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치고 힘든 하루.
당신은 모든 일과를 끝내고 드디어 당신의 유일한 안식처인 집으로 돌아와 짐을 내려놓았다.
불 꺼진 쓸쓸한 풍경이 당신을 맞이하였고 당신은 작은 한숨과 함께 불을 켜고 집안으로 들어왔다.
정말 고된 하루였기에 당신은 울적한 마음을 안은 채 가볍게 신변정리를 한 후 당신이 가장 편안하게 느끼는 곳인 침대위로 당신의 몸을 뉘었다.
까슬하면서도 푹신한 이불과 베개의 촉감이 당신을 위로하듯 안겨왔고 당신은 내일 역시 힘겹고 지루한 하루가 될 것이라 생각하며 서서히 잠이 들었다.
당신이 눈을 떴을 때 보이는 것은 온통 어둠뿐인 공허한 공간이었고 당신은 그저 그 공간에 가만히 서있을 뿐이었다 이윽고 당신은 이것이 꿈이라는 것을 깨달았고 순간 기대감에 부풀었지만 이윽고 무감각해진 표정으로 바뀌게 되었다.
'다른 사람들은 루시드 드림을 꾸게 되면 자신이 원하는 대로 꿈을 꾼다는데.. 나는 어째서 꿈조차 이렇게 공허하고 홀로 남아있는 걸까?'
이러한 생각을 하며 당신은 그저 이 불쾌한 꿈이 빨리 끝나기를 바라며 서있을 무렵 당신의 뒤편에서 누군가 당신을 부르는 소리가 들려왔다.
"이봐."
당신은 목소리의 주인공을 보기 위해 고개를 돌렸고 그곳에는 키가 작은 해골 하나가 주머니에 손을 넣은 채 당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것은 당신이 아주 예전에 플레이 했던 게임 속 캐릭터인 샌즈였다.
"헤헤 뭐야 그 표정은? 여기서 이런 '골'때리는 상황을 맞이하게 될 줄은 몰랐다는 표정이네
뭐 설명하자면 긴데 그냥 생략할게,
일상에 지친 너에게 이런 복잡한 것까지 설명하면 너무 잔인한 짓이잖아?
내가 어떻게 해서 이곳에 오게 되었는지가 더 중요하지."
그렇게 말한 샌즈는 어두운 공간 속을 걸어 당신에게 가까이 다가왔고 당신을 빤하게 바라보고 있었다.
당신은 '꿈이니깐 이런 것도 경험하는구나' 라고 생각하며 그래도 이 고된 일상 중 이런 꿈으로 라도 당신이 알던, 그리고 좋아하던 캐릭터가 나온 것만으로 울적한 기분이 조금 나아지는 것을 느꼈다.
그리고 그러한 당신을 보며 샌즈는 마치 어이가 없다는 듯이 눈을 감고 가볍게 웃어 보였다.
"뭐 너무 힘들어 보이길래 위로라도 해줄까 해서 온 거였는데 날 보자마자 그렇게 약간의 위안이 든 거야?
이거 너무 오랜만에 봐서 그런 건가? 이봐 친구, 우리가 얼마 만에 만나는 거지?"
당신은 샌즈의 질문에 당신이 언제쯤 마지막으로 언더테일을 플레이 했고 또 언제 마지막으로 그와 관련된 것들을 보았는지 떠올리려 했다.
그러한 당신을 보면서 샌즈는 작게나마 한숨을 내쉬며 다시 말을 이어왔다.
"헤.. 친구야 그런 건 어쨌든 중요하지 않아.
그저 아주 오랜 시간이 흘렀고 네가 힘들어 함에 우리가 널 만나러 왔다는 거지 그 동안 많이 힘들었나 보네 "
그렇게 말한 샌즈는 보란 듯이 당신에게 손을 뻗어왔고 공허 속에 두둥실 떠있던 당신의 눈 앞에
아마 당신의 영혼일 것이라 추정되는 파란하트가 나타났다.
당신의 주먹 두 개를 합쳐놓은 듯한 크기의 하트는 작게 고동치며 당신이 아직 살아있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었지만
이곳 저곳 상처를 입은 모습과 더불어 깊게 파이기도, 어디엔가 쓸린듯한 흔적들 역시 선명하게 남아있었다.
"이것 봐, 잠깐 떠나있던 사이에 이렇게 수많은 상처들을 받았잖아.
역시 너는 잠시라도 눈을 뗄 수 없는 녀석이라니깐, 이리와 친구야."
샌즈의 손짓에 따라 당신의 몸과 영혼은 그에게로 끌려왔고 샌즈는 자신의 앞에 떠 있는 당신의 영혼을 바라보더니 주머니를 뒤적거려 무엇인가를 꺼내어 포장을 벗겨냈다.
종이로 된 포장이 찢어지는 소리가 들려오고 샌즈는 포장을 푼 것을 든 채 당신의 손을 꼬옥 잡았다.
"마음의 상처 같은 건 혼자 치료할 수 없는 거야.
자, 같이 붙이자고 꼬마야"
당신은 샌즈가 당신의 손에 쥐어준 물건을 손을 펴서 확인해 보았다.
살구색에 밋밋한, 요즘에 나오는 것들과 다른 투박한 대일밴드 몇 개가 당신의 손안에 들려져 있었고 샌즈는 마치 어서 붙이지 않고 뭐하냐는 눈빛으로 당신을 보며 그의 손에 남아있는 대일밴드 몇 개를 당신의 상처 입은 영혼에 붙이기 시작했다.
당신은 아무 말 없이 샌즈와 함께 대일밴드를 당신의 영혼에 하나 하나 붙이기 시작했고 아쉽지만 그것만으로는 당신의 영혼에 난 상처들은 치유되는 것 같아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샌즈는 여전히 대일밴드를 붙이고 있었고 어느 샌가 당신과 샌즈는 손에 들린 모든 대일밴드를 다 써버리고 말았다.
*당신은 이게 무슨 의미가 있는 거냐고 물어보았다.
"....사실 아무런 의미 없어 꼬맹아, 그저 네가 우리에게 처음 왔었을 때가 생각나서 해본 짓이야."
*당신은 샌즈의 말에 뭔가 이상하다는 걸 느끼기 시작했고 샌즈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당신은 플레이어였으며 샌즈와는 어떻게 보면 처음 만나는 거라고 말이다. 그리고 자신은 꼬맹이가 아니라는 말까지 덧붙였다.
"그렇게 노'골'적으로 말할 필요는 없잖아 꼬맹아? 그리고 지금 네 모습을 봐."
당신은 샌즈의 말에 고개를 내려 당신의 몸을 살펴보았다. 어느 샌가 당신의 몸은 아주 어려졌으며 당신의 복장은 파란색과 보라색 줄무늬 옷이 입혀져 있었다. 당신은 깜짝 놀라며 샌즈를 바라보았고 무엇이라 말하려 했지만 그전에 샌즈는 조용히 다가와 당신을 끌어 안아주었다.
"네가 누구인지는 중요하지 않아 꼬맹아, 네가 무슨 일을 하는 사람이던, 누구이던 상관없어.
중요한 건 네가 바로 힘든 일상 속에서 지치고 상처 받았을 때, 우리의 이야기를 진행하면서
잠시나마 위안을 받았던 누군가 였다는 게 중요한 거지."
"그래, 우리들의 이야기를 진행하고 보면서 아프고 쓰라린 기억들을 잠시나마 잊고 숨겨왔던 네
감정을 꺼내어 보여주었던 니가 바로 우리들의 꼬마 친구인거야."
*당신은 샌즈의 말에 아무런 대답을 할 수 없었고 그저 조용히 안겨있을 뿐이었다.
"많이 힘들었지? 다 알 순 없어도 느낄 수 있어,
오죽했으면 이젠 과거로 흘러가 버린 우리들을 무의식 중에 떠올렸을까?
친구야... 여기라면 누구라도 너에게 뭐라 할 수 없어, 그러니 네 마음의 짐을, 그 상처들을
우리에게 나누어 줄 순 없겠니?"
샌즈의 말에 당신은 그 동안 참아왔던, 상처받았으나 차마 말하지 못했고 속으로 눌러오며 다른 이들을 위해 괜찮다고 위로해오던 당신의 모습이 떠올랐고 당신의 두 눈에는 어느 샌가 투명한 물줄기가 흘러 넘치며 당신의 턱을 타고 흐르기 시작했다.
"그래...그거야.. 네 안에 울렁임을 전부 토해내 꼬마야,
가끔 이렇게 토해내는 것도 괜찮아. 누군가에게 기대는 것도 말이야."
샌즈는 눈물을 흘리는 당신을 토닥여 주었고 당신은 막힌 둑에 쌓여있던 울분이 터져 나오는 것을 느끼며 그의 품 안에서 서럽게 울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러한 당신과 샌즈의 주변으로 시리도록 푸른 꽃들이 만개하며 피어나기 시작했고 피어난 꽃들에서 차례대로 누군가의 말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요! 친구! 우릴 잊고 있었던 거야? 보고 싶으니깐 한번쯤 들어와줘!]
[네 덕분에 알피스랑 잘 돼서 지상에서 행복하게 살고 있다! 언젠가 우리가 생각나서
돌아온다면 그때 다시 한번 요리나 해 보자고 친구야.]
[자기...내 애완동물하고 놀 수 있는 기회는 흔치 않거든?]
[달링? 제 쇼를 다시 한번 보고 싶지 않으신 건가요?]
[고맙네, 덕분에 마음속의 짐을 내려놓을 수 있었다네 다음에 기회가 된다면.. 좋은 차나 한잔 하는 게 어떤가?]
[네 덕분에 감정을 느낄 수 있었어...그리고 옛일들을 기억할 수 있게 해줘서 고마웠어, 한번 놀러 와줘]
[녜헤헤! 인간! 이 위대한 파피루스님이 보고 싶어서 다시 돌아올 것을 안다! 그때 꼭 보자고!]
[아가, 네가 어디 있던 넌 언제나 내 마음속에서 함께 할거란다.]
*그들의 이야기가 들려올수록 당신은 더욱 서럽게 울었고 샌즈는 그저 당신의 등을 다독여주었다.
"누군가 옆에서 울분을 들어줄 수 있다는 건 참 좋은 거야."
그렇게 말하는 샌즈의 머리위로, 당신의 상처받은 영혼은 거세게 고동치며 벌어진 흉터들을 따스한 기운으로 채워갔다.
"그리고 때론 비움으로써 채울 수 있는 것들도 있는 법이지."
원본글: http://gall.dcinside.com/board/view/?id=undertale&no=538241
문학러 컴퓨터 업그레이드 중이라 대신 올림.
쉬바 광광 우럭따.. 퍄 - dc Ap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