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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는 죽거나, 죽이거나야.
혹은 그저 지나치거나...
적어도, 우리에겐 행복이란건 사치였을지도몰라.
하지만, 꿈꾸는게 나쁜건 아니잖아?
..아니, 꿈을 꿀 생각조차 거의 못했던가?
****


플라위가 있었기때문에, 잠이 든척을 해야했다.
그 어떤 생물이라도, 잠을 안자지는 않을것이였다.
하지만, 나는?

잠을 잘 필요가 없었다.
조금, 의문이든다.
심장은 뛰지않았다.
하지만, 숨은 쉬어야했다.
피가 필요했고,
피를 만들수는 없었다.
음식을 먹는것엔 별 탈이없었다.
하지만, 그렇게 몸에 흡수된 영양은 어디로?

밤새도록 꾹꾹 억눌러왔던, 모든 생각들이 터져나왔다.
조용한 밤동안 나는 눈을감은채, 계속해서 생각만했다.
해답없는 의문만이 머리를 가득채우고, 나를 조롱했다.
그러다 문득, 모든 질문이 퍽- 하고 터진듯이 머릿속에는 아무것도 안남았다.
그것에 놀라 일어나보니, 어느센가 아침이 되어있었다.

'어라..?잔건가..? 내가..? 잠을잤다고..?'

아무리 생각을 많이하더라도, 그 긴 밤을 이렇게 순식간에 지나진 않았을것이다.
그렇다면 결론은 하나뿐이였다.
잠이든것이다.
필요없다고 느끼던 잠을 잔것이다.
배게옆에서 자고있던 플라위가 눈을 떴다.
한번정도 하품을 하더니 말을걸어왔다.

"어이, 멍청이. 너, 어제 엄청 끙끙대던데, 뭔꿈꾼거야?"
"어..? 끙끙댓다고..? 어.. 글쎄, 기억안나... 그보다 잘잤어, 플라위?"
"그으래. 난 평소처럼 잤지.. 그나저나, 이런모습으로 침대에서 눕는건 또 처음이네.."
".. 그러고보면, 플라위는 꽃이였던가?"

내가 말을 걸며 손을 뻗으니, 그위로 어제처럼 타고올라왔다.
플라위는 어깨에 올라타 심드렁하게 듣고있었다.

"꽃인채로 잔다는건.. 음.. 고개..랄까, 줄기라던가가 뻐근하지않아?"
"그렇게 안자. 난, 나 나름대로 땅바닥에 누워잔다고. ..그러고보니, 네이름. 안물어봤네."
"어,어? 이름?"
"그래. 이름. 뭐야?"

난 문득 예전의 이름을 떠올렸다.
하지만, 이세계에서 그런식의 이름은 이상할것만 같았다.
머리를 좀 굴리고 있자니, 플라위가 한마디를 더 뱉었다.

"뭐야, 너 설마 이름도 없는거야? 그자식은 뭐라고 불렀는데?"
"어... 아, 아냐. 이름있어. 다만 잘 안불려서 뭐였는지 기억좀해낸다고.."
"이름을 잘 안부른다니.. 그러고도 의사소통은 되는거야?"
"그으..럼. 되긴해. 거의 대부분 내가 말을 걸거든."
"..하아... 살다살다 이렇게 미련한애는 처음.. 아니, 두번째네.. 너, 자기주체는 있긴해?"

그 질문에 나는 그저 멋적은듯 웃기만했다.
플라위는 정말 짜증나는것을 본다는듯이 나를 바라봤다.

"잘들어! 이세계는 죽거나 죽이거나야! 너처럼 그렇게 살면 금방 죽는다?"
"죽으면.."

나는 그 뒷말을 삼켰다.
플라위는 조금은 나를 걱정하고있었다.
나의 - 나쁜버릇.

"죽으면.. 뭐?"
"으응.. 그냥, 궁금해서.. 죽으면 나도 먼지가 되는걸까? 그괴물 말로는 난, 원래 인간이였다던데."
"원래 인간이였다고? ... 너, 진짜 이상한 괴물이구나?"
"뭐, 그렇지.. 아,그래. 이름물어봤던가?"
"..이런, 어쩌다 이런이야기로 샌거지.. 그래. 네이름말이야."
"응..그러니까.. 노아스"

나는 예전에 어딘가에서 읽었던 만화책의 속의 이름을 대었다.
돌아갈 '땅'이 없는 내게, 돌아갈 '땅'이 있었으면 하는 마음을 담아.

"흐응.. 아, 몇일더 쉴.. 순없겠네. 음식같은게 필요도 할꺼고.. 적당히 나는 들풀같은거 먹어야할껀데.."
"아, 나 배는 안고파. 그냥 가자. 좀 쉬기도했고.. 빨리 가고싶어."

사실 눈밭은 곧 끝날터였다.
그러니 침대의 이불을 걷어, 일어서려고했다.
그때 시선은 다쳤을 발을 향했다.

"어..?"

발은 말끔하게 나아있었다.
피는 아마, 이불에 닦였던거같다.
나는 놀라 발등을 만지작거렸다.

"....어..? 다..나았다.."
"..뭐? 무슨헛소.. ...너, 데체 무슨괴물이야?"
"음.. 그건 나도모르지.. 여태 다친적 없어서 몰랐지만.. 고유능력아닐까?"

내가 말하면서도, 나는 속으로 엄청나게 부끄러워졌다.

'으아아아...! 이게무슨 말이야?! 아니, 물론, 내가살던곳과 다르다곤해도, 그래도, 인간 시체이지않았어? 언데드같은거?'

조금 마음속으로 외치다가, 그만두었다.
그냥, 수긍하기로했다.
어차피 이몸 자체가 원래의 내 몸도 아닐뿐더러, 지금의 나는 그저 실험쥐이다.
아마, 실험의 어떤 약물이 이런작용을 한거라고 믿기로했다.

'..그러고보니, 가스터의 손발이 필요해서 날 쓴다했는데.. 여태 실험만하고.. ...뭘하려던걸까, 그괴물은..'

침착해지고나니 또다시 머릿속은 의문으로 부풀어올랐다.
하지만, 그런 의문덩어리들은 플라위의 부름에 머리 구석으로 밀려났다.

"야, 노아스! 내말듣고있어?"
"어? 아아.. 응.. 미안. 못들었네.."
"...그런 녀석이라도 만나고 싶은거야?"
"...응. 생각해봤자, 쓸데도없고.. 가자, 플라위."
"그래.. 조금만더가면, 워터폴이야. 거긴 괴물이 있긴한데.. 뭐, 괞찮겠지."

나는 이불자리를 조금 정돈한뒤, 워터폴로 향했다.
워터폴에 도착하자마자 발의 상태를 보았다.
좀, 얼은것같지만 괞찮은듯했다.
아직 터지진 않았으니..

'..어라? 그러고보니, 동상같은거 심하게걸리면 괴사하지않았나..? ..으응.. 모르겠다.'

어줍잖은 지식으로 여태 제몸에 대한것을..
인간에 대한것을 가스터에게 이야기하던 과거를 짚어갔다.
역시, 언제나 내 이야기는 어중간했다.
그래도, 그걸로 가스터는 꽤 많은걸 알아들은듯했다.
물론, 그에대한 이야기는 그닥 안했지만..

우리는 조용한 워터폴을 걸어다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