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식의 흐름대로 씀..
토리엘은 희미하게 눈을 떴다.
집 안은 소리없이 조용했고 어둡다기엔 푸르스름한 새벽 빛이 방 안에 잔잔히 깔려있을 때, 그녀는 침대에서 몸을 일으키며 손을 입에 대고 작게 하품했다.
세수를 하고, 비닐장갑을 끼며 앞치마를 둘러메고.
나무 도마 위 당근을 통통 채썰어내서 달군 후라이팬 위에 기름을 둘러 재빠르게 볶아낸다.
노릇한 빛의 당근을 한 쪽 접시에 담아내며 살짝 데쳐낸 시금치에 맛소금과 참기름을 가미해 조물조물 무쳐내고 잘 풀어낸 계란물은 중불에서 넉넉하게 부어 고소한 냄새를 풍길 때까지 도톰하게 부쳐내 지단을 만든다.
아이가 가장 좋아하는 햄은 큼직하게 썰어 기름 위에 자글거리는 먹음직한 소리를 만들어내게끔 구워내면, 미리 간을 마친 고소한 밥을 김발 위 펼쳐 둔 까만 김 위에 잘 펴발라준다.
이제 노오란 물이 든 아삭한 단무지를 하나 얹고, 불그스름한 맛살 얹어 조리해 둔 나머지 재료들을 척척 올려내 김발 채로 돌돌 말아 꽉꽉 눌러내면.
그 마음만큼이나 풍성하고 넉넉한 토리엘 표 김밥이 모습을 드러낸다.
토리엘은 살풋, 만족한 미소를 지으며 동그랗게 잘 말린 김밥 위에 솔로 슥슥 고소한 참기름을 윤기나게 발라 깨를 솔솔 뿌려 먹음직한 김밥을 완성시킨다.
어젯 밤 하루종일 인터넷을 뒤져가며 김밥 레시피를 공부한게 정말 도움이 되었다.
어쨌든, 아이의 첫 소풍인 것이다.
대충 꾸려 보내 다른 아이들 사이에서 주눅이 들까, 토리엘은 노심초사하지 않을 수 없었다. 아무리 괴물과 인간이 공존하는 시대라지만 어디에나 곱지않은 시선은 있는거니까.
한 숨을 푹 내쉬고는, 김밥 재료들을 눈으로 훑어내리며 이 정도면 친구들과 같이 나눠 먹을 양이 될까 헤아리는데.
"아주머니..!"
자신의 허리 뒤로 답삭 안겨 든 작은 손이 생각에 잠겨있던 토리엘을 깜짝 놀래킨다.
"어머.. 프리스크. 벌써 일어났니?"
안 그래도 작은 눈이 졸음에 실눈이 다 되어 꿈뻑이는데도, 아이는 밝은 웃음으로 고개를 끄덕인다.
"..맛있는 냄새가 나서요.."
그 말에 토리엘은 웃으며 아이의 부드러운 볼을 매만졌다. "그래, 이왕 일어났으니 맛이나 볼까, 그럼."
토리엘은 도마 위에 김밥을 올려 슥슥 썰어냈다.
"자. 이게 꽁다리라는 건데, 제일 맛있는 부분이래."
김밥 속 재료들이 저마다 나서듯 삐죽 튀어나와 있는 큼직한 부분을, 아이는 두 손으로 집어들더니 작은 입을 최대한으로 벌려 결국은 한 입에 담아 내, 볼을 크게 부풀린 채 우물댄다.
"후후, 내가 너무 크게 썰어줬나보구나."
"..쪄오."
"응? 뭐라고, 아가?"
"마.. 이쪄오."
토리엘은 웃음을 터뜨렸다. "맛있다니 다행이네."
"Heh, 좋은 냄새가 나는데?"
두 모녀는 작당 모의하다 걸린 것처럼, 뜨끔 거리는 표정으로 한 곳을 쳐다보았고 곧 둘의 표정은 밝아졌다.
"..어머나, 샌즈."
"뗀두!"
부엌으로 들어오며, 샌즈는 피식이듯 말했다.
"그래, 꼬맹아. 입에 뭘 담고있는지는 모르지만 내 이름을 바꿔부르지는 말아주겠어?"
"뗀두!"
"그렇게 부르지.. 이런."
샌즈는 부풀린 얼굴로 자신에게 와락 안겨 든 아이에 난처한 미소를 지어냈다.
토리엘은 자리에서 일어나 반갑지만 의아한 얼굴로. 샌즈를 맞으며 입을 열었다.
"어쩐 일이에요, 당신이 이런 이른 시간에?"
"..헤, 정확히는 이른 새벽이죠. 꼬맹이가 오늘이 첫 소풍날이라기에."
"우리가 챙겨주러 왔지! 녜헤헼!"
"..어머나, 파피루스."
"..더 정확히는, 꼬맹이가 잠든 틈에 들어오려고 했었죠.. 그리고 우리 계획 속의 꼬맹이도 분명 잠들어있었고요."
"야, 샌즈! 일이 이렇게 풀릴 수도 있고 저렇게 풀릴 수도 있는거지! 계획 하나 틀어졌다고 꼬장꼬장하게 굴지 좀 마!"
"언다인까지.."
"..이, 이른 시간에 실례할게요, 토리엘."
"..알피스."
...
샌즈는 골치아픈 듯 이마에 손을 짚었고 그러자 뒤에서 당장 높은 목소리가 터져나왔다.
"어머, 너무 교양없네요, 자기! 남의 집을 방문할 땐 선물부터 건내야하는 거라구요?"
..
이제 토리엘은 그저 당황한 듯 웃으며, 이 시끌벅적한 새벽의 손님들.. 혹은 불청객들을 안으로 들였고 잠시 그 많은 인원이 자리를 잡는것에 우당탕하는 소란스러움이 일어났다.
"..이게 김밥이라는 거라고?"
"헤, 그거 잘라서 먹는거야, 언다인."
샌즈의 말에 언다인은 머쓱한 듯 김밥 한 줄을 통째로 내려놓았고 파피루스는 끊임없이 녴! 거리며 김밥 맛에 감탄했다.
"어.. 프리스크가 소풍에 싸가려면, 그만 먹어야하지 않을까, 팝..?"
"스파게티보단 못하지만 녴, 뭔가 신기한 맛이야! 끊임없이 들어가는데?! 이거, 내 스파게티와 접목시킬 수 있을까?"
"정말이지 못말려요! 우린 오늘 프리스크의 소풍날을 챙겨주러 온거라구요, 철없는 자기들!"
토리엘은 곤란하게 웃었고 프리스크는 그저 이른 새벽에 친구들이 찾아와 준 것이 기쁜지 생글거리며 그 틈바구니에 끼어있었다.
곧 메타톤은 그들이 챙겨 온 꾸러미를 열어젖혔고 곧 가득한 캔디와 과자봉지, 그리고 그들 나름대로 준비해온 도시락 상자들이 죽 나열되어 선보이게 되었다.
"녜헤! 이 몸이 만든 스파게티가 최고인걸 믿어 의심치 마, 인간!"
"야, 파피루스! 우리 둘의 공동작품인걸 빼놓고 설명할거냐?"
"..뭐, 난 키슈를 좀 만들어왔어. 인간 친구들과 사이좋게 나눠먹으라고, Kid."
"냥냥 고양이 소녀모양으로 도시락을 좀 싸봤는데.. 네 마음에 들었으면 좋겠어."
"전 케이크를 만들어왔어요. 아. 걱정은 하지마세요, 인간자기. 이번엔 인간의 영혼을 첨가시키지 않았으니까요!"
많은 과자와 친구들의 정성어린 도시락을 받으며, 프리스크는 모두에게 고맙다며 환히 웃어보였고 그래서 그들 모두는 쑥쓰러운듯 웃으며 기뻐하는 듯 했다.
그 때, 토리엘의 목소리가 조용히 들려왔다.
"어머나.. 비가 오네?"
그 말에, 모두들 깜짝 놀라며 우르르 창가로 모여들었다.
뭐야? 진짜 비잖아? 그것도 꽤 많이.
황당한 듯한 그들의 수근거림이 창가에서 불안하게 들려왔다.
일기예보에도 없던 비는 꽤 큰 빗줄기로 내려치고 있었고 아무리봐도 쉬이 그칠 것처럼 보이지는 않았다.
토리엘은 허리굽혀 아이와 눈높이를 맞추며 말했다.
"비가 오면. . 소풍은 못 가겠구나. 서운해서 어쩌지, 아가?"
하지만 프리스크는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여기서 다같이 소풍해요!"
프리스크의 말에. 불안하게 수근거리던 그들의 말이 딱 멈추었다.
언다인은 얼떨떨한 표정이 되어 입을 열었다.
"소풍을...지금?.. 여기서? 우리와?"
프리스크는 고개를 크게 끄덕였고 그러자 샌즈가 곤란한 듯 웃으며 말한다.
"그거 우리야 좋지만.. 첫소풍인데. 정말 그걸로 괜찮겠어, 꼬맹아?"
프리스크는 더 큰 동작으로 고개를 끄덕였고 그러자 그들은 서로를 바라보며 이내 한숨같은 웃음을 지어냈다.
"..뭐, 그렇다면야 각오해, 프리스크! 최고의 소풍으로 만들어줄 테니까!"
"이 몸과 함께하는 소풍이 즐겁지 않을 리가 없지!.. 사실.... 나도 이게 내 첫 소풍이야 녴!! 너무 설레여!!"
토리엘은 따뜻하게 웃으며 어젯밤부터 싸둔 배낭에서 돗자리를 꺼내어 주방 한 가운데 펼쳐놓았고 곧 김밥과 도시락들, 각종 과자봉지를 늘어놓고 저마다 둘러앉아 식도락을 즐기며 마구 큰 소리로 웃기도 하며, 긴 시간동안 정다운 이야기꽃을 피웠다.
그것은 비오는 날의 새벽녘에 펼쳐진, 가장 친한 친구들과 함께 한 소중한 기억으로 남을 프리스크의 첫 소풍이었다.
마지막에 모두 웃는게 그려진다 개추야
넘나 훈훈하고 아름답다ㅠㅠㅠ하...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