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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바 마이웨이 난 나만의길을간다!


16.

샌즈는 분노로 인해 부들부들떨리는 손끝을 말아쥐며 애써 차분하게 주변을 살펴보았다. 이곳에서 멀지않은곳에 인간다섯이 2명의 무장한 사람들의 감시속에 나무에묶여있는것이 흐릿하게보였다. 인간사냥이군.

샌즈는 숨을삼켰다. 단백질을 보충할 가축이 멸종하고 식료품이 절대적으로부족한 이때에 도축된고기는 금방썩고 오염되기마련이었다. 사육해서 그때그때도축하겠다.이거지, 악마와 같이 악랄한 지혜였다.이들은 인간이어디까지 천박해질수있는지를 보여주는 산증인들이었다.


....헤헤헤...너희들 나를보고도 별로놀라지않는걸보니 우리같은애들을 만난적이있나보구나?


샌즈는 말을이으며 천천히 파피루스의 앞을 가로막아섰다. 그들은 처음의 충격에서 벗어나자마자 욕지거리를 내뱉으며 전열을가다듬었다.


....흠.내가 충고하나해줄까? 만약 너네가 나에게 그 총구를 들이댄다면말이야...그뒤에 일어날일은 너희에게 별로즐거운일은아닐거야.장담할게.


샌즈는 이협박이 통할것이라고 기대하지않았으나 기선제압을위해 여유로운척하며 어깨를 으쓱했다.
하지만 그들은오히려 이 도발에 기다렸다는듯 총구를 들이밀었다.
사냥감이 제발로걸어들어오는것을보는 굶주린 짐승들의 눈빛이 샌즈를 에워쌌다.다시 바람이 점점 불어오고있었다.


헤,좋아...그렇게나온다이거지.아무래도우리..끔찍한 시간을 좀 보내야할것같네!


샌즈의 눈에서 파란스파크가 번개처럼일었다.

샌즈가 쓸수있는힘은 바닥이있었다. 장기전으로가면 그가 압도적으로불리했다. 시간을끌수록 죽음이다가오고있었다.최대한 빨리 끝내야한다. 샌즈는 숨돌릴틈없이 그들을 밀어붙였다.


총탄이 터지는소리가요란하게 허공을 달구었다.
비명과욕지거리가섞인가운데 살점이튀고 피가흩뿌려지고  쾅,폭음과함께 무더기로솟아오른 뼈의창날에 눈이두껍게쌓인 바닥이 수시로 뒤집어졌다.

사냥을하던 인간들의눈빛이 점점 싸움을하는 눈빛으로바뀌어갔다. 그들은 샌즈의 상식을벗어난 강력함에 당황과두려움을 여과없이나타내었다.
죽음의위협을느낀 인간들의눈에서 점점 악에받힌 살기가 솟아오르고있었다.


샌즈는 힘이 바닥나가는걸느꼈다. 숨이가빠오고 땀이흘러내렸다.손끝하나까딱하기가 천근처럼무거웠다. 하지만 아직도 살아남은 인간들은 자신을 찢어죽일기세로 노려보고있었다. 그들에게지친모습을보일수는없었다.약점을보이는순간 샌즈는 물어뜯겨 그자리에서 찢어발겨질것이었다.


헤헤헤....너희꽤질긴애들이구나.내가제안하나할까? 지금이라도 우리를 내버려두고 떠날생각이있다면 지금당장떠나는게좋을거야.
하지만 그렇지않다면....뭐....너희중 내일아침해를볼녀석은 없겠지.알아두라고.


그것은 허세였고 발악이었다. 샌즈는 떨리는 손끝을 감추며 제발그들이 여기서 멈추기를 바랬다. 그들이멈추지않는다면 결국 마지막에 사냥당하는건 자신이될터였다.

인간들은 영리했다.그들은 사냥을하러 나온것이지 싸움을하러 온것이아니었다. 이미너무많은이가 죽었거나 죽을정도의 치명상을입었다. 하지만 오히려 그렇기때문에 인간들은 물러날수없었다. 저것은 위협이었다.
지금은 피한다하더라도 언제 다시마주쳐 그들의 목숨을 위협할지모르는 위험이었다.

괴물은 괜찮은척 애쓰고있었으나 노련한 사냥꾼인 그들은 이미 그가 많이 지쳐있다는것을 눈치챘다. 지금이 기회였다. 이녀석은 포획도위험하다. 죽일수있을때죽여야했다.



.....우리를 무사히 보내준다는걸 어떻게믿지?


인간들사이에서, 한남자가 거칠게 소리쳤다. 샌즈는 몰래 한숨을내쉬며 한발자국 뒤로몸을빼었다.


난 한번 한 약속은지켜. 못믿겠으면 계속해볼까?

...됐어.그냥,네쪽에있는 우리짐을 들고갈수있게해줘. 우리도그냥물러날테니.

오,이쪽으로오겠다고?그 흉물스러운것을들고?


남자는 신경질적으로 욕을내뱉으며 총을 눈바닥에 던지듯내려놓았다. 남자가 눈짓을하자 살아남은 이들이 눈치를보며 머뭇머뭇 총을 바닥에 내려놓았다.  남자는 두손을 들어보이며 샌즈를 노려보았다. 무기는없어.이제됐지? 샌즈는 너무 순순한 인간의반응이 미심쩍었으나 쓰러져있는 파피루스의 안위가 너무나걱정되었기에 말없이 고개를끄덕였다.


천천히 샌즈와의 거리를좁히며 인간은 자신의 팔이 닿을만한거리를 계산했다. 괴물은 여전히 자신을 경계하고있었으나 가까워질수록 녀석의 지친기색이 또렷히 보였다. 남자는 속으로 비릿한웃음을지으며 잔뜩긴장한 샌즈를지나쳐 자신의 짐을향해 허리를숙였다.

난리통속에 잔뜩 흐트러진 가방안의 내용물을대충쑤셔담으며 남자는 가방을 어깨에 맨채 몸을일으켰다.뭐?짐들고가라며?

당황한듯 굳어있는 샌즈를향해 남자는 어깨를 으쓱해보였다. 과민반응이었나?샌즈는 혼란스러운감정을 숨기지못했다. 아.맞다,생각해봤는데말야... 몃발자국 걸어가던남자가 무언가 생각났다는듯 몸을빙글돌리더니 샌즈의 멱살을움켜쥔채 부츠에 숨겨둔 칼을꺼내 재빠르게 샌즈의 갈비뼈에 쑤셔넣었다.


....큭..!뭐....!!

미안한데,넌역시 살려둬선 안될것같거든.

샌즈는 눈앞이 아득해지는것을느꼈다. 방심했다.
이미 힘이빠질대로빠진 손이 부들부들떨리며 멱살을 움켜쥔 남자의손을 긁어내렸다.

남자는 쑤셔넣은칼을 부러 돌려빼며 샌즈를 바닥에 패대기쳤다. 고통스러운신음이 바람에섞여 흩어져갔다. 남자는 검은장갑에묻어난 하얀 먼지덩어리를 살펴보았다. 먼지에서는 약간의 비릿한 물비린내가났고, 그것은 죽음의 냄새였다.


남자는 하늘하늘 내리기시작한 눈이 죽어가는 샌즈의 위로 하나둘쌓이는것을지켜보다가 고개를돌렸다. 동료들은 이미제짐들을 챙기느라바빳다. 그중몃몃은 이미죽었거나 아니면 이제곧 죽을예정인 동료의 짐을 털어 제가방에 쑤셔넣기에 바빴다.어느누구도 죽어가는 동료들에게는 일말의 관심조차없었고.어느 누구도 그런그들을 비난하지않았다.약한자는 강한자에게 먹히고 정을 챙기는 녀석이 제일먼저 이용당해 죽는게 당연한 그런 세상이었다.


샌즈의 가물거리는 시야에  하얀눈이차올랐다.
내뱉어지는숨이,숨을쉬고있는것인지 스스로도 알지못할정도로 약하고 느릿했다.샌즈는 손끝에서부터 점점감각이사라지는것을느꼈다.
아,여기서 끝이구나. 온몸의 모든감각이 하나둘씩꺼져가는것을 느끼며 샌즈는 죽어가는머리로 오래전에했던 고귀한 여성과의 약속을떠올렸다. 나의아이를 보살펴주세요.
무너지는 세상속에서 그녀가 목숨을바쳐 살려낸 아이는 울고있었다. 샌즈는 세상이무너지는 그날 그렇게 일생의 마지막 약속을했다. 목숨을걸고 아이를 지키겠노라고.

....죄송합니다.왕비님.약속...지키지못했네요.

샌즈는 자신의멱살을 잡아올리는 거친손길을 느끼며 모든것을 포기한채 눈을감았다.


남자는 어딘가 마음한구석이 찝찝한것을느꼈다.
이대로두면 녀석은 분명히죽을터였고 이미반쯤은 죽은거나다름없었으나 알수없는 불길함이 자꾸만 남자를괴롭혔다. 확인사살한번한다고 칼이닳는것은아니니까. 남자는 먼지가되어 바스러지기 시작하는 샌즈의 멱살을잡아들어올렸다. 그많은 살육을저지른 놈이라고는 믿을수없을정도로 가벼워진 무게에 흠칫.팔을굳힌 남자는 이내 서슬퍼런 칼을꺼내어 샌즈의 심장을노려 칼을찔러넣었다.

푸욱,날카로운 날붙이가 살을파고드는 끔찍한소리가 났다.


....큭....뭐야...!?

남자는 척추를 타고달리는 끔찍한 격통에 칼을떨어뜨리며 무릎을꿇었다. 푸른빛이 지직거리는 날카로운 창이 자신의배를 꿰뚫은채 뚝뚝.붉은피를흘리고있었다.남자는감히창을뽑을생각도하지못한채 황급히 고개를돌렸다. 격통으로인해 잠시멍해졌던 귀가뚫리자 고막을찢을듯이 비명소리가 날아와 꽂혔다.

사방에서 날라오는  푸른빛의 창들이 사정없이 인간들을 꿰뚫었다. 눈밭은 붉은피로 물들다못해 검게보일지경이었다. 학살이었다. 눈앞에벌어지고있는것은 일방적인 학살 그외의 무엇도아니었다. 이게,대체무슨....! 남자는 의문을 풀새도없이 지지직거리며 눈앞에서 만들어지고있는 푸른창을 바라보며 눈을크게떴다. 마법. 믿을수없다는듯 중얼거리는 한마디와함께 퍽,하고 푸른창이 남자의 두개골을 꿰뚫었다.



....찮아?어이,정신차려!샌즈!파피루스!!

날카로운 목소리가 샌즈의 고막을 비집고들어왔다.
샌즈는 깊게 가라앉은 의식이 억지로끄집어 올려지는듯한 불쾌한감각을받으며 힘겹게 눈을 떴다. 반쯤 죽은 시신경이 흐릿하게 붉은머리칼을 잡아내었다. ....언다인...? 속삭임을들었는지 그녀,언다인이 죽을상이었던 인상을 피며 말을꺼냈다.

그래,나야!정신이좀들어?

샌즈는 대답없이 가늘게 숨을한번내쉬었다. 샌즈는 언다인의 뒤에서 조그만 갈색머리통이 튀어나와 자신을 와락 껴안는것을느꼈다.

아이는 샌즈의 차가운 체온을 온몸으로느끼며 샌즈의 눈이 느릿하게 깜박이는것을 보고있었다.
죽어가는 시야에는 눈앞에있는 아이의 얼굴 표정이 잘보이지가않았다. 깜박,눈이 느릿하게 감겼다가 떠지고아이는작은손을들어샌즈의뺨을어루만졌다.

그 조심스런 손길에 샌즈는 눈꺼풀을 힘들게 들었다가 푸스스,부서질듯이 위태롭게 웃었다.

아이는 그 웃음에 심장이 철렁해 몸을 일으키려 했으나 샌즈는 팔을 뻗어 눈앞의 아이를 끌어당겼다. 작은 몸, \'네가 날 구했구나.\' 작지만 큰 몸, 난 포기하려 했는데 너는 날 구했어. 샌즈는 뒷말을 삼키며 너덜너덜해진 팔로 아이를끌어안았다.



17.

피로얼룩진 공터위로 어둡고 차가운 밤이 오고있었다. 언다인은 금방이라도 죽을기세인 샌즈와 미동도않는 파피루스를 살펴보았다. 파피루스는 기력이다해 탈진한상태인듯했다. 큰상처도없어. 애초부터 생포할생각이었군. 큰일인것은 샌즈쪽이었다. 상처가 너무컸다. 이대로두면 얼마못가 샌즈는 죽고말것이었다. 날씨가 점점안좋아지고있었다. 여기서 더지체했다간 샌즈는 물론이고 파피루스와 아이의 목숨마저 장담하지못할것이었다. 언다인은 입술을 깨물며 잠시 생각에 잠겼다.

너네 여기서 잠깐만 기다려!!

붉은 머리칼이 공터너머로 사라지는것을 바라보며 프리스크는 조그만팔로 할수있는 만큼 샌즈와 파피루스를 끌어안으며 눈을 질끈감았다. 차가운 공기가 옷틈새로 스며들어왔으나 껴안은 두 스켈레톤들에게서 스며오는 죽음의한기가 더욱 시렸다. 프리스크는 몸을떨었다.



사라졌던 언다인이 지프차를 끌고나타났다. 그짧은사이에 제법눈이 내리기시작했다. 언다인은 샌즈와 파피루스를 뒷좌석에 실은채 프리스크를 제옆에앉힌뒤 시동을걸었다.

.....언다인..너,면허증도있었어?

으!!지금같은때에 면허증이무슨대수야!!말하는거보니 너 살만한가보다?

헤헤헤. 샌즈는 목숨을 쥐어짜내듯 부러 웃으며 말을꺼냈다. 말하지않으면 이대로 정신을 잃을것만같았다. 한번더 의식을 잃었다간 이대로 영영깨어나지못할것만같았다. 그런 샌즈의 발버둥을 눈치챈 언다인은 입술을깨물며 엑셀을 밟았다.

....그래서....대체 어떻게 된거야?

....난 원래 그 근처를 매일 순찰하고있었어. 우리은신처와 가까운데다가 가끔씩이지만 인간들이 꼬이거든. 오늘은 느낌이안좋아서 평소보다 조금더 멀리갔었는데 어디서 도와달라는 목소리가 들렸어. 그목소리를따라 프리스크를발견하곤 너희얘기를 듣고 달려온거야. 이런때이지만 만나서반갑다,야! 너희가 살아있어서 다행이야!


언다인은 정말로 기쁜듯이 활짝웃으며 백미러 너머로 샌즈와 파피루스를 바라보았다.
샌즈는 불에데인듯이 욱신거리는 갈비뼈를 부여잡으며 입꼬리를 말아올렸다.그러니까 요컨데, 운빨이었다는거였다.
거기서 프리스크가 언다인을 만나지못했더라면 그들은 그자리에서 다죽은목숨이었을거란얘기였다.

...헤헤..그리고 지금 죽어가고있고.

야!!재수없는소리하지마,샌즈! 너흰 절대안죽어.

안죽어.죽게놔두지않아.언다인은 눈을부릅뜨며 거칠게 핸들을돌렸다. 꽉잡아! 환자를 둘이나데리고 지나가기에는 조금 거친길이었으나 달리 다른지름길이없었다.1초,1초가 아까웠다. 언다인은 핸들을 꽉움켜쥐었다. 다시는 그때 같은 비극을 보고싶지않았다.
더는 누구도 내눈앞에서 죽어가게 놔두지않을거야. 언다인은 스스로에게 다짐하듯 중얼거렸다.




18.

ㅡ알피!!구급약!!구급약!!!


오,세.세상에!! 언다인..!이게무슨??



쾅! 두꺼운 나무로만들어진대문이 거칠게 열리는소리에 화들짝 놀란 알피스는 언다인의 등과 허리에 짐짝처럼 짊어져있는 두 스켈레톤의 모습에 경악하며 들고있던 플라스틱 쟁반을 떨어뜨렸다.


대체무슨일이야?! 잠깐,이거혹시.. 샌즈?파피루스?어.언다인, 대체 밖에서 무슨일이있었던거야?!


설명할시간없어,알피!! 얼른치료하지않으면 얘네 다죽고말거야!!


뭐?! 그,그....!!이,일단 침실로!!


언다인의 다급한기세에 휩쓸린 알피스는 발로 대충 바닥에떨어진 쟁반을 한구석으로 치우며 자신의 연구실로달려가 약품과 의료도구를 정리해놓은 가방을 집어들었다.무슨상황인지 전혀 알수없었으나 자신의눈이 맛이간게아니라면 분명 그두해골은 샌즈와 파피루스임이 틀림없었다. 그리고 자신이 잘못본게아니라면 그둘은 겉으로보기에도 상당히 많이 다치고 지쳐보였다. 알피스의 머리가 긴박하게돌아갔다. 상황설명은 나중에, 우선은 그들을 살리고봐야했다.




....음....


샌즈는 골이 부서질듯한 통증을느끼며 눈을떴다. 멍한시야로 갈색의 나무천장이 들어왔다. 그것을 말없이바라보던 샌즈는 고개를돌려 하얀시트대신 까끌한 군용담요가 덮여있는 침대를 내려다보았다. 담요밖으로 비죽나온 팔뚝에 꽃힌 링거에서 노란액체가 똑똑 떨어져들어가고있었다.


\'헤헤...이런걸 보고 \'골수\'주사라고 말하던가?\'


현실감을잃은듯 실없는농담을떠올린 샌즈는 말없이 키득키득웃었다. 근래에들어 생각한농담중에 최고로 마음에드는 농담이었다. 기억해놨다가 죽기전에한번써먹어야지.

이미죽음의 문턱까지갔다가 가까스로돌아온 샌즈는 키득거리며 생각했다.


새.샌즈..?정신이들어?


누워있는 샌즈의위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다. 알피스.
찬물을 뒤집어쓴듯 몽롱한정신이 확깨었다.실없이 웃고있을때가아니었다. 독한알코올의 차가운냄새가 현실을 직시하라는듯 숨을가득채웠다.


샌즈는몸을일으켰다.온몸의 뼈가 부서질듯 욱신거리며 비명을질렀으나 샌즈는 개의치 않았다.



새..샌즈!벌써일어나면 안돼! 아직세시간도안지났는데...!


알피스.


너.넌좀더 안정을취해야해! 여기서 더몸이나빠지면 그땐나도 손쓸수가없다고!


ㅡ알피스.


너...넌...! ....하아......


알피스는 손에들고있던 물수건을 두손으로비틀며 한숨을내쉬었다. 이럴때의 샌즈는 무슨말을해도 씨알도먹히지않는다는걸 알피스는 알고있었다. 그래...알았어.


알피스는 간이 의자에 털썩 주저앉으며 샌즈를바라보았다.


뭐가 묻고싶은건데?


....내가 뭐가 묻고싶은지는 네가 더 잘알거야.알피스.


샌즈,그건 한두마디로 끝날얘기가아니란거 너도알잖아. 지금네몸상태로는 버티지못할거야. 조금만더쉬고,기력이회복되면그때...


알피스,난 지금 어리광부리고있을 때가아니야.

이건 어리광이아니야! 네몸상태를 제대로알긴하는거야? 온몸이 엉망이야,지금이렇게 일어나있다는게 믿을수가없을정도라고!

흠,하지만 이렇게 일어나있잖아?

샌즈,농담이아니야,제발...!

알피스는 애써눌러왔던 감정을 터뜨리며 손바닥에 얼굴을 묻었다. 꺼져가는 숨을 앞에 두고도 아무것도 할수없는 무력감.알피스는 여기까지오는동안 너무많은것들이 죽는것을 지켜봐왔다. 그중에는 분명 살릴수있는 목숨이있었는데도 그러지못한이들이 너무많이있었다.알피스는 더이상 그감정을 느끼고싶지않았다. 그런비극은 이제충분했다.


나...난...너희가 살아있어줘서 정말너무기뻐.그리고...내눈앞에서 너희가 죽는것은보고싶지않아. 그런끔찍한것은...더는...

....알피스.


샌즈는 손을뻗어 떨리고있는 알피스의 어깨에 손을얹었다.



우리가 살아나가기를 바란다면 넌지금당장 내게 얘기를해줘야해.

..........


알피스는 눈물에젖어 엉망인 얼굴을 들어 샌즈를바라보았다. 알피스는 더이상 설득이 소용없을거라는것을알았다. 그얼굴은 지키는 자의 얼굴이었다. 자신을 속이며 생명을깍아가며 소중한이들을 지키는자의눈이었다. 알피스는 그런 얼굴을 하는이를 익히 알고있었다. 모를수가없었다. 언제나 든든하고 다정한,붉은 머리카락이 시야에 떠올랐다 사라졌다. 알피스는 숨을 깊게들이쉬었다.


.....알겠어.다만, 링거 먼저갈고나서 얘기해줄게.

...헤헤..그거 수면제는 아니겠지?

글쎄, 내심정으론 그렇게라도 널재우고싶지만...


바깥은 칠흑같은 어둠에 소리마저 먹힌채 그저 하염없이 눈이 소복소복 내리고 있었다.
알피스는 주황빛의 램프를켜둔채 유리창에 암막커튼을 쳤다. 따듯한 주황빛에 의지하며 깊은밤이무르익을때까지 그들은 쌓인 이야기를 나누었다.






19.

어느때보다 긴밤이지나고 동이터오는새벽이 찾아왔다. 대강의 이야기를 마무리지은 샌즈는 너덜너덜한몸을이끌고 옆침대에서 아직도 정신을차리지못하고 누워있는 파피루스를 살펴보았다. 똑똑 떨어지는 약물따라 샌즈의 심장도 울렁였다. 파피루스의상태는어때?

샌즈는 그의동생이 깰세라 아주작게속삭였다.

...괜찮아.긴장한데다가 너무무리하게힘을써서 탈진한거뿐이야. 큰상처도없고 푹쉬면  괜찮아질거야..

알피스는 마주속삭이며 말없이 파피루스를 내려다보고있는 샌즈를 흘깃바라보았다.

그래...꼬맹이는? 혹시 열이나진않았어?

프리스크?지금쯤언다인이랑같이자고있을텐데...근데열이라니? 내.내가봤을때는 멀쩡해보였는데..?

....헤,괜찮다면 됐어.신경쓰지마.


샌즈는 의문에가득찬 알피스의 얼굴을 부러 피하며 몸을 움직였다. 천근처럼무거운몸을 끌다시피 하며 거실로나간샌즈는 거실바닥에 아무렇게나 앉은채 피묻은 창을닦고있던 언다인과 마주쳤다.

...여, 벌써 움직여도 되는거야?

헤헤..푹쉬었으니 이제또 일을해야지.

네입에서 그런 성실한소리가나오다니,세상이 말세는 말세인가봐.

언다인은 킥킥웃으며 창을닦았다. 군데군데 스며든 닦아도지워지지않는 갈빛의 핏자국이 서슬퍼런 창의날과함께 푸른어둠속에서 번득였다.

....꼬맹이는?

샌즈는 언다인의 옆에 천천히앉으며 입을열었다. 싸늘한 새벽의한기가 거실을맴돌았다.

내방. 밤새안자고 너희걱정을 늘어놓더니 지쳤는지 내가 깨워도 안일어나더라.

언다인은 자신의 창날을 바라보며 말을이었다. 어쩌다가 여기까지온거야? 묻는 언다인의목소리는 제법진중했다.

너희가 어디서부터왔는지,또어디로가려는지는 모르겠지만 이뒤로는 상당히위험해. 인간들도많고. 나와알피스는 그럭저럭 숨어지내고는있지만 그런 우리도 이근처를 크게벗어나지는못해.

언다인은 벽난로의 불씨를바라보며 말없이 얘기를 듣고있는 샌즈를 바라보았다.

앞으로 어쩔셈이야? 어제는 너도나도 운이좋았지만 앞으로 계속그럴거란 보장은없어....너희만괜찮다면우리랑여기서같이지내자.

샌즈는 말없이 눈을깜박였다. 언다인은 제법진지한표정이었다. 샌즈는 생각했다.분명 이곳은 나쁘지않은 은신처였다. 하지만.. 샌즈는 그동안 자신들이걸어온길을되새겼다. 내려오는 눈폭풍을 피해서 도망가는 길목길목 인간들이 한계까지 머물다가 견디지못하고 도망친흔적들. 미처 미련을버리지못하고 남아 결국 죽음을맞았던 시체들. 이곳은 한두달머물거나 혹은 괴물인자신들이 살아가기에는 썩나쁘지않은곳일지도몰랐다. 하지만 그가지켜야하는 아이는 인간이었다. 이지역은 인간이 버린곳이었다. 무슨이유로든 인간이이곳을 버린데에는 이유가있을것이었다. 인간이 버티지못하는 무언가가...샌즈는 대답을기다리는 언다인을 바라보며 입을열었다.


헤헤....괜찮은제안이지만, 그얘기이전에 우선 우리가 해야할일이있지않아?




아침이 오자 언다인과 샌즈는 은신처를 나서 어제의 끔찍한 학살극이벌어졌던 공터를향했다.
어젯밤이후로 아무도다녀가지않은 그곳에는 같은인간들에게 사냥을당했던인간들이여전히 나무에묶여있었다.

다시 그장소를 찾은 두명의괴물과 다섯 명의 인간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이야기라고 할 것도 없었다.  제발우릴 도와달라, 그들의 본거지에 동료들이 남아 있다..... 언다인은 눈을 찡그리지도 않고 가만히 이야기를듣고만있는 샌즈를 불만스럽게 흘깃바라보다가 자신이 죽였던 인간들의 짐을 챙겼다. 콘밀 통조림, 점토 블럭같은 칼로리 바, 플라스틱 통에 꽉 차있는 잘린 생고기. 언다인은 통안의 고기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살점이있는 생명체는 인간이외에 모조리 사라져버린지 오래였다. 안에담긴것은 적어도 돼지고기 따위가 아닐것임은분명했다. 통을바닥에내려놓은뒤 언다인은 다시 가방을 뒤졌다.아, 코코아 가루다, 언다인은 조금 들뜬 듯 코코아 믹스 여섯 개를 옮겨 담았다. 샌즈는 그런 언다인의 모습에 인간들의 눈치를보며 씁쓸하게 웃었다.


결론만 말하자면, 도와드릴 수 없습니다. 들고온 배낭을 잔뜩 채운 언다인의모습을확인한 샌즈는 나지막히 대답했다.  두괴물은 인간들의 몫을 남기지 않았다. 사냥은 그들이 당했고 그들이 했다. 다섯 명 중 가장 나이가 많아 보이는 인간이 그의말에 어깨를움찔떨었다.


우릴 먹을 거요?

아뇨.

죽이고 갈 거요?

아닙니다.

그딴데 쓸체력이 아깝지.

....언다인.

그래, 그렇지. 체력이아까워.

밧줄은 풀어드리겠습니다.

차라리 죽여.

.......

너희들도 알텐데. 무기도 먹을 것도 없이 풀려나봤자 다시 사냥당하거나 떠돌다 죽을뿐이야.


자조적으로 중얼거리는 말에 샌즈는 입을 다물었고 언다인은 그런 샌즈를 흘끗 보다 날카로운 목소리로 내뱉었다. 먹을 게 왜 없어? 이거, 이거 먹으라고. 언다인은 바닥에 내려둔 플라스틱 통을 발끝으로 툭툭 건드렸고 순간 인간들의안색이창백해졌다.샌즈는언다인의팔을붙잡았다.


뭐, 내가 틀린 말 했어?

─언다인.

인간들은 왜 이렇게 떠넘기길 좋아해? 원래 다 그래? 너도 마찬가지야!

샌즈는 격분한채 자신을 향해 소리치는 언다인의 모습에 붙잡았던 팔을 놓았다. 이봐, 인간, 언다인은 그들을 부른 후 이를갈며 자신의 창을 꺼내 그들의눈앞에 내리꽂았다.너희들의 역겨운 삶을 우리괴물들에게 떠넘기지 마. 거지같으니까.

언다인을 지켜보던 인간들은 그녀의 창끝이 그들의  목을향하기 전에 현명하게 말을 거두었다. 그들은 죽여 달라고 했음에도 죽고 싶지 않았다.





20.

두괴물은 인간다섯을 풀어주고 숲으로향했다.
이강을 따라가면 우리은신처야. 언다인은 갈대가 잔뜩죽어있는 강으로 샌즈를안내했고 그들은 탁하게 흐르는 물줄기소리를 배경삼아 갈대를밟으며 강옆을 따라걷기시작했다.


오늘밤엔 코코아 마실수있겠지?

언다인은 배낭을 고쳐매며 기분 좋게 흥얼대었고, 샌즈는,넌 정말 인간들에게는 관심이없구나. 작게 중얼거렸다. 그것은 비난이 아니었다. 네게 떠넘겨서 미안했어. 사과였다.

언다인은 눈을동그랗게뜬채 샌즈를 바라보았다.

.....미안해?

미안해.

......알면 됐어.


그들은 입을 꾹다문채 기는것보다 조금나은속도로 천천히 발걸음을옮겼다. 졸졸 흐르는 강물의흐름이 조용한 숲속을 가득채워나갔다. 그들은 평소처럼  주변을경계하거나 혹시모를기습에 대비해 긴장한채 걷지 않았다. 이미 죽음의경계를 본자들이었다. 그들은 평소보다 배는 느린속도로 걸으며 험난한세상속에서 소중한것을 지키기위해 악바리처럼 발버둥치던 손의 힘을  잠시 빼었다. 여전히 어둠은 걷히지않고 세상은 자꾸만 얼어붙어갔으나 그들이걷고있는동안만큼은 시간이 정지한듯 고요했다.


은신처에도착한때는 정오가지났을 무렵이었다.
언다인과 알피스가 없는솜씨로 만들어 쳐놓은 울타리와 덩굴을 지나 마당에들어선 샌즈는 대문곁에서 총알같이 튀어와 달려드는 아이의 어택에 휘청,하며 매달리는 아이를 붙들었다.


...헤헤,환영인사가 거친데,꼬맹아?

샌즈는 프리스크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그동안 정신이없어 살펴보지못했던 아이의 몸상태를 살펴보았다.아이의 안색은 나쁘지 않았고 몸어디에도 상한곳은 없었다.
샌즈는 끔찍했던 어젯밤을떠올리며 기적처럼 아이가무사한것에 감사했다.


프리스크가 호기심 가득한얼굴로 기웃거리는가운데 알피스와언다인은  배낭을풀어 그들이 수확해온 물품들을 하나하나 확인하며 정리하기시작했다. 그것을 멀리서지켜보던 샌즈는 소리없이 몸을 움직여 파피루스가 누워있을 침실로향했다.


암막커튼으로 가려진 방안은 칠흑같이 어두웠다. 샌즈는 어둠에 눈을 익히며 파피루스의 이마에 조심스럽게 손을얹은채 파피루스가 천천히 깨어나는것을 지켜보았다.코에 땀이 송글송글해 닦아내주자 눈이 깜빡, 그리고 다시 감기는데, 주변이 어두워 파피루스의 표정이 잘 보이지 않았다. 왜? 샌즈는 아주 작게 속삭였다. 아픈데라도있어? 식은땀을 닦아내주는 손길을 느낀 파피루스는 감은눈을 반쯤뜬채
쉰목소리로 입을열었다. ....프리스크는?

꼬맹이는 괜찮아. 걱정하지마,파피루스.

그럼너는? 샌즈.

........나도,괜찮아.


대답앞의 잠깐의 침묵을 파피루스는 굳이캐묻지않은채 어둠속에 희미하게 보이는 샌즈의 상처투성이인 손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샌즈..

파피루스는 몸을 일으켰다. 샌즈는 금방이라도 무너질듯한 파피루스의 표정에 불안한 입을다물었다.

미안해, 내가약해서...

...아니야.

담요를 쥔 손이떨렸다. 샌즈는 무너지는 동생의 모습을보며 자신의 심장도 같이무너져내리는것을 느꼈다. 그것은 몸이 바스러지는것보다 더욱 견디기힘든 고통이었다.


모든게 다 나때문이야. 내가조금만더 강했더라면 너도 다치지않았을건데...

아니야,파피루스.아니야...

샌즈는 웅크린채 떨고있는 파피루스를 다급하게안았다. 놓으면 그대로 무너져버릴것같았다.자신마저도. 끊이지않고 흘러나오는 자책의말이 너무아팠다. 아니야,네잘못이아니야.제발그런 말하지마..

파피루스는 손을뻗어 샌즈를 끌어안았다. 작은몸이 금방이라도 사라져버릴듯 가벼워서 파피루스는 덜컥 겁이났다. 괜찮아.파피루스,괜찮아...모든게 다괜찮아질거야. 샌즈는 기도하듯이 필사적으로 중얼거렸다.

죄책감의 칼날에 난도질된 심장이 쓰려왔다. 참지못하고 내뱉은 죄책감이,말이 날카롭게 자신을 찌르고 샌즈를 찔렀다.파피루스는 입을열었다가 아무말도하지못하고 다시 입을다물었다. 감히 더 말을꺼낼수가없었다. 더이상 자신을 자책하며 상처입히기에는 그들은 이미 너무많이 다치고 상처입었다. 더는 버틸수없을정도로.
...그래,괜찮아질거야..

파피루스는 수없이 입안을맴도는 날카로운 죄의말을 속으로삼키며 주문을 외우듯 중얼거렸다. 괜찮아질거야..  



어, 파피루스!!너 드디어 일어났구나!

몸을 추스르고 거실로나선 샌즈와 파피루스를 발견한 언다인이 앞치마를두른채 창대신 국자를휘두르며 둘을반겼다. 떠들썩하게 요리중인 거실 탁자에는 그들이가지고있는 그릇이란그릇은 다나온듯싶었다. 좋아,오늘은 파티다! 언다인은 식료품들을 가득꺼내 도마위에 와르르쏟았다.

어.언다인!그렇게 전부다 꺼내면 안돼!

칼질을하던 알피스가 식겁하며 바닥을구르는 식료품들을주워담았다.

난리법석인 거실을 바라보며 얼이빠진듯 가만히서있던 샌즈와 파피루스는 자신들을잡아당기는 작은손길을 느끼고 시선을내렸다. 방독면을 벗은 프리스크의 앳된얼굴이 자신들을 올려다보고있었다.

프리스크는 등뒤에숨긴채 꼬물거리던손을 꺼내 어디서찾았는지모를, 그 손보다조금더작은 금빛노란꽃을 귀에꽂았다. 아이의 작은머리를따라 흔들리는 노란꽃잎과 함께 수줍게 살풋 웃는 그,

미소가너무나 티없이맑아서.

파피루스와 샌즈는 피식.웃음을흘렸다. 그랬다.그모든것들, 그모든 걱정과 절망과 공포와 셀수없이몰래삼켜온 수많은 한숨들, 그모든것이 이 작은 웃음 하나를 위한 것이었다.

두 스켈레톤은 시린가슴에 반창고를 붙이듯 온기를 불어넣는 아이의 맑은 웃음을바라보며 말없이 웃었다.

어둠을밝히는 전등불빛아래 물이끓는소리와 따듯한요리의 냄새속에 두런두런 이야기를나누는 소음이 아이의 웃음과함께섞여 음악처럼 귀를간질였다.

세상이 뒤집어진이래로 처음 찾아온 짧은 평화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