질 것이다.


그래도 괜찮을까?
그는 자문했다.
쓸모 없어지는 것을 견딜 수 없었다.


그래서 그는,
계속해서 얼음을 던졌다.


얼음을 잘라, 강을 향해 던진다.
그것이 그의 일.
고되더라도 오직 그만이 할 수 있는 그의 일이었으니까.


아직 지하를 완전히 벗어나지 못한 괴물들이 있을지도 몰라.
멈추면 다른 괴물들이 위험해질지도 몰라.


오랜 시간이 지났다.
모든 괴물들이 떠난지도 오래 되었다.


그래도 그는 계속해서 얼음을 던졌다.


아마 누군가 지하에 다시 와보고 싶어할지도 몰라.
지하가 없어지면 괴물들의 고향이 없어지는 거잖아?


또다시 오랜 시간이 지났다.
어떠한 괴물도 지하로 돌아오지 않았다.


그래도 그는 계속해서 얼음을 던졌다.


어쩌면, 누군가 올지도 모르잖아?


정말 그렇게 생각해?
마음속의 누군가가 물었지만 그는 묵묵히 얼음을 던졌다.


정말로 오랜 시간이 지났다.
괴물에게 있어서도 정말로 오랜 시간.
그래도 그는 얼음을 잘랐다.
이제 얼음을 들어올려 강에 던져야 한다.


그러나 그는 더이상 얼음을 들어올릴 수 없었다.
애를 써봐도 도저히, 얼음을 들어올릴 수 없었다.


이제 끝이야.
그만할 때가 온거야.
너의 삶은 이렇게 끝나는거야.
누군가 그에게 속삭이는 것 같았다.


그는 얼음을 바닥에 두고 허리를 폈다.
몸이 놀랍도록 가벼워졌다.


문득, 그는 생각했다.
내가 이렇게 허리를 핀것이 얼마만이더라?
기억이 나지 않았다.


내가 하늘을 본 것은?
내가 뒤를 돌아본 것은 언제였지?
다른 괴물들과 이야기해본 것은?


허망했다.


눈가에 물방울이 맺혔다.
그토록 가치있는 삶을 살려고 애썼건만, 그는 결국 아무런 의미 없이 인생을 낭비했을 뿐이다.
폐허뿐이 남지 않은 이곳에서, 그는 어째서 그렇게 열심히 얼음을 던진것인가.


그는, 서서히 고개를 돌려 주위를 살폈다.
그가 그토록 오랜시간 서있던 곳은 폐허였다.
회색빛으로 낡아버린, 부서진 세상.
생명없이 무너진 잔해투성이.
그때 그는 회색빛 사이에서, 무언가를 발견했다.
황금빛으로 빛나는, 눈부시도록 아름다운 한송이의 꽃을.


순간, 그의 눈가에 맺혀있던 눈물이 흘러내렸다.


그는, 지금까지 그 꽃을 살리고 있었다.
그가 없었으면 이 꽃이 이토록 아름답게 피어나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그의 인생은 헛되지 않았다!
헛되지, 않았다.


그는 웃었다.
이렇게 기쁜날, 어쩐지 꽃은 울듯이 얼굴을 찌푸리고 있었다.
꽃이 인상을 쓴다니, 아마도 죽기전의 확각이겠지.
그렇지만 그는 웃었다.


어찌 기쁘지 않겠는가.
누구라도 기억해주길 원하던 인생이었다.
설사 꽃이라도, 그의 마지막을 기억해준다면 그걸로 만족이었다.
그렇기에 그는 웃었다.
그가 기억하는 한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웃었다.

 


그의 웃음이 멈춘뒤에, 작은 꽃은 속삭였다.

내가 기억할게, 내가 죽는 순간까지 너를 기억할게.
그러니까.

네 인생은 헛되지 않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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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까 대회 시간 맞춘다고 제대로 편집도 못하고 썼는데 대회 시간도 못 맞춘게 슬퍼서 다시 썼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