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 명언 대회 링크








화려하고 복잡한 걸작을 요리할 필요는 없다.

다만 신선한 재료로 좋은 음식을 요리하라

- 줄리아 차일드






처음에 아무리 재밌고 즐거웠더라도 계속해서 똑같은 일을 하다보면 그것에 싫증을 느끼기 마련이었다. 이 어린 인간에게도 그 순간이 찾아왔다. 인간은 자신의 삶이 슬슬 지루해졌다. 리셋하고 도륙하고, 리셋하고 도륙하는 반복 일과. 정해진 행동 지표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괴물들. 모든 작업이 끝났을 때 밀려오는 허무감. 인간은 가끔 이 허전함을 평생 안고 살아야 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곤 했는데, 그때마다 권태감은 극심해졌다.


물론 괴물을 도축하는 것 자체 만큼은 여전히 인간에게 쾌락을 주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만족이 되질 않았다. 아무리 살을 베고 뼈를 부셔도 부족하다는 기분이 들었다. 마음 속 어딘가 텅 비어 있는 거 같은데 그걸 어떻게 채워야할 지 모르니 인간으로선 답답할 노릇이었다. 이러한 공허감은 시간이 지나면서 다른 욕구에도 영향을 주었다. 인간이 책을 읽기 시작한 건 음식을 아무리 먹어도 배가 고프다는 느낌을 받게 된 무렵이었다.


사실 책을 읽는다기 보다는 그림을 본다는 표현이 알맞았다. 인간은 천성적으로 책이라는 단어와 거리가 멀었다. 글씨를 보기만 해도 따분해져 하품이 나오기 일쑤였다. 그런 인간이 글만 있으면 읽지 않고 거르게 된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수순이었다. 정작 보게 된 것이 애초에 목표했던 심리학에 관련한 저서가 아닌 요리책이다 보니 인간은 요리라는 행위에 대해서 흥미를 가지게 되었다.


어느 날 인간은 책을 보다가 문득 자신이 바깥 세상에서 먹었던 음식들이 떠올랐다. 크게 그립거나 한 것은 아니었지만 자신이 직접 해보고 싶어졌다. 문제는 재료였다. 바깥에 있는 것들을 무슨 방법으로 가져올 것인가. 답을 찾지 못해 머리가 아파오자 인간은 보던 책을 덮고 건물 바깥으로 나왔다. 차가운 공기를 들이쉬며 머릿 속을 비우는 데 자신이 반쯤 자르다만 칠드레이크가 기어가고 있는 것이 눈에 띄었다. Eureka!


책을 이래서 읽는구나하고 인간은 감격했다. 다시는 느끼지 못할 것이라고 여겼던 흥분이 심장을 빠른 속도로 뛰게 만들었다. 자신은 도살자다. 도살 된 것은 음식이 된다. 왜 이런 간단한 사실을 여태 몰랐던 것일까. 인간은 지금 자신이 배운 것을 곧바로 행동에 옮기기로 마음 먹었다. 우선 눈 앞에 있는 칠드레이크를 이용한 요리 해보기로 결정한 인간은 그것의 머리를 잡아채서 해골 괴물들이 살았던 집으로 끌고 갔다. 


인간은 기대감에 손마저 떨려왔다. 심호흡을 하고 자신을 다스린 뒤, 재료의 털을 먼저 다 뽑았다. 그러고나서 자신이 애용하는 도구인 낡은 단검으로 요리에 쓰기 좋게 해체하려고 하는 데, 재료의 형태가 무너지더니 인간의 손에는 재만 남게 되었다. 인간은 이때서야 이 재료의 문제점을 깨달았다. 신선함. 이것을 유지시켜야만이 요리를 완성 시킬 수 있단 걸 인간은 직감할 수 있었다.


이후에도 인간은 수차례 도전하였다. 하지만 그때마다 번번이 시간 조절에 실패하고 말았다. 아무리 노력하여도 재료는 인간을 기다려주지 않고 덧 없이 바람에 흩날렸다. 운이 좋게 조리에 성공한 날도 있었지만 음식으로서 실패작이었다. 인간은 절망했다. 하지만 포기하지는 않았다. 자신이 이토록 열정적이었던 게 언제였던가. 인간은 자신 앞에 놓여진 이 시련이 삶의 원동력처럼 느껴졌다. 그리고 마침내 그 날이 찾아왔다.


여느 때처럼 잡아온 재료를 어떻게 손질하여 조리 작업에 들어갈 지 동선을 짜고 있던 인간은 실수로 재료를 베고 말았다. 잘려진 그것을 순간적으로 집어 든 인간은 손끝에서 느껴지는 말캉한 감촉에 소름이 돋았다. 그때서야 탱탱하고 윤기가 흐르는 살점이 눈에 들어왔다. 인간은 홀린 듯이 그것을 입에 넣었다. 그리고 눈을 질끈 감고 말았다. 맛이 화려한 것은 아니었다. 비리다면 비렸다. 다만 입 안을 가득 채우는 재료 본연의 맛. 인간은 지금까지 자신을 괴롭혔던 허기가 사라지는 것을 느끼며 눈물을 흘렸다.






대회 홍보한다고 별걸 다 쓰는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