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아스고어다. 해방 이래 나 같이 불행한 괴물은 없을 것이다. 한 때 나는 괴물들의 왕이었고, 한 여자의 남편이었으며, 두 아이의 아버지였다. 하지만 지금의 내 처지는 어떠한가. 꽃 밭에 물을 주다가도 말소리만 들리면 귀를 기울여 그것으로 위안 삼는, 외로운 점 하나다. 이렇게 된 것에 나로 인한 원인이 아예 없다고는 생각치 않지만, 나도 나름 최선을 다하며 살았으니 억울한 마음이 드는 건 어쩔 수 없었다.
내가 여지껏 무엇을 위해 싸웠던가. 누구보다 사랑한 아내에게 버림 받아가며 나는 괴물들을 위해 살지 않았던가. 하지만 그 희생으로 돌아온 댓가란 아내가 왠 해골 바가지와 함께 살게 됬다는 소식과, 누구도 찾아오지 않는 이 커다란 집 뿐이었다. 처음에 집 앞을 지나갈 때면 인사를 건네왔던 괴물들이 지금은 스마트폰이라는 기계에 얼굴을 파묻은 채 나를 외면했고, 종종 찾아와 인간과의 외교가 어떤 식으로 진행 되고 있는 지 말해주었던 인간 아이는 이제 문자로 통보하였다.
사실 최근에 아무도 찾아 오지 않았던 것은 아니었다. 며칠 동안 제리라는 괴물이 이따금 찾아오긴 했다. 하지만 이젠 그 괴물마저 찾아오지 않을 것이다. 내가 큰 소리를 좀 냈다고 다신 오지 않을 거라며 가버렸으니 말이다. 내가 사과를 해야하는 것일까. 하지만 그 괴물은 나에게 너무 무례하게 행동했다. 그래도 한때는 자신의 왕이었던 괴물한테. 그래, 내가 잘못한 건 없다. 화를 내도 마땅한 일이었으니. "그럼 안 미안하네!"
뚝.
콧잔등에 뭐가 떨어져 슥하고 훔치니 손에 물방울이 맺혔다. 그제서야 하늘을 뒤덮고 있는 시꺼먼 먹구름을 발견한 나는 부리나케 빨래를 널어둔 곳으로 달려갔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잔디에 미끄러지는 바람에 그만 빨래를 지탱하고 있던 밧줄을 잡은 채 넘어지고 말았다. 사방에 흩어진 겉옷과 속옷들을 보고 있자니 허탈한 웃음이 나왔다. 무릎에 생긴 멍자국보다도 마음이 시큰거리면서 아파왔다.
움직일 마음이 들지 않아 가만히 앉아 있는 데 담장 너머로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나도 한 때는 저랬었지. 세상 모든 게 즐거웠고, 장난을 치다 혼나기도 하며, 몽정을 꾸면서 성장해 가던 풋풋한 시절의 나. 그 어린 아이는 자신이 이렇게 정체된 어른이 될 줄 알았을까. 나는 한껏 우울해진 기분으로 옷가지들을 챙겨들고서 집으로 들어갔다. 집 안에서 나의 깜짝 생일 파티를 준비하고 있단 것은 꿈에도 모른 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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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이 부드러운 느낌이다
훈훈하게 끝나서 좋다
아아 훈훈해....