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스크 패러블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7.5 18 19 20 21 특별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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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밥은 맛있었다. 그릴비가 만든 음식이라면 무엇이든지 맛있으리라. 뼈다귀와 인간, 어인이 섞인 식탁은 상당히 시끄러웠다. 파피루스는 쉴 새 없이 인간의 안위를 확인하면서 얼마나 다행인지에 대해 떠들었고, 프리스크는 감사하단 말과 함께 샌즈에게 이것저것 말을 걸어댔다. 샌즈는 그런 잡다한 질문들, 예를 들어 원래 자기 옷은 어디에 두었냐는 둥, 어떻게 치료한 거냐는 둥, 그런 것들에 답을 충실히 해줬다. 인간이 물이 마시고 싶다고 하면 인간에게 어느 샌가 물컵을 갖다 주었고, 먹다가 입가에 뭔가를 묻히거나 흘리면 닦아주었다. 샌즈는 영락없는 아이의 보호자였다. 그 안에서 단 한 마디 말도 꺼내지 못 하는 것은 언다인 뿐이었다. 겨우 파피루스의 명랑한 외침에 고개를 끄덕이거나 긍정의 대답을 몇 번 했을 뿐이었다.
언다인의 마음은 심하게 요동치고 있었다. 자신의 법칙, 자신의 신념, 괴물의 법도가 적용 되지 않는 한 인간이라니! 아이는 그 위에 있었다. 언다인은 평생 동안 인간을 증오하며 살아왔고, 그들과 싸워온 영웅을 존경해왔으며, 모든 괴물을 위해서라면 어떤 짓이든 마다하지 않을 자신이 있었다. 그녀의 모든 것은 괴물을 위한 것이다. 정의를 위한 것이다. 언다인이 평생 섬겨온 덕목은 그러 했다.
그러나 아무리 괴물의 목표를 위해서라면 맹목적이 될 수 있는 언다인일지라도, 인간이란 생물의 목숨을 개미 목숨마냥 가볍게 여길 수는 없었다. 그들은 괴물처럼 말했고, 괴물처럼 움직일 줄 알았다. 그것을 두 눈으로 직접 확인한 것이 바로 오늘이다. 저 아이를 보라, 저 아이가 사악한가? 누가 저 아이를 마법사로 보겠는가? 진정 근위대의 대장으로서, 저 아이를 죽여 영혼을 취하는 것이 옳은 일인가? 언다인은 고민했지만, 고민할 수 없었다. 저 아이는 자신이 믿어온 법칙보다도 훨씬 위에서 가볍게 날개를 펼치고 있었다.
모든 인간은 나쁘다. 고로, 모든 인간은 죽어야만 한다라는, 그 법칙 위에서 뛰어 놀고 있는 인간이었다.
그들이 햄버거를 모두 먹고 식탁 위를 다 깨끗이 치웠을 때, 프리스크는 왠지 파피루스와 놀고 싶어했다. 아이는 파피루스에게 방에 들어가서 같이 놀자고 제안했고, 파피루스는 데이트 신청에 뛸 듯이 기뻐하며 아이를 데리고 방에 들어갔다. 이것은 뜬금 없는 일은 아니었는데, 아이는 모두와 친해져야만 했고, 그 중 파피루스도 포함되어 있을 뿐이었다. 거실에는 샌즈와 언다인만이 남았고, 어색한 침묵이 잠깐 흘렀다. 그러다가, 샌즈가 먼저 입을 열었다.
"그래서 어떻게 할 거야, 언다인? 애를 죽이기로 했어?"
"……, 아니."
샌즈는 가볍게 웃었고, 언다인은 그 웃음이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가만히 있기로 했다. 언다인은 아직 혼란스러웠다. 인간을 죽이겠다는 마음 자체는 접었다. 하지만, 그걸 정말로 인정하는 것은 시간이 걸리는 일이었다. 기억하라. 언다인은 이전에 괴물 꼬마를 구해준 프리스크가 찾아왔을 때도, 마음을 바로 열지 않았다. 그런 언다인이 갑작스레 인간을 도와주거나 좋아하거나 할 순 없었다.
언다인은 모든 인간이 나쁘지는 않다는 것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저 인간을 살려두는 게 맞는 것인지에 대해 아직까지 고민하고 있었다. 기사도적 정신에 따른다면, 답이 정해진 질문이었으나, 누구든지 평생의 염원을 이룰 수 있는 순간을 코 앞에 두고 포기하는 일은 간단한 것이 아니다.
"애를 죽이지 않을 거라면, 날 좀 도와줘 언다인."
"뭘?"
"저 아이, 좀 이상하다고 느끼지 않았어?"
"이상한 게 뭔데? 한두 가지여야 내가 대답을 하지."
샌즈는 한숨을 쉬고 난 뒤, 숨을 고르고 입을 열었다.
"저 인간은 그냥 착한 게 아냐. 엄청나게 착하지. 희생적이고, 피학증적이면서, 동시에 완벽하게 이타적이고자 해. 이게 얼마나 말도 안 되는 일인지 알아?"
언다인은 샌즈가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건지 아직 알 수 없었던 탓에,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말을 이어가길 기다렸다.
"그래, 저 인간이 나이를 좀 먹고 머리에 든 거 좀 많으면서 착하면 문제가 없을 수도 있다고. 하지만 저 애는 그냥 꼬마야. 이 지하 세계에서 그런 마음가짐으로 다니면, 괴물들이야 피해를 안 받겠지. 하지만, 저 애는 결국 어떻게든 죽고 말 거야."
"그래서, 나 보고 저 애 좀 지켜달라고? 그런 건 너가 해."
"아니, 그건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냐."
샌즈의 말은 전적으로 옳았다. 인간이 엄청난 능력으로 결국 결계를 부수고 나가는데 성공한다고 해도, 인간의 태도가 바뀌지 않는다면, 프리스크의 파멸은 예정된 일이었다. 그 과정은 설명하지 않아도 누구나 알고 있으리라. 아낌없이 줄 줄만 알고, 심지어 자신의 목숨을 사소하게 여기기 시작한 아이의 운명은 정해진 것이었다. 선은 책임감을 동반하고 선택의 무게감을 느끼게 한다. 선은 때로 남을 고통스럽게도 하며, 남을 고통 속에서 구원하기도 한다. 또한, 선은 남을 자기 자신과 같이 아끼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아이는 선할 수 없었다. 그냥 착해 빠진 바보에 불과하리라.
아이는 책임감이 없었다. 아이가 책임감이라 느끼는 것은 사실 죄책감이었다. 아이는 자신의 선택에 신중하지 못 했다. 아이의 선택은 남이 고통 받을 경우를 피하고 자신이 고통 받으면 문제 없다는 식이었다. 그것은 신중과 거리가 멀었다. 아이는 남이 고통 받는 걸 보지 못 했다. 그러면서 구원하려고만 했다. 아이는 자기 자신을 아낄 줄 몰랐다. 자기 자신과 같이 남을 아끼는 이타심은, 자기애로부터 시작된다는 것을 몰랐다. 자기애가 곧 사랑의 시작점이요, 남의 대한 사랑이 곧 그 시작점에서 도출된 결과이다. 자신을 사랑할 줄 모른다면, 남도 사랑할 수 없는 것임을 아이는 아이이기에 알지 못 했다.
샌즈는 그 점을 해결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내가 어떻게 해야 한다는 거지?"
"아직은 나도 잘 몰라. 그냥 기회가 생기면 도와줬으면 해. 이런 거에 있어선 전문이 아니니까."
결국 저 모습은 내가 만들어낸 셈이지만, 이라는 말을 샌즈는 속으로 삼켰다.
"아니, 애초에 왜 저 애를 도우지 못 해서 안달인 건데? 언제부터 너가 그렇게 인간을 좋아했어? 넌 근위대가 아니지만 어쨌든 인간을 잡으려고 하긴 했잖아?"
"……, 다 소용 없는 일이야, 언다인."
그 말이 언다인의 심기를 살짝 건드렸다. 아무리 지금 자신도 아이를 손대지 못 한다지만, 인간의 영혼을 취해서 결계를 부수는 것은 확실한 괴물들의 목표였다. 그것을 부정하려는 것 같아서 언다인은 심기가 뒤틀렸다. 그러나 샌즈가 말을 이었다.
"인정하기 힘들겠지. 나도 이해해. 나도 그렇거든."
그때에 맞춰 아이의 발랄한 웃음 소리가 파피루스의 방에서 들렸다. 귀엽고 깜찍하기까지 한 웃음 소리였고 그 웃음 소리에 이어 파피루스의 호탕한 웃음 소리가 이어졌다. 누군가에게는 아이의 웃음 소리가, 자신도 모르게 미소를 짓게 해주는 아름다운 소리일지는 모르지만, 지금 샌즈에겐 그저 우울감을 더 얹어주는 소리밖에 되지 않았다.
"우리는 저 애를 현실로 끌어내릴 필요가 있어. 저 아이에겐 지금 이 모든 상황이 그저……, 그저 하나의 놀이일 뿐이야. 그 놀이의 목표는 우리와 모두 친하게 지내는 거고, 그 과정에서 자기 자신이 몇 번 죽을 정도로 위험한 순간이 와도 신경 쓰지 않겠지. 그냥 놀이라고 생각하니까. 그거 알아? 게임에서는 캐릭터가 죽어도 다시 살아나. 저 애한텐 자기 자신이 그런 존재야. 그게 말이 된다고 생각해?"
"그러니까, 내 말은, 그게 우리랑 무슨 상관이냐고!"
샌즈가 저런 상태에 빠진 아이를 구해야만 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였다. 그 중 하나는 아이가 결국 지쳐 포기해버릴 수 있다는 것이었다. 그런 일이 생긴다면, 아이는 결국 마음의 상처만을 입은 채 지하 세계에서 살거나, 돌발행동을 할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그 외에도 여러 가지 이유가 있었다. 하지만, 샌즈에게 이유 따위는 중요하지 않았다. 아이를 지키는 데에, 샌즈에겐 더 이상 이유가 필요하지 않았다.
애초에, 의지에 대한 언급을 하지 않고 아이를 지켜야 하는 이유를 설명할 수 없기도 했다. 그래서 샌즈는 대신 이렇게 말하기로 했다.
"제발 도와줘."
"뭐, 뭐하는……."
그 누구도 샌즈의 말과 행동을 믿을 수 없으리라. 샌즈는 편안게 앉아 있던 소파에서 내려와 언다인을 보며 무릎을 꿇었다. 그러면서 고개를 숙이며 이렇게 말했던 것이다. '제발 도와줘.' 이 모습은 그 누구도 예상할 수 없었던 것이었다. 언다인이 경악을 하고, 샌즈가 그런 모습을 하는 와중에도 파피루스와 프리스크와 웃음 소리는 끊이지 않았다. 이러한 대비는 서로를 강조시키는 효과가 있었다. 웃음 소리가 섞인 집 안에서 무릎을 꿇고 있는 키 작은 해골이었다. 언다인은 그것을 보고 충격을 받아 아무 말도 하지 못 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겨우 입을 열었다.
"알았으니까, 그러지 마. 빨리 일어나. 이런 거 질색이야."
"……, 그래."
샌즈는 일어나서, 다시 소파에 앉았다. 언다인은 왜 그토록 인간을 돕고 지켜야 하는지, 샌즈가 왜 그렇게 해야만 하는지에 대한 의문을 마음 속에서 지워낼 수 없었다. 하지만, 샌즈에게 물어볼 수도 없었다. 샌즈는 설득이 아닌, 부탁을 했다. 무릎까지 꿇어가면서 말이다. 자신은 한 번도 파피루스의 형에게서 그런 모습을 본 적이 없었다. 초소에서 자는 것을 언다인에게 들키면, 능청을 떨며 핫도그를 팔려고 했고, 애초부터 그곳에 없었다는 듯 도망치기도 했다. 화를 내려고 하면 시시콜콜한 농담을 하며 상황을 무마하려고 했고, 진짜로 샌즈의 농담은 재미 있는 구석이 있어서 넘어갈 때도 많았다. 그것이 샌즈의 매력이었다. 모든 것을 귀찮아하지만, 유쾌하게 능청을 떠는 그런 해골이었다. 그런데, 그런 해골이 자신의 앞에서 무릎을 꿇으며 도와달라고 부탁했다.
그 행동으로써, 샌즈는 더 이상의 질문을 피하고자 하는 것이었다. 더 이상의 증명을 피하고자 하는 것이었다. 언다인은 그것을 이해했고, 샌즈가 이렇게까지 나온다면 자신도 어쩔 수가 없었다.
"……, 내가 도와준다고 해도. 내가 어떻게 해야 하는 건데?"
"일단은 아이의 맹목적인 희생을 멈추게 해야지. 그게 잘못됐다는 것도 알려줘야 해. 그냥 그게 잘못된 거라고 말로 하는 건 의미가 없어. 뭔가 다른 게 필요해. 근본적인 뭔가가 필요하다고."
"……, 난 애 돌보는 유모가 아니야."
그렇다. 그들은 누군가를 돌볼 만한 지식이 없었다. 그런데, 언다인의 말을 들은 샌즈는 뭔가를 깨달은 듯, 그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래. 애 돌볼 줄 아는 사람이 필요하겠어."
"뭐, 뭐? 누구?"
"언다인, 내가 없을 때 애가 워터폴로 가려고 하면, 반드시 너가 보호해줘야 돼. 알겠어?"
"어. 알았어. 근데 어디 가려고?"
샌즈는 현관문 앞까지 걸어가다가, 뒤를 돌아보고 언다인을 보며 말했다.
"아이를 가장 잘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은 괴물한테."
샌즈는 문을 열고 집에서 나가버렸다. 샌즈가 무슨 짓을 하려는 건진 모르겠지만, 언다인은 할 수 있는 것이 없었고 그저 한숨을 쉬며 소파에 걸터 앉아 있을 뿐이었다.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 건지 알 수 없었다. 그 순간에도, 아이의 웃음소리는 간간이 계속 들려올 뿐이었고, 그 소리가 언다인은 딱히 거슬리진 않을 뿐이었다.
추천만 수직상승
샌즈랑 언다인 대화하는게 신선하다..인게임에선 거의 못본거같은데 추천누르고감
토리엘이 다시 나올것같은 느낌이다. 잘봤어 개추야
도와줘요 토리맘!
추천띠~
인간이란 생물의 목숨을 개미목숨마냥 가볍게 느낄 순 없었다... 개미목숨은 가볍게 느끼는건가!
샌즈가 걱정하는모습이 상상되네
오오 토리엘과 다시만나는건가
어머...
어머니가 필요하다 어머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